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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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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 '나'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갈때마다 생각이 뒤섞이고, 시야가 바뀌는 '나'가 세상에 맞서는 방법이란...

'나'의 상황과 생각을 알아가다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에구구'. '저런...' 중얼거리게 된다.  뭐, 아무튼 재미있는 도련님 과의 만남이었다.

글 속에 등장하는 각종 별명이 붙은 그들이 내게는 재미있는 인물로 다가와 그들의 독특함이 즐겁기만한데, 이를 바라보는 '나'는 심각하다.

 

"메뚜기든 모띠기든 대체 왜 내 이불 속에 집어넣은 거냐?   내가 언제 메뚜기를 넣어달라고 하던?"

"아무 것도 넣지 않았는데유우."

"넣지 않았는데 어떻게 내 이불 속에 있단 말이냐?"

"모띠기는 따신 데를 좋아허니께 아마 지 혼자 들어가셨것지유우."

 

-본문 p56 중에서. 

 

 

 

 

 

세상은 온통 사기꾼들뿐으로 서로 속고 속이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싫어졌다.
세상이 이런 곳이라면 나도 지지 않고 남들처럼 속이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소매치기한 돈까지 가로채야 세 끼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그렇다고 팔팔하게 건강한 몸으로 목을 맨다면 조상님 볼 면목이 없는 데다 소문이라도 나면 난처하다.
- 본문 p98 중에서

언변이 좋은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끽소리 못하는 사람이 꼭 악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표면적으로는 빨간 셔츠의 말이 아주 타당하지만, 겉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마음속까지 끌리게 할 수는 없다.
--- 중략 ---
사람은 좋고 싫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논리로 움직이는 게 아닌 것이다.
-본문 p12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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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5-2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련님 재미있죠? ㅎㅎ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꼭 왕따 당하던데..
저도 누군가에겐 독특한 사람이 될 수 있겠죠? ㅎㅎ

별이랑 2018-05-21 11:01   좋아요 1 | URL
먼저 읽었던 공허함이 가득찬 [마음] 때문에 빨리 잡아들지 못했었는데, 긴장이 확~ 풀리는 것 같았어요. 원작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번역이 정말 좋았던거 같아요.
 

 

 

싱싱하게 먹을 요량으로 앞마당에 쪼로록 파를 옮겨 심으면서, 풀 뽑기하다가.

냉이꽃을 보고 잠시 딴짓.

 

나태주   글 중에서 첫 소절만 데려와 음미해 본다.

 

 

풀꽃

세히 보아야 예쁘다. 
           :
           :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

           :

 

나도 모르게 휴대폰에 옮겨 담고, 그도 부족해 데려와 소주잔에 꽂아본다.

꽃이 피어있는 동안 앞마당에 풀들은 무사할듯.

눈맞춤으로 우린 이미 아는 사이~

 

 

 작은 소주잔에 풍성한 냉이꽃.

냉이꽃 향기 한 잔 하실라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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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이 글은 만남이 펼쳐지는 장마다 작은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문장이 매력적인 글 이였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써내려간 글이라서 일까?  

그들의 일상이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떠오르게 만드는 부분이 제법 많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을 봐도 평범한 일상조차 예쁘게 표현 해놓은 점이 따뜻해서 좋았기에 나는 [언어의 정원] 역시 좋다.

 

글은 아키즈키 타카오 라는 평범한 소년과 그 주변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과 고민을 각자의 입장으로 잔잔하게 보여주는 형식이다.

한부모 가정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 하는 쇼우타, 가출을 일삼으면서도 중년 여성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레이미, 아무 탈 없는 보통의 일상에서 느닷없이 상처를 안고 공원을 찾는 유키노.

 

 

비 내리던 그날 밤.

10년도 전에 히나코 선생님이 했던 그 말.

선생님은 그때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 당시로 거슬러 간 것처럼 선생님의 마음이 똑똑히 보였다.

 

- p63. 본문. <유키노>

 

---------------- 중략 ----------------------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모두는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어른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누가 우리를 선별할 수 있을까.  

 

-p 64 본문. <유키노>

 

부드러운 발소리,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 사람에게는 누구나 조금씩 이상한 면이 있다.  중에서...

 

 

세상 밖이 아니라 세상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찬란한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서 그 바람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이대로 다른 이들처럼 야무지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고 없이 쏟아진 비처럼 피할 수 없는 무엇인가에 휘말리고 있었다.

 

- p  320 본문. <유키노 유카리와 아키즈키 타카오>  말로는 못 하고.   중에서. 

비 내리는 오전 학교 대신 공원을 찾는 타카오는 얼핏 어긋나 보이지만, 사실 이 글에서 가장 균형 잡히고 확실한 자아가 있는 인물이지 싶다.  

