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 - Andersen's Fairy Tales 팡세 클래식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팡세미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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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그림 형제와 더불어 고전 동화의 양대 산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의 작품을

어릴 때 안 읽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대부분 어릴 때 어린이용 동화책으로 보고 나선 성인이

되어 다시 그의 동화를 볼 기회는 드물 것이다. 아이가 있어 그의 동화책을 읽어 준다 하더라도 아이용의

그림책인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내가 읽었던 안데르센 동화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같은 느낌이 들지 궁금해하며 이 책을 들었다.


첫 번째 작품은 '엄지공주'였는데 엄지공주는 책으로는 제대로 읽은 것 같진 않고 만화 등으로 본 

어렴풋한 기억만 있다가 이번에 읽어 보니 생소한 내용이 정말 많았다. 두꺼비한테 납치를 당해 두꺼비 

색시가 될 뻔 하지 않나 물고기들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지만 들쥐 아줌마네 집에서 지내다가 이번엔 

두더지와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할 상황에 내몰린다. 파란만장한 상황을 겪은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엄지공주의 얘기는 역시 책으로 제대로 읽어야 그 맛을 알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미운 아기 오리'(내가 알던 제목은 미운 오리 새끼인데 표현을 순화한 듯)도 기본 내용은 

알고 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디테일에선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성냥팔이 소녀'도 희미한 

이미지만 남아 있다가 이번에 다시 제대로 내용들을 입력시킬 수 있었다. '인어 공주'는 이번에 읽어 

보니 정말 처절한 사랑의 얘기였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벌거벗은 임금님'도 유머와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본 듯 안 본 듯 약간은 생소한 작품들이었는데 '다섯 알의

완두콩'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도깨비는 무엇이 좋은가'는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바보들에게 희망(?)을 주는 '바보 한스'나 마법같은 얘기를 담았지만

서로 다른 결말을 들려주는 '날아다니는 가방'과 '신기한 부싯길 돌'까지 안데르센의 동화 세계가 기존에

알던 것과는 훨씬 다채로움을 잘 보여주었다. 어릴 적 아동용으로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런 동화에 울고 웃던 때묻지 않았던 시절의 감성을 잠시나마

되살려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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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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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작품은 어릴 때 교과서 등에서 만났던 '마지막 수업'과 '별'의 기억이 남아 있는데 그 

외의 작품들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얼마 전까지 알퐁스 도데의 책을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남아 있어 찾아 보니 알퐁스 도데가 아닌 O.헨리의 'O.헨리 단편 콘서트'여서 조금 민망했는데

어떻게 보면 알퐁스 도데의 작품과 O.헨리의 작품 스타일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도 볼 수 있다(아마

'마지막 수업'과 '마지막 잎새'가 헷갈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선 프로방스의 색채를 담은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전에 읽었던 '프로방스에서 죽다1'에서 미술계의 슈퍼스타 마티스, 피카소, 샤갈의

프로방스에서의 말년 생활을 엿본 기억이 남아 있어 이 책의 단편들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머리말 외에 총 24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존에 알던 작품은 '별'이 유일하고 알퐁스 도데의 또 다른 

대표작인 '마지막 수업'은 여기에 실려 있지 않다. 그의 첫 번째 단편집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잘 녹여져 있었다. 저자 자신의 자전적인 얘기인지 '도데

씨'가 풍차 '방앗간에 입주하는 날'이란 단편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단편들이 등장한다. 바람둥이 아내를

가진 남자의 얘기('보케르의 숭합 마차')나 제분 공장에 밀려 더이상 방앗간을 유지하고 힘든 상황에서

허세를 부리던 방앗간 주인을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는 얘기('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자유를 갈구하던

염소의 최후('스갱 씨의 염소') 등을 만난 후 드디어 '별'과 만났다. 아스라한 기억만 남아 있는 작품

이었는데 왠지 황순원의 '소나기' 느낌도 났다. 양치기와 아가씨의 이루어질 수 없는(?) 풋풋한 사랑은

그래서 더욱 별처럼 빛나는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교황의 노새' 같은 작품이 맘에 들었는데

아비뇽 유수 시대 교황을 속이고 노새를 괴롭히며 출세를 노리던 악당을 노새가 응징하는 얘기가 딱

내 취향이었다. 우화같은 얘기들이 중간중간에 등장했는데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내의 전설'도 유사한

작품이었다. 말 그대로 두뇌가 황금인 사내가 뇌를 꺼내 쓰는 얘기인데 역시나 비극적 결말을 맺었다.

