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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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와 헷갈렸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이 일단 비슷하잖아요. '낯이 익다'라는 제목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될 확률이 과연 몇프로나 될까요? 두 편 다 낯설음에서 오는 낯익음을 표현하고 있고, 다른 점이 있다면 제목 그대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사람의 초점, <낯익은 세상>은 주변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소설 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고 보여집니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이 계속 눈 앞에 펼쳐지고 보여지면서 결국엔 낯익게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 편의 이솝우화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는 우화입니다.

이 책의 모티브가 바로 <난지도>라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난지도>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공원으로 예쁘게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는 쓰레기 매립장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먼저 읽은 지인에게서 듣게된 정보로 조금은 제대로 된 시각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시가 들어서면서 평화로웠던 농촌전경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지금은 고양이나 뒤지는 쓰레기 봉지를 뒤적이며 곯은 배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호화롭게 먹고 마시며 버리며 사는 도시사람들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소비하기 참 좋지요. 멀티플렉스라고 해서 쇼핑, 영화, 먹거리 등 거의 모든 것을 한 군데서 해결할 수 있어요. 그만큼 사람들은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물론, 절약하며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요. 사회 전반전인 분위기가 소비를 부추기는 풍조라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만큼 갖고 싶은 것은 언제 어디서나 구매하고, 필요없게 된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싸다고 마구 사놓았다가 결국에는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많구요. 이런 과욕이 자연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소비풍조. 쓰레기더미가 이제는 익숙해진 난지도 아이들. 도시사람들이 버린 캔이며 소세지 등에 행복해하던 아이들. 하루하루 도시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몸서리치는 자연. 쓰레기 더미로부터 마을을 지키고자 도와달라 나타나는 정령들. 과욕에 찬 어른들의 눈이 아닌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만 정령이 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과는 완전 달랐던 세상. 하지만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결국에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처럼, 바로 지척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곳을 우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허다하게 건물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뚝딱!하고 건물들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있는대로 땅을 개간하고 건물이 들어서고. 덕분에 자연이 숨쉴 곳은 점점 줄어들고, 일부러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맑은 공기 푸르른 환경은 구경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세상은 삭막해져만 가는데 그것에 익숙해져 편한 것들만 찾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만든 낯익은 세상.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가져다 드리던 막걸리도, 그 막걸리를 사기 위해 뛰어다녔던 꼬불꼬불한 시골길도, 할아버지에게 가기 위해 헤치고 다녔던 갈대숲도, 그런 때가 있었나 하는 막연한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편해진 세상. 그것은 예전에는 낯선 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간편하고,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어진 세상이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낯익은 세상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낯익은 세상에서 이제는 낯설게 되어버린 옛 추억을 더듬어봅니다. 울적해지는군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요.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있는거냐? 저도 묻고 싶습니다. 순수했던 내가 이제는 잘 보이지 않네요. 영영 사라져버릴까봐 두렵습니다. 낯선 내 모습이 진짜 내가 되어버릴까봐 정말 낯익게 되어버릴까봐 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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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원태연 지음 / 도서출판 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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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태연 시인,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음,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으니 그의 글을 좋아한다는게 맞겠지요? 하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이 시집 가지고 계신 분 아마 많을 거예요. 와- 92년도에 출간되었었네요. 가격도 3천원. 지금의 책들보다는 표지가 조금 유아틱(?)하네요. 하지만 저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전 이 책을 초등학교 때 접했습니다. 쿨럭, 그때는 사랑이 뭔지 알지도 못하는 나이였는데 밤하늘에 흐르는 별처럼 저에게는 그런 책이었어요. 아마 어렸을 때 시집을 좋아해서 아직까지 남들보다는 조금 더 순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음; 죄송해요;)



