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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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 滿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본문 24 , 25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중에서

 

 


 

 

냉이 나물이 없어지고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는 , 

태양의 걸음이 황경 60 도를 지나는 때라고 찾아보니 나온다 .

초록이 중얼거리는 소리 ㅡ 벌써 들리는 듯

아직 4월도 오지 않았는데 아침 새가 요란했던 하루

가는 비 피할 데가 없었던 어린 것들의 부산스럼였는지 !

먼 강가 갯버들이 기지개 한참 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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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9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년 중 가장 신록이 푸르고 아름다운 시기가 ‘소만‘즈음인 것 같아요.. 아직은 싹이 나지 않은 주변이지만 머지않아 새소리와 함께 푸른 5월을 기대하게 되네요^^:)

[그장소] 2018-03-19 23:25   좋아요 1 | URL
어느샌가 봄 ! 하면 사나운 바람만 기억을 하고 있지 뭐예요 . 빛나는 초록에 겨워 그저 탄성을 지르던 것을 싹 잊고 ... ㅎㅎ 지나서야 푸르름이 아름다웠지 ㅡ 하는 식예요 . 먼저 4월을 , 그리고 5월의 한 때를 반가운 마음으로 마중나가 봅니다 . 시와 함께 .. ^^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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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길

 

김 사 인

 

 

   설겅주 넘으면 새별 병승이네 갑윤이네

   까치고개 넘어 방앗간 , 공동묘지 상엿집 지나 종수 승표

네 뒷골

   어디론가 더 가면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지는 으싱이

현석이네 으싱이

 

   뒷동수 널다리 건너 늘게미 웃말 아랫말 태영이 승택이네

   느름싱이 삿갓논 팔밭 한뼘 비도골

   더 가면 되목 늘티 창식이 병조네 딸바위 아들바위 마전

사 도장골 호름밭골

   신작로 따라 정문거리 고개 넘어 사당마루 , 사당마루 지

나 거떠리 , 거떠리 너머 거쿠리

   그 맞은편 사실 , 경범이네 택수네 , 고개 넘어 시승골 소리

곱던 화순이 그 오빠 화석이 글 잘 쓰던 인자네

   시승골 산 넘어 쇠실 통석이 치석이네

   쇠실 지나 더디 가면 가래울 달리기 잘하던 기순이 힘 좋

던 종관이

 

   내 살던 영당은 어디에 있나

   내 동무 원대가 토끼풀 뜯으며 강의록 외우던

   이발소집 새끼 돼지들 예쁘기도 하던

   하늘만 빠끔한 면 소재지

   사자울 강 건너 대전 오십리

   피발령 고개 넘어 청주 칠십리

   첩첩 고갯마루 굽이굽이 여울들

 

   학교 다리 건너 바탕뫼 , 더 가면 양중지 살목 염성굴

   바탕뫼 너머 분저실

   강 건너 서당편 그림 같던 백사장

   산 넘고 물 건너면 송포 은운 지경말

   더 가면 흙먼지

   당당 멀었지 키 큰 미루나무

   콩자루 이고 가던 먼먼 신작로 .

 

( 본문 36 , 37 쪽 )

 

김사인 시집 , 창비시선 382 , 어린 당나귀 곁에서 ㅡ중에

 


 

설겅주 ? 아 ... 냇가 !

으싱이 ? 어성리 ? ㅎㅎㅎ

지명의 옛이름이란 것만 겨우 알아 듣겠다 .

늘티 , 되목 , 도장골 , 흐름밭골 

구비구비 언덕은 , 고개는 왜 그리 많았는지 , 

골짜기는 또 얼마나 많았는지 ,

산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산들 이제는 이름도 모르지 

다 어디 간건지 .