프로방스라는 지역적인 특색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을 통해

알퐁스 도데의 단편의 매력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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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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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는 스톡홀름 최고의 미술 갤러리에 취직한 후 갤러리 주인인 알데르헤임의 호감을 사고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그의 하나뿐인 딸 엔뉘와 결혼해 갤러리를 차지할 음모를 꾸민다. 그의 계획이 차근

차근 진행되는 가운데 예전에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매춘부가 흑인 아이 케빈을 데리고 와서 빅토르의 

아들이라고 하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지만 친자관계가 확인되자 어쩔 수 없이 외딴 곳에 숨겨

두고 피자만 줄창 사준다. 케빈이 성인이 되자 드디어 결단을 내린 빅토르는 케빈을 데리고 아프리카

케냐로 날아가는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스웨덴 출신의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은 영화로만 본 적이 있고 실제 책으로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은 신종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는 복수 대행업을 창업하는 남자와 복수가 절실한 남녀가

공동의 적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쾌발랄한 얘기를 그려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아돌프를

언급할 정도로 악독한 히틀러 스타일인 빅토르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의 방해물인 케빈과 엔뉘를 모두

처리하고 드디어 소원을 달성한다. 빅토르에게 처절히 버림받은 케빈은 마사이 부족의 유지 아들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잠시 빅토르와 아내가 되었다가 바로 알몸으로 이혼당한 엔뉘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한편 광고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후고는 이웃과의 갈등 속에서 이 책 제목과 같은 복수 

대행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데 마침 복수에 혈안이 된 케빈과 엔뉘가 후고에게

복수 의뢰를 하면서 빅토르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우지만 고추를 지키기 위해 도망친 케빈을 찾아

케냐에서 스웨덴으로 날아온 마사이 부족 치유사인 양부 음바티안이 등장하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고 마는데...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얘기지만 가독성은 정말 좋은 책이어서 술술 읽어나가며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했다. 빅토르에 대한 달콤한 복수가 성공을 거두는가 싶더니 음바티안이 나타나면서 전세가 급반전

되고 고집불통 막무가내인 음바티안의 행보에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빅토르가

미술품 거래상이다 보니 그림이 중요한 소재가 되었는데 이르마 스턴이란 몰랐던 화가의 작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책에 그림까지 넣어놓아 갑자기 미술책으로 변신하는 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의

복수극은 황당한 마무리를 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대신 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각광받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좀 생뚱맞게 스웨덴과 케냐를 여러 번 오가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었는데 가볍게 5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요나스 요나손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식을

쉽게 파괴하며 유머스런 얘기들 들려주는 그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는데 그동안 놓쳤던 그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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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한 권으로 읽는 오리지널 명작 에디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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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책은 어렴풋한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당연히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는데 3권짜리 완역본은 도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에 그나마 57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이 책은 시도할 만했다. 영화로도 수차례 만들어져 영화로도 볼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던 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인간관계나 다른 관계에도 모두 적용되는데 책과의 만남도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 책은 첫 문장이 너무 유명한데,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라는 문장으로 앞으로 

이 책에서 그려나갈 등장인물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책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여서 당연히

그녀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카레닌 부인인 안나 카레니나가 실제 등장하는 것은 책이 시작하고

한참 지난 87쪽부터였다. 그동안은 안나의 오빠인 스테판 아르카지치가 애들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워

아내인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와 갈등을 빚는 모습과 다리야의 동생이자 쉬체르바스키 가의 영애인

키티를 두고 레빈과 브론스키가 구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상처받은 레빈이 떠난 사이 오빠 부부 문제를 해결하러 온 안나 카레니나와 어머니를

마중나온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만나면서 이 책의 핵심문제가 발생한다. 첫눈에 반한 브론스키는

관심이 있던 키티를 차버리고 안나에게 계속 접근하고 남편과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안나도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면서 이들의 불륜은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한편 브론스키에게 차인 키티는 충격을 

받고 이런 키티에게 아직 미련이 있던 레빈은 다시 그녀와 만날 기회가 생기는데...


바람둥이 남자와 유부녀의 불륜 행각은 결국 비극을 불러 온다. 브론스키야 딱 봐도 무책임한 바람

둥이임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여자들은 그런 달달함에 헤어나오지 못하니 오빠의 불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며 정숙한(?) 줄 알았던 안나마저 브론스키와 눈이 맞아 심지어 애까지 낳는 지경에 이른다. 

