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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모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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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중 내가 만난 작품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악인'과 로맨스물 '사랑을 말해줘', '열대어'가 있다.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인간의 선악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악인'을 비롯하여

남녀 사이의 소통 문제를 다룬 '사랑을 말해줘', 나쁜 남자들을 얘기를 그린 '열대어'까지

소설의 재미를 잘 보여준 작품들을 만났기에 나름 신뢰할 만한 일본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소재로 하는 단편과 에세이가 실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하늘 모험'이라는 제목만 보고

판타지 같은 동화같은 얘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추측을 했는데

짧막한 단편 소설과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각 단편엔 여행과 관련된 내용들이 잠깐 언급되기는 하지만

여행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가 아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또다른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그런 여행이 다뤄지는 단편은 몇 편 되지 않고 대부분은 일상에서의 얘기들 사이에 흘러가는

의미로 여행(여행이라기보단 이동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경우도 있다)이 등장하는 편이었는데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등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어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에세이 편에서는 프랑스, 미국, 부탄, 중국 등 작가가 직접 여행했던 곳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라 그런지 단편보다는 더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낯선 팁 문화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나 허리를 비끗해서 겪는 고생담,

'블루레이'를 잘 몰라 전자제품 할인매장에서 머쓱해하는 모습까지

평범한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났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퍼레이드'가 영화로 만들어져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자원봉사자들의 환대가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나 한국에서 소폭을 마시며

매일 밤낮을 단위로 '접대'받던 얘기 등이 작가와의 친근함을 더해주었다

(외국인에게도 말아주는 무서운 우리 술문화ㅎ).

마지막으로 '악인'의 무대가 되는 장소들을 돌아보는 얘기가 나오는데

인상적으로 봤던 작품을 다시 떠올리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기나긴 여정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행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삶을 꾸려나가는데 그 긴 여정 중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맘에 휴식을 주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 다시 일상을 힘차게 살아나가는

원동력을 마련해주는 여행의 의미를 작가와의 짧은 여행을 통해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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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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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목수인 다이스케는 미혼모인 마미와 한때 형제였던 미쓰오와 함께

이웃에 사는 대학교수인 도키선생의 맨션에 싼 값에 살고 있다.

마미와 도키 선생과 함께 푸켓으로 갈 계획을 세우던 다이스케는

자신이 개축중인 집주인의 딸에게 접근하는데...

 

요시다 슈이치와의 만남은 '악인', '사랑을 말해줘'에 이어 세번째다.

요시다 슈이치의 세 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에는  

조금은 상태가 불량한(?) 남자들의 사랑 얘기가 실려 있다.

먼저 '열대어'에서는 미혼모와 예전에 어머니가 재혼해서 형제관계였던 남자와 같이 사는  

다이스케가 주인공이다. 다이스케가 만든 가족 형태도 범접할 수 없지만  

그의 행동 역시 쿨(?)하다 할 수 있었다.

미혼모인 마미와 동거 중임에도 자신이 일하는 집 여중생 리쓰코를 꼬시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린피스'의 주인공인 소스케도 별 것 아닌 걸로 여자 친구인 지사토와 싸운 후 집에서 내쫓는다.  

그것도 자기 집이 아닌 지사토 집에서 말이다. 집 나간 지사토는 소스케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스케의 친구와 원나잇 스탠드를 하고 소스케도 그 친구의 여친에게 집적댄다.

'돌풍'에서도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한가한 해변가로 도망친 닛타가

민박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민박집 여주인과의 야릇한(?) 욕망의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닛타 역시 떠날 때가 되자 쿨(?)하게 돌아선다.

 

이 책에 실린 세 단편의 주인공 남자들은 하나같이 '나쁜(?) 남자'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렇게 행동을 해도 받아주는 이상한(?) 여자들이 있었다.  

여자들이 속칭 나쁜 남자들에게 끌리는 이유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쨌든 나쁜 남자들의 작업은 대부분 한 때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어서  

진지하지도 않고 그 순간만 지나면 미련 없이 떠난다.  

그런 걸 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책임한 인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진지하고 충만한 관계보다 찰나적이고 즉흥적인 관계가 왠지 대세인 듯한 느낌이 든다.  

만나는 것도 쉽고 헤어지는 것도 쉬운 그런 관계들을 보면  

왠지 모를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단편들을 모은 이 책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남녀관계를 적나라하게 잘 그리고 있다. 

세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맘에 안 들었지만 그런 게 현실이지 않을까 싶었다.

