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위도우 THE WIDOW: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청림출판(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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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리디북스 첫 가입 축하로 받은 e-book 포인트가 있어서 구매한 책이었는데, 나름 고민하고 고른게 이렇게 실망스럽다니 , 무지하게 속상하다 . 문학적인 문장이 있기를 하나 마지막에 끝내 반전이라도 있겠거니 하고 기대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지면을 날로 , 아니 화면을 날로 먹을 수 있지? 그런 뻔한 내용들을 ,  나는 구성해서 못 쓰고 쓸 생각도 안하니까 그점은 대단하게 생각해서 최소한 별점은 주긴한다만 , 작가로 출판사로 좀 양심에 , 아니다 . 뭐 이보다 훨씬 더 저질의 책은 많고도 많다 . 일단 스토리를 이어가긴 하니까 ...

 

아. 별 하나 더 뺄까? 이걸 끝까지 읽은 내가 넘 대견하다.. 시간이..아깝고..내 선택이 아깝고 , 포인트가 아까워 읽은거지만. e-book도 충분히 리뷰들을 보고 골라야겠다 .

 

 

미망인을 뜻하는 제목. 남편이 죽고 비밀을 간직한 여인을 몰아갈 듯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런데 그 부분까지가 참 길고 지루하다 . 공범이냐, 아니냐하는 문제와 감응형 범죄이냐 아니냐를 놓고 추적하는데, 그걸 떠나 그녀의 진짜 비밀은  제목 자체에 있다고 해야겠다 .

 

소아성범죄자들의 지능형 범죄의 사례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우리나라에선 공공연하게 남자들의 포르노를 허용한다 .( 법적허용은 모르겠지만 일단 온라인 사이트베너만 해도 온통 그런 유도 광고세계들) 그걸 안보는 남자는 어딘가 비정상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친구들 끼리 찌빠귀 폴더니 직박구리폴더니 하며 비밀 폴더 공유 어쩌고 하고 , 농담들을 여자들은 모르는 말인 것처럼 주고받으며 킬킬 대는 걸 본다 .

 

야동얘기 (야구 동영상?) 라는 것을 아는데, 아는 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는 모르는 척한다 . 알고 싶지도 안다 . 영화의 수위가 높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같다 . 포르노는 포르노다 . 포르노를 의식하고 찍는 영화니까 . 그 영화에 뭐 , 만든이의 자기 철학이야 있을 순 있겠지만 벗는 건 다 같고 몸도 , 사람도 같다만 받아들이는 각각의 사람이 다르다 . 의식도 다를 것이고 .

 

그냥 영화에서 벗는 것과 포르노에서 벗는 게 무슨 차이냐 하면 기승전결이 다르다는 것 . 정도로 나는 이해한다 . 내게 이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겠지만 ,  아무튼 나는 범죄욕구가 불법 포르노 순환에서부터 발생한다는 프로파일에 대게 동의하므로 , 그걸 본다고 전부 범인이란 소리냐 하면 할 말 없지만 잠재성은 있다고 .

일단 불법적 루트에 한번 이상 접촉을 한다는 것이 되는거니까, 한번이 두번도 , 되지 말란 법이 없고 말이다 .

 

아 ,그래서 글 속의 남편은 자기 개발(?)을 하셨다가  뒤늦게 찾은 자아 덕에  예상치 못한 죽음도 맞이하지만 , 말이다 . 글 속의 경찰도 참 능력이 딸리긴 우리 나라와 다를 게 없이 의욕만 앞서서 제대로 짚어 놓고도 증거를 못 잡는다 . 처음 파란 벤 ㅡ을 추적하던 때부터 침착성을 유지했더라면 좀 더 빨리 사건과 가까워 졌을테고 그럼 범인이 살았을때 모든게 알려졌을 텐데 ...

 

아이를 잃은 엄마의 입장이나 기자들 , 경찰들의 입장은 그런대로 사실적인 부분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 슬픔에 침몰되는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그 슬픔을 다른 힘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

 

400여 페이지의 사건 파일을 끝낸다 . 이만! 미망인 사건 , 벨라 유괴사건 최종 종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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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시골에서 책을 고르고.읽고.쓴다는 것
최종규 지음 / 스토리닷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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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제가 자란 마을은 눈을 들면 바로 앞에 커다란 미루나무 숲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 철철이 명아주며 쇠비름이며 바랭이가 지천이고 밤엔 먼 하늘 별빛 같은 달맞이 꽃이 환하게 피었더랬죠 .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말리려고 널어둔 붉은고추들을 뒤엎어 놓고 , 아침엔 뒷꼍의 냇가때문에 안개가 얼굴을 세수시키는 그런 곳이요 . 철철이 나는 건 잡초 뿐아니라 산나물도 산열매도 있었습니다 . 산딸기가 떨어질 무렵엔 찔레를 꺽어 먹고 , 으름열매를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는 , 냇가는 물도 깊어 여름이면 겨운 땀에 전 몸을 언제든 받아주었습니다 . 그 시절의 자연이 어쩌면 저를 지금도 책을 읽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읽으며 기억해 내게 되었습니다 . 천천한 독서의 즐거움이 뭔지 말입니다 .