아 , 강 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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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16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학교 다닐 때는 다목적 댐과 고속도로의 유용성에 대해서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새로 난 넓은 길과 큰 호수에 우리의 추억 역시 잠기고 날리는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8-03-16 21:45   좋아요 1 | URL
평화의 댐이 대국민 사기극 이란 기사를 언제가 읽고 헉~!! 했었는데 .. 하긴 올림픽도 어떤 면에선 대국민 사기극 ~ ㅎㅎ재주부려 돈 버는 곰 따로 왕서방은 바쁜 ~그런 식으로요 . ㅎㅎ

추억이라도 있을 때 좀 적어두던지 해야겠어요 .
 
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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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얼어붙은 바다 ㅡ 이언 맥과이어 , 정병선옮김 , 열린책들


이따금 인터넷 검색창에 가을의 기후만 365일 이어지는 나라가 있는지 찾아보곤 한다 . 이 책을 하필 겨울에 읽기 시작했나 후회와 벌벌 추위에 떨면서 섬너의 선택에 웃음이 났다 . 피바람 모래바람이 불고 뜨거움이 작열하는 전쟁터에 있다가라면 그래 그럴만도 하겠어 싶다 . 그래도 너무 극단의 선택이 아닌가 ? 얼어붙은 바다라니 ... 그는 낭만적인(?) 몇몇의 이유로 포경선을 찾았지만  이곳도 평온한 삶의 터전은 전혀 못된다 . 분명  아편에 취해서 시류를 읽는 감각조차 마비된 게 아니고서야 .

한 여름 불볕 더위에 좌판이 벌어진 시장을 지나다보면 온갖 냄새들이 파리떼처럼 들끓는다 . 가장 먼저 후각을 마비시키는 건 역시나 생선 좌판 뒷쪽에서 풍겨오는 부패의 냄새다 . 지금은 위생 관리가 예전보다 좋아져 훨씬 덜하긴해도 여전히 피와 단백질과 지방층 그리고 내장이 퍼트리는 그 특유의 냄새를 잊을 수는 없지 . 

 꼭 삶의 터전도 전쟁 중의 전장터와 다를 게 없다는 듯 섬너가 다다른 곳은 아름답지 못하다 . 그도 스스로 무슨 미친 짓을 벌인 건지 바로 후회했을 만큼 , 항행의 시작부터 곧 너의 몸과 이상의 괴리를 알려주지 하는 것처럼 온 몸의 뿌리를 발칵 뒤집는 배멀미에 진저릴치게 되니 말이다 . 

 

 

선원들은 섬너가 그리스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친놈이라고 비웃었지만 , 실상 , 그들이 카드 놀이를 하거나 날씨 얘기를 할 때 , 그는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은 지극한 복락의 상태로 침상에 누워 있었다 . 그렇게 아편을 흡입하면 , 섬너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 마음이 기연가미연가한 상태에서 뒤죽박죽된 시공간을 부유했다 . 골웨이 , 러크라우 , 벨파스트 , 런던 , 붐베이 . 1분이 한 시간 같았고 , 거의 순식간에 10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 아편은 속임수요 , 사기인가 ? 섬너는 가끔 궁금하다 . 그게 아니라면 , 우리 주변의 세상이 거짓인가 ? 격정과 비통 , 지루함과 걱정의 세상 말이다 . 섬너가 다른 것은 모른다 할지라도 , 이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 그 둘 다 진실일 수는 없다는 것 말이다 .
(본문 76 쪽 )

그들은 부빙 같다  . 그저 한덩이 떠 있을땐 발도 딛고 몸도 세울 수 있는 곳만 같았는데 부빙끼리 충돌하면 그 충격에 와지끈 가장자리며 중심이며 상관없이 검은 바닷물로 부서져 내리지 않던가 ? 부빙같은 사람들의 충돌이 그렇듯 허무하게 스러지고 가라앉는 모양새가... 


