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문양여행 - 궁궐 건축에 숨겨진 전통 문양의 미학 인문여행 시리즈 17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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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선의 4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을 관람했었는데 여러 건물들을 보면서 과거

왕실이 어떤 공간에서 생활을 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대부분 특별한 설명 없이 혼자서

관람을 하다 보니 각 건물 앞에 있는 안내판의 내용 정도만 보았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

(경복궁), '9(창덕궁, 창경궁)', '10(덕수궁)'권과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등의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하곤 했다. 아무래도 독학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던 차에 그동안 궁궐을

갈 때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여러 문양에 담긴 의미들을 제대로 알려줄 이 책을 만나게 되면서 몰랐던

여러 문양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총 6장에 걸쳐 궁궐 건축에 숨겨진 전통 문양의 미학을 살펴보는데 먼저 고대 백제와 신라의 미의식으로

시작한다. 얼마 전에 새로 개편된 국립중앙박물관 백제실에서 여러 무늬벽돌을 보았지만 그 시절에 

사용된 무늬들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선 궁궐 건축의 전통 문양을 크게

식물, 동물, 자연 형태의 사물을 형상화한 형상 무늬, 직선이나 곡선의 교차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무늬인

기하 무늬, 장수나 행복의 좋은 일을 상징하는 길상문자문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경복궁 아미산 굴뚝을

예로 드는데 그냥 아름다운 무늬의 굴뚝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미산 굴뚝에는 형상 무늬, 기하 무늬, 

길상문자문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지붕 추녀마루를 장식하는 잡상에는 우리가 서유기로 너무 친근한

현장(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차례로 등장했다. 광화문 여장이 팔괘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나 경복궁 근정전 천장 어칸에 칠조룡이 있다는 것은 이 책으로 새로 알게 되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용과 더불어 왕을 상징하는 봉황은 창경궁 명전전 보개천장

등을 장식했고 어좌 뒤에 설치하는 삼곡병과 일월오봉병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 밖에 

구름문, 태극문, 방승문, 오얏꽃문 등 각종 문양이 어디에 사용되었고 무슨 의미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3장에서는 궁궐의 서수조각과 장식을 다루는데 현재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상은 원래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청사 중간쯤에 있어 하마비의 역할을 했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자세히 다뤘던

경복궁 영제교의 천록도 등에 구멍이 난 천록의 위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를 했다.

경희궁 숭정전의 상월대 답도도 원래 봉황이 조각되었었는데 공작으로 잘못 복원했다고 하니 궁궐

복원 과정에 있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4장에선 궁궐 꽃담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는데 경복궁 교태전 아미산 굴뚝과 자경전 서쪽 꽃담 등에 있는 여러 문양들을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이렇게 다양한 문양들이 사용되어 다채로운 의미를 담아냈음을 잘 알 수 있었는데 단청과 편액까지

다뤄 궁궐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양들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궁궐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 책에서 배운 문양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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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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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권 탓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집을 비롯한 여러 건축물들에 대한 관심은 여러 방송 매체들을 통해 지속되다 보니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올초에 이사를 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올해 동안에도

'도시의 깊이', '건축가의 도시',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라는 책을 통해 건축의 의미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즐겨 보는 EBS의 '건축탐구-집'에 출연하고 있는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 부부가 저자인지라 더욱 친근하고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여러 

건물들에 대한 안내서라기보다는 에세이적인 성격이 짙은 책이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총 네 장에 걸쳐 건축의 중요한 가치인 '사람', '시간', '일상'. '자연'을 담은 공간

으로서의 '도시의 공간', '기억의 공간', '놀이의 공간', '휴식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잘 살린 여러 

건축물과 거기에 얽힌 사연과 생각들을 들려준다. 먼저 사람을 담은 '도시의 공간'으로는 서울역을

필두로 헌법재판소, 광화문광장, 국회의사당, 캠퍼스를 다룬다. '서울역'에서는 서울역이라는 건물

자체를 자세히 다루는 것보단 여행과 기차역에 얽힌 다양한 사연과 감정을 들려주고, '헌법재판소'와

관련해선 목소리 큰 자가 이익을 보는 악성 민원의 실태를 얘기한다. 헌법재판소 건물이 대법원 등

다른 '법의 공간'에 비해서는 덜 권위적이고 정문을 통하지 않고도 대강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광화문광장에선 광화문광장은 물론 예전의 여의도광장과 서울광장까지

언급하며 '광장'이란 공간의 의미를 살펴보고, 국회의사당은 여러 사람들이 간섭해서 '국민 밉상'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캠퍼스에선 자본주의의 침투로 변질된 '교육의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1장이 서울에 있는 공간들을 다뤘다면 2장부터는 지방은 물론 해외로까지 진출한다.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철원 노동당사나 내가 올해 가봤던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덕수궁 정관헌,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만나는 이탈리아 모데나의 산 카탈도

공동묘지, 온천지역의 원초적인 모습을 그대로 살린 스위스 그라우뷘덴의 '발스온천'까지 둘러본다.

