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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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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의 작품은 '13. 67'과 '망내인', '풍선인간'까지 총 세 작품을 읽었는데 이 책은 그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을 필두로 동화를 모티브로 한 세 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일본의 

전래동화를 활용한 미스터리였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나 '앨리스 죽이기'를 

시작으로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 등 동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더러 있지만 찬호께이는

과연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어떻게 요리했을지 기대가 되었다.


'잭과 콩나무' 외에 '푸른 수염'과 '하멜른의 마술 피리'까지 총 세 편이 미스터리로 재탄생했는데 기존의

친숙했던 동화 내용과는 사뭇 다른 얘기들을 들려준다. 작가인 라일 호프만 박사가 탐정 역할을, 한스

안데르센 그린이 조수 역할을 맡아 동화가 변형된 사건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먼저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에서는 잭이 거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동화 속에서도 거인이

잭을 쫓다가 잭이 콩나무를 잘라 땅에 떨어져 죽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살인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선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호프만 선생은 잭을 죽음으로 

내몰려는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는데 그동안 알던 '잭과 콩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다음 작품인 '푸른 수염의 밀실'은 제7회 대만추리작가협회 공모전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자체가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작품이라 과연 어떻게 변형을 했을지 궁금했다. 기본

설정인 푸른 수염과 결혼한 여자가 그의 외출 중에 그토록 당부하였음에도 호기심에 못 이겨 들어가지

말라고 한 지하실에 들어가보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제목 그대로 밀실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여기서도 기존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보여준다. 후기를 보면 '미녀와 야수'가 숨은 동화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하멜른의 마술피리 아동 유괴사건'은 이 책의 제목에 사용된 것처럼 앞 두 작품을 합한 것 이상의

분량을 자랑한다. 마을에 있는 쥐들을 소탕해줬음에도 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쥐잡이꾼이 마을 

아이들을 마술피리로 꾀어낸다는 기본 설정은 동일하지만 사건 전개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해서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는데 찬호께이가 직접 독일 답사를 했을 정도로

나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심혈을 기울였다. 마을 최고의 부자 바그너의 악독함에 맞선 호프만 선생의

능수능란한 대응이 복잡하게 꼬인 사건을 결국은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그 와중에 원작에선 전혀 

알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여기서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기존 동화를 완전히

새로 쓰는 내용을 선보이는데 세 작품 모두 기본 설정만 동화에서 가져왔지 완전히 다른 버전의 흥미

진진한 미스터리로 재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봤던 찬호께이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이었는데 친숙한 동화를 미스터리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부활시킨 찬호께이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잘 발휘된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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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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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중화권이 미스터리의 불모지인 줄 알았지만 찬호께이의 '13. 67' 이후 중화권 작가들의 여러

작품들을 만나면서 역시 중화권에도 미스터리 인재들이 수두록하구나 하고 새삼 감탄을 했다. 그래도

아직은 찬호께이나 쯔진천 정도만 겨우 이름을 아는 정도인데 이 책의 작가 레이미도 심리죄 시리즈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드디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 책으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차례를 보면 해당 부분의 핵심(?) 문장이 그대로 실려 있어 저절로 줄거리를 파악할 뻔했다. 얘기는

청완빈관이라는 여인숙 수준의 호텔에 싱 부국장이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가 한 남자가 나체의 여자를

칼로 살해하는 장면을 보고 범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지만 여자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싱 부국장이 체포되는 황당한 상황으로 시작한다. 한편 팡무는 S시에서 납치된

페이란이란 유명 배우의 행방을 찾는 일을 도와주는데 투입되어 깔끔하게 해결해내고 C시로 돌아가려던

차에 싱 부국장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수감 중인 싱 부국장을 만난 후 그의 누명을

벗기려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싱 부국장이 함정에 빠진 거라 생각하고 팡무가 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기대했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싱 부국장이 딸과 관련해 뭔가 숨기는 것이 드러나

더욱 곤혹스런 상황이 된다. S시에서 함께 수사를 했던 샤오왕이 C시로 와서 팡무와 함께 싱 부국장

사건을 조사하는 가운데 팡무는 싱 부국장이 만나려했던 딩수청의 시체를 발견한 장소에서 엉망인

상태의 한 소녀를 구해내 데리고 온다. 인신매매된 것으로 보이는 소녀의 고향인 루자춘을 찾아가니 

마을 사람들이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 뭔가를 숨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팡무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 탈출한다. 거대한 음모와 끔찍한 범죄들이 조직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 싸우는 팡무의 처절한 몸부림이 펼쳐지는데 중국이라 그런지 이런 충격적인 일들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수가 없어 그저 당하고만 있던