뒤늦게 시작한 블로그에 어색한 수줍음이 가실 무렵 , 이웃의 서재에서 엄청난 포스팅들을 보게 되고 했습니다 . 어느때는 순우리말의 어원을 쫓아가고 , 어느 땐 [향수 ]의 가삿말에 나올 법한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 계집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달리며 즐거워하고 , 또 기다렸다는듯 밥상을 차려 맛나게 한끼 식사로 저를 초대하곤 했습니다 . 저도 숲노래님도 잊었을지 모르는 첫인사는 어디에서 시작한 건지 , 어느 포스팅에 붙어있는 건지 , 자신할 수 없게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수의 포스팅이 올라오곤 하는 이웃님인 숲노래 .

확실하지 않지만 , 어떤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곳에서 인사를 나누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그리곤 종종 숲노래님이 올려주는 ‘ 흙에서 자란 내마음 ‘ 같은 사진이 담긴 포스팅에 간간히 안부를 전하곤 했고요 . 사실 이 책을 제가 보는건 민폐가 아닐까도 싶어 수초간 망설였는데 , 그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을 걸 상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냉큼 ˝하우애˝ 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 책이 오고 일주일을 그야말로 돌아서면 밥때가 되고 밥상을 차리듯 곁에두고 그렇게 천천히 읽었습니다 . 꼬박 일주일을요 .
그건 책이 안 읽혀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추억들을 부르는 탓이었습니다 .

고흥은 가본 기억이 없어서 (아마도) 잘 모르지만 , 숲노래님의 이야기로 시골도서관이 알차지는 것들을 마치 곁에서 보듯 실시간으로 본 듯한 기분입니다 .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시골이웃‘ 과 ‘도시이웃‘이 서로 어깨동무 하듯 즐기며 생각을 되뇌이는 많은 책들의 이야기가 이 한권에 그야말로 고요한 등불을 밝히듯 차곡차곡 담아져 있었습니다 .

제가 작가님들에 노고에 미안해하면서도 한 작가의 책을 읽고 거기서 다른 작품을 들어 책을 되새김하는 것을 멈출수 없듯이 , 가장 좋은 책은 호기심과 다른 탐독들을 부르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 그런데 이 책 역시나 그랬습니다 .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이야기로 살림의 이야기 뒤로 이어지는 책이야기가 잔뜩 잔뜩 있었습니다 . 아이들의 놀이들 갈피에도 조근조근 이어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 .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곁에 두어야 맘이 편한 독자들에겐 이만한 선물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 특히 저와 같이 시골의 향수를 잊을 수없는 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겠다는 그런 믿음도요 .

빠르게 많이도 , 천천히 하나 하나 생각하며 찾아 읽기에도 분명 도움이 될 ˝ 시골에서 책읽는 즐거움 ˝
추억과 함께 현재의 삶도 동시에 열어볼 수있는 마법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
좋은 책을 보내 주신 ‘ 하우애님 ‘ 그리고 멋진 시간을 만들어주신 숲노래 최종규 작가님 .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 곳 고흥의 시간들을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도시에서도 시골을 품을 수있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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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4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12-14 23:02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많은 걸 다보진 못하고 , 눈에뜨이는 것만 일단 보는쪽 입니다. 엄청난 성실과 애씀 이 보이는 분이예요.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포스팅은 말그대로 존경스러울지경이고요!^^
 
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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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내내 물고기의 날 것 냄새를 코 끝으로 느낀다 . 2004년도 이상문학상이 화장이니 이 글은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책장에 꽂힌 화장을 다시 펴 볼까 하다가 말았다 . 이 집에선 더이상 날 것의 비린내가 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 엊저녁 욕실의 쓰레기 통을 비우려다 보니 아이가 돌돌 예쁘게 말아둔 뭉치들이 여럿이었다 . 내가 치우는 첫 뒤처리물들이다 . 아 , 괜한 내 코만 탓했는데 사실적 일이 내 집에서 벌어지는 걸 소설을 읽으며 체감을 하는 이상한 모양에 설핏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냄새가 맡아 질 뒷처리가 아니었는데 아마도 연상작용일테지...