 저에게는 꿈같던 분이 소설을 쓰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바로 달려가 구입했죠. 미발매 사운드트랙까지 있었어요. 소히 말하는 1+1. 굉장히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동화같은 이야기. 늘 시집에서 봐오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글들. 사고서 몇번은 읽었을 거예요.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다시 한 번 들여다봤습니다. 아.. 이건 왜 볼 때 마다 슬픈가요 T_T; 제목만 봐도 코끝이 찡해져서 좀처럼 꺼내보지 않았는데 제목이 슬픈이야기니까 울려고 만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조금 다른 감성으로 다가가지 않나, 싶습니다. 글이 참 담백해요. 시를 쓰시는 분의 글이라 글 하나 하나에 온갖 감정이 다 담겨있어요. 이것 저것 재지 않고 온전히 사람 마음 하나만을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보고 있노라면 저 깊은 곳에서 부터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피어올라요.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영화도 봤습니다. 사실, 주인공들은 썩 내키지 않았어요. 어떤 배우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하지를 못했습니다. 내가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잘 살려냈을까, 두려움이 컸어요. 실망하기 싫었거든요.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니 크림 (이보영 분)은 그렇다치고, 케이 (권상우 분) ? 주환 (이범수 분) ? 권상우씨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발음이 비주얼과 연기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이범수씨는 굉장한 연기파시지만 주환이라면 샤프한 이미지를 기대했었는데 키도 살짝 케이보다 작으시고 해서 그림은 예쁘지 않았다. 뭐, 이런 생각입니다만. 의외로 케이의 연기가 괜찮았습니다. 사실, 주환과 제나의 비중은 책에서 만큼은 크지 않았어요. 책에서는 주환의 시점, 케이의 시점, 제나의 시점, 크림의 시점. 이렇게 4명의 이야기가 어느정도는 비슷한 분량으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영화에서는 케이와 크림의 두 시점 위주로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시인의 필체가 마구 묻어납니다. 칫솔이야기가 전 굉장히 좋더라구요. 칫솔이 하나였다가 두개, 세개. 가족이라는게 정말 그런 느낌이잖아요.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구 하나가 집을 비워 칫솔의 갯수 하나가 비면, 그 컵은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고 허전해 보일 거 잖아요. 캬~ 시인이 글을 쓰면 이렇게 다 예뻐보이네요. 님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여자들은 이런거 정말 좋아해요. ^^



 그냥 하루 세 번 만나는 칫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보니까 예뻐보이는 거 있죠?



저, 양치할 때마다 이 문구 떠올려요. 그리고 제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죠. 그럴 때마다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치가 하기 싫다가도 이 문구를 떠올리면서 괜스레 웃곤 한답니다.



  크림한테 케이는 이런 존재인거예요. 둘이 함께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거.
  이렇게 온전히 한 사람만을 향한 사랑 해본 적 있으세요?





얼마전에 <고양이와 선인장>이 출간되었죠?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뒷 부분에 살짝 맛보기로 실려있어요. 저는 이 책에서 미리 만났죠. 땡큐와 외로워를. 책 속에 또 다른 동화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읽고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시인님 나빠요..ㅜ_ㅜ



 책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던지라 책리뷰인지 영화리뷰인지 모르게 되어가고 있지만 여튼, 케이와 크림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올려봅니다. 두 분 다 짝이 있지만, 이 사진에서는 굉장히 잘 어울렸어요.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예요. 책에서는 없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토대로 하되 설정을 달리 하기도 하니까요. 부분부분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케이가 아프다는 것을 직접 크림이 엿듣는다던가 하는 거요. 크림 (이보영 분) 연기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으면서 터뜨리는 울음 연기를 정말 잘 하시더라구요. 울컥 울컥. 그리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이승철님의 노래도 한 몫했죠. 미발매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받는 사랑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 크림과 케이를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곤 합니다. 둘은 온전히 하나였어요. 저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다시 한 번 케이와 크림을 만나고 싶네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부드럽지만 이내 녹아버릴까 마음졸이게 되는, 눈싸움을 하고 싶은데 밤은 깊었고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이 다 녹아버리면 어쩌나 그 밤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마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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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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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최인호 작가님의 책을 두어권 접했습니다. <인연>과 <천국에서 온 편지>
에세이만 접했었기에 소설을 쓰시는 분이었다는 것은 차마 생각을 못했었어요. 알고보니, 역사소설로 이름 좀 날리시던 작가님이었던겁니다. 이렇게 무심할 수가! 사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이 책 또한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맙소사. 같은 시기에 황석영 작가님의 <낯익은 세상>이 출판되었던터라 당연히 제목도 비슷한 것이 둘다 소설일리 없다, 낯익은 세상은 소설이고,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에세이일거다, 하고 막무가내로 생각해버린거예요. 사인회가 있어서 구입을 하고 사인회 전에 책을 읽고 사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나 세상에 최초의 전작 장편소설!! 작가님 죄송합니다.  ㅜ_ㅜ