전에 본 작품들에 비해 공감도는 떨어졌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진  

연애의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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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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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원에서 만난 청각장애자 교코에게 반한 다큐멘터리 제작가 슌페이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던 슌페이는 점점 교코와의 소통의 불편함을 느끼면서  

교코를 대하는 태도가 무심해지기 시작하는데...

 

'악인'을 통해 처음 만났던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인 이 작품은

소리가 부재한 상태에서의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전작인 '악인'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했다면 이번에는 슌페이와 교코의 사랑을 통해  

소통의 부재가 사랑에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교코의 청각장애가 사랑에 별 장애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교코의 장애로 인해 슌페이는 흔히 하게 되는 말 실수를 줄일 수 있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부질 없는 일을 안 하게 되었다.

사실 사람간의 관계에서 별 생각 없이 한 말 때문에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경우가 정말 흔하다.  

특히 연인끼리는 늘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이 문제가 되어 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슌페이는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걸러진 상태의 의사표현을 하게 되어  

교코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점점 슌페이는 교코의 침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교코와 여행가기로 약속했지만 중요한 다큐멘터리 촬영이 잡히자  

여행을 취소하고 파키스탄으로 날아간다.  

슌페이는 교코가 당연히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는지 교코에게 그다지 양해도 구하지 않는다.

슌페이는 남자들이 늘 하는 잘못인 일을 우선시하는 했을 뿐만 아니라

교코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핑계로 교코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소리없이 늘 곁에 있어 줄 거라 생각했던 교코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슌페이는 그녀의 부재에도 별 생각없이 있다가 그녀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응답조차 하지 않자

그제서야 그녀를 찾아나서게 된다. 소통의 곤란을 핑계로 교코에게 점점 무심해졌던 슌페이는  

그녀의 부재를 통해서야 그녀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늘 잃고 나서야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인간의 어리석음이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문제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인데 말이나 소리로 소통할 수 없는 관계라면  

이를 보충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잘 표현되었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감싸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슌페이는 교코와의 소통의 곤란에 길들여지면서  

아예 소통조차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잘못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친해지면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태도가 관계를 망치는 치명적인 잘못임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각기 자기 말은 엄청 하려고 하면서도 남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말이 그야말로 소음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다.  

한편으론 소통의 수단은 엄청 많아졌지만 제대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통의 수단의 풍요 속에 진정한 소통은 빈곤한 게 요즘 사람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에 있어 소통의 소중함을 잘 일깨워 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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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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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미쓰세 고개에서 목이 졸린 채 죽은 여자가 발견된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증언하고

그녀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자는 며칠째 행방불명 중인데

과연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줄거리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무늬는 추리소설이지만 추리소설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제목처럼 과연 누가 진정한(?) 악인인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선악의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로 얽혀 있다.

먼저 이 책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요시노

그녀는 보험판매원이면서 만남사이트를 통해 남자들과 묻지마(?) 만남을 일삼는 여자다.

그리고 부잣집 왕자님(?)이라 할 수 있는 게이고를 좋아하면서

그와 사귄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결국 그녀의 허영심은 그녀의 명을 재촉하게 만든다.

피해자라 하지만 아무 죄 없는 피해자라고는 할 수 없는 여자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악인이라 내세울 수 있는 범인

그는 요시노를 죽인 살인자이기에 악인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악인이라고 단정짓기엔 좀 꺼림칙한 점이 있다.

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사건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그의 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그가 그런 죄를 짓게 만든 데는 단순히 그의 잘못만은 아닌 것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여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하던 그에게

요시노의 무시는 죽음을 자초할만한 행동이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의 또 다른 용의자였던 게이고

그는 요시노를 직접 죽인 범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살인자라 해도 무방한 인간이었다.

부잣집 도련님이라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의 인간인데다

나중에 그가 자신의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펼치는 장면들은 진정한 악인은 그가 아닐까 싶게 만들었다.

 

이 책은 살인사건의 발생과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피의자의 도주 등 기본적으로는 추리소설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나 '화차' 등과 흡사한 전개를 보인다.

하지만 범인 맟추기와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추리소설에 비해

이 책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인간의 본성에 관한 여러 학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은 두가지 면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어느 쪽으로 더 발달하느냐에 따라 선인이냐 악인이냐를 구분하게 만들며

그것은 교육이나 가정환경 등 후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악인이니 선인이니 하는 것은 각자 개인의 선택(?)과

주위 환경이 어우러진 결과이며 특정 상황에 따라 누구나 선인도 악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쉽게 악인이나 선인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은 늘 선악의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시다 슈이치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퍼레이드' 등 그의 전작들은 늘 손이 가다가 다른 책에 밀려(?)

볼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의 글발을 맛 볼 수 있었다.

작가 스스로 감히 자신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인간의 선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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