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가서 빼먹지 말아야할 52가지
손봉기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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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유럽여행을 가봤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보니 늘 아쉬움이 남아 다음 여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 번째 유럽여행이 언제가 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그러다 

보니 책으로나마 유럽여행을 즐기곤 하는데 이 책은 제목처럼 유럽여행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핵심

52가지를 소개하고 있어 과연 내가 이 중에서 몇 가지를 달성했는지, 아직 못 가본, 못 해본 것들로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유럽의 주요 나라별로 놓치지 말아야 할 관광지나 즐길거리를 소개하는 형식인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네덜란드부터 시작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인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필두로

섹스뮤지움과 잔세스칸스를 소개하는데 네덜란드는 가보지 않아서 그런지 호기심이 일었다. 다음 

등장하는 나라는 두 번 유럽여행에서 모두 갔던 독일이라 친숙했는데 라인 강 유람선을 시작으로 

로맨틱 가도 등이 등장한다. 역시 뭔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나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하이델

베르크는 모두 가본 곳이라 반가웠는데 뭔헨의 렌바흐하우스는 뮌헨에 갔을 때 안 가본 미술관이라

어딘가 했더니 칸딘스키와 그의 부인인 뮌터를 비롯한 청기사파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당시 피나코테크 삼총사(알테, 노이에, 모데르네)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미술관까지 둘러볼 

기회가 없었는데 다시 뮌헨을 갈 기회가 온다면 가봐야 할 것 같다. 다음 주자인 벨기에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광장도 소개된 곳들을 다 가봐서 그런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스위스 하면 알프스인데

이 책에선 인터라켄에서 래프팅,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해 이색적

이었다. 다음 국가는 스페인이었는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과 톨레도를 제외하면 바르셀로나가

전부 차지해 스페인 여행에서 바르셀로나가 차지하는 비중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영국에서도 역시

런던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는데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가 그나마 구색을 갖추었다. 런던도 대영

박물관., 로얄 앨버트 홀, 타워브리지 등은 가본 곳이라 반가웠는데 내셔널 갤러리와 그리니치, 뮤지컬

즐기기는 다음에 런던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오스트리아도 비엔나가 중심

이지만 벨베데르 궁전의 클림트와 잘츠캄머쿠트 지역이 소개되었다. 볼거리가 가득한 이탈리아도

가봤던 베니스, 피렌체, 피사 외엔 로마 중심으로 바티칸 박물관, 성 베드로 성당, 포로 로마노 등이

등장했다. 체코에선 역시 프라하와 근교의 체스키 크룸루프가, 마지막 프랑스에선 파리를 중심으로

근교의 몽생미셸, 오베르 쉬르 와즈까지 섭렵하며 마무리를 한다. 대부분 널리 알려진 관광지나 즐길

거리들을 소개해서 신선하기보단 옛 추억들을 되새김질하게 해주면서 못 가본 곳들은 다음 기회에

일정을 짤 때 참고가 되었는데 마지막 두 챕터는 유럽 자유여행 성공법과 쇼핑 즐기기로 실속 있는

정보들도 제공해주었다. 대략이나마 유럽의 주요 여행지들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더 유럽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는데 어서 빨리 이 책에 소개된 주요 관광지들을 누빌 그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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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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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의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을 먼저 읽었는데 다양한 테마별로 저자 나름의 유럽 

여행지 TOP10을 선정하고 거기에 얽힌 얘기를 담은 일종의 여행 에세이여서 지금처럼 유럽 가는 걸

생각도 하기 어려운 시대에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이 되었다. 이 책은 앞서 읽은 책의 전편에 해당하는데

이 책에서도 10개의 주제를 정해 작가가 사랑한 유럽 여행 TOP10을 소개하고 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의 유럽'의 10가지 주제는 모두 '~유럽'으로 라임을 맞추고 있는데, 후속작에선 주제 제목에

'유럽'이 들어가지 않아 차별화를 시도한 것 같았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의 1위는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이었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촬영지라고도 하는데 그야말로 사랑의 도피처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이어 프라하 카를교,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 블레드섬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유럽 유명 관광지들이 총출동했다.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에선 바르셀로나에 가면 꼭 해야 하는 

가우디 투어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바티칸 투어가 예상 외로 3위의 저조한(?) 순위를 기록한 반면

베로나의 오페라 페스티발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먹고 싶은 유럽'에선 나폴리 피자가 1위,

크로아티아의 해산물요리가 2위, 스페인의 하몽 & 빠에야가 3위를 차지한 가운데 그나마 내가 먹어본

스위스 퐁뒤가 4위로 체면치레를 했다. '시간이 멈춘 유럽'에선 잘 보존된 유적지들이 많다 보니 과연

어디가 선정되었을지 궁금했는데 1위에 프라하성, 2위 터키 카파도키아 유적, 3위 폼페이 화산 유적을

차지했다. 여기서도 내가 가봤던 로마의 포로 로마노가 4위를 차지해 아쉽게 입상권(?) 밖이었다.

