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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유난히 더 예민하고 피곤해진 것 같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고, 관계는 더 민감해지고, 말 한마디로 상처 받는 일이 늘어난 시대다. 누구나 다정해지고 싶다 말하지만 정작 현실 속에서 다정함을 실천하는 건 만만치 않다. 그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우리 마음이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만 중요한 감정의 근육을 다시 일깨우는 책이다. 부드럽고 차분한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치유의 감각이 조용히 스며드는 느낌을 받는다.
다정함이란 허약하거나 물러 터진 태도가 아니라, 복잡한 관계에서 가장 단단한 중심을 지키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책을 관통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며 독자는 마치 오래된 의자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문장들이 쌓여 독자의 마음을 감싸준다. 요즘처럼 타인의 시선이 자꾸 부담스러운 시대에 이 책은 다정함이야말로 우리를 지켜주는 유일한 무기임을 조용히 확신하게 만든다. 그 시작의 여운이 참 깊다.

많은 사람들이 다정한 사람을 좋게 평가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다정해지는 건 부담스러워한다. 착하게 보일까 걱정하거나, 이용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거나, 인간관계에서 손해 볼 거라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다정함은 약함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고 자기를 지키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다르며 다정함은 자신을 버리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삶의 중심을 세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삶의 여러 장면에서 마주한 관계의 난제들을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감정 노동으로 지친날들, 기대치가 달라 생기는 실망, 말 한마디가 오해로 번졌던 순간들, 그런 갈등 속에서 다정함이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주는지, 때로는 어떻게 우리를 불필요한 소모에서 구해주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다정함이 자신에게 먼저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자기 비난을 멈추고 스스로를 보듬는 감정이 충만해질 때 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따뜻함을 건넬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 흐름 속에서 독자는 다정함이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 성숙한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책의 중반부로 들어서면 다정함이 실제 인간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갈등 해결의 방식이 부드러워지며, 관계의 물길이 차분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 감정을 바로 던지지 않고 정리한 후 표현하는 습관, 불필요한 분노를 넘기는 기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다정함은 결코 무조건적인 양보가 아니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경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다정함이란 상대를 위해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한 장면에서는 일터에서 관계 피로를 다정함으로 극복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반복되는 요구와 기대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의 한계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돈해 나간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가족과의 갈등을 다정함으로 풀어낸 과정이 소개된다. 가까울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법인데, 그것을 다정함이라는 태도가 어떻게 전환 시키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독자는 이런 실제적 장면들을 읽어가며 다정함이 단순한 선의를 넘어 실전적 관계 기술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책은 이 관계의 변화 과정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도록 차분한 언어로 정리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정함이라는 감정을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와 경쟁이 일상화된 지금, 사람들은 점점 예민해지고 관계는 단단함 대신 부서지기 쉬운 형태로 변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더 강한 말이나 더 큰 소음이 아니다. 오히려 다정함이라는 부드러운 힘이 관계의 흐름을 안정 시키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게 하며, 불필요한 상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저자는 다정함이 장기적으로 마음의 체력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마음이 지칠수록 사람은 공격적이 되고, 공격성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이 다시 마음을 손상 시키는 악순환 속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은 그 악순환을 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정함을 제안한다. 다정함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마음의 도구로 작동한다. 나에게 다정할수록 타인에게도 부드러워지고, 타인에게 다정할수록 관계가 단단해지며, 결국 그 단단함이 또 나를 지켜주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면 다정함이야말로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실질적인 힘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책의 마지막 장은 독자가 실제로 다정함을 일상의 선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적 조언으로 채워져 있다. 어렵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누구나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지만 깊은 행동들이다. 하루에 한 번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 상대의 감정을 가볍게 확인하는 일, 할 수 있는 친절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실천하는 일,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한 박자 늦게 말하는 일 등은 사소해 보이지만 관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책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작은 다정함들 모여 결국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고 말한다.
다정함은 거창한 결심이나 의식이 아니라 오늘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그 태도가 어떤 미래를 가져오는지 아주 현실적인 예시들로 보여주며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움직인다. 다정함이 결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내일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선택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 책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강한 말도, 거칠게 성취된 성공도 아닌 부드럽게 단단한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 다정함의 힘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히 완성된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