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시리즈를 표지로만 읽었다.
1편과 2편이 줄줄이 나올 때에도 아, 궁금하다~ 라고 발만 동동 구를 뿐
직접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것은 사람들의 평과는 별개로 제목이 주는 그 고유의 인상이
마치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고, 경제서적 같기도 하고,
또 서울 자가에 대기업을 다닌다는 타이틀이 주는 이상한(말도 안되는) 거부감도 있었다.
그러다 김 부장 시리즈의 마침표인 송과장 편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굳이 앞의 두 편을 읽지 않아도 그 어느 편으로 시작해도 큰 상관없이 단숨에 읽힐 거라고도 했다.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마음으로 얼마나 재미있나 보자, 하는 설렘으로 책을 펼쳤다.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
책을 읽는 순간 그 동안 나의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처참하게 깨닫고,
동시에 소설인데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가 가능한가 머리가 띵 했다.
나에게 송 과장은 좀 다르다.
앞의 1, 2편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송 과장에 대한 그 어떤 이미지도 없는 상태로 시작한 독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ADHD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
그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아 끝내 아버지 차를 끌고 나가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그 어디에서도 찾아주지 않는 먼지 같았던 사람.
그랬던 사람이 송 과장이 되기까지의 시간들을 차례로 따라가는 그 여정이 매우 즐거웠다.
조금 반대로 가는 건가, 하는 느낌이 있지만 송 과장 편 덕분에
읽지 않은 김 부장 편과 권사원-권대리 편을 읽을 용기와 기대가 생겼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서도 또 어떤 재미가 나를 기다릴 지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