3장에선 일상의 놀이 공간을 다루다 보니 서점, 골목, 클럽과 같이 특정 장소가 아닌 일반 명사로 관련된

여러 곳들을 두루 다녀보고, 그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홍대 앞과 낙원상가, 서울로에 대해서는

그 변천사와 그 과정에서의 아쉬운 점을 말하다. 마지막 4장에선 자연을 담은 휴식 공간으로 주로 해외를

선택했다. 홍대 앞의 아미티스 가든은 저자들이 직접 건축한 건물로 보이고, 선유도공원은 그동안 

대부분 비판적이던 도시재생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자연과 관련된 공간이다 보니 정원이 

선정되었는데 일본 무린암과 중국 줘정원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정원이 정적으로 관조한다면 중국은 

동적으로 관람하는 곳이고 우리는 사람과 일상의 공간에 스며듦으로써 관조와 관람을 유도한다고

한중일 삼국의 정원을 잘 비교해놓았다. 땅으로 들어가는 데시마 미술관과 유리 다실 '고안'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다양한 의미들을 담은 공간으로서의 건축물과 관련된 저자들의 사연들을 통해 건축과

공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가 부부이다 보니 사연이 누구의 사연인지 명확하지 

않아 좀 헷갈렸는데(마치 비틀즈의 존과 폴의 공동 작품 표시를 보는 듯)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저자들의 구수한 입담으로 여러 건축물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연을 들으며 건축이 어떤 의미를 공간 

속에 담아내는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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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19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부의 다른 책도 좋더라구요.
최근작이네요. 이 책도 담아갑니다. ^^

sunny 2021-12-19 09:51   좋아요 1 | URL
저는 책으로는 처음 만나봤는데 다른 책들도 있더군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조선을 걷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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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비교적 현재와 가까운 시대에 있었던 나라인지라 곳곳에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

실록 등 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어 조선시대를 다룬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전에 재밌게 읽었던 '비운의 왕세자들'과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의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를 빛낸(?) 주요 인물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전국 각지를 둘러본

기록을 담았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돌아다니기 조심스러운 요즘에 이 책을 통해 저자를 따라 조선의 

흔적을 발견하는 여행을 함께 떠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3장으로 나눠 조선 역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긴 인물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남겨

놓은 유적들을 찾아 헤맨다. 먼저 1장에선 조선의 건국자인 태조 이성계와 그의 오른팔 삼봉 정도전,

그리고 조선, 아니 대한민국 대표선수인 이순신 장군을 다룬다. 이성계는 함흥 출신이라 그의 어진과

후손들이 살고 있는 전주를 먼저 찾아간다. 현재도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승광재에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씨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아는 '비둘기집'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란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전주객사, 전주감영 등을 둘러본 후 이성계의 5대조 할아버지인 이양무의 묘가 있는 

강원도 두타산까지 찾아간다. 이성계의 4대조까지는 목조, 익조, 도조, 환조라며 왕으로 추존되었는데 

5대조의 묘는 오랫동안 버려져 있다가 고종떄에서야 찾아내 묘역을 정비했다고 한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이방원 일당에게 살해된 후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썼다가 고종때에야 신원

회복을 했는데 묘조차 없이 봉화 정씨 집성촌이 있는 평택에 가묘와 사당, 기념관 등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예상 외로 서울 출생이고 맹활약한 남해안 일대에 그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어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장군과 관련한 공간들을 만들어놓았다. 한양도성길과 관련해선 남산성곽길에 있는 안중근

의사기념관 등이 소개되는데 마침 내가 여름에 다녀와서 더욱 반가웠다.   


2장에선 황희 정승을 필두로 신사임당, 허난설헌, 송시열, 정약용, 김정희를 다루는데 특히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묘한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신사임당은 강릉 출신이란 게 유명하지만 허난설헌도 강릉 

출신인 줄은 이번에 알았는데 신사임당이 시댁과 남편의 양해를 받아 친정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반면

허난설헌은 시집살이를 하다 아이들을 모두 잃고 자신도 27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보통 신사임당을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대학자 이이를 키운 현모이기는 해도 남편과 오랫동안 별거생활을 해서

양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크게

꽃 피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허난설헌은 애달픈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할 수 있었다. 송시열, 정약용,

김정희는 모두 유배생활의 대가(?)들이어서 제주도, 강진 등 여러 유배지들에 흔적을 남겼는데 요즘은

이곳들이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3장에선 조선 왕실의

비운의 주인공들인 단종, 연산군, 광해군, 명성황후를 다룬다. 세 명은 모두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되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고 명성황후는 일제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 명의 왕은 

