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 우정이라는 가장 가깝고 확실한 행복을 되찾는 법
이름트라우트 타르 지음, 장혜경 옮김 / 갤리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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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던 차 

유튜브의 어느 사람이 이 책을 소개하기에 바로 빌렸는데

내가 원하던 책은 아니었다.


"내면의 그림자를 알아차려라"

이런 추상적인 표현이 이제는 와 닿지가 않고

다만 친구예찬에 대한  책쯤 되겠다 싶으니 흥미가 뚝 떨어져서 설렁설렁 읽게 되더라.


서로 다툰 친구에게 화해하는 방법이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싶어'라는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것은 배울 만 했다.

(보고싶어 라는 말을 할 정도의 친구라면

글쎄... 나의 경우라면 다툴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친구는

적어도 배울 점은 있어야 하지 싶다.


우에노 치즈코의 아래의 말에도 난 백번 공감한다.


"친구란 십 년 동안 만나지 않아도 마치 어제 헤어진 것처럼 재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십 년이나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십 년 동안 만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당신의 삶 속에 그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당신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 또한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소중히 하고 싶은 관계라면 마땅히 '관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관리'는 나에 대한 관리에 그친다. 

내가 그에 걸맞는 사람이기 위한 스스로의 관리, 그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아닐란가??



내가 바로 서면

친구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거나 없으면 또 그대로 좋을 것 같고,


덧붙이자면 내 경험 상,

좋은 친구, 훌륭한 친구는 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진리인 듯 싶다.







* 너무 완벽하면 신이 화내셔.


*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히 들어줬으면 좋겠어. 예기를 하다 보면 나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깨닫게 되거든,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


* 하느님, 저렇게 어이없는 칭찬을 지어내는 그녀를 용서하시고, 그럼에도 그 말이 듣기 싫지 않은 저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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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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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지는 책이다. 

나도 하나 사고 싶은 책이다.


우리 집 앞에는 산이 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보면 

그 앞산이 큰 방의 유리창에 되비쳐 있는 걸 볼 수 있고

그건 실제의 산 모습보다 훨씬 더 이쁘게 보인다. 


이 책도 어쩌면 딱 되비치는 우리 앞산의 모습일 것 같다.

그 오래되어 허접했을 구멍가게가

더 친근하고 

더 따뜻하고

더 산뜻하고

더 정겹고

더 깨끗하고

더 환하고

더 맑게 보이니 말이다.


그림 속의 모습만큼만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던 시골은 모두 없어져 가고

새로운 시골에는

새로운 집들만 채워져 간다.


쓸쓸하고 외롭고 아프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만 있는 시골은.




나는 오래 된 것들을 좋아하고 공경한다.

아마도 30년 만에 가보았을 것이다, 양산의 통도사를.


그 오래 된 절이 주는 감동이 그 정도를 넘으니 경건함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다시 그것은 경외감마저 들게 하더라.


새 것은 언제나 살 수 있고 만들 수 있지만, 

오래 된 것들은 그 속에 세월과 역사를 품어야만 한다.

반짝반짝거리는 것이 새것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빛 바래고 닳은 흔적들은 오래 된 것이 주는 경건함이다. 

난 그 경건함이 너무나 좋다. 

이 책은 그 오래 됨에 대한 것들이어서 마음을 반짝이며 보니 

눈에서는 글썽거림으로 응수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재능을 어쩌면 이런 것에 사용했는지, 

그녀가 훌륭한 이유인 듯 싶다.


그림도 아름다운데 

글까지도 좋다.


덕분에 마음은 조삼암할아버지, 박일색할며니가 사셨던 나의 시골,

초등학교 방학이면 일 년에 두 번은 반드시 가서 

한달살이를 했던 그 시골의 추억을 한껏 들추어 낼 수 있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맘껏 그리워해 볼 수 있었다. 







* 팔랑팔랑 뛰어다니면 콧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볼때기가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볼때기, 볼때기... 무척 오랜만에 듣는 이 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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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팝니다 - 사회학자의 오롯한 일인 생활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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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5개의 예쁜 커피 잔이 저자와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제목을 이렇게 잘 지었을까!

느낌을 팝니다, 느낌을 팝니다...


일본 제목은 <싱글의 오후에>라는데 이것보다는 

<느낌을 팝니다>가 훨씬 매력적이고 독창적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강한 유혹이 느껴졌으니...


그녀가 말하는 

해비타마 모나카를 검색해보고

미킬라 패트리의 리코더 연주도 들어보고

키스 제럿의 반주로 패트리의 연주도 들어본다.


이노우에 요스이의 노래도 들어보고

영화 <8월의 고래>도 다시 보았다.


이런 류의 책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무척 편안하고 재미있는 수필이다.


나도 세차하기 싫어서 비둘기색 차를 좋아하는데,

나도 혼자 있어도 하나도 외롭지 않은데,

그녀의 바흐가 있듯이 난 베토벤인데,

나도 "어째서 옛날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거죠?"인데,

나도 "혼자 있음의 평온함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인데,

나도 주로 듣는 쪽인데,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중,

바다 한가운데서의 태풍과의 사투 장면을 보고 

나도 저 태풍의 중심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는데(비록 태풍 트라우마가 내게 있지만)

태풍이 상륙하는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그녀, 우에노.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녀와 나의 생각을 견주어 보고 

비슷한 부분이 나오면 그녀와 어쩐지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 들다가,


자동차 질주 본능 같은 대범함이나,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는 또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인 것도 같았다.


책 표지에 있는 다섯 개의 커피 잔에 따뜻한 커피나 우유를 붓고

그녀를 중심으로 나를 포함해서 어떤 여자 다섯 명이 

도란도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고 싶다. 더 많은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는 멋지다. 