엄마의 신발을 정리하며 생겨난 취미가 미래의 꿈과 연결되어 차근히 계획을 잡아가는 어린 그가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어른스럽다는 점에서 그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 역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본인은 의식하지 않으나 각 인물들 간의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 여행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비행기도, 배도 타지 않았지만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병원 대합실에서, 대학 식당에서, 국산 미니밴의 운전석에서, 아무도 없는 고가 밑에서 내 여행은 이어져왔다.   나도 그렇게 제법 먼 곳까지 온 것이다.

 

- p 364 본문. <아키즈키 레이미> 중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일본의 가집 [만요슈]를 끼워넣으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며 책장을 덮는다.  

이야기의 배경처럼, 어느 비오는 여름날 타카오와 유키노 가 이야기를 나누던 공원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수채화 같은 비 내리는 공원 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어느 날에.

 

 

 

 

 

그 아름다움이 그다지 인간다워 보이지가 않는다고나 할까. 예를 들자면, 멀리 보이는 구름이나 높은 산봉우리, 또는 눈 덮인 산에 사는 토끼나 사슴 같은 자연의 일부에 속해 있는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 p 113. <아키즈키 타카오> 장마 초입, 먼 산봉우리, 달콤한 음성, 세상의 비밀 그 자체 중에서...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그러나 무(無)는 아니고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던 시간. 그저 선량함으로 가득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아름답고 완벽했던 시간. 만약 신이 지난 인생에서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나날을 선사해주신다면 반드시 그 빛의 정원을 선택하리라.

- p167. <유키노> 자주빛 찬란한, 빛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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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2018-04-10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영상이 예술이고 보는내내 힐링이죠^^

별이랑 2018-04-10 13:18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은 아직 못 봤어요. 글 읽고 나니까 애니가 넘 보고 싶더라구요. 음악도 궁금하고.

팬더 2018-04-10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추합니다!!!

별이랑 2018-04-10 13:37   좋아요 0 | URL
열심히 찾아보겠슴돠 ~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떠나올 때 우리가 원했던 것
정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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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맘껏 숨을 들이키지도 못하면서 봄이라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유명한 명승지가 아니여도 좋고, 5일장 장터에서 몇걸음 두리번 거려도 좋을텐데.  혼자서 공상하다가 나는 못가고 남이 떠난 여행 기록을 들춰본다.

이번에 집어 든 글은 사진과 그림으로 다 말하는 글.

 

나는 다이어리 가득 빽빽하게 계획을 적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도 좋을 한량 같은 여행을 좋아한다.   게으름병 환자라서....

학습하러 가는 것이 아닌 단순하게 즐기는 낭만같은 여행.  예쁜 거리를 보고 머물러 쉬어보고, 바람에 몸을 맡기는 방랑자가 되어보는 것을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에서 바르샤바 시내 곳곳에 쇼팽의 벤치를 찾아 다니는 산보를 즐긴 작가가 부럽기도 하다.   아, 나는 우리집 앞마당 매실나무 아래에 각종 안되는 이유를 뿌리치고 기다란 나무 의자 하나 놓고 싶다.

 

이 글은 여행 안내서 같은 친절한 설명도 없고, 여행지에서의 구구절절한 감상도 없이 자신의 다이어리에 기록해놓은 짧은 메모 같은 글이라 에세이 같은 맛도 덜해서 솔직히 푹빠져서 읽지는 않았다.   허나 사진과 만년필로 그려진 그림을 보는 특별난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은 세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고, 세상을 이해한다는 말은 세상 속에 살아가는 인간을 알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군가 팔려고 내놓은 엽서, 내 삶과 관계없어 보이는 메모 한 장이 바로 여행 아닐까.

-  p 168 본문 중에서

 

 

순간 포착해서 만연필 하나로 이렇게 따뜻한 느낌의 그림을 옮겨놓은 그의 황금손이 나도 갖고싶다 ~

 

 

 

돌아온 후 추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여행 중이다.
- p200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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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또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헤어지자, 헤어지자 했는데

외려 더 선명히 떠오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마음 틈새로 자꾸만 보고 싶은.

 

그래서 가슴이 아픈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그런 날이 또 있었습니다.

 

이정하 시집 [한 사람을 사랑했네] 2010년 출간 본문중에서  본문 p29 중에서.

 

 

 

 

 

 

 

 

 

봄이 되니 나 역시 나른해진다.

볕이 따사로워지는 계절인데, 바람이 거칠어서 안에서 맴맴 돌고 있어서 그런가?

일 없이 창밖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그러다 또 이런 시 어때요 라며 옮겨 적어본다.

 

 

 

 

 

 설악산 울산바위쪽 .

 

바로 얼마전까지 눈이 내릴 정도로 아직은 추운 날씨.

그런데, 이보소~

" 그까이 추위 쯤이야~"

바위를 등지고 볕을 쬐며 <노루귀> 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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