유배지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해 그곳들이 요즘은 새롭게 부각되고 있고 명성황후는 임오군란때 50일이

넘도록 충청도 등지로 도망다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과 관련된

여러 장소들을 저자가 직접 답사를 하고 사진 자료와 감상 등을 수록해놓아 마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는데 이 책에서 알려준 여러 장소들을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

그곳에 남겨진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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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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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예전에 '사신 치바'를 시작으로 '골든 슬럼버' 등으로 친하게 지내다가 한동안

뜸했는데 작년 연말에 '명랑한 갱은 셋 세라'로 소원했던 관계를 좀 회복했었다.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이 책은 총 5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모두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 과연 어떤 얘기들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책 제목과 동명의 단편으로 포문을 여는데 편견을 가진 교사를 제대로 혼내주려는 아이들의 음모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이들을 공정하게 대해야 하는 게 교사지만 교사도 인간이다 보니 그러기가

쉽진 않은데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교사들도 적지 않다. 편애는 기본이고 편견으로 자라는 새싹들을

짓밟는 언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았던 소크라테스의 거꾸로 버전인

구루베 선생에게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힘을 빌려 한 방 먹이는데 아이들이 나중에 성장한 모습에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슬로하지 않다'는 지금과 미래를 넘나들며 과거 학창시절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얘기인데 학교 배경 얘기의 단골 소재인 왕따 얘기가 등장한다. 운동회 이어달리기에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아닌 제비뽑기로 당첨된 아이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도 특별하지만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들도 나름 열심히 하면서 의외의 결과를 연출하게 된다. 잘난 척하며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들을 무시하던 시부타니에 맞서 왕따로 전학 왔다는 소문이 도는 다카기가 뽄때를 보여주는데 

나중에 드러난 진실은 또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들도 자라서 어떤 인연을 맺는지는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느낌도 주었다. 


'비옵티머스'에서는 어리숙한 선생님을 골탕먹이면서 말썽을 부리는 악동들에 맞서 싸우는 아이들과

무시하던 아이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반전이 그려지고, '언스포츠맨라이크'는 농구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 과거의 겪었던 충격적인 범죄에 또다시 연루되는 연루되는

묘한 상황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거꾸로 워싱턴'에서는 첫 작품과 유사한 제목으로 수미일관한 구성을

시도했는데 앞선 단편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시 나와서 훈훈한(?) 마무리를 하게 해준다. 다섯 편의

단편 모두 아직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선입견이나 왕따 등 잘못된 언행을 하는 자들을 응징

하는 얘기들을 들려줘 테스형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의 후련함을 선사하는 작품들이었다. 이제 데뷔 

20년을 맞이한 이사카 고타로의 능수능란한 글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었는데 앞으로도 그의 

현란한 입담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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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인류의 역사에 스며든 수학적 통찰의 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4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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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은 학창시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칭 '수포자'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도 수포자까진 아니어도 수학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수학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리 큰 도움은 안 된다고도 볼 수 있어 수학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배워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수학의 쓸모'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납득시켜 주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들려주는데 한국인 최초의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된 김민형

교수가 저자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총 8강에 걸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수학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각 2강씩을 할애하였다. 시작은 아무리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피타고라스 정리로 포문을 여는데 피타고라스가 화음이론도 발견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좌표만 알면 직접 자로 재지 않고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 공식에서 출발해 기하학을 일반화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유레카'를 외친 사연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기계 등을 많이 발명하였음에도 플루타르코스 등에 의해 플라톤주의적인 모습으로  

순수성이 강조되며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여기까진 그래도 유명

인물들의 얘기와 연관되어 그런대로 소화해낼 수 있었는데 점점 수학 본연의 얘기들이 주가 되면서

솔직히 머리가 좀 아프기 시작했다. 중세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수학이 훨씬 발달했는데 르네상스를

거쳐 유럽에 전파되었고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에 철학자로 더 유명한 베이컨이 '노붐 오르가눔'이란

책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소르 후아나라는 멕시코의 수녀이자 시인이 17세기 과학사에 등장하는 모든

중요한 사상을 녹여낸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금시초문의 얘기도 만날 수 있었다. 현대에선 원자론을

본격적으로, 수학적으로 체계화한 맥스웰, 볼츠만, 기브스를 다루면서 이들이 세운 통계물리가 원자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만들어 '확률적 물리학'인 양자 역학으로 이어짐을 잘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기브스의 전기를 쓴 시인 루카이저를 통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은유가 필요하며 과학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렇게 수학이 인류 역사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데 쉽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수학이 수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여러 분야와 연관되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21세기북스에서 서가명강 시리즈에 이어 인생명강 시리즈도 선보여 이 책이 네 번째 책인데 서울대

교수가 아니어도 훌륭한 교수들의 주옥같은 강의들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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