섬너의 비밀이 뭔가 엄청난 걸 거라 생각한 나를 비웃는 작가 . 그의 불명예스런 제대장이 비밀이었다니 그깟 종이 한장으로 사람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나 세상의 방식에 새삼 기가 막힌다 . 
좀 더 악착같을 줄 알았던 드랙스의 끝은 하루만 살자 하는 사람답게 허망한 끝이었다 . 악인 최후의 예우가 이처럼 되야하지 않겠냐는 듯 작가는 악의 형상에 어떤 권위도 주지 않고 간단히 멸할 것을 명한다 . 

모함에 걸려 명예도 잃고 바닷가 악취나는 소굴로 몰려 들어왔던 섬너는 그곳을 벗어나며 다시 오명으로 얼룩진 채 도망쳐 나오게 된다 . 그의 말처럼 사람의 연줄은 힘이 없어도 돈은 금화는 힘이 있었다 . 정의는 그만큼 허약한 거라는 걸 보여주려 한걸까 ? 그가 한 게 뭐가 있나 , 살인자를 정당방위로 죽이고도 도망자 신세 . 또 그 먼 바다까지 가서는 사람들을 다 잃고 혼자 돌아오고 만다 . 아편에 취했을 때 그가 한 생각들 , 정의나 사람의 순수함은 속임수고 사기 같다 . 아니 그 둘 다 진실일리는 없다 .

너무 찬 내 손에 내가 놀란다 . 벌써 2월의 끝인데 봄이 다가올수록 온기를 몹시 갈망하면서도 여름에 치를 떠는 내가 있다 . 얼어 붙은 바다를 빠져나오며 또 가을의 전설만을 떠올리는 내가 있다 . 지독함은 그 겨울에 놓고 오자 . 그래 그러자 ...
 

선원들은 섬너가 그리스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친놈이라고 비웃었지만 , 실상 , 그들이 카드 놀이를 하거나 날씨 얘기를 할 때 , 그는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은 지극한 복락의 상태로 침상에 누워 있었다 . 그렇게 아편을 흡입하면 , 섬너는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 마음이 기연가미연가한 상태에서 뒤죽박죽된 시공간을 부유했다 . 골웨이 , 러크라우 , 벨파스트 , 런던 , 붐베이 . 1분이 한 시간 같았고 , 거의 순식간에 10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 아편은 속임수요 , 사기인가 ? 섬너는 가끔 궁금하다 . 그게 아니라면 , 우리 주변의 세상이 거짓인가 ? 격정과 비통 , 지루함과 걱정의 세상 말이다 . 섬너가 다른 것은 모른다 할지라도 , 이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 그 둘 다 진실일 수는 없다는 것 말이다 .

(본문 76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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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3-16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사막 아니면 얼어붙은 바다...이 소설의 공간은 중간이 없어요 중간이...-_-...시대상이 그렇다기 보다 주인공이 운명을 꼰다고 할까나; 남일이 아닌가ㅎㄱㅎ;;

[그장소] 2018-03-16 21:48   좋아요 1 | URL
대문 프로필 넘 시원해요! 연두해요~!!^^
ㅎㅎㅎ
섬너 가 박복해요 . 지지리 운도 없지 ...
실력과 능력만으로 벌써 저 시대부터 개인이 정당하게 살기는 힘들다고 말해오는거 같잖아요~^^;
부당한 검은 돈이 유일한 출구처럼 그려지니.. ㅡㅡ 에휴~

AgalmA 2018-03-16 22:06   좋아요 1 | URL
최후의 만찬 패러디 & 숨은그림찾기 프사ㅎㅎ
그러나 아무도 모르징ㅋ

[그장소] 2018-03-16 22:03   좋아요 1 | URL
아!! 그렇게도 보여요 . 넘 작아서 얼른 날아채기 힘들지만 .. 힌트를 주면 아~ 아~ 하겠어요! 색이 반전미를 주네요!^^ 허를 찌른달까요!!
 