한때 '한 달 살기'가 유명했었는데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으로는 1위 친퀘테레, 2위 두브로브니크,

3위 하이디 마을 마이엔펠트가 차지했고,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에선 1위 밀라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2위 베로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3위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선정되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저자 나름의 테마별 순위를 보고 있으니 이렇게 유럽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많은 경험을 했다니 정말

부러웠는데 선정된 장소 등에 얽힌 사연들까지 곁들여 여행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유럽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는데 과연 언제쯤 유럽 여행을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올 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곳들을 누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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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스킬 - 인공 지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기술
크리스털 림 랭.그레고르 림 랭 지음, 박선령 옮김 / 니들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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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세상이 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에 상당한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과연 인간이 지금 하는 일자리 중 지킬 수 있는 게 얼마나 될 것인지, 지킬 수 없는

일자리는 언제 빼앗길 것인지 하는 위기감이 점점 대두되고 있는데 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능력이

충분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도 있을 것이어서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휴먼

스킬을 다루는 이 책이 인공지능 및 로봇과의 생존경쟁에 있어 중요한 가르침을 줄 거라 기대가 되었다.


사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인간 삶의 변화에 대해선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창조력 코드' 등의 

책을 통해 미리 엿보았지만 위 책들에선 어떤 생존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을

하진 않아 이 책에서 얘기하는 휴먼 스킬이 과연 뭘까 궁금했는데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예측을 담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미래의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뷰카'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뜻하는 영어 단어 첫 글자를 결합한 신조어였다.

뷰카는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세태를 의미하는데, 기술이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이 재미없고 기계적인 일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희망적인 얘기를 한다.

미래학자 리카이푸는 최적화, 창의력/전략, 높은 EQ/동정심, 낮은 EQ/동정심을 기준으로 미래 직업의 

판도를 크게 '인간 베니어', '위험 지대', '느린 전개', '안전지대'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최적화 기반의

작업이면서 낮은 수준의 정서 지능/동정심이 요구되는 고객 지원, 방사선 전문의, 텔레 마케터, 보안 

요원, 설거지 담당자, 트럭 운전사 등은 인공지능 등에 의해 가장 먼저 대체될 직업 분야로 꼽았고, 

반대로 창의성/전략에 의존하며 높은 수준의 정서 지능/동정심이 요구되는 CEO, 사회 복지사, 

M&A 전문가, PR, 마케팅 전문가 등은 인공지능의 공세에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한다. 뷰카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로는 '주의 산만', '관계 단절', '다양성 부족', '끊임없는 행위'를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사회 정서능력인 '휴먼 스킬'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휴먼 스킬은 '집중과 마음챙김', '자기 인식', '공감', '복잡한 의사소통',

'적응 회복력'이다. 각각에 대해 한 파트씩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책들에서도 본 듯한 

내용이긴 하지만 훨씬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 저것 신경 쓰느라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우선 '집중과 마음챙김'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깨닫기 위해 '자기 인식'이 필요하며, 로봇과 차별화되는 '공감' 능력을 기르고, 효과적인 피드백 주기,

까다로운 대화 나누기 등 복잡한 의사소통 기술과 적응 회복력을 갖추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의미 

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 책에서 얘기한 다섯 가지 휴먼 스킬이 새롭거나 기발하다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격변하고 있는 사회에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데 이 책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휴먼 스킬을 제대로 갈고 닦는다면 변화를 그리

두려워만 할 것은 아님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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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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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야라미즈에게 23년 전 사라진 아들 나오를 찾아달라며 미즈사와 가나에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13살 어린 나이에 갑자기 사라진 아들을 이제야 찾는 엄마의 이상한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하는 야라미즈는 아들의 실종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는데...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을 읽다 보면 원죄(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다룬 작품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와타세 경부 시리즈인 '테미스의 검' 등에서 원죄를 둘러싼 사법기관들의 횡포와 

무책임, 이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들의 얘기가 잘 그려졌는데 이 책에서도 한 가정이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철저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라진 나오의 아버지인 시바타니 데쓰오는 살인 혐의로

징역 9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후 출소하는데, 남편이자 아버지인 데쓰오로 인해 고통을 받던