* 목소리는 어쩌면 그 사람의 인격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 부르고, 외치고, 속삭이고, 한숨을 내쉬고, 호흡하는 것, 생명의 가장 기본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목소리다. 기적이 아닐 수 없다. 


* 어른이 된 후 남자와 연애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만약 당신이 나와 사귀면서 조금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당신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남자들에게 감사하도록 해. 그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니까...


*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태풍의 접근 예보를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태풍 날에 방수 처리가 된 옷을 입고, 물이 불어난 가모가와를 일부러 보러 간 적이 있다 언제나 온화한 모습으로 흐르던 가모가와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탁류에 휩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수위가 불어나는 둑 위에 선다. 언젠가는 고치 현의 무로토 곶에서 태풍이 상륙하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 지바 현의 이누보 곶도 좋다. 어떤 기분이 들까. 이 꿈이 실현될 대쯤이면 아마 나이가 너무 들어 돌풍을 견디지 못하고 나뒹굴어 대퇴골 골절을 입고 말 것이다. 


* 옛날에는 죽을 때도 혼자가 아니었는지 모른다. 자식, 손주, 친인척이 지키는 가운데 제세상으로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불현듯 도래한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오래 살면 살수록 주위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죽게 된다. 장수의 괴로움은 상실의 괴로움과 같은 말인지도 모른다. 


* '친구란 십 년 동안 만나지 않아도 마치 어제 헤어진 것처럼 재회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십 년이나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십 년 동안 만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당신의 삶 속에 그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당신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 또한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소중히하고 싶은 관계라면 마땅히 관리가 필요하다. 


*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도 직함이나 지위로는 잴 수 없는 그 사람의 모습, 행동, 말투, 움직이는 방식...... 결국 그 사람의 풍채가 그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그러한 풍채가 훌륭한 사람인 것이고, 다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 역시 그런 좋은 느낌을 주는 이들이다. 


*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이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상 속의 자신과 현실 속의 자신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자아 이상의 기대치를 낮추면 되겠지만, 이 사람들은 너무 성실해서 그게 안 되는 것이리라. 나는 자아 이상이 높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세상과 남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덕에 뜻하지 않은 은혜를 입기도 한다. 남이 기대 이상으로 선의를 베풀어 주었을 때 느끼는 기쁨, 세상이 내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줄 때 느끼는 고마움. 세상은 나를 '공격적인 남성 혐오자'로 여기는 듯하지만 사실은 정 반대다.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관용적이며 성을 내는 일도 드물다. 왜냐하면 남자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게 잡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남자에게서는 기대 이상의 미덕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이 생각보다 살기 좋아져서 재미있다. 

꿈꾸는 사람은 현실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목숨만 부지할 수 있다면 뭐든지 오케이라는 생각을 가진 리얼리스트쪽이, 어쩌면 현실을 수용하는 폭이 더 넓은지도 모르겠다. 


*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나는 이십년이나 고생해야 했습니다. 실패를 거듭하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철이 드는 것입니다. 어째서 옛날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거죠?" 방황과 후회로 가득한 세월과 경험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옛날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맞다. "어째서 옛날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 거죠?"다.


* 젊었을 때부터 친구였던 사람들도 단순히 옛날부터 아는 사람이라서 친구인 것이 아니다. 인생의 고비 때마다 그 사람다운 선택을 거듭하면서 걸어온 궤적에 대해 존경과 공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정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 혼자 있음의 평온함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런 고집불통 할머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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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 해피 모지스마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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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이제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엄청난 홍수, 폭염, 불.....  대 재앙이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의 그림들은 청결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어쩐지 울컥한다.

다시는 이런 자연스런 자연을 볼 수 없을 듯 하다.


온 마을사람들이 시럽을 얻기 위해 공동작업을 하고

담 대신 울타리가, 자동차 대신 말과 마차가 있는 동네,

천지가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동네, 

따뜻한 인간미까지 느껴지는 그림들이 참 좋다.


발명에 발달과 발전이 순식간에 이어져 와서 

이제는 고은시인의 말처럼 더이상 발명, 발견 말것을 소리치고 싶지만

그마저도 너무 늦어버린 듯해 세상살이가 참 재미없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그러나 76세에 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시작해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였으며,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인물'로 칭 받았으며,

100번째 그녀의 생일은 세상에나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이 되었단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거네,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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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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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치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을 읽고 반해서

이 책을 포함해 그녀의 책 4권을 더 빌려 왔는데 

아뿔사!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다른 책을 잡기가 너무 부담이 된다. 


<불쾌함을 느끼며 책을 쓰고 

불쾌함을 느끼며 독서해야 하는 책을 쓴 것은 어째서일까?>라는 저자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도 있지만,


아이구, 

끝까지 읽기는 읽었지만 저자의 말대로 불편함을 느끼며 독서해야 하는 책이었다. 





책 소개에 있는 이 문장 정도의 수위가 내게는 딱 적합하고 편안하다.


<저는 남녀가 평등해지기 위해서 여자가 남자만큼 완력이 세진다든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진다든가, 경제적으로 힘이 세진다든가, 이런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싸우면 지죠, 그리고 맞서면 얻어맞습니다. 그것을 더 싸우려고 달려들면 더 많이 맞습니다. 

그러면 약하다는 것은 악일까요?


저는 페미니즘이 여자가 남자만큼 강해지는 것,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한 사람이 약한 그대로 존중받는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천황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는 '황실'이라고 하는 이름의 간판을 짊어진 패밀리에 속한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황실을 '로열패밀리'라 부르며 가족의 모델로 삼고 있는 한, 일본 사회는 황실 깊숙이 박혀있는 여성 혐오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 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 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여성 혐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그런 여성이 있다면)에게는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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