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2 - 수당시대부터 현대까지 이것이 중국의 역사다 2
홍이 지음, 정우석 옮김, 김진우 감수 / 애플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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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국의 역사는 워낙 방대해서 한 권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전에 읽은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통으로 읽는 중국사'라는 책에서 개괄적인 중국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걸 읽어봐서 대략의 중국 역사의

흐름은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나 현재의 중국의 위치를 감안해볼 때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게 많다고

할 수는 없어 좀 더 중국인의 관점에서 자기들의 역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중국의 역사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엿볼 기회가 생겼다.

 

2권으로 구성된 책이라 1권에선 중국 상고사부터 위진남북조 시대를 다뤘고 이 책에선 수당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방대한 중국 역사를 네 시기로 구분한 것도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이었다. 먼저 혼돈의 시대로 신화시대와 삼황오제시대를, 봉건시대로 하, 상, 주 삼대 봉건국가부터

백가쟁명의 전국시대까지를,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부터 청나라가 망할 때까지를 제국시대로,

중화민국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대국의 길을 묻는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다른 책에선 보기 드문

색다른 분류법이라 할 수 있었다. 시대 구분부터 남다른 안목을 가진 저자라 과연 중국사를 어떻게

보는지 기대가 되었는데 예상 외로 철저한 한족 중심의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역사정책은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자기들 역사라고 우기면서 동북공정을 감행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의

저자는 속칭 오랑캐라고 비하하는 이민족 정복왕조들의 역사로 인해 정통 한족의 역사가 생존의 위기를

겪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인 관점에서 중국사를 서술하고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를 첫 번째 생존위기로 보면서 이후 요, 금, 원나라의 정복왕조를 거쳐 청나라에 의해 세 번째

생존위기를 지나 일본 침략의 네 번째 생존위기까지 일관되게 한족의 관점에서 중국의 역사를 서술한다. 

그러다 보니 좀 편협된 시각이 곳곳에서 느껴졌는데 어떻게 보면 정통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의 중화사상이 어떤 것인지를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 현대사는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지만 반대로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왠지 과거의 영화를

복원하려는 중국패권주의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래도 적의 본심을 제대로 알아야 대응할 수 있듯이

중국인들의 역사관이 어떤지를 제대로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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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 황제 - 로마보다 강렬한 인도 이야기
이옥순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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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고대 문명 발생지 중 하나인 인도는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은 나라다. 물론 중국하고는 항상 부대끼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산 관계로

잘 알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인도라는 무게감에 비하면 그들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인도 역사를 대표하는 왕조를 손꼽는다면 무굴 제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무굴 제국의 역사를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무굴 제국으로 알고 있어 당연히 나라 이름으로 알았던 무굴은 사실 부족 이름이었다.

몽골의 페르시아식 이름인 무굴을 황제들은 싫어해서 스스로를 티무르 황제의 후손으로 인색했으며

궁정에서 기록한 공식 역사에서도 무굴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음에도 무굴 출신 황제가 다스린 제국이란

편의적 호칭이 굳어진 것 같다. 1526년에서 1857년까지 이어진 무굴 제국은 전성기 때인 1600년과

1700년에는 GDP가 각각 세계 2위와 1위였다니 무굴 제국이 이 정도로 부유했는지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무굴 제국 황실의 골육상쟁이라 할 수 있었다. 창업자인 바부르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부계는 티무르, 모계는 칭기즈 칸의 후예인 무슬림이었다. 무슬림 출신의

정복자들이 인도에 정착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는데 더 큰 문제는 왕위를 둘러싼 가족들간의 치열한

다툼이었다. 바부르의 장남인 후마윤이 왕위를 잇지만 동생들은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고 그를 배신한다.

하지만 형제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킨 후마윤은 동생들의 배반을 항상

용서했는데 후마윤의 아들인 아크바르 시대부터 다른 왕조에서는 드문 부자간의 왕위 다툼이 벌어진다.

아크바르의 아들 살림 왕자는 어릴 때부터 말썽을 부리더니 커서는 대놓고 반란을 일으킨다.