웃긴 건 안나가 이러고 다니는 줄 짐작하면서도 체면만 생각하며 방치하다시피 하는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태도였다. 매정한 그는 안나가 그 지경에 빠졌으면 이혼이라도 하면 좋은데 

안나가 불륜남의 애를 버젓이 낳았는데도 이혼할 생각을 안 하면서 그들의 불륜 생활을 놔두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된다. 한편 한 번 어긋났던 레빈과 키티는 브론스키의 

변심으로 다시 이뤄지게 되는데 딴 남자 좋다고 자신을 거절했던 여자와 다시 만나는 레빈이 대인배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책에서 원만한 관계를 보이는 커플이 레빈과 키티라 할 수 있었는데 애매한 

관계 속에 불륜녀로 낙인 찍힌 안나는 점점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되고, 안나에 대한 감정이 예전같지 

않고 그다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던 브론스키와의 관계도 점점 악화일로에 빠지다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종말을 맞게 된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남녀관계는 아무리 19세기의 러시아지만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요즘의 잣대로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평범한 귀족부인이었던 안나의 일탈이 낳은

비극은 한때의 불같은 사랑에 빠져 자기 삶을 거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임을 잘 보여주었다.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등장해 벌이는 복잡한 관계와 감정 변화는 역시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름값에 걸맞는   

풍성한 만찬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었는데 압축한 책도 이런데 3권짜리 완역본은 좀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암튼 이제 책으로 봤으니 영화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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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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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은 중세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교과서 등을 통해 최소한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것

같은데 왠지 끌리지는 않는 책이었다. 중세라는 시대 자체가 종교가 모든 걸 삼켜버린 암흑시대이다

보니 뻔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종교와 그리 친하지 않다 보니 나완 안 맞을 것

같은 책이어서 쉽게 손이 가진 않았는데 그래도 고전에는 뭔가 얻을 게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도전에 나섰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가톨릭의 사후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인 단테가 직접 주연으로 등장하여 고대 로마의 최고 시인이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지옥행 여행을 떠나는 걸로 시작하는데 베르길리우스를 만나기 전에 사치스런 유혹과

육욕의 달콤함을 상징하는 표범과 권력과 야망을 상징하는 사자, 탐욕스런 늑대의 위협에서 벗어나

지옥문에 이른 단테는 아케론 강의 뱃사공 카론을 만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리스 로마신화와

성경이 짬뽕된 느낌이 드는데 지옥은 제1옥에서 제9옥까지 죄가 무거울수록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제1옥은 림보라 불리며 지옥에 속하는 곳은 아닌데 호메로스를 비롯한 위대한

시인들, 줄리어스 시저,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인류 역사에 이름을 떨친 여러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오직 신앙이 없어 세례를 못 받았기 때문인데 지옥행이냐 천국행이냐는 

종교적인 기준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본격적인 지옥이 시작하는 제2옥에는 그리스 신화 속 미노스,

트로이전쟁의 파리스 등이 있었고, 제3옥에는 지옥의 파수꾼인 케르베로스가 첼베로스라는 이름으로

지키고 있는데 단테가 살던 시대의 인물도 등장한다. 이렇게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큰 죄를 지은

자들이 갇혀 있었는데 제7옥에는 살인자들을 비롯한 폭력배들이, 제8옥에는 위선자들, 이기주의자들,

포주들이, 제9옥엔 모든 반역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범죄의 죄질과는 사뭇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걸 알 수 있는데 과연 가장 죄질이 안 좋은 자들이 있는 제9옥에는 누가 있을까 했더니

성경에서 인류 최초의 살인자라는 카인과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 등이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있었다.

 

훨씬 자극적인 지옥을 벗어나 가톨릭의 전유물인 연옥에 이르니 정죄산을 등산(?)하게 되는데

일곱 개의 죄악(교만, 질투, 분노, 나태, 인색, 탐욕, 애욕의 타락)이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는

지옥과 천국의 중간계다 보니 애매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어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은 별로

없었다. 연옥까지 가이드를 해준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지고 천국행 안내자로 베아트리체가 등판하는데

아홉 개의 하늘(월천, 수성천, 금성천, 태양천, 화성천, 목성천, 토성천, 항성천, 원동천)과 하나님이

계신 정화천으로 구분되었다. 이곳에는 유스티니아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성 베드로 등이 등장해

크게 예상을 벗어나진 못했다. 천국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 상상하기 쉽지만 왠지

좀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단테와 함께 지옥부터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중세시대의 사후 세계관이 어떤지를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특정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라 아무래도 종교적 잣대가 들어가 있고 당대 인물들의 경우 단테 개인적인 판단도

들어가 있어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고

지옥을 중심으로 한 사후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고전은 막연하게 아는 것보다 직접 한 번 읽어봐야 그 가치와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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