[누군가로부터 ˝소설가가 되어주세요˝ 라는 부탁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판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는 친철한 마음의 편린 같은 것이 보일까?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 무심한 여름 구름이 보일 뿐, 그것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구름은 언제나 말이 없다.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깊은 우물의 바닥을 보는 것처럼. 거기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같은 나의 성격일 뿐이다. 개인적이고, 완고하고, 협조성이 결여된, 때로 자기 멋대로인, 그래도 자신을 항상 의심하며,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거기에 우스꽝스러운 것을 또는 비슷한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나의 본성이다.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을 둘러메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내용에 비해 너무 무겁고, 겉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군데군데 터진 곳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물론. P229 ]

항상 쉽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몸에 녹아있는 지금, 올라온 삶의 길을 다시 내려다보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무식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공허함이 찾아오는 요즘 잘은 알지 못하지만, 경험적으로써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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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P39]

수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지만, 그 앎의 차원이 실행으로 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기억에 남는 경험은 모두 주변 사람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듯이 앎의 차원이 실행으로 되었던 순간에는 항상 사람이 주는 감동(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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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야, 너 그거 아니? 인간을 육체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간이지만, 정식적으로 학살하는 것은 시대야. P37]

[옛날에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야. 참새가 농사를 망친다고 생각한 마오쩌둥이 참새를 모두 없애라고 명령했어. 그래서 씨가 마를 정도의 대학살이 시작됐지. 근데 학살 방법이 너무 단순하고 끔찍했어. 참새가 절대로 내려앉지 못하게 한 거야. 그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게 했어. 인간들이 독하게 그렇게 했어. 내려앉으려는 참새만 계속 내쫓았어. 결국 참새는 공중을 계속 날다가 힘없이 떨어져 죽었어. 너무나 고단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견디다가. 근데 사영아,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집이 없는 우리도 그 참새 같다는 생각. 어디에도 내려앉아서 쉴 수가 없잖아. P120]

[한동안 술잔만 비워내던 언니가 말했다. 선생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세상을 시시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공포로 다가와요. 제가 지금 그래요. 모든 게 공포예요. P174]

이 책의 인물들 대부분은 낭떠러지가 있는 길을 안전장치 없이 나아가야 하는 시간 속에 산다. 그 삶은 미래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진을 이어간다. 현시대에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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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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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화는 나겠지만 ‘난 실력이 없어‘ 라고 생각하지 않아. 반면 달리기 선수가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마다 꼴찌 한다면 창피함을 느끼겠지. 여기서 미묘한 이슈가 생겨.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 이라고 해버리면 패자는 변명거리가 생겨. ‘내가 지는 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라고. 숙명론,팔자론으로 풀어버리면 ‘타고나길 타고났어‘로 모든 걸 덮을 수 있네. 가난해도, 실패해도 ‘팔자‘ 핑계 대면 그만이거든. 그런데 인생의 마디마다 자기가 책임지지 않고 운명에 책임을 전가하는건, 고약한 버릇이라네.

어릴 때 야단맞을까 두려워 딴소리 안 하고, 고분고분 둥글둥글 살면 뭇엇이 진실인지 모르고 살게 돼. 안타까운일이네. ˝질문 없는 사회에서 질문자로 사는 건 형벌이지요˝ ˝알아도 모른 체하고 몰라도 아는 체하며 사는 게 습관이 된 사회는, 삐걱거리는 바퀴를 감당 못 해. 튕겨내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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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 (화이트 에디션) -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세이노(SayNo) 지음 / 데이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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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슐러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떨어지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해 날아 볼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라는 말을 그래서 좋아한다.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날갯짓을 할 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절망의 골짜기에는 밑바닥이 없다. 아무리 깊이 떨어져도 우리를 산산조각으로 부서뜨릴 절망이란 이 세상에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를 파괴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이다. P59]

저자는 우리가 절망하는 이유가 미래의 상황을 현재의 처지에 비추어 계산하기 때문이라 한다. 짧은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당시에 처지가 절망적이어서 그랬는지 그보다 나은 상황을 그리면서 나아갔던 거 같다. 미래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은 항상 나를 움직이게 했고 방법을 찾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에 절망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기 삶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온전하게 이야기 하는 세이노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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