 

어제 오라비와 마주 하고 앉아 네가 몇 살이지 ? 따위를 주워 삼기며 어릴 때 이야기들로 속절없이 웃었는데 , 아직 오지 않은 쉰 과 쉰다섯의 자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 이야기들만 같았다 .

 

한동안 '밥벌이의 지겨움' 에 대해 또 , '라면을 끓이며' 등으로 화제였는데 이 소설의 십 년을 훌쩍 뛰어 넘어선 그 느낌이 전혀 , 낯설어 서걱서걱 대는게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몇 번을 끄적거리며 읽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냥 내쳐 읽기만을 하기로 하고 겨우 끝을 냈을 때 그 후련함은 꼭 뭉친 월경이 화악 세어나오는 듯한 시원함을 대신 느끼게 한다 .  이젠 하는 수 없는 일로 나와 상관없는 월경과 또 다른 여자의 삶 . 뭔가를 또 하나 넘어선다는 느낌의 월경 과 폐경 ...

 

그 나이면 폐경을 맞이 하는구나 , 상식적인 것들로만 알다가 소설로 읽으니 이상했다 . 하긴 요즘은 뭐든 우리 때완 다르기도 하니까 ... 언젠가 직장 일로 스트레스가 높았던 친구가 폐경 위험을 알리는 병원 소식에 울적해 하며 전활 걸어 왔었는데 그땐 뭐랄 수 없이 먼 거리감에 무슨말로 위롤 했었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다행이 친구는 한참 돌쟁이 딸 아이와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지금 행복하니 새삼 기쁜일이구나 , 피를 흘린다는 건 ... 뭐 이런 생각들 ...

 

쉰에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온다 . 하나 있는 딸아이도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학 중이고 기회다 싶게 정리를 당연한 일처럼 내미는 남편에 두말없이 응하는 여자 . 그 여자 곁엔 강 건너 진작 혼자가 된 쉰 다섯의 언니가 있다 . 언니는 이 여자의 삶에 내밀하게 가깝다 . 동생의 새 집에 드나드는 남편의 부하직원이던 그를 말로 내비친 적도 없는데 살뜰하게 살핀다 .그치만 참 서글프다 . 동생의 남편이 긴 시간 계절이 바뀌도록 여자의 머리칼을 속옷에 묻혀 돌아오는 걸 알았으면서 모른 척한 이 여자와 해고된 부하직원과 물론 사별한 남자지만 아직 미혼의 딸아이가 있는 사람의 만남에 불륜의 이미지를 덧씌운 듯해서 궂이 알릴 것 없지만 , 어쩐지 이 설정이 야박하게 느껴지고 하는수 없다는 표현에 그 나이대의 연애란 그런걸까 ...그저 상상을 해볼 뿐이다 .

 

사는 일이 크게 나이와는 상관없으려나 ...?  동생은 형부가 비행기사고로 죽었을 때 시신을 운구하는 엠블런스 뒤를 쫓으며 운전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 그때 그 차안에서 급작스런 하혈부터 언니의 폐경이  길고 불시로 드나들며 붉었던 걸 들려주는 참이다 . 저녁 노을이 퍼지며 사그라드는 장면을 오래 스미듯이 설명할 때 , 그 붉음과 이 붉음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몸이 스르륵 풀리고 만다 .

 

두 자매는 이런 것이구나 . 넘어선 뭔가가 거리처럼 있으면서도 살가운 것 . 그런 거리에 대한 걸 읽었다 .

 

오랫만에 가독성있게 글을 읽어서 내게도 뿌듯하다 . 한동안 이 작가의 문장들이 그리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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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12-14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어갈수록 자매는 그런 것 같아요. ^^

[그장소] 2016-12-14 00:38   좋아요 0 | URL
자매도 그렇고 ,모녀지간도 그런것 같아요. 여자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게...^^

구름물고기 2016-12-14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어져 중고장터를 보고 있는 지금;;

[그장소] 2016-12-14 01:40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읽은 황순원문학상 중 최고였어요! (못 읽은 건 빼고 ,)
저도 이걸 보려고 중고를 뒤져 샀다죠! ㅎㅎㅎ
알라딘의 지니 (품절도서의뢰를 하시면 추천이 오고 알려줘요! 그래서 저도 저렴하게 구입한 기억!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구름물고기 2016-12-14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고란 말에 결제완료 ㅋ 포근한 밤 되세요

[그장소] 2016-12-14 01:58   좋아요 0 | URL
ㅎㅎ감사~감사!!^^구름물고기님도 포근한 잠 되세요 !
 