다른 아들이라도 괜찮으면 좋겠지만 다들 문제아여서 심지어 살림 왕자의 아들인 손자를 후계자로

생각할 정도였으니 목숨을 부지하고 살림 왕자가 4대 자한기르 황제가 된 건 어쩌면 천운이었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고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키던 자신을 그대로 본받은 막내 아들 쿠람

왕자에게 자기가 아버지에게 했던 그대로 당하게 된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 쿠람 왕자가 5대 샤자한으로 등극하지만 피의 역사는 계속 되풀이되었다. 샤자한은 

장남 다라 시코를 밀었으나 형제간의 골육상쟁이 벌어지면서 막내인 아우랑제브가 형제들을

죽이고 아버지 샤자한마저 폐위시키며 왕위에 오른다. 독실한 무슬림이었던 아우랑제브가 황제가

되면서 기존 황제들과는 달리 이교도들을 탄압하면서 무굴 제국의 영광은 서서히 무너지면서

그 이후 역사는 이 책에서 한 챕터로 처리할 만큼 엉망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니 대략이나마

무굴 제국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역사에 왕위를 둘러싼 골육상쟁이 많았지만 무굴 제국만큼

심한 왕조도 없을 것 같았다. 부모가 패륜아다 보니 당연히 자식도 퍠륜을 저지르고 형제들을 죽이는

비극이 반복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최고의 부국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콩가루 집안이라 술술 잘 읽혔는데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무굴 제국의 명암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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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인물 열전
소준섭 지음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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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중국사에 있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을 꼽으라면 정말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워낙 인구도 많고 역사도 긴데다 역사 속 흥망성쇠 또한 심해서 수많은 인물들이 나름 역사에 발자국을

남기고 떠났는데 이 책에선 5천년 중국 역사 속에서 79명의 인물을 선별해 그들이 역사 속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알고 보니 저자가 전에 봤던 '사마천 사기56'의 역자였는데

책도 마치 사마천 사기의 열전처럼 각 인물들의 활약상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역시 중국 역사의 시작은 요순과 우임금으로 시작한다. 전설적인 존재들이지만 태평성대를 이룬

중국 고대사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라 이들을 빼놓고 중국사를 시작하는 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총 79명을 크게 4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진시황시대까지를 중국의 형성으로, 한나라에서 송나라때까지를

중앙 제국의 전성시대로, 명, 청나라 시대를 저무는 중국으로, 현대 중국을 부활하는 대국으로 다루고

있다. 사실 시대 구분은 좀 자의적인 느낌이 없진 않지만 방대한 중국사를 간략하게 나누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현대 중국을 빼면 거의 왕조시대여서 왕들이나 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재물의 신이라 불린 백규나 거지가 된 부호인 등통, 황제가 사랑한 남자 동현 등은

과연 중국사를 대표해서 이 책에 실릴 만한 인물인지가 의심스러운 의외의 인물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에게 덜 알려진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까지 소개하려다 보니 우리에겐 낯선 인물들도

여럿 등장하게 된다. 심지어는 간신이나 탐관오리까지 실려 있는데 귀뚜라미를 사랑한 간신 재상

가사도, 능지처참된 간신 유근,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하다는 탐관 화신까지 소개한다. 이런 인물들도

등장하다 보니 얘기 자체는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파란만장한 중국사에서 훌륭한 인물들만

있는 게 아님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인민대표가 된 '민원왕' 왕수룽

할머니 얘기는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얘기가 아닌가 싶었다. 사실 중국사에서

79명만 골라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지만 나름 다양한 측면에서 존재감을 남긴

인물들의 흥미로운 얘기들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사의 큰 흐름을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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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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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라를 하나만 뽑으라면 아마도 로마가 아닐까 싶다.

긴 역사나 방대한 영토, 후세에 끼친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로마에 필적할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까

싶은데, 상대적으로 로마 역사는 카이사르가 활약하는 시대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지

건국부터 분열, 멸망까지의 큰 흐름 외에 세부적인 역사는 그다지 인상에 남아있지 않다.

한때 열풍이 일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봤다면 아마도 로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 그녀의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나마 읽어봤지만

15권짜리인 '로마인 이야기'를 1권으로 대체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로마사를 대표하는 역사가 리비우스의 책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었는데, 원래 150권으로 완성하려던 책을

142권까지 쓰고 사망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부분은 1~10권과

21~45권(이 중 41권과 43권은 완전하지 않음)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일부만 남아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시의 책은 두루마리 형태라 두루마리 한 개 분량이 오늘날 단행본 책 65쪽에

해당하며, 리비우스의 로마사 142권을 오늘날 책으로 환산하면 9230쪽으로 단행본 한 권을 300쪽으로

가정할 경우 약 31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책에선 원전의 1~5권의 내용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창건한 때로부터 기원전 390년 로마를 함락한 갈리아인을

카밀루스가 몰아낼 때까지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트로이 전쟁 이후 아이네아스를 중심으로

트로이인들이 오랜 방랑 끝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과 그의 후손인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본격적인 왕정시대가 개막하는 부분은 여느 나라들의 건국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이방인들이

토착 세력과의 갈등과 투쟁을 겪으면서 점차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결혼할 여자들이 없어서 사비니 여자들을 강제로 납치해와서 결혼하는 것을 비롯해 로물루스를

