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된 아빠와 스트레스 선생 모두가 친구 20
세실리아 에우다베 지음, 하코보 뮤니츠 로페스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고래이야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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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도서관에서 <30년만의 휴식>의 저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이무석 박사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한 말씀 한 말씀 감동을 주었지만 그 중 한 부분이 유난히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부모님이 밖에서 다른 일로 화난 일이 있을 때 대부분 화난 감정과 표정을 아이에게 그대로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아이는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부분 화가 난 직접적인 이유를 아이가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화의 감정을 아이에게 전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사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화가 난 것을 아이가 전혀 모르게 하기는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조그만 표정 변화에도 큰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에 너 때문에 화난 게 아니고 어떠 어떠한 일 때문에 그러니까 시간이 필요하다는 솔직한 감정 전달,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곰이 된 아빠와 스트레스 선생>(세실리아 에우다베 지음 / 하코보 뮤니츠 로페스 그림 / 유 아가다 옮김 / 고래이야기 / 2012)
이 책에는 성난 곰으로 변해 버린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는 주인공 아나가 등장합니다. 아빠가 곰으로 변해 버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엄마는 아빠의 몸 속에 스트레스 선생이 들어가 있어 그렇다고 하지요.

이날부터 아빠의 몸 속에 들어가 있는 스트레스 선생을 만나기 위한 아나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됩니다. 그 만큼 따뜻하고 친절했던 예전 아빠의 모습을 갈망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까지 애가 타게 만들지요.

과연 아나는 아빠를 괴롭히는 스트레스 선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스트레스 선생을 찾아다니는 주인공 아나의 모습이 우리 시대 많은 아이들의 현실이 아닐까싶어 혹 나도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있진 않은지 뒤돌아 보게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빠처럼 주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사실, 어딘가에 몰두하거나 아무 생각이 없이 무표정하게 있을 때 종종 냉정하게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엄마의 그런 표정에서 까닭없는 불안을 느끼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작업 중 가족 구성원을 동물로 표현해 보는 활동지에 엄마 아빠를 너무 무섭기 때문에 사자, 호랑이 심지어는 천둥 번개라고 쓴
아이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물론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럴 수 있다고는 하더라도 어쨌든 아이들이 당시 느꼈을 무섭고 힘들었던 고통이 글로 느껴져 한 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아이가 엄마 아빠의 몸 속에 들어 있는 스트레스 선생을 찾아 나서지 않도록, 아이가 더 이상 엄마 아빠의 얼굴에서 찬바람 쌩쌩 부는 얼음 마녀를 만나지 않도록, 부모님의 미소 속에서 따뜻한 사랑을 만날 수 있도록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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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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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부분 대상을 수상한 <마음의 집>(김희경 지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2010)은 폴란드 그림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한국의 글작가 김희경, 창비가 공동으로 작업해 한국에서 첫 출간된 책입니다.

 
  라가치 상(Ragazzi Award)는 2년 이내 출간된 전 세계 어린이책 중 창작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이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립니다. 1966년 제정되어 매년 그 권위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어린이도서를
출판하는 전 세계 출판인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마음의 집>은 철학적인 이야기가 낯선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현실 공간을 빌려와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마음과 집이 한데 어울려 있어 오래 생각하고 몰입해야만 진정한 책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가치 상 심사평에도 이 책이 한 편의 우아한 시이며, 탁월한 완성도로 추상적인 기하학적 형태들이 완성되어 있으며, 암시적인 구조물들은 이미지와 함께 철학적 대화를 이끌어낸다고 했습니다.

  책은 "우리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큰 세가지 명제를 던져주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림책 형식을 빌려왔지만 철학적 깊이는 어른이 읽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
    평생 한집에만 사는 고집쟁이
    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처럼
    마음의 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 달라
    백 사람이면 백 개의 집이 생기지.
 
    마음의 집에는 문이 있어.
    어떤 사람은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어떤 사람은 활짝 열어 두지.
    문을 아예 닫고 사는 사람도 있단다.
 
    마음의 집에는 방도 있어.
    어떤 방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어떤 방은 좁아서 겨우 자기만 들어갈 수 있지. (p. 29 ~ )

  푸른 색 종이를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고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 읽으며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게 하는 힘을 가진 그림책입니다.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대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하듯이...

  <마음의 집>에 글을 쓴 이희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프리랜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관 프로젝트인 '모모뮤지엄www.momomuseum.org)'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좀 보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는 1960년 폴란드 토루인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그림책은 질감과 문양이 다른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하여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며,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가 잠깐 다림질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한 사이 엄마가 아끼는 식탁보에 눌어붙은 자국이 생기자 온갖 걱정을 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는 상황을 그린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를 보면 단순한 그림을 통해 입체적 상황을 연출해 내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허전해 보일 수 있는 그림속에서 기발함이 그 진가를 발휘하지요. 
 