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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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작으로 읽은 『별명의 달인』이란 책에서  만난 【바소콘티누오】가 아직 생생하다 .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D장조의 여운이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걷던 언 눈이 곳곳에 있던 귀갓길에 두 그림자를 비추던 나트륨 주황의 가로등 불빛들이 ...근 이년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잘 맞춘 간수로 만든 담백하고 깨끗한 두부처럼 따끈 따끈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

 

가족사를 다루는 작가들은 많고 많지만 나는 구효서 작가를 빼고 갈 수없다고 생각한다 . 【도라지꽃 누님】에서 【모란꽃】에서 그가 누이들을 상대로 글을 낼때 느낀 감정은 , 밍밍한 두부가 뭔 깊은 맛을 내겠나 싶겠지만 제대로 만든 두부란 별 조리가 없이도 그 자체로 따듯하며 신선한 요리가 된다는 걸 알게 해주었던 것처럼 .

 

 

한 마디로 간이 잘 밴 요리같이 어느 귀퉁일 지나도 옛집의 감나무처럼 생각이 나니까 ...

그러나 잘 받은 상차림과 음악들의 여운이란게 대게 그렇 듯 분명한 선에서의 끝이란 게 없다 . 그저 진행형의 무엇일 뿐이다 . 소금가마니를 마침 좋은 위치에 놓고 오래 오래 간수를 내듯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인 공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지 , 그게 뭐라고 확실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지진 않는 것처럼 , 이 소설이 또 그렇게 내게 한 맛의 세계로 언어적 표현의 끝을 보여주었다 .

주먹두부처럼 와당무늬를 찍어낸 반듯반듯한 두부가 아닌 거친 베에 짠 모양을 그대로 드러내는 주먹두부가 나는 생각이 났다 .

 

 

아흔 일곱의 천수를 누린 어머니의 마흔 다섯 나이에 얻은 막내둥이 아들로 나이가 들어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삶의 방식이 폭력적인 아버지보다 더 이해 어려운 무엇으로 , 주인공은 평생 다른이의 씨로 형제자매들과는 달라 (다를 것이라는)그 처지를 눈치 받으며 살아왔는데 , 어머니가 죽고 나서 누구에게도 물을 수없는 사실을 외종형이 남긴 어머니가 보던 책이라는 것에서 찾으려 한다 .

가늠이 안되는 부모는 대체 어떤 부모일까 ...

 

 

나는 최근에 한 이웃분이 자신의 어머닐 소개하며 생에 가장 멋진 분이고 그런 분의 자식임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얘길해 무척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

 

 

존경과 외경을 받는 부모의 자리 , 거기에 주인공은 키르케고르의 저서 「공포와 전율」을 펼쳐보면서 토정비결도 아닌 「금옥연」이나 「동정추월」 , 「김인향전」 도 아닌 저 키르케고르에서 놀란다 . 더욱이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보던 철없던 시절의 밑줄 친 부분들이 어머니가 연필로 줄 쳐 놓은 것들과 묘하게 겹친다는 걸 느끼면서 서책의 주인이름(자신의 생부라고 추측들을 하는) 이 박힌 책을 곱씹는 순간들과 자신의 피는 그저 어머니의 아들일 밖에 없음을 깨닫는 순간까지를 그려낸다 .  

 

 

그 어머니 생애의 폭력은 가혹하니... 가혹하다 , 가혹할 수밖에 라는 어떤 시인의 싯귀만 떠올릴 정도의 삶이었는데도 다행이 말년이 곱고 고와서 두부같이 정갈하였다 . 어머니의 그 두부로 자식들을 키우며 소리없이 참고 인내한 간수같은 인생 . 소금가마니가 녹아 주저 앉아도 그 소금창고 속 존재가 내내 생생하듯  어머니란 존재는 폭력에 저항없던 어머니의 삶과 소금이란 희생의 결과물임을 그저 짐작만 해 볼 뿐이다 . 그럴 듯한 말로 멋지게 해석되어지진 않으나 좋은 문장에 밑줄에 절로 쳐지 듯 그런 거였다고 ...

