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의 역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3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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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무수한 전쟁들로 점철되어 있어 전쟁이 없었던 평화로운 시간은 극히 적었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렇다 보니 전쟁의 역사만 살펴봐도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이라는 책에서 인류사를 대표하는

28가지 전쟁을 지도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는데 정작 전쟁이 왜 일어나고 전쟁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가르쳐주는 책이 없던 차에 이 책이 그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이 전쟁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책에선 나름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폭력성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데 인간의 공격성이 최악의

형태로 발현된 게 전쟁이라고 보면 전쟁이란 극도로 모순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류 사회의 현상이란

것이다. 전쟁이 예술이나 놀이 등으로 인간의 일상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전쟁의 모순되고

모호한 성질을 무조건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종교와 전쟁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지만

종교가 정치적으로 변질되면서 대다수의 전쟁을 일으킨 원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종교전쟁 중 하나이자 유럽 최초의 전면전인 30년 전쟁을 나름 심도 있게 분석한다. 보통

신교와 구교간의 전쟁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장 치열한 대결을 벌인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왕가나

프랑스 왕가 모두 구교여서 종교는 허울 좋은 명분일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종교를 뛰어넘는

이합집산을 보여줬다. 전쟁은 식민주의를 통해 더욱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었는데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벌어진 식민지 전쟁이 더욱 참혹했던 것은 유럽인들이 현지인들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민지 쟁탈전에서 만들어진 동맹이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현대

최초의 전면전을 낳게 되었고 현대의 전면전은 인류 자신을 겨냥한 전쟁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모조리 말살시키는 무자비한 범죄 정치가들의 전체주의적 정치가 낳은 결과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히틀러의 나치가 자유선거에 의해 탄생했다는 점은 집단적 광기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이후로도 계속되는 테러와

내전은 누구도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들었는데 이런 전쟁들의 근본 원인으로 저자는

과거의 부당함을 갚아 주겠다는 복수심과 보상 심리가 인간의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쟁에서 이익을 보려는

자들의 획책에 면역성을 키우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평화를 연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울 때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는데 인류 역사의 주요 전쟁 등을 통해 전쟁의 근본 원인을 탐구하면서 평화를

모색하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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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자 - 《화식열전》으로 보는 고전 경제학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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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워낙 방대한

내수시장을 가졌기에 현재도 부자들이 수두룩하지만 중국 역사 속에서 부자라 할 만한 사람들이 누가

있었는지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 역사서를 대표하는 사마천의 '사기'는 쉽게 도전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책이지만 핵심만 정리한 '사마천 사기56' 등의 책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는데

'사마천 사기56'에서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화식열전을 다뤘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부를 축적하고 증식하는 걸 중국에서 '화식'이라고 한다는데 이 책에선

중국 역사를 통틀어 16명의 부자들의 얘기를 소개한다. 

 

시대순으로 부자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가 익숙한 순임금인 제순이 차지했다.

흔히 태평성대를 요순시대에 비유하곤 하는데 순임금은 질그릇을 구워 판 중국 역사에 맨 처음 등장하는

상인이라고 한다. 요순 두 임금의 훌륭한 점은 여러 가지가 얘기되지만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군왕으로서 적임자를 발탁해 임금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이는데 우리 재벌들의 2세,

3세들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창업주들이 요순임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인물인 범려도 오나라와 월나라의 치열한 전쟁에 등장하는 인물이라 친숙한데

이 책에선 그를 중국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얘기한다. 월나라 왕 구천과는 고생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음을 알았던 범려는 토사구팽 당하기 전에 미리 사직하고 장사에 나선다.