  그리고 최근의 손바느질 그림책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종 잡을 수 없는 아이들의 특성을 다양한 동물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양면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장애 아이를 다르게 보는 시선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지요.
 
  이 밖에도 <생각> <생각하는 ㄱㄴㄷ> <생각하는 123> <생각하는 ABC> <반이나 차 있을까반밖에 없을까?> <학교 가는 길> <생각연필> 등이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짧은 문장과 그림이 전해주는 많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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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1
파스칼 샤드나 지음, 델핀 부르네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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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 자연스레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지방 부위를 드러내야 할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자가 호흡이 전부였고 늦은 나이에 아이를 생산(?)하였던 터라 몸 속 깊은 곳에 응집해 있던 지방들이 불쑥불쑥 외부로 돌출, 처음부터 자신들의 자리였던 것처럼 익숙한 듯 둥지를 틀어버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지방들이 내 삶을 어렵게 한다거나 고민스러울 정도는 아니어서 동거에 불편함이 없지만 그래도 옷장 속 버리지 못하고 걸어 둔 예쁜 원피스를 보면 살짝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다 있는 행사에서 사람들 앞에 서야할 때는 그 강도가 조금 더해지기도 하지요.
 
  주위의 시선에 민감한 어린이나 청소년기들은 훨씬 더 많은 외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을 가려 읽히기 위해 매년 권장도서를 발표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에서 활동중인 김미경, 이수정, 지현남이 쓴 <십대마음 10大 공감>의 표현을 빌자면
 
   외모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정말이지 뜨겁다. 남자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던지는 그 어떤 칭찬보다도 "참 잘생겼다."는 말에 환호하고, 학년이 끝나 헤어진 후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가장 기분 좋은 인사는 "키가 정말 많이 컸네."이다.
여자아이들은 몸매가 드러나도록 상의를 좁고 짧게 수선하느라 경쟁이고, 방학 시작과 함께 앞다투어 염색과 파마를 한다. 또한 조금이라도 뚱뚱한 아이들은 그것 자체가 무슨 커다란 흠이라도 되는 양 서슴없이 반 아이들 사이에서 '돼지' '1톤'이라 불리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p.32)
 
 

  <난 크고 싶어> (안드레아 샤빅 글 / 러셀 이토 그림 / 그린북. 2002)
  이 책에는 키가 너무 작아 별명이 땅꼬마인 알렉스가 등장합니다. 키 작다고 친구들이 놀려대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 "난 너무 불행해." 라며 자기는 늘 불행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알렉스가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됩니다.

  알렉스의 머릿속은 온통 키 키는 생각뿐이었고 엄마, 아빠, 누나, 선생님에게 키 크는 방법들을 조언 받지만 키 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키다리 중 왕키다리 대니 삼촌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요. 과연 대니 삼촌은 알렉스에게 키가 쑥쑥 크는 방법을 알려줬을까요?
 
  책 표지 뒷장의 양면을 가득 채운 롱다리들의 행렬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왜일까요? 
 
 


  <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파스칼 샤드나 글 / 델핀 부르네 그림 / 책속물고기. 2011)
  무서운 사고로 고아가 된 거미 소녀 아리안이 주인공입니다. 사고의 순간 혼란을 틈타 무사하게 도망친 아리안은 사람들이 거미는 무참하게 짓밟아 죽이면서 무당벌레에게는 친절하게 인사까지 건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아이안, 이 모든 것이 거미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고 자기도 불행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요.
결국 칠성무당벌레처럼 예쁜 벌레가 되기 위해 성형수술을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술 전날 친구가 주최한 파티에서 아리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아봐주는 왕거미 잭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아리안과 잭.
누구보다 아름다운 거미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리안이지만 성형 수술을 받을 것이란 것이 잭에게 알려지면서 고민에 휩싸입니다.