시작으로 7명의 왕들의 시대를 잘 엿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왕위계승이 꼭 혈연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는 점인데 거의 선거와 유사하게 선출된 왕들이 로마의 초석을 어느 정도 닦았지만

마지막 왕이었던 오만왕 타르퀴니우스가 선왕인 세르비우스를 암살하고 왕위에 오르면서

왕정이 최악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루크레티아란 정숙한 여인의 성폭행사건이 발단이 되어

왕정이 무너지게 된다. 요즘 불고 있는 미투운동처럼 왕정이 무너지는 것도 성범죄에서 시작되었으니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 자는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공화정이 되면서 원로원에서

해마다 선출하는 두 명의 집정관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는 귀족과 평민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진다. 자신들의 특권을 지켜려는 귀족과 자신들도 귀족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려는 평민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데, 그 와중에 호민관 등 조금이나마

평민들의 권리가 신장되긴 했다. 1년 단위로 집정관이 바뀌고 이름들이 비슷하다 보니 솔직히

누가 누군지 막 헷갈렸는데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외부 세력과의 전쟁이 있거나 할 때에는

나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화정 이후의 역사는 아무래도 잘 몰랐던 부분이라 좀 낯설었지만

리비우스 특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화법이 중간중간에 많이 들어가 있어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특히 주요 인물들이 연설하는 듯한 대사 처리는 역사서라 하기에는

픽션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개연성 있는 리비우스의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르게 보면 역사를 창조한 그야말로 문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로마의

초기 역사에 대해 상당히 풍부한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역사서라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장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편이지만 고대 로마의 역사를 이 정도로 자세히 정리한 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3권이 추가 번역되어 나올

예정으로 보이는데 로마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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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
조민기 지음 / 미래지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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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보면 아무래도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시점이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불과 얼마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 역사를 움직인 남자들 뒤에는 그를 움직인

여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 읽었던 '여왕의 시대'에선 역사를 주름잡았던 12명의 여왕(황후)을

다뤘고, '스캔들의 여인들'에선 역사에 이름을 남긴 파란만장한 여자들의 삶을 조명했다면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위대한 여인 14명의 삶을 깔끔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14명을 총 5부에 나눠 소개하고 있는데, 파멸의 길, 군주의 길, 매혹의 길, 예술의 길, 워킹맘의 길을

걸은 여인들 중에는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친숙한 인물들도 많았지만 예지 소황후나 판원량 등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여인도 적지 않았다. 먼저 파멸의 길을 걸은 여인들로 클레오파트라,

메리 스튜어트, 마리 앙투아네트가 등장한다. 미인의 대명사가 된 클레오파트라의 삶에 대해선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할 기회가 되었고, 메리 스튜어트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늘 엘리자베스 1세의 이복언니였던 메리 1세와 헷갈렸는데 이번에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왕족으로 태어나 왕위계승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에 휘말리게 되는데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나름 왕족으로서의 품위는 지켰다. 한편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런

생활로 프랑스 대혁명을 야기한 철없는 왕비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보니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많았다. 프랑스 대혁명의 서곡이 되었다는 목걸이 사건도 본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누명을 쓴 것이고 왕실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음에도 오랫동안 적이었던

오스트리아의 공주였던 관계로 모든 비난과 추문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이다. 단두대로

끌여가던 중에 사형집행인의 발을 실수로 살짝 밟고 사과하는 장면은 마지막까지 왕비의 품격을

지킨 그녀의 전혀 몰랐던 모습이었다. 군주의 길을 걸은 여인들에는 요나라의 예지 소황후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다뤄지고, 매혹의 길을 걸은 여인들에는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서시, 루이 15세의 정부로 맹활약(?)한 마담 드 퐁파두르, 지금도 명성이 높은

패션계의 아이콘 코코 샤넬이 등장한다. 예술 분야에선 영화 '길'로 유명한 줄리에타 마시나를

비롯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중국의

현대미술가 판위량이 소개되는데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관대할 것 같았던 예술분야에서도 

여성으로서 입지를 세우기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인 워킹맘은

어쩌면 성공한 여성들의 숙명과 같은 문제인데 뜻밖에도 조선시대의 장계향, 빙허각 이씨라는

두 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흔히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 정도가 널리 알려진 인물인 반면 이 책에

등장한 두 사람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통적인 여성상을 간직하면서도 나름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과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었다. 마지막으론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퀴리 부인이

장식했는데 잘 몰랐던 스캔들까지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역사 속의

위대한 여성이라고 하면 거의 몇몇 인물들이 반복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잘 몰랐던 여성들을 발굴해내는(?)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기존의 역사 속에서도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그런 여성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재조명하면서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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