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진중권의 이매진>을 리뷰해주세요.
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여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영화 비평은 그다지 많이 읽지는 않는다.

평론가들이 말하는 영화는 분명 영화의 새로운 의미나 발견하지 못한 측면을 생각하게 만들어주지만  

영화라는 오락거리를 너무 심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비평을 위한 비평인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간혹 있다.

 

진보세력의 대표논객이라 할 수 있는 진중권 교수의 이 책은

그가 시네21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가 영화의 내용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실어놓아서  

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미학 전공의 교수에다 한국 최고를 자랑하는

달변가답게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물론 내가 무식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언어의 유희로 가득차 있는  

저자의 말대로 담론 놀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총 37편의 영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27편은 내가 본 영화였다.  

분명히 본 영화임에도 그가 들려주는 얘기는 마치 그 영화를 안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있듯이 같은 영화를 봐도 보고 느끼는 것이 천지차이임을 실감했다.

이 책은 크게 10가지의 테마로 구분되어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지금까지 텍스트, 프레임, 배우, 카메라의 지배를 받았던  

영화의 모습이 획기적인 변모를 하고 있다. CG 기술의 발달은 묘사가 어려웠던 환상들을 현실화 

시켜 주었고, 베오울프의 '퍼포먼스 EOG 캡쳐'라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까지 만들어냈지만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직까지 섬뜩한 계곡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리 CG가 뛰어나도 실사의 느낌, 특히 인간의 모습이나 움직임을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날로그의 아우라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플롯을 결정하는 인터랙티브 필름이나

관객마다의 각각의 영화가 되게 만드는 양자영화는 영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등장한 것들이다.  

시각이 아닌 촉각을 더욱 자극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를 보여준 '시계태엽 오렌지', 해석을 거부하는 '조디악', '라쇼몽',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기억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깃발', '화려한 휴가' 등 많은 영화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과 분석을 담고 있어 이 책에 소개된 영화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라는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문화를 주로 내용보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이 책은 저자가 특별히 자신의 주제에 맞는 영화를 골라 봤다기보다는  

우연찮게 낚인(?) 영화들에 대한 담론 놀이를 전개하고 있다.  

역시 최고의 달변가답게 그에게 걸리는 영화들은 어떻게든 그의 입맛에 맞게 요리되고 만다.

진중권 교수처럼 영화를 담론 놀이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굳이 영화를 찾아 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알게 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사실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는 영화에 관한 담론 놀이는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다지 와닿진 않았다.  

그가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모르겠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니겠지만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외국 학자들이나  

생소한 용어들로 글을 포장하는 건 그다지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글은 쉬우면서도 울림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중권 교수의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여러 관점을 담은 건 분명한 것 같으나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미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영화라는 예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미학이나 철학,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생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기억을 현재화하는 데에 아마 영화만큼 탁월한 매체는 다시 없을 것이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의 격리를 뛰어넘어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시킨 근원적 사건을  

눈앞에 다시 생생하게 현전시키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심심할 때 주로 하는 일이 영화보기다.  

고등학교 때까진 본 영화라고는 어쩌다 빌려 보는 비디오와 TV에서 해 주는 영화가 전부였지만  

대학생 이후엔 TV, 비디오는 물론 인터넷과 극장까지 영화를 볼 기회가 무수히 생겨서  

시간이 있으면 영화를 봤다.

좋아하는 장르는 있지만 특별히 가리는 영화는 없기 때문에 어떤 영화든지 닥치는 대로 봐서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많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가운데는 제목이나 배우, 줄거리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열 번도 넘게 보고 또 보고를 한 영화도 있다.  

그만큼 영화는 내 생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화 관련 글을 쓰는 저자가 그 동안 자신이 본 영화 중에 인상적인 영화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목차를 쭉 훑어보니 그래도 대부분 내가 본 영화라 예전에 영화를 본 기억들을 떠올리며  

저자가 느낀 감상을 충분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안 본 영화는 '폴링 인 러브', '철도원', '나 없는 내 인생' 세 편 뿐이었다.

 

막상 이미 본 영화들도 저자가 맛깔스럽게 줄거리를 요약해 잘 전달해서 마치 첨 영화를 본 것 같이  

신선하기도 하고, 설명해 놓은 장면들이 눈 앞에서 막 재현되듯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저자와의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이미 본 영화면서 좋아하는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다.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인생은 아름다워', 로버트 레드포드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 주고, 비행기 위에서 손을 꼭 잡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오겐끼데스까?'라는 애절한

부르짖음이 가슴을 울리던 '러브레터', 마틸다와 레옹의 나이를 뛰어 넘는 사랑을 보여준 '레옹',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선물해 준 '8월의 크리스마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걸 보여준  

'첨밀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가 맘을 아프게 했던 '봄날은 간다' 등  

구구절절 내 맘 속 깊은 곳에 또렷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들을 다시 꺼내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각 영화마다 등장하는 요리에 관한 짧은 레시피는 솔직히 도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너무 간단해서 만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그 느낌을 재현해내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니까...ㅋ

 

저자의 말대로 영화는 '감성과 추억의 배달부'라 할 수 있다.

내가 체험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 희망과 고통, 아픔 등 삶에 있어 수많은 희노애락을 함께 하며 웃고 울고,  

기뻐하고 아파하면서 어느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층 더 커진 느낌을 주는 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너무 영화를 많이 보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앞으로도 좋은 영화는 꼭 놓치지 않고 싶다.  

영화가 주는 마법같은 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