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살해사건 2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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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예종 때 훈구파에 의해

남이 장군이 옥사당하는 사건까지 조선의 선비들이 살해당했던 사건들을 다뤘다면

2권에선 우리가 4대 사화로 알고 있는 제대로 된 선비 집단 살해사건들이 등장한다.

조선 건국 초기엔 주로 왕과 신하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패배한 신하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면

2권에서 다루는 선비들의 죽음은 훈구파와 사림파의 선비간의 대결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세조의 반란을 도운 한명회 등 공신세력은 이후 훈구파로 불리며 조선 정권을 장악한다.

예종이 갑자기 죽은 후 후계자를 선택할 때부터 훈구파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종의 아들인 제안대군도, 세조의 장자인 의경세자의 큰아들인 월산군도 제치고 왕위에 오른

자을산군 성종이 보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바로 한명회의 사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야말로 훈구파의 세상이 되고 말았는데 성종이 친정을 하기 시작한 후

나름 정치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그들의 전횡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었다.

이런 훈구파에 맞선 세력이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였다.

사림파들이 자신들의 독주에 조금씩 태클을 걸기 시작하자 벼르고 있던 훈구파는

연산군이 집권하자 김일손의 사초에 꼬투리를 잡아 무오사화를 일으킨다.

안 그래도 사관과 사림들에 불만이 많던 연산군을 충동질하는 건 식은죽 먹기였는데,

사람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트집잡아 신진 사림들의 씨를 말린다.

하지만 훈구파에게도 머지 않아 피바람이 불어닥친다.

연산군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죽음에 관여된 훈구파 공신들에게 어머니의 복수를 하면서

갑자사화를 일으키는데 사림들 역시 안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연산군 시대에는 미친 임금의 비위에 거슬리면 바로 목숨을 내놓아야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선비들이라면 중앙 정계에 진출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연산군의 폭정에 결국 박원종, 성희안, 유순정 등 반정 삼대장을 중심으로 연산군을 몰아내고

성종의 차남인 진성대군을 보위에 올리는 데 그가 바로 중종이다.

신하가 임금을 갈아치우고 새 임금을 세웠기에 중종은 당연히 반정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조를 도왔던 한명회 등의 공신들과는 달리 박원종 등 반정세력은 일찍 세상을 뜨면서

생각보다 빨리 중종은 자신의 정치를 펼 수 있게 되고 그 중심에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을 기용한다. 

중종의 전적인 지지를 받은 조광조는 개혁에 앞장서 훈구파들이 누리던 특권을 없애기 시작한다.

원칙주의자였던 조광조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사건건 훈구파들과의 대결을 벌이고

심지어 임금인 자신에게도 압박을 가하자 중종은 점점 개혁피로감을 느끼며 조광조를 괘심하게 여긴다.

결국 이런 중종의 변화를 눈치 챈 훈구파는 있지도 않은 누명을 씌어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파를 제거하는 데 이게 바로 기묘사화였다.

무오사화나 갑자사화는 그래도 광인 임금 시절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자신이 발탁한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종은 좀 너무한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귀양가서 사약까지 받아 든 조광조가 끝까지 중종이 변심해서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모습은 정말 안쓰러운 장면이었다. 아무리 임금과 신하관계가 슈퍼갑과 을의 관계지만

한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던 신하를 돌변해서 죽이는 임금의 모습은

권력의 잔인한 속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종이 완성하지 못한 개혁을 완성해낼 수 있는 성군의 자질을 지녔던 인종이

계모인 문정왕후와 윤원로, 윤원형 형제의 압박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나이 어린 명종이 즉위하면서 또다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문정왕후와 그녀의 형제들인 소윤은 인종의 처가인 윤임의 대윤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또 한 번 말도 안 되는 음모를 꾸미는 데 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아무 죄도 없는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자들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렇게 조선 전반기에는 임금과 신하 사이에, 훈구파와 사림파 사이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졌는데,

명종이 친정을 하게 되며 을사사화의 주역 윤원형을 쫓아내면서 결국 사림 세력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이 책을 보니 그동안 제대로 정리가 안 되었던 4대 사화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땐 늘 4대 사화의 순서와 원인이 헷갈리곤 했는데

그 발단이나 전개 등을 차근차근 얘기로 풀어가니 역시 기억에 오래 남았다.