작은 몰입 - 눈앞의 성취부터 붙잡는 힘
로버트 트위거 지음,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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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F 작은 몰입 ㅡ로버트 트위거 ,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메이브 빈치의 소설 [ 그 겨울의 일주일 ]에 나오는 넬 하우가 문득 생각났다 . 그녀는 정년을 맞아 평생을 몸담고 있던 교직에서 은퇴해 교직원들의 은퇴 선물로 스톤하우스 숙박 티켓을 선물 받는다 . 여행을 떠나기 전의 삶을 보면 그녀는 세상의 일에 철저히 무관심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  마음이 아무리 닫힌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어딘가에 마음을 , 시선을 주기 마련인데 그녀는 스스로 그런 가능성조차를 차단하고 살아간다 . 그런 사람은 기회가 와도 , 변화의 문이 열려도 그 문 앞에 서지 않는다 . 한 걸음만 내딛어도 풍경이 바뀌고 관계가 만들어 질 수 있는데도 그런 기회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 주저하는 마음을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삶이 바뀔 수 있는데 말이다 .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의 시간을 그냥 허비하고 만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 비둘기 ] 에 보면 넬 하우처럼 자신의 삶을 아주 간신히 이어갈 수 있는 여건임에도 그에 만족하고 변화를 원치 않는 주인공 조나단 노엘이 나온다 .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건 그저 새 한마리 , 비둘기 한마리 였었다 . 그 새 한마리가 두려워 그는 쭉 고수해오던 익숙한 삶의 패턴을 허물게 된다 .

패턴을 허무는 계기 , 조나단 노엘의 비둘기가 아니어도 넬 하우처럼 스톤하우스 티켓이 아니어도 우리에겐 그런 기회를 잡을 순간들이 매 순간 찾아온다 . 그게 불행의 사건이든 행복하고 소소한 사건이든 그저 다가 온 기회를 두려워 않고 덥썩 잡기만 하면 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다해도 지금의 세상은 이 책 속에 표현된 근대의 시대가 아닌 탓에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 .

이 책에 표현된 ' 쓰담쓰담 ㅡ 토닥토닥 장애 ' 를  기회와 환경이라는 걸로 놓고 다시 생각해본다 . 마음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환경을 핑게로 시간이 없고 돈이 없고  , 아니면 그저 너무 지쳐서 무기력해 장애 그 자체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 그저 배를 둥글게 쓰다듬으며 동시에 머리를 치는 행위는 단순한 몸의 저항 현상이 아닌 사회적 정체 현상이 될 수도 있다 . 개인이 곧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다 . 개인의 행복 지수가 높아야 사회 전반의 행복 지수도 올라간다 . 그런데 이 편리한 첨단과 시스템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시스템의 부품이 되느라 자기를 돌볼 시간조차를 아낀다면 그건 국가적 , 인류사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일것이다 . 미래의 어느 시대쯤에 우리 후손이 호모 사피엔스를 검색했는데 그 정의가 시스템의 부품이 된 슬기로운 (?) 인류 라고 쓰여있다면 어떻겠는가 .

이 책은 작은 몰입 , 즉 개인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음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요령을 여러 사례를 들어 위트있게 보여주고 있다 . 책에서처럼 꼭 동그라미를 그리고 오믈렛를 만들고 로프을 타며 검을 휘두를 필요까진 없겠지만 , 뭔가가 변하는 현상을 주의깊게 바라볼 시점 , 초점이 생기는 데엔 많고 큰 것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면서 읽는 이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 다만 책에서 저격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은 꼭 이 책엔 필요없는 뱀의 다리 같았다 . 어쨌거나 저자 스스로가 몰입하며 우리에게 예시로 든 많은 일들 대게가 시간을 공들여 투자해야 하는 일인데 아주 쉽죠 ~ 하는 건 어폐가 있어 보인다 . 자연히 그에 대한 반발심을 동시에 불러오는 표현 같았기 때문이다 .

좀 몰입하기 어려운 책 뒤에 읽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 저자가 나 , 능력자야 ! 그래보이지 하는 으스댐 마저 꽤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 작은 몰입 덕에 작은 웃음을 저자 덕에 지어보게 된 시간이었다 .