미즈사와 가나에는 데쓰오와 이혼하고 두 아들 나오와 다쿠를 데리고 이사가서 살지만 살인범인 

남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다 데쓰오가 아닌 진범이 잡히면서 데쓰오의 무죄가 밝혀지지만

경찰이 언론을 통해 이를 알린 날 데쓰오는 나오 가족을 찾으러 왔다가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곧이어 나오가 실종되는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분명 원죄 사건에서 모든 게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23년이 지나 당시 데쓰오에게 누명을 씌웠던 검찰 출신 범죄 평론가의 손녀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수사 지휘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형사가, 납치 범인으로는 당시 데쓰오의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 출신 대학 교수의 아들이 체포되면서 운명의 장난처럼 핵심 관계자들이 다시 

만나게 된다. 나오의 당시 친구였던 료스케와 야라미즈가 데쓰오의 원죄 사건과 나오의 실종 사건, 당시 검사의 손녀 납치 사건을 함께 조사해가면서 점점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데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

으로 몰아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놓고도 기억조차 못하는 당시 수사 및 재판 담당자들의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면 정말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을지 공감이 되었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마라'는 게 형사절차의 대원칙이라지만 

현실은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으로 일사천리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게 형사절차의 모습인데 이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라 할 수 있다. 열 사람의 범인은커녕 한 명의 범인만 놓쳐도 온갖 비난을 받다 

보니 현실에선 무리한 수사가 벌어지기 십상인 구조인데 이 책에서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범인으로 몰아 결국 엉뚱한 사람과 그 가족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엄청난 비극을 낳고 

만다. 결국 현재의 납치 사건도 수사기관들의 묻지마 범인 만들기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었는데 데쓰오와 그 가족들이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저들의 치부가 세상이 낱낱이 까발리길 기대

했지만 씁쓸한 결말을 맞고 만다. 한 가족을 처절하게 망가뜨리고도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은 자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정의는 뭔지 하는 무력감을 느끼기 충분했는데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내몰아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망친 형사절차와 사법제도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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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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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을 읽은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신간인 이 책을 또 만나게 되었다.

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이지만 이번에는 형식적인 면에서

희곡인 작품을 선보여 새로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희곡이어서 읽을 때마다 남다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 책도 프랑스에선 이미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으로 소설과는 색다른 느낌을 맛보게 해준다.


등장인물은 달랑 네 명인데 제목 그대로 천국의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 피고인 아나톨 피숑과 그의

변호사인 카롤린, 검사인 베르트랑, 재판장인 가브리엘이 전부였다. 폐암 수술 중에 사망한 아나톨

피숑은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천국의 법정에 와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란다. 죽어서 천국에

갔으면 이미 심판을 받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선 천국에서 다시 환생할 것인지 여부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는 불교의 윤회사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얼마 전 읽었던 '기억'에서

처럼 인간이 윤회를 거듭하는 걸 전제로 얘기가 진행된다. 삶을 충실히 제대로 산 경우에는 더 이상

환생하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만 벌(?)로 환생하게 되는데 심판을 받는 아나톨 피숑은 아이러니

하게도 살아 있을 때 판사였다. 판사 정도 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거나 진짜 하고 싶던 배우로서의 삶을 살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아나톨 피숑은 불리한 심판을 받을 위기에 처하는데...


천국의 법정에서는 삶 전체를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증거가 없다고 우길 수도

없다. 자기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않았다거나 운명적인 사랑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잘못

살았다는 심판을 받게 된다면 제대로 살았다는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인데 그 정도로 천국의 법정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삶의 수준을 충족시키려면 정말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이를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판사 출신인 아나톨 피숑은 당연히

이러한 기준에 문제제기를 하며 자신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를 주장하지만 자신의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 이후의 얘기가 더 흥미로운데 다시 태어나는 경우에도 어디서 어떤 환경 속에

어떤 사람으로 태어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정을 한다. 다만 좋은 조건에 태어나는 것보다 나쁜

조건에서 태어나는 게 나중에 죽고 나서 심판을 받을 때 더 가점 요인이라고 한다. 다시 태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조건에서 태어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유유부단한 아나톨 피숑이 계속

선택을 바꾸면서 짜증이 나게 하자 결국은 엉뚱한(?) 결말을 맞고 만다. 천국의 법정이 이 책에서 그린

것 같은 모습이라면 죽음이나 심판이 전혀 두렵지 않을 것 같은데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죽고 나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심판(?)할 수 있다면 과연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있을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스스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운 흥미로운 얘기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작품이었는데 언젠가 무대에서도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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