1,2권의 조선 선비 살해사건은 결국 사림이 집권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담아낸 것인데

이렇게 성리학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던 자들이 패권을 잡게 되자 붕당을 이뤄 싸우고

자기들이 비판하던 훈구파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세상의 속설은 그대로 보여줘서 씁쓸한 마음이 들게 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늘 말로만 이상적인 정치를 말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금방 타락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괴물로 전락하고 마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암튼 조선 전기의 선비들의 수난사를 다룬 두 권의 책을 통해 조선 전기 역사를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역시 믿고 보는 이덕일표 역사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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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이덕일 지음 / 만권당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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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삼국은 한창 영토분쟁과 역사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연구재단을 설립했다가 이를 동북아역사연구재단으로 확대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언론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이 보도될 때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이라면 분노를 표출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정작 우리 내부에 그들과 동조하는 인간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최일선에서 무력화시켜야 할 동북아역사재단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주요 세력이 모두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 세력인데 그들은 애초에 역사왜곡을 저지른

일본 역사학자들의 제자들이었으니 도대체 뭘 기대하겠는가.

문제는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은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세력이라는 식민사학자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식민사관의 기본 논리는 한사군 한반도설과 임나일본부설이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북한 지역이 자신들의 강역이라 주장하고,

일본은 한반도 남부와 독도가 자기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제대로 된 역사적인 근거가 없는 건 이 책에서 자세히 논증하고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 모두 사료적 근거는 희박하면서 무작정 소설을 써대고 있음에도

문제는 우리 역사학자라는 인간들이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베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47억여 원 이상의 혈세를 들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들고 있는 동북아역사지도에

중국과 일본의 주장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실인데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국회 동북아특위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벌어진 회의 내용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 이덕일이 동북아역사지도의 문제점을 각종 사료를 바탕으로

일목요연하게 지적하는데 반해 동북아역사재단의 대표로 나온 임기환은

장황하고 해괴한 논리로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우리 역사의 뼈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친일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다

보니 해방 이후 매국에 앞장섰던 친일파들이 정재계는 물론 학계마저 접수해서

광복 7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친일 세력을 청산해야 했을 역사학계도 마찬가지였는데

한국 역사학계의 태두라 불리는 이병도도 역사왜곡에 앞장선 쓰다 소키치의 제자였고,

그런 이병도의 제자들이 한국 역사학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역사인식 자체가 가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끔찍한 사실은 이들이 여전히 한국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고, 대학을 비롯한 여러 학교와

국책연구기관들을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의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길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과거에는 사료 자체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으니 학문권력을 가진 이런 자들이

어디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면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정보가 대중화된 요즘 세상에선 더 이상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

정확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바로 공격당하는 게 정상적인 학문 현장일 것인데

자신들의 선생이 주장하던 이론을 그대로 답습해서 무작정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자들이

여전히 주류가 되어 자기들과 다른 주장을 하면 무조건 왕따시키고 무시하니

한국의 역사학이 정상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매국사학자들이 삼국사기의 초기기록은 불신하면서

조작으로 점철된 일본서기와 그게 기초한 그들의 교주들의 이론은 철저히 맹신하고

여러 해석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우리에게 유리한 사료는 무시하고

불리한 자료만 무조건적으로 믿고 옹호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런 인간들은 어느 나라 국민이고 정신상태가 어떤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 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제대로 된 논거를 들어야 할 텐데

이 책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들에겐 제대로 된 논거가 있을 턱이 없다.

이것도 학문의 자유라고 하자. 그러면 동북아역사재단은 도대체 뭐하는 단체인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기 위해 세금으로 만든 재단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속된 인간들이 하나같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서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대놓고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 역사왜곡이 맞다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교묘한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진위를 숨기면서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고

심지어 지도마저 그대로 베끼고 있는 실정이니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정말 통탄할 지경이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자가 있지 않나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분노와 충격의 연속이었는데 이런 자들이 세금으로 먹고 살면서 버젓이 학자니 교수니 연구원이니

하면서 행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한국사회에 대해 절망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난리가 났어야 마땅할텐데

몰라서 그러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언론도 잠잠하고 당연히 일반 대중들은 알 턱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 욕할 줄은 알았지 정작 자기 역사학자들이 뭔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니 한심할 지경이었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국수적이니