팡무는 최후의 작전을 감행하는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었던 힘겨웠던 싸움이 결국 처절한

응징으로 마무리되어 그나마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심리죄 시리즈와 첫 만남은 정말 예상 외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건 자체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면도 있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팡무가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중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배경이 되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중화권 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는데

시리즈의 1, 2권을 그냥 지나친 게 정말 아쉬웠다. 순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어서 빨리 팡무의

과거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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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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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저우시에선 3년 전부터 대놓고 자신을 잡아달라는 범인이 저지르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국숫집 아가씨를 희롱하던 동네 깡패가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갑자기 등장한 남자가 완전범죄를 도와주고 연쇄살인사건을 맡은

자오톄민은 경찰을 그만두고 수학과 교수를 하고 있는 옛 친구 옌량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데...

 

얼마 전에 중국 3대 추리작가 중 한 명이라는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읽었는데 중국 작가라곤

믿기 힘든 중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보여줘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쯔진천의 추리의 왕의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란 평이

있어 과연 어떤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유사한 설정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내용과 전개를 선보였다. 사실 '동트기 힘든 긴 밤'이 추리의 왕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해서 어떤 연결관계가 있나 싶어 확인해보니 형사 쟈오톄민과 형사 출신 수학과 교수

옌량이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동트기 힘든 긴 밤'에선 워낙 사건의

당사자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겨 두 인물이 그리 부각되지 않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 책에선

우발적으로 깡패를 살해한 주후이루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궈위를 도와주는 전직 법의관 출신인

뤄원이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사실 생면부지인 살인사건의 범인들을 도와 위험을 무릅쓰고 완전

범죄를 만드는 뤄원의 행동이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전직 최고의 법의학자답게 경찰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하고 가짜 알리바이를 만들면서 각종 증거를 조작해대니 쟈오테민이 이끄는 수사팀이

애초부터 이들을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사팀 중 한 명이 주후이루의 반응에

의문을 갖고 의심을 품지만 알리바이와 여러 증거들이 그녀가 범행을 저지를 수 없음을 보여주면서

결국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고 마는데, 옌량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뤄원이 짜놓은 큰 각본은 여기저기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뤄원이 주후이루와 궈위에게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까지 철저히 교육을 시켜서 

아무런 직접증거가 없는 상태다 보니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잘 버티면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사건을 다원 5차 이상의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대수적으로 풀지 않고 역대입의

방법으로 접근해서 뤄원을 용의자로 직감한 옌량이 설치한 덫에 뤄원은 알면서도 스스로 걸려들고

만다. 뤄원에게 있었던 일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일으킨 커다란 그림은

결국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만들지만 그가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은 끝내 지킬 수가 없었다.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된 여러 상황들이 좀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사연과 이유가 있어도 범죄는

범죄일 수밖에 없으니 씁쓸함을 남겨주는 결말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중국의 수사가 아직

후진적임을 여실히 알 수 있었는데 잠을 안 재우고 계속 수사를 하거나 영장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 제한을 피하는 편법을 쓰는 등 중국의 문화가 선진국이 되기엔 멀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연쇄살인사건에 지문이 분명히 발견되었음에도 범인이 누군지를 모르는 걸 보면 우리처럼 모든

사람이 지문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건데 중국이 인권을 존중해서 그럴리는 없고 너무 인구가

많고 시스템이 후진적이며 산아제한 등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국가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암튼 이 책은 누가 범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범인이

왜, 어떻게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가 중요한 작품이었는데 '동트기 힘 든 긴 밤'에 이어 쯔진천의

위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작품밖에 안 읽었지만 쯔진천도 내가 믿고 볼 수 있는 작가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했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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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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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노숙자처럼 지저분한 행색의 남자가 묵직한 여행가방을 끌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려다

보안요원들이 검색을 하려고 하자 도망치다가 붙잡힌다. 그가 가방에 폭발물이 있다면서 절대 못

열게 하지만 폭탄 제거반이 도착해 가방을 열어보니 나체 상태의 시체가 나오는데... 

