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래>, 이태강 글, 그림, 달그림
A4세로 사이즈에 익숙해져있어서 당연히 세로로 꽂아두고 세로로 먼저 잡지만,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며 옆으로 돌립니다.
2쪽 모아찍기를 할때나 익숙한 A4 가로.
표지를 가로로 돌리고 다음장을 넘기니, 계속 가로로 이어집니다.
길쪽한 직사각형안에 이어지는 글과 그림을 보니
정말 바닷속으로 들어가 그 깊이에서 고래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하던 행동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고 제동걸듯
표지부터 말을 걸어오는 책이네요.
이 책은 흑등고래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고래의 노래>가 아니라 <엄마의 노래>입니다.
얼마전 동명의 책이 나와서 바꾼건지는 몰라도,
<엄마의 노래>라는 제목을 보기도 하고, 제가 엄마여서 인지는 몰라도
엄마고래에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갑니다.
책을 펼치기전부터 고래의 눈빛은 왠지 찡합니다TT
캄캄한 이 곳, 바로 엄마고래의 뱃속 아기 고래가 보입니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
뱃속의 아기 고래모습은 우리가 임신했을 때 봤던 초음파 사진같아요.
작은 점에서 시작해서 점점 커가는 모습,
탯줄로 이어진 그 때, 엄마는 아이가 그저 고맙고 귀할 때지요.
사람이나 고래나 똑같아.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고 귀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 혹등고래는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행복하게 자랍니다.
엄마 뿐만 아니라 엄마 친구들과도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요.
어느날, 고래잡이 배를 만나기전까지는....
고래잡이 배에 글씨가 써있는데,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포경선 ‘유신 마루’는 일본의 실제 포경선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여전히 고래잡이가 자행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아! 참 마음이 답답해져요TT
상업적 고래잡이는 불법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먹으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지요.
생태계의 자연 섭리를 생각하면 이 작은 인간이 고래를 잡아먹을 이유는 딱히 없어보이지만,
누군가는 생명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먹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걸 업으로 삼아 이익일 취할만큼 많이 잡아야한다거나 계속 해야할 이유는 없지요.
인간의 욕심에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엄마 고래는 아기 고래를 보호하기위해
포경선에서 던진 작살에 맞아 서서히 죽어갑니다.
작살을 맞아 나는 죽어가더라도 새끼는 보호하고 싶은 엄마.
더 깊은 바다로, 더 어두운 바다로 데려가는 엄마.
아기고래를 안고 노래를 불러주며 아기고래를 진정시키는 엄마.
눈물 주르륵TT
이런 내용이 나올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고래의 애잔함에 먹먹해져서, 에구에구.... 한참 눈물 훔쳤네요TT
아기고래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장면에 오로라가 나옵니다.
아기고래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며 성장해가는데,
오로라의 예쁨과 대조적으로 아기고래를 보는 제 눈빛이 너무 짠해요TT
'찬란한 슬픔' 딱 그런 느낌....
거대한 몸의 엄마 혹등고래와 아주 작은 새끼 혹등고래의 모습...
엄마의 노래는 엄마의 사랑이겠지요.
이 거대한 덩치만큼 크고, 바다깊이만큼 깊은....
앞면지와 뒷면지는 이런 잔잔한 바다모습이 나오는데,
아... 더 슬퍼요.
이런 삶과 죽음, 자식을 지키려는 사랑과 돈을 벌려는 이기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생명...
이런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을 다 삼키고
바다는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다시 잔잔하게 있을뿐...
지금도 여기저기서 삶과 죽음이 일어나고 있지만,
다들 그렇게 아무렇지않게 흘러가고 있다고....
그 안의 소리를 생각해보라고...
면지가 역설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래는 모성애가 강해서 새끼를 미끼로 고래를 사냥한다지요.
새끼가 위험해지면
어미가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새끼를 못떠난다고....
그런 어미의 노래는....
새끼에게는 슬프면서도 엄마가 목숨내어 살린 '귀한 나'임을 자각하게 하는 노래일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노래는 나를 살게하는 노래가 되겠지요.
사람엄마인 나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나... 곰곰이 되새겨봅니다.
그림도 아름답고
과장되지않고 담담하게 풀어내서 담백하고,
보는 이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마음 찡한 책이었습니다.
- 제이포럼에서 선물을 받아 책을 받아봤고,
마음찡하게 먹먹한 마음담아 후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