민족적 편견을 가졌니 하면서 몰아붙이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역사와 영토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일본처럼 역사를 왜곡해서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라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우리에게 유리한 역사적 사료와 유물 등이 있었에도

이런 건 모른 척하고 저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과 같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정말

수치스러울 정도였는데 저런 자들의 민낯을 까발려서 이 사회에서 매장시키지 않으면

영원히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 노릇이나 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저자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보면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흥분할 게 아니라

우리 내부의 쓰레기들 청소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게 우선임을 잘 보여주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우리 역사 자체를 왜곡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학문카르텔을 이 땅에서 척결하지 않는 한

중국에 사대하고 일본에게 침탈당한 과거의 치욕을 되풀이하는 건 시간문제임을

뼈아프게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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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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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 사건' 등 신선한 역사적 인식으로 대중역사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덕일의 이 책은 제목만 보면 마치 내가 즐겨 읽는 추리소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제목 그대로 조선의 건국과정부터 있었던 수없이 많았던 선비들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흔히 4대 사화로 잘 알려진 사림들이 대거 죽은 사건들은 아마 2권에서 다뤄지는 것 같고

1권에서는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예종 때 훈구파에 의해 남이 장군이 옥사당하는 사건까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조선의 역사에 대해선 나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그렇게 생소하진 않았다.

특히 조선 건국 초의 얘기는 드라마 등으로 워낙 많이 다뤄져서 친숙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적지 않았다.

먼저 이방원이 하여가로 정몽주를 설득하자 단심가로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한

선죽교에서의 정몽주 암살은 단순히 정몽주를 포섭하려다 실패한 것에 불과했던 게 아니라

이성계의 역성혁명파가 정체절명의 위기에서 정몽주를 제거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공신들이 대거 책봉되는데 조선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하게 된 건

공신들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인 정도전은 요동정벌을 꿈꾸는데

대국인 명나라를 공격할 수 없다며 위화도 회군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사병혁파를 강력히 주장했던 정도전 일파에 맞서 사병의 힘을 바탕으로 왕자의 난을 일으켰던

이방원이 정작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자 사병을 모두 없애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흥미로웠다.

역시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 편의적인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었다.


처가며 사돈이며 피도 눈물도 없이 숙청을 했던 태종 이방원은

아들 세종이 태평성대를 이끌 초석을 닦았다는 점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는데

성군으로만 알려진 세종에게도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바로 수령고소금지법을 시행하여 악덕 수령들의 횡포를 방치한 점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의 면모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세종 시절에는 무고한 선비들의 죽음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는데

아들인 병약한 문종이 이른 죽음과 나이 어린 단종의 즉위는 또 다른 피바람을 불고 온다.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에서도 본 것처럼 정상적인 통치체제를 무너뜨린 수양대군과

그 일파들의 쿠데타는 조선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게 만들었다.

정통성이 취약했던 세조는 자신이 왕이 되게 만들어준 공신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훈구파가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방치하고 말았다.

차라리 태종처럼 집권 후에는 수족들을 과감히 잘라냈으면 모르겠지만

한명회를 비롯한 공신들에게 휘둘리면서 계유정난을 일으킬 때의 자신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마는데 한 번 잘못 낀 단추를 다시 제대로 맞추기란 불가능함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이덕일 특유의 능수능란한 역사 요리가 돋보였는데

조선 선비 살해 사건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조선의 4대 사화를 다룬 2권에서는

훈구파와 사림파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을 보다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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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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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 독살사건'을 시작으로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그동안 내가 읽었던 이덕일 작가의 책들은 항상 기존의 주류 사학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제기한다.

식민사관에 사대주의적인 역사관으로 점철된 주류 사학계에 대한 그의 반기는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책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글이 아닌

사회 전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의 '고금통의'는 '사기'에 나오는 말인데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는 같다는 뜻이다.

역사나 고전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이 책에서 다시 입증해 보이는데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여러 역사적인 증거들이 제시된다.

고대사 부분에 있어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자신들의 지방정권으로 격하시켜

자신들의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는 한심한 실정이다.