아리안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두 책 모두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상처 받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린이를 위한 책입니다. 은연중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상처주었던 일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신체검사 시간에 1cm라도 더 커 보이려고 까치발을 했었던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네요.
지나보면 겉모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겠지만 아마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외모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 공부에 신경 쓸 것을 주문하며 아이들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모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외모에 쏟는 열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면서 아이들의 흔들리는 '자아상'을 바로 잡아주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쉽지 않겠지만, 이 또한 우리 부모들의 숙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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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늦게 오는 날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29
아네스 라코르 지음, 이정주 옮김, 최정인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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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없는 빈집에 들어가는 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울하고 위축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엄마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은 더 힘든 일이지요.
바깥에서 친구들과 좋지 못한 일이 있었던 날은 더 외로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해는 뚝 떨어지고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 마음도 덩달아 까만 크레파스가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깜깜한 숲 속을 혼자 걷는 것처럼 무서웠던 경험.
아마 어린 시절 그런 기억이 있는 엄마라면 더 더욱 아이를 혼자 있게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우리 마음 먹은 것처럼 쉽지 않지요.
그 일이 단순히 밥 먹고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방편이든, 건강한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한 실현의 일환이든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는 분명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로 아이와의 약속을 잠깐 잊을수도 있고, 늦게까지 일에 시달리다보면 집에 가서는 그야말로 손도 꼼짝하기 싫은 상태라 하루 종일 온전히 내 편인 엄마, 아빠만 기다렸을 아이에게 마음과는 달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목걸이 열쇠> (황선미 글 / 신은재 그림. 시공주니어. 2000)는 출판된지 10년이나 지났음에도 현 시점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과 스트레스로 마음이 아픈 향기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향기가 10살 때부터 학원강사로 직업 전선에 뛰어듭니다. 그때부터 향기의 목에는 아파트 열쇠가 걸립니다.
5학년이 된 지금은 엄마, 아빠의 반찬거리 시장까지 보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어른스럽고 쾌활한 향기지만 언제나 엄마의 손길이 그립지요.
아빠 친구 아들인 동수와의 태권도 대련 시합에서 발차기로 앞 가슴을 강타 당한 날은 내내 서럽기까지 합니다. 몸에 찾아 온 사춘기로 가슴에 생긴 멍울. 일 때문에 바쁜 엄마는 향기의 그런 신체적 변화도 눈치 채지 못하고 향기는 붕대로 가슴을 동여 매고 다닙니다.
이런 외로운 향기에게 위로가 되는 건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 삼삼이 뿐입니다. 수탉으로 커 가는 삼삼이는 혼자인 향기에게 말 벗도 되어주고 때로는 동생도 되어줍니다.
삼삼이에 대한 향기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아기가 자라듯이 삼삼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살면서 말이다. 그래서 특별하다는 걸 엄마
아빠는 몰랐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밥을 나누어 먹고 장난
치는 사이였다는 걸 알 턱이 없었다. 친구나 엄마한테 못하
는 말을 다들어 준 삼삼이가 이제는 동생처럼 여겨지는데.... (p. 73)
향기는 계속되는 무관심에 지쳐 친구 진주와 콘서트 장에 가는 것으로 가출 연습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 엄마 아빠가 걱정하겠지란 기대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집에는 아무도 없이 컴컴하기만 합니다. 현관문 닫히는 쿵 소리가 향기의 마음이 내려앉는 소리같이 느껴집니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사업 실패로 작은 집에 더부살이 하는 친구 진주와 마음의 이야기도 나누고 진주를 통해 다른 이웃의 아픔을 알아가는 향기. 하지만 키우던 삼삼이가 어느 새 훌쩍 자라 '꼬끼오~'하고 울어대며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제 잡아 먹을 때가 되었다는 아빠. 아빠는 향기에게 삼삼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삼삼이와 향기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외톨이라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위로와 성장을, 부모님께는 아이의 힘들고 외로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늦게 오는 날> (아네스 라코르 글 / 최정인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2012)
학교에서 돌아오는 줄리앙은 추운 복도에서 문을 여느라 낑낑 대지 않도록 현관문 열쇠가 변덕을 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얼음장처럼 추운 집에 들어오면 외투를 벗지도 못하고 부엌으로 가서 식빵 두 쪽과 초콜릿 두 조각을 먹습니다. 그걸 먹고 나면 이번 달 엄마가 월급을 받기 전까진 간식이 없지요.
옆집 세바스티앙 형이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줄리앙의 숙제도 도와주고 함께 놀이도 하지만 형이 떠나고 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캄캄한 밤이 싫어, 얼른 커튼을 칩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져 갈 가방을 챙기고, 침대에서 만화책을 읽어도 시간은 참 굼뜨게 갑니다. 온종일 일해 녹초가 되어 놀아올 엄마를 위해 접시 두 개, 포크 두 개, 나이프 두 개, 유리잔 두 개를 집어 식탁에놓습니다.
점점 커져 가는 초조함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다시 책을 들고 침대에 누워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늦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겁이 덜컥 난 줄리앙.
만약에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엄마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긴게 아닐까? 혹시 죽었나?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온갖 질문이 줄리앙의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컴컴한 밤, 엄마를 찾아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게 된 줄리앙의 떨리는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옵니다.
엄마의 퇴근 시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리가 시간에 따라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엄마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에 슬며시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다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보내주시는 엄마의 미소가, 엄마가 차려내오는 정성으로 가득한
밥상이 세상 그 어떤 레스토랑의 산해진미와 비교 될 수 없는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하루 바깥에서 있었던 수많은 고단함을 쓸어주던 어머니의 손길을 가진. 아이에게, 때로는 이웃에게 언제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넉넉한 품을 가진 그런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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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딱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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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하지요. 어제 저녁 같이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 사랑하는 부친을 떠나보내셨습니다.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지만 늘 이런 일을 겪을 때면 황망함이 앞섭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행복한 결혼식장에 갈 일보다는 장례식장을 찾는 발걸음이 더 잦아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자연스레 저의 부모님과 시댁
어른들을 떠올립니다.
나이든 어른조차도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많이 위축되고 불안합니다. 아직 삶과 죽음의 이치를 이해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닥친 죽음은 어른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고 충격적이리라 생각됩니다.