1만 시간의 법칙대로 한 우물만 죽어라 파서 어떤 분야의 ‘ 끝판왕 ‘ 이 돼야 할까 ?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하여 소위 크게 성공한 인재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

빠른 결과를 내야 하는 부담 없이 천천히 ,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재미도 마이크로마스터리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 그것을 해내는 데 유연성을 발휘하여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수 있다 . 그 과정에서 우리는 뇌의 다감각적 뉴런에 호소하는 3차원 방식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
(본문 13 쪽 )

신경 기능과 관련된 최근의 조사에서 뇌의 상당 부분이 다감각적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다시 말해 후각을 담당하는 뇌세포와 시각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으며 , 후각과 시각의 입력 정보 모두를 똑같은 세포에서 처리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인간은 보다 다차원적이고 다감각적일 때 잘 배울 수 있다 .
(본문 41 , 42 쪽 )

뇌는 감각을 따로 처리하지 않는다 . 대부분의 뇌세포들은 청각 , 촉각 , 후각을 비롯해 심지어 고통까지도 동시에 기록한다 . 이런 맥락이라면 지능 역시 분류되어 있지 않고 고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더욱 선명해진다 . 인간의 여러 감각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 .
(본문 55 , 56 쪽 )

근대 이전의 시대엔 누구나 다재다능하게 살았다 .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고 고치는 기술이 사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했던 까닭이다 . 당시 사람들은 놀 때도 직접적인 활동과 사고를 수반했다 . 이러한 다재다능적 삶의 기반을 지금의 교통 , 통신 , 오락이 제공하는 용이함과 편안함이 허물어뜨리고 있다 . 근대 이전의 기분으로 보자면 푸줏간 주인이나 은행가 , 광부의 아내는 얼마든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나 출증한 수채화가가 될 수 있었지만 현재의 편리함이 그런 그런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 누구의 마음에나 있는 잠재성 , 마이크로마스터리가 되찾아준다면 어떻겠는가 ?
(본문 81 쪽 )

이 책은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숨겨진 길을 보여주겠다는 매혹적인 약속이다 . 그 길이 숨겨진 이유는 우리가 그 길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그 길이 어렵고 복잡하고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감추고 있다 . 흥미를 가질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모든 것이 우리에겐 숨겨진 길이다 .
모든 것은 흥미에서 시작된다 .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게 된다 .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흥밋거리를 가지고 있다 . 심각할 정도로 모든 일에 흥미가 없다면 그건 우울증의 한 증상이다 .
(본문 251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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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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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에 누가 있다

 

나희덕

 

 

밤구름이 잘 익은 달을 낳고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후

숲에서는 ...... 툭 ...... 탁 ...... 타닥 ......

상수리나무가 이따금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제 열매를 던지고 있다

열매가 저절로 터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입술을 둥글게 오므렸을까

검은 숲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 ,

나는 그제야 알게도 된다

열매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말을 하고 싶은 때를 위해 지어졌다는 것을

...... 타다닥 ...... 따악 ...... 톡 ...... 타르르 ......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꽉 찬 가을숲에서

밤새 제 열매를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둥근 말 몇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 탁 ...... 굴러와 박혔

으니

 

(본문 12 , 13 쪽 )

 

나희덕 시집 ㅡ 어두워진다는 것 ㅡ중에서

 

 


 

 

지난 가을 이후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숲 계단을 밟지 않았다

그 가을 계단에 누가 부러 흘린듯 쏟아져 있던 열매들

도마뱀 , 풍뎅이 , 잠자리 , 그리고 바람

그것들은 쏜살같이 잘도 흩어지고 모이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 다녔다 금조차 밟지 않으려고

계단에 떨어진 열매들 지금은 다 어디갔을까

그들이 온 숲으로 잘들 돌아갔을까

시인의 말처럼 복숭아뼈 하나는 내게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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