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품집 창비시선 1
신경림 지음 / 창비 / 197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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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석진 시골, 

가난을 벗어나지 못해 어쩌지를 못하는 억울함, 울분, 체념, 답답함...


지금은 이 시에서 보는 60~70년대 초의 그런 가난은 없지만, 

넘치는 쌀밥이지만 우리는 그 쌀밥만으로는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부족이 주는 문제보다 흘러넘쳐 생기는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갈대_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56년 문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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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23-09-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의 제목이 <농무>인데
<농무>를 제목으로 하는 시는 없어
이 시집의 전체 제목을 그냥 농무로 달았던가? 의아했는데,

살펴보니
17쪽 부터 29쪽까지의 책장을
누가 찢어냈다.
모두가 빌려보는 도서관의 책을
그는 왜 그랬을까? ...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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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니!!!

(dalgial님의 서재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책 표지가 좀 아쉽다.

오래 된 삼오시계방이 

이미경작가의 펜화로 그려진 표지였다면 아주 걸맞았을 것을,

아니면 전소영작가의 풀다발 그림도 훌륭해서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은 이 책의 감동으로 인한 나의 욕심이지 싶다. 


나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빠져들어 읽었다. 


나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시아버지, 시어머니 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거슬러 훑어봐도 

이 책의 아버지와 같은, 

다른 이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쳐 그들로부터 망자의 훌륭함을 듣게 되는 그런 장례식은 없었다.

읽는 내내 가슴 징한 것은 있었으나 결국 생각해보니 이 책은 소설, 장편소설이었다.


우리네 삶이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내 죽은 뒤 나로 인한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 살아있는 자의 입과 입으로 오르내리고,

그로 인해 선순환이 실천 되는 삶을 살아라 라는 교훈쯤으로 마무리를 한다.


내 죽으면 그만이지, 그 이후를 뭘 생각할 것이여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생각이 조금 바뀌어진다. 







* 남의 상갓집 갈 때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얼마쯤이어야 당신과 나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줄까.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내는지 은근슬쩍 알아봤고 보통이면 그 정도, 좀더 마음이 있으면 몇만원 더, 평생 볼 사람이면 잊을 수 없게 많이, 나는 그렇게 살았다. 


*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 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걱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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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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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무척 좋게 해주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능력 있는 책이다.

초등학생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서 내내 봐 왔던 익숙한 풀 그림이 너무나 좋다.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첫 문장도 참 좋다.


봄 = 꽃 이란 등식이 아니어서, 

시들어가는 가을부터 여서, 그래서 좋다.


예쁜 꽃 그림을 보는 것도 좋은데

시들어가는 가을 그림도 이리 좋구나.

흔하디 흔한 그 잡풀들 이어서도 이리 좋구나.


시골 할머니 댁에서 어린 나도 풀다발을 만들어본 적 있는데,

꽃다발 보다는 암만해도 이쁘지 않아서 그냥 버렸던 그 아이,


40여년이 훌쩍 넘은 뒤, 

자기가 버렸던 그 풀다발 그림을 보고 이리 그윽해 할 날이 왔구나!

살아있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작가는 만나지 않아도 어떤 품성인지를 단박에 알 것 같은 착각도 좋다. 


이 책은 도서관 유아자료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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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 동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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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너무나 단도직입적이고 매력적이며 흥미진진한데

내용은 우에노 치즈코와 미나시타 기류의 대담 기록이라 좀 산만하고,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 약간의 실망감은 든다. 


"남녀가 관습에 따라 결혼하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 것에 그친.


직설적인 제목에 걸맞는 어떤 재치있는 설득력쯤을 기대했었던가?

별로 건진 것은 없는데,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닌 듯 하고....


우에노 치즈코의 다음의 말로 이 책을 마무리 한다.


우에노 : 지금까지 남녀가 관습에 따라 결혼하고, 출산하고, 부모가 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부부 관계와 부모 자식 관계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들이라고 봅니다. 결혼과 출산이 줄면 희생자도 줄어들 거에요. 그래서 저는 결혼과 출산이 줄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권하거나 구혼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편으로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어떤 아이나 살기 편한 사회로 만들어야죠. 그런데 지금 일본은 정반대입니다. 여자들이 일하기 바라는 동시에 아이를 낳아주길 바라죠. 신자유주의에 맞는 여성 규격을 만들어낼 뿐이에요. 정치학자 미우라 마리씨가 이런 규격을 '신자유주의형 모성'이라고 했어요. 결혼하면 여자는 집에 있으라고 하던 종전의 규격과는 다르지만, 규격이란 점은 똑같아요. 이런 규격 아래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없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면 될 텐데. 그러러면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 상대방을 다른 인격이라고 보고 존중해야 합니다. 








* 마사히로는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남성 생계 부양자형 모델'과 같은 보수적인 결혼관을 유지하는 남녀일수록 비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젊은 층일수록 남성의 임금수준이 낮아, 기혼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 우에노 : 저는 부부가 서로, 특히 아내가 체념하는 것을 기본으로 결혼이 유지된다고 봅니다.


* 우에노 : 하루 빨리 죽었으면 좋을 남자와 사는 당신은 뭐냐는 거죠. 자신을 비하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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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지음, 박정애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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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렛서 3.1-8


머리말 전에 있는 이 문장을 조심히 읽는 것으로 족하다.

책의 전부를 읽느니 차라리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다시 읽는 게 더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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