<사진 속 울 엄마> (이브 나동 지음 / 마농 고티에 그림 / 이정주 옮김. 개암나무. 2009)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일곱 살 막심의 이야기입니다.
3월의 어느 날 밤, 너무 많이 아프고 힘들어서 떠난 엄마, 이제 막심에게 남은 것은 엄마랑 휴가지에서 재미난 표정으로 찍었던 즉석사진 뿐.
막심은 작지만 소중한 사진들을 자주 꺼내 봅니다. 마치, 엄마와 함께 있는 것처럼.
눈을 들면 엄마가 보이고, 눈을 감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솔솔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엄마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잠에서 깰 때면 엄마의 웃음소리가, 잠자리에 들 때면 엄마의 자장가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요.
엄마의 빈자리가 막심에겐 너무 크지만 사랑하는 아빠, 오렐리 아줌마, 할머니, 고양이 키위곁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리라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에게 울 엄마 얘기를 해 주기로 말이에요.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이경혜 옮김. 2010. 한울림어린이)
<사진 속 울 엄마>가 '엄마의 죽음'이라는 아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지만 약간은 가벼운 분위기로 죽음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면 <무릎딱지>는 한층 무거운 느낌을 줍니다.

전체적으로 빨간색 배경, 빨간색 소파 그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아이의 무릎에 난 새빨간 상처가 그려져 있는 표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시작.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어느 날 갑자기 잃은 아이가 겪는 공포와 아픔이 절절하게 표현된 책이라 그림책이지만 읽어내기가 많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부정이 반복되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집착으로 바뀌면서 그 속에서 아파하는 아이는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옵니다.
집 창문을 열면 엄마의 냄새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창문도 열지 못할 정도로 아픈 아이의 마음.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참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혹여 내가 떠나고 없는 순간이 오면 내 아이가 느낄 아픔이 이러할까 싶어 괜히 훌쩍이기도 하고, 내 아이에게는 이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으니 건강하게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시작해 볼까 하는 당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아파하는 것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아이에게 엄마는 움푹 들어간 여기. 가슴 안에 늘 있다고, 그 가슴속에서 영원히 아이와 함께 살거라고 위로합니다. 너무 절절한 아픔이 녹아있는 책이라 아이들보다는 부모님에게 적당한 책입니다.


<아빠 보내기> (박미라 글 / 최정인 그림. 시공주니어. 2004)는 간암으로 아빠를 떠나보낸 민서의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슬픈 나날을 보냈지만 민서는 차츰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하지만 엄마의 슬픔은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새벽에 놀이터에 우두커니 나가 앉아있는 엄마를 보게 되면서 민서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혹여 아빠처럼 엄마도 민서 곁을 떠날까봐.

다행히 마음 따뜻한 7층 할머니를 만나면서 민서는 엄마 마음에 있는 상처를 다독여 줄 방법을 찾게 되지요.
'밤마다 엄마에게 동요 불러주기' 를 선택한 민서는 친구 미정이의 반주로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됩니다. '섬집 아기', '클레멘타인'.. 그 노래들을 부르니까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민서.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엄마를 위한 동요 부르기였지만, 결국 민서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7층 할머니와 산책도 하고 아파트 버려진 땅에 텃밭 가꾸기를 시작하면서 점점 슬픔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웁니다. 버려진 땅이지만 사람이 만지면 예쁜 땅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 할머니의 말씀처럼 지금은 온 아파트 사람들이 저마다 쪼그만 밭에 네모난 울타리를 만들어 부지런히 심고 거두는 멋진 땅이 되었지요.
자신이 지나온 힘든 경험에서 얻은 갚진 깨달음을 아빠를,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아파하는 엄마와 민서에게 나눠줄 수 있었던 할머니의 넉넉함.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가 봅니다.
'민서야,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잖니.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떠나고. 어딘가 에서는 행복하게 웃고 어떤 이는 슬퍼서 울겠지. 이 모두를 겪으며 속이 꽉 찬 나무처럼 자라는 거야. 겁낼 것 없어. 창문을 열어 봐. 밖엔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모든 게 있으니까.'
이렇게 쓴 작가의 말을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겨워하고 있을 선생님께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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