 

중화권 미스터리는 비교적 최근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찬호께이의 '13.67'이 베스트셀러가

된 게 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주로 일본 미스터리를 출간하던 한스미디어에서 본격적으로 중화권

미스터리를 내놓기 시작한 후 '네 번째 피해자' 등 여러 작품들을 읽어봤는데 모두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들이라 추리소설의 불모지로만 여겼던 중화권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바뀌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

쯔진천은 레이머, '사악한 최면술사'의 주하오후이와 더불어 함께 3대 인기 추리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을 읽어 보니 충분히 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철 시체 운반 사건이라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시체를 여행가방에 넣고 다닌 남자의 사연은 무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는데

체포된 남자는 체포 당시 순순히 살인을 자백하다가 돌변해 자신이 죽은 남자를 죽이지 않았고 남자가

죽은 시간대에 베이징에 있어서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죽은 장양이라는 남자를 조사하다

보니 장양의 대학 동기이자 체포된 장차오의 제자였던 허우구이핑과 연결이 되었는데 허우구이핑이

핑캉현 관할인 외딴 시골 마을인 먀오가오향에 초등학교 교사로 교육지원을 나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허우구이핑은 자신의 제자들인 어린 소녀들이 누군가에게 어딘가로 끌려가다시피 가는

모습을 보고 이후 한 소녀가 자살하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여기저기에

미성년자 성폭행사건을 신고하고 조사를 요구하지만 묵살되기 일쑤였고 오히려 협박을 당하다

결국 본인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자살한 것으로 처리되는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허우구이핑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자실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애인 리징이 친구인 검찰관 장양에게

조사를 부탁하고 장양은 허우구이핑이 자살한 게 아닌 타살당했음을 알게 되지만 그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의 저지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데...

 

재벌과 권력이 결탁하여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려고 계속 범죄를 양산해내는 얘기는

각종 드라마나 소설에 자주 등장해 이제는 익숙한 스토리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중국이란 나라가 어떤 

사회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아서 허우구이핑의 억울한 죽음과 그를 죽게 만든 일당들을 

단죄하기 위해 장양을 비롯한 몇 명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는 눈물겨운 노력이 항상 좌절을

겪게 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거대한 벽에 부딪힌 듯한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무모하다 싶을 승부수를 던진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세력과 맞서 싸우기는 정말

힘겹고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 것 같은데 자신의 삶이 망가지면서까지 진실을 밝히고 악마들을

처단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이들의 노력이 마지막에 가서도 뭔가 후련하지 않은 듯한 결말을 맺어

비정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았다. 폐쇄적인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인데 중국은 물론 우리도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코 픽션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 아닌가 싶다. 중국 3대 추리소설가라는 게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쯔진천의 다른 작품들도 조만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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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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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의 작품은 '13. 67''망내인'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중화권에도 매력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사람을 풍선이라 생각하고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시켜서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킬러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단편집이라 먼저 본 두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영화 '데스 노트'도 연상되었지만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십분 활용해 킬러로 활약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름 유쾌하게 그려졌다.

 

첫 번째 작품인 '이런 귀찮은 일'은 전체 내용의 사실상 프롤로그 역할을 했는데 주인공의 능력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한다. 살아 있는 생물과의 피부 접촉으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고, 명령 발동 시점을

늦추도록 지정할 수 있으며, 명령어를 입력한 뒤엔 목표 대상이 명령 발동 전 사망하더라도 능력이

시체에 똑같이 작용하는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은 딱 킬러에 제격이었는데 교외에 조용한 주택가에

살다가 새로 낯선 남자가 이웃에 이사오면서 묘한 일들이 발생하자 이웃의 정체를 직감하고 대응한다.

시간차 공격이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보니 얼마든지 완전범죄가 가능한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여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을 능가하는 솜씨를 보여주는 '십면매복'은 목표물과 접촉만

하면 아무리 철벽방어를 해도 풍선인간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주인공을 막을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풍선인간이 돈을 마다하고 살인 의뢰를 수락한 '사랑에 목숨을 걸다'는 돈 대신

의뢰인인 전직 유명 여배우의 몸을 원한다는 전혀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얘기가 펼쳐진다. 나이 많은

부자 사업가와 결혼한 전직 여배우는 눈엣가시같은 남편의 전처 소생 딸의 살해를 풍선인간에게

의뢰하는데 뭔가 야릇한 얘기가 펼쳐질 것 같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져 소름이 돋는

느낌을 줬다. 제목처럼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마지막 파티'에선 주인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에

의해 풍선인간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 상황이 그려지는데 여기서도 마지막에 그동안 읽은

내용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한다. 이 책이 실린 네 개의 작품 모두를 통해 

기발한 설정은 물론 기가 막힌 반전을 선보여 역시나 찬호께이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보통 초능력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정의의 사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처럼 악당 역할을 해도 독특한 캐릭터여서 그런지 별 거부감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저작권 문제로 최초의 풍선인간 작품이 함께 수록되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는데 풍선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계속 내놓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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