그가 위대한 점은 두 번이나 천금을 벌어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나눠졌다는 점인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야말로 재물의 신이었다. 박리다매 등 부를 축적하는 많은 상업이론을 정립한

장사의 아버지 백규나 전국시대를 주름잡았던 여상 청, 목축업으로 범려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부자가 된 의돈,  의돈처럼 목축업으로 부자가 되었다가 관리까지 된 복식 등은 이 책에서 제대로

알게 된 부자였다. 진시황의 친아버지인 여불위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를 얻는 것이 권력을 잡는

것임을 탁월한 권모술수를 통해 보여줬지만 결국 자신의 아들에게 버림을 받고 죽게 되는 자업자득의

표상이 되고 말았다. 범려 등 부자 중에서 아름다운 명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악명을 떨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치부보다 사치와 향락으로 더 명성을 떨친 석숭, 돈벌레라고 불린 소굉 등은 

당대 최고의 부자였지만 졸부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역사에서 10대 부자에 속하지만 권력자에게

죽임을 당한 심만삼, 중국 인민일보에서 발표한 중국 역사상 부자 1위를 차지했던 명나라 환관인 유근, 중국 개화기의 부자들인 호설암, 오병감을 거쳐 중국 현대사의 로열 패밀리라 할 수 있는

송씨 자매의 맏언니 송애령까지 유구한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부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부자들의 사연들이 모두 흥미진진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역시 부라는 건 얻는 과정에서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짐을 잘 알 수 있었다. 과연 한국 역사상 부자들을 꼽으면 과연 그들이

어떤 얘기를 들려주게 될 것인지, 이 책에서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사람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

궁금한데, 방대한 중국 역사 속에서 얘기거리가 많은 부자들을 잘 선정하여 소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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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파괴자들 - 세상에 도전한 50인의 혁명가
제프 플라이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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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위대한 패배자들'이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유사한 제목의 이 책에선 과연 어떤 인물들에게

파괴자라는 섬뜩한 호칭을 부여했을까 궁금했는데 원제가 'Rocking the boat'(평지풍파를 일으키다)라서

파괴자라는 말은 좀 심한 표현인 듯 하고 부제처럼 혁명가라는 게 딱 어울리는 50명의 세계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한니발로부터 시작해서 마틴 루터 킹까지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기존 질서를 뒤흔든, 역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는 무모한 시도로 전설이 되었고, 가이우스 그라쿠스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각자 다른 목적에서 원로원과 맞서 싸웠다. 중간중간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도 적지

않았는데 셀레우코스 왕조에 맞서 유대인들을 지키려 한 유다 마카베오를 시작으로 프랑스의 국민

만화라 할 수 있는 '아스테릭스의 모험'에도 등장한다는 프랑스의 국민 영웅 베르킨게토릭스 등

초면인 인물들이 종종 등장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로마에 맞서 항쟁한 인물들이

많았는데 스파르타쿠스, 클레오파트라 등 친숙한 인물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주로 정권이나 권력에

대항해 싸운 인물들이 주를 이루다가 마틴 루터가 등장하면서 투쟁 대상이 확대된다. 특히 중반 이후

아메리카를 비롯한 소위 신대륙에 정착하기 시작한 이주민들에 대항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고향을 지키려했던 원주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메타콤이란 낯선 인물을 필두로 티컴세, 호네 헤케 등

처음 알게 된 사람들과 제로니모, 시팅 불 등 들어본 원주민 추장들도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 이렇게

원주민 혁명가들에 이어 노예제도에 맞서 싸운 두생 루베르튀르, 냇 터너, 존 브라운과 같이 생소한

인물들의 삶과 남녀 차별에 맞서 싸운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 케이트 셰퍼드 등 여성인권 운동가들,

인종차별에 저항한 마르쿠스 가비, 맬컴 엑스, 마틴 루터 킹 주니어까지 각종 부당한 현실에 봉기한

다양한 혁명가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압축적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세계사에 늘 등장하는 인물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도 많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투쟁한 결과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진 게 아닌가 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할 때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반항했던 50명의 혁명가들의 역동적이었던 삶을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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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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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이란 책을 통해서도 사람의 만남이 역사까지 바꿀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총 15 커플의 운명적인 만남이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스승과 제자 관계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의 만남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잘 아는 편인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만남이 있는가 하면 사람 자체를 잘

모르는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나 두 사람 사이의 연결점을 잘 몰랐던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까지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만남들이 실려 있었다.  