심지어 중화 민족의 개념에 한족뿐만 아니라 몽골족, 만주족, 조선족 등을 모두 포함시키기 위해

만주족과 싸운 민족 영웅인 악비마저 더 이상 민족 영웅으로 대접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보면 자기 것도 제대로 못 지키고 오히려 중국과 일본의 역사관에 동조하는 무능한 정부와

역사학계의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날 지경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조작을 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자기 역사마저 지키지 못하는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많다. 고구려에서 신라로 넘어 온 묵호자가 

개인이 아닌 인도에서 온 검은 승려들이란 사실, 영화 '명량'으로

대한민국 대표 영웅으로 다시 부활한 이순신 장군이 무과를 선택한 이유나

선조의 핍박으로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는 자살설 등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역사와 고전을 배우는 이유가 과거와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

현재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라는 것인데,

이 책에서도 오늘날의 현안들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역사속 얘기들을 찾아내 들려주고 있다.

계속되는 부실인사와 인사난맥상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 될 얘기들로

정조가 체제공을 정승에 임명한 사례나 인조반정시 민심안정을 위해

전 왕조의 원로였던 이원익을 영상에 제수한 사례들이 제시되었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주옥같은 삶의 지혜들까지 이덕일식 자기계발서의 진가를 잘 보여주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주제별로 한 장밖에 되지 않아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는데

한 장의 작은 분량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역사와 고전의 가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늘날에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간직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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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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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조선 후기에 나름의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세종에 맞먹는 성군의 반열에 오른 정조와 더불어 조선 후기 개혁의 선봉에 섰지만

집권세력인 노론벽파에 막혀 원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인물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하던 시절도 잠시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으며 귀양살이를 해야 헀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정약용과 정약용 못지 않게 업적을 남긴

정약전 등 그의 형제들의 얘기를 다룬 이 책은 '조선왕 독살사건' 등으로 대중들과 친숙해진 이덕일이

다산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낸 개정판으로,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에서

저자가 주장한 내용과 동일한 맥락에서 정약용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1권에는 정약용의 출생에서부터 정조에게 발탁되어 활약하던 시절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정약용의 인생을 논하기 위해선 그와 떼레야 뗄 수 없는 정조와의 인연을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정약용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서 죽었던 비운의 사도세자가 죽은 해인 임오년에 태어났다.

아버지 정재원이 생원이던 시절 영조를 만났 듯 정약용도 정조와 생원이 되면서 첫만남을 가졌다.

그 뒤 자신이 내준 과제들을 해결하는 솜씨에 반한 정조의 눈에 든 정약용은

사도세자와 묘한 인연으로 인해 더욱 정조의 신임을 받지만,

정권실세들인 노론벽파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당시 남인들에게 유행이던 천주교에 연루되면서 노론벽파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1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약용이 암행어사, 지방관을 할 때의 얘기도 담고 있다.

이후 '목민심서'를 통해 바람직한 관리의 모습을 제시했던 정약용은

자신이 실제 임무를 수행할 때 백성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치를 펼쳤다.

대선을 맞이하여 후보들마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의문인데

정약용은 몸소 공직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그가 정치적으로 몰락했던 남인 집안의 인물인 점도 출세에 지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천주교와의 깊은 인연이 그를 괴롭혔다.

한때 천주교를 믿기도 했고 그의 가족들 중에 신자들이 많다 보니(특히 조선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이 그의 매형인 사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유교가 모든 걸 지배하던 세상에서

탄압을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부모의 신주를 불태운 진산사건이 발생하자 정약용은 천주교와의 인연을 끊지만

그의 약점만 노리던 노론벽파에게 이미 그는 천주교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였다.

비교적 천주교에 관대했던 정조도 진산사건 발생 이후 천주교를 방치할 수만 없는 입장이 되었고

정조가 노론벽파에 의해 독살당한 후 본격적인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자

정약용은 귀향을 가게 되는데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게 천만다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1권에서는 정조시대의 정약용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조 사후의 그의 삶을 다룬 2권이 오히려 정약용의 진가를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현실정치에서는 탄압 받고 소외되지만 오히려 그 시간을 저술과 연구에 보내면서

명작들을 남기게 되었으니 결과론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정조와 정약용 콤비가 좀 더 오래 호흡을 맞추며 세상을 바꿔나갔으면

조선 후기 역사가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을 거란 아쉬움도 있지만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 그의 위대함이

아직까지도 그를 대학자로 대접받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인생에서는 실패했고 역사에서는 성공한 불행한 인물이지만

그가 남긴 저작들에 담긴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여러 분야에 걸친 그의 업적은 후세에 의해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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