  띠지에서도 말해주고 있듯이 한 남자의 모험이 주는 전개는 가히 숨막혔습니다. 뭐지 뭘까, 대체 무슨 일일까. 책을 잡은 순간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했습니다. 주인공이름이나, 로션이름을 영문이니셜로 표기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살짝 흥을 깨는(?), 뭔가 취조당하는 느낌의 껄끄러움이랄까요.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것이 좋은데 영문이니셜이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그건 그냥 살짝 영어울렁증이 있는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익숙한 일상에서 이따금씩 오늘은 내가 아닌 것 같다, 고 느껴보신 적이 있으세요? 사흘동안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이 책에서는 일어납니다.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죠. 늘 쓰던 로션이 무엇인지 늘 입고 자는 잠옷은 무엇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지, 사람마다 삶의 패턴이나 습관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어느순간부터 바뀌어 있는겁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이에 그렇게 갑자기 말이예요. 그러더니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진짜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주변이 모두 가짜인 것 처럼 느껴지더니 이제는 자신이 진짜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이것은 또 다른 나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플갱어죠.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각자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가 그 합일을 찾을 때, 이 책은 끝이 납니다. 다른 습관을 가지고, 다른 아내와 다른 딸과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인데 만나고 보니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라면 어떠시겠어요? 사람들은 전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마다 주어진 삶이나 운명의 길이, 부의 차이, 모두 달라요.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같은 시간을 살더라도 나는 이것을 하고 있고, 이 사람을 이런 일, 저 사람은 저런 일, 겪는 일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죠. 다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진짜라는게 과연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모습으로 태어나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나는 내가 이런 습관을 통해 만들어낸 하나의 형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또 하나의 낯익은 타인일 뿐입니다. 매일 보던 얼굴이라, 매일 보던 몸이라, 매일보던 습관이라, 낯은 익으니까 그게 나인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예요. 진짜 나는 존재하는가,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심오한 생각을 품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에세이를 볼 때도 굉장히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묻어났었는데, 소설에서도 에세이만큼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주의 기도가 그렇고 합일사상이 그러합니다. 온전한 내가 되기를 추구하는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프신대도 불구하고 두달만에 소설을 쓰실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마도 소설가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건강에 유의하시어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뵐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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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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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으로는 전.혀. 끌리지 않았던 책입니다. 한국작가에 관심이 좀 없던 때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지인들의 평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지 않으면 잘 믿지 않는 스타일이라 선물을 받아놓고도 선뜻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평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요즘은 손편지를 잘 쓰지 않기는 합니다만 저야 늘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 가끔씩 손편지도 쓰거든요. 뭐,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가 좋아서 쓰는 거니까 고독하지는 않던데, 주인공은 어땠을까요? 많이 우울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읽어내려간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장은진 작가님을 우연히,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었는데 그 때 느낌이 나쁘지 않았었거든요. 어찌보면, 저와 만날 운명이었던 겁니다. 이 책은. 훗, 



 줄거리는 한강 소설가님이 잘 찝어주셨습니다. (훗훗) 처음에 모텔이 등장하길래 이건 또 무슨 설정이야,하며 좀 의아했었는데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데는 이유가 다 있잖아요. 그 이유가 나올 때까지 조금은 갸우뚱하면서 들여다보았어요. 모텔을 전전하면서 편지는 또 뭐야, 이런거였죠 ㅋㅋ 다 쌩뚱맞잖아요. 거기다 눈먼 개까지 모텔에서 함께 지낸다니, 발상이 참 독특한 책임에는 틀림없었어요.

또 개, 하니까 얼마전 보았던 <블라인드>가 생각이 납니다. 어찌보면 여러면에서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점이 많아요. 그쵸? 이 책에서 주인공이 개와 함께 있어 고독을 이겨내고 정을 내는 것처럼 <블라인드>에서는 시각장애인인 주인 민수아(김하늘 분)를 지키잖아요. 개는 참 좋은 동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떠올렸던 또 다른 생각.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차지헌 (지성 분) 본부장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잖아요. 이 책의 주인공은 말을 좀 더듬죠. 자신을 자신있게 드러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장애를 최대한 감추되 다른 방법으로 드러내기를 시도합니다.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차지헌 (지성 분) 이 공황장애 때문에 스크린으로 업무보고를 하듯이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편지쓰기였던겁니다. 그 설정이 참 기가막힌거예요. 의문스런 행동들이 편지하나로 다 풀어지다니, 이 점에서 장은진 작가님 참 매력적이야,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진실보다 거짓말이 통할 때가 더 많은 세상이죠. 가식으로 대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다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물론, 저를 비롯해서요. 다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보이지는 않아도, 무시무시한 마음의 병 말이예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때 마음은 불편해도 몸은 편할 수 있죠. 지금 현실에 딱 공감되는 글귀였습니다.