 

먼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서도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묘한 대조를 이룬 것처럼 플라톤이 이상과 완전성을 추구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의 인식을 추구하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 어떻게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암튼 두 사람이 서양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들인데 혼전출산 등 중세시대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연인들로 이성과 마음 사이에 뭐가 더 우선인지에 대해 진부한 남녀관계를

보여주면서도 두 사람 사이엔 특별한 뭔가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의 만남은 기록상 남아 있진 않지만 이 책에선 피렌체의 메디치가를 고리로 해서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에 대해 추측하고 있는데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가 권력에 대해 

눈빛으로 의사를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케플러와 발렌슈타인은 실제 두 번

만났다고 하는데, '신앙 대 인간', '신앙 대 이성'의 투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

이들 사이를 연결해준 게 별점이라는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 괴테와

자연과학자 훔볼트는 뜻밖에 자연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오랫동안의 우정을 만들어주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이지만 남북전쟁을 함께 치뤘던 전우였던 그랜트와 셔먼이나 치열한 정적이면서도

묘한 관계를 유지했던 비스마르크와 라살, 미술사에 한 획을 그리면서도 많은 얘기를 만들어낸

고흐와 고갱의 만남 등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얘기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이들의 만남이 없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도 만들었다. 히틀러에 맞서

각자의 방식으로 싸웠던 처칠과 채플린, 시대의 커플이었던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부부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 마지막으로 남아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정적이었던 넬슨 만델라와

프리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까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람들 간의 역사와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의

의미를 잘 정리해준 책이었다. 사실 부부들처럼 두 사람 사이의 연결관계가 명확한 관계는 몰라도

마키아벨리와 다 빈치, 처칠과 채플린처럼 좀 연결시키기엔 애매한 사람들의 관계를 조사해서

엮어낸 저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는데 한 인물의 얘기만 들으면 이해의 폭이 좁았을 것 같은

얘기들을 관련된 인물과 함께 풀어나가니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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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품격 - 작은 섬나라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박지향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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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면서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화려했던 시절은 어느새 과거의

영광으로 빛이 바래졌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영국이 남긴 유산은 여전히 많은 나라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브렉시트 등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지만 산업혁명과 의회민주주의 등 근대

세계를 선도했던 영국의 역사는 이 책의 제목대로 제국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국사 전문가인

저자는 작은 섬나라였던 영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해적 얘기로부터 풀어낸다.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기 시작한 결정적인 순간으로는 역시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여 해상의

지배자가 된 1588년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선 '나쁜 세계사'라는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과장된 신화라는 견해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해적이면서 모험가이기도 했던 드레이크가 무적함대 격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영국이 바다를 주름잡으며 해군의 나라임을 만천하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넬슨 제독이 등장하면서 더욱 굳건한 해상력을 유지한 영국은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이나 독일의

공격도 막아내면서 자유의 수호자 역할까지 했는데 이는 모두 압도적인 해군력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은 자유가 태어난 나라라고 부를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왕의 권력을 제한해 온

전통이 존재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의 불길이 온 유럽을 휩쓸 때에도 영국은 이미 명예혁명 등을

통해 시민사회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산업혁명의 불꽃이 타오른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선 상공업이 일찍부터 발달했고 상인 및 숙련 노동자들의 존재가 뚜렷했으며 농업도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앞서 발달했고 농촌 사회가 빨리 해체됨으로써 사회 전체가 봉건제의 구속에서

빠르게 해방되는 과정에서 개인주의가 등장하고 사람들의 사회적 유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확립된 장자상속제를 바탕으로 한 재산권 보장과 개신교 신앙 및 과학적이고

경험주의적인 문화적, 정신적, 지적 풍토가 맨 처음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대영제국이라는 이름 하에 두게 되었는데

다른 유럽 제국들과는 다른 통치 방식으로 인해 대영제국 소속이었던 국가들은 비록 식민지배를

받았음에도 독립 후의 행보가 사뭇 달랐다. 특히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된 스페인 모델과는

달리 다수에게 배분된 재산권과 민주주의로 독립 후에 북아메리카가 남아메리카보다 더 잘 사는

모습을 통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줬다. 영국 전문가라 그런지 영국이 세계 최고가 되었던 시절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로 잘 분석한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친영파라 그런지 긍정적인 부분을 더 부각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여러 모로 근대 영국의 역사를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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