 

 

작가가 보고 또 구현해 보이려 한 소금 가마니의 생 ㅡ 감히 그 속에 나는 들어가 오래 앉아 있을 수나 있을지 , 겨우 짠 눈물만을 이해하는 내가 ... 그래서 한 없이 내가 작아지는 단편이었고 , 또 역시 어느 귀퉁일 돌아 만나는 감나무의 까치밥처럼 문득문득 내 삶을 깨치겠지 .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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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 - 2005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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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기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찾아보니 없다 . 노트의 줄 위치까지 기억나는 그 한자의 환영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 또 기억 속의 이 하얀 화면들에 까맣게 점점이 찍혔던 익숙한 문장들은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글을 본 것일까 , 오늘로 세번째  읽는 < 다시 한 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

사실은 읽었던 것이고 , 기억에 썼던 것이라 가볍게 내 리뷰나 읽고 넘어가려고 찾다가 없어 당황을 했다 . 그래서 결국은 기록을 하는중이다. 기억의 소실인지 , 기록의 소실인지 , 아니면 그 모든 것이 그저 나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인지......

처음 만난 책은 2009년 김연수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수상하고 그 작품집의 자선작으로였다 . 두번째는 <나는 유령작가 입니다 > 소설집에 수록 되어져 만났다 . 그리곤 이번이 2005년도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속에서 다시 만난다 . 연대도 마구 흩어져 엉망이고 들쑥날쑥 하지만 , 책의 질감을 기억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걸까 ?

마치 소설 속의 그가 홀연히 저 낭가프르트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 내 기억에 뭔가 틈이 생긴 걸까? 크랙이나 크래바스같은 ? 어두운 구멍이 ......

글은 사실 좀 섬세하게 따라가지 않으면 곧 길을 잃게 된다 . 나는~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그는~으로 바뀌어 있고 그 변화는 지극히 미묘한 가르킴이어서 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금새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

큰 줄기를 놓고 보면 산악부에 몸담고 있던 소설가로 가능성 있는 대학4학년 생의 그가 돌연 여자친구의 실연 (자살이지만 그는 실연이 아직 오지 않았다 우기고 있으므로)으로  집에  처박혀 책을 읽으며 소설을 장장 9개월간 쓰고 , 그걸 우연한 기회로 찾은 , 여자친구가 대출해 본 마지막 책으로 짐작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주석을 단 나" (그는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12 살 연상이다 . 물론 가정도 있고!)에게 보내게되고 , 나는 그의 노트를 출판사에 넘겨서  편집자와 같이 노트를 봐 버린다 .

 

재미있다고 편집자는 말하는데 그는 소설을 낼 생각이 없었으니 돌려 달라고 하고 , 그가 알고 싶었던 건 단지 그 왕오천축국전을 마지막으로 들여다 본 여자친구의 심리에 뭐가 있는지  였다 . 주석을 단 교수는 알거라고 생각한 그가 매달리지만 사실은 알 수 없는 채 잠시 둘의 감정은 부딪히지만 그게 뭔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도 못되고 ,  그는 어느새 비행기에 몸을 싣고 88올림픽을 기념하는 낭가파르트 원정대에 있다 .

 

이후의 글 속 기록은 다시 읽어도 거의 영화 "남극 일기" 속의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 . 고소증세로 , 혹독한 기후로 또 , 척박한 지원금과 무지막지한 계획의 몰아댐으로 그들은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눈 길을 다지지만 결과는 참혹하고 , 그는 나에게 마지막 편지로 " 다시 한달을 가서 설 산을 넘으면..." 이라는 문장을 끝으로 영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다 .

 

본래의 내 기억이 맞다면 내 리뷰는 있어야 하고 , 원래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바라는 꿈들을 이뤄간다면 아마도 글 속의 여자친구와 그는 결혼을 했거나 , 혹은 헤어졌거나  그게 아니라면 지지고 볶고  싸우고 남들 다하는 것들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 평범한 것들을 그저 최선을 다해 소망하면서 , 있을 자리에 있었을 테지 , 그런데 무엇이 그 미세한 틈을 만들어 놓은 걸까 , 80년대 후반이라는 사회적 정서? 아니면 이 글 속의 나는 과 그는 처럼 넘을 수없는 관계 ? 그를 그 고산대 까지 오르게 하고 기어이 미쳐버리게 한 것이 무엇인지 , 한 참의 젊은 여학생이 한강으로 투신하며 세상에 용서를 구한 것이 무엇인지 . 

 

보지 못하고 , 표현 못한 문장들 속  그것들은 과연 무엇이엇을까 ...혜초도 미쳐 모른 왕국이 어딘가 있었을까 ... 그럼 그는 설산을 넘어 그의 나라로 가고 , 내 리뷰는 하얀 이 화면 어딘가에 분명하게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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