  봉헌된다는 말이 참 좋아요. 주저리주저리 쏟아냈던 말들이 봉헌되고 내 곁을 떠나가면 그것은 나에게서 잊혀지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후련할 수도 있잖아요. 그의 시간을 희생하며 쓴 편지인만큼, 언젠가는 답장을 받을 수 있겠죠? 그가 실망하지 않고, 계속 편지를 썼으면 하고 바래봤던 글귀였습니다. 세상에 의미,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건 없잖아요. 분명, 그의 편지를 받는 사람에겐 희망이고, 행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비록 그에게 답장은 못했을지라도, 그랬을 거라고 믿어요.
  글귀앞에 55. 라는 숫자가 적혀있죠? 이 책을 보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예요. 장편소설은 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저렇게 단락이 나누어져 있으니까 책장이 더 잘 넘어가는 거 있죠.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은 해보지를 않았어요. 오히려 그가 보냈던 하루를 같이 보낸 느낌이랄까요. 하루와 하루사이, 사건과 사건사이를 깔끔하게 끊어주는 느낌.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결말은, 제가 설마설마 했던 게 현실로 이루어져서 김이 살짝 빠졌었어요. 그저, 편지가 담뿍 쌓인 그곳으로 돌아가 답장을 쓰는 결말, 평범한 결말을 기대했었거든요. 어떻게든 이겨낼 수 밖에 없었기에 감행한 여행이라 더욱 안타깝기도 했구요. 그러기에 인생은 참으로 고독하다. 우리 모두 이렇게 떠도는 인생일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에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견딜 수 있는 의미가 되어준 편지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고독한 인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이 그 이유일 수 있고, 누군가가 건네준 자그마한 쪽지가 삶의 이유가 될 수도 있죠. 그렇기에 인생은 고독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함께한 여행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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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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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요나라, 이 말은 굿바이 보다는 조금 더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원히 안녕이라는 뜻이라서 그런지 슬프기도 하지만 뭔가 음산한 것 같기도 하고. 음산하다는 느낌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영원히 안녕이라는 말을 하냐는 말이지요. 뭘까? 하는 호기심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제목만 봐서는 굉장히 슬플 것 같다는 생각에서 집어들었는데, 글쎄요. 슬프다기보다 이게 왠 운명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줄거리는 사진에서 보시는 그대로예요. 어찌보면 연루된 사건과는 무관하게 다른 가정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묘한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읽고 있는내내 응? 다른 길로 빠지는 느낌도 좀 받았어요. 알수 없는, 아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새파란 청춘들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기도 했구요. 사건 전개나 작가의 글은 볼만 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단숨에 읽혔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무래도 여자라서 그런지, 그 피해여성의 이야기를 파고 들수록 찝찝했습니다. 남자면 그냥 묻힐 수 있는 성(姓)이라는 것이 여자에게로 옮겨가면 그 인생을 그저 없던 걸로 해야되는 소히 매장당한다고 하죠. 또 남자, 여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얼마전 일어났던 임태훈, 故송지선 아나운서 이야기와 닮은 면이 있습니다. 故송지선 아나운서의 49재 되던 날, 버젓히 2군에 복귀를 했더군요. 사건 잠잠해질 때까지 피신해있다가 말이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본인들이 아니면 모르는 이야기라지만 두산베어스와 임태훈이라는 사람의 처신이 그리고 여자의 잘못만이 남아, 그것을 운운하는 이 사회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이 책이 이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를 위해 끝까지 자신이 할 수있는 범위 안에서 책임지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내용은 찝찝하지만, 그 남자의 처신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 여자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이 매장되어 버린 처지라 할지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다 아는 사람과 함께 있기에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절대 그녀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 둘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피하고 싶은 운명이지만 그 끈을 절대 끊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저는 눈꼽만치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미화하고 싶었던 건지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 이런 사건이 닥쳤을 때 이 남자처럼 처신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새파란 청춘들이 성(姓)이라는 것을 제발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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