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스 플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6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6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에서 제일 짧은 철도인 LA의 앤젤스 플라이트에서 흑인 인권 변호사인 하워드 일라이어스와  

여자 한 명이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자 몇년 전의 흑인 폭동의 악몽이 떠오른 LA경찰국은  

경찰관 중에 범인이 있을까봐 앙숙인 해리 보슈팀과 감찰계 형사들로 수사팀을 구성한다.  

하워드 일라이어스가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변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해리 보슈는 차근차근 단서들을 수집해나가고 차츰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블랙 에코'
를 시작으로 해리 보슈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거치면서 그의 아픈 과거나 형사로서의 외로운 투쟁, 잘 풀리지 않는 연애사를  

함께 나누다 보니 현실에서의 친구 못지 않은 절친한 친구를 얻은 느낌이 든다.  

전편인 '트렁크 뮤직'에서 오랫동안의 방황을 정리하고 엘리노어와 결혼에 골인하여  

이제 여자문제에 있어서는 최소한 행복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물론 이미 후속 작품들을 통해 여전히 외로운 코요테 생활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에겐 행복한 결혼생활은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해리 보슈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는 엘리노어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해리 보슈는  

흑인 인권 변호사가 살해당한 상당히 민감한 사건을 맡게 된다.  

게다가 자신을 괴롭혀왔던 감찰계 형사들과 한 팀을 이뤄야되니 고생문이 훤한 가운데  

LA 경찰국은 어떻게 해서든 흑인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사건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려 하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해리 보슈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워드 일라이어스가 진행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민사소송의 발단이 된  

여아유괴사건에 의혹이 있음을 알게 된 해리 보슈는 사건을 파고들어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내지만 사건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가 직접 경찰들의 실제 수사에 참여하여  

속속들이 다 내다보는 느낌이 든다. 실제 범죄담당기자로 LA 경찰국에 출입했던  

마이클 코넬리의 경험이 보다 사실감 넘치는 작품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흑인 폭동 이후의 불안한 LA의 풍경도 잘 담겨졌는데  

O.J. 심슨 사건 이후 흑인 관련 사건에 경찰들이 대처하기가 훨씬 조심스러워진 상황에서  

흑인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해결해 온 흑인 인권 변호사의 살해사건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데 LA 경찰국의 눈엣가시라 할 수 있는 해리 보슈가 이를 맡아 해결하는 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전편들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점인데 '트렁크 뮤직'에서 등장했던 FBI 요원 로이 린델이 해리 보슈의 수사에 협조를 하고,  

해리 보슈가 등장하지 않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중 유일하게 영화화된 '블러드 워크'의  

광고 간판이 소개되는 등 시리즈의 연계성을 드러내는 부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전편들을 읽은 사람의 입장에서 숨겨진 재미라 할 수 있었다(이래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ㅋ).

해리 보슈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밝히려고  

고군분투하는 해리 보슈의 집념에 있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답답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결국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응징하는 해리 보슈는  

진정한 경찰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얽히고 설킨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마이클 코넬리의 솜씨도  

역시나 였는데 이번 작품에서 계속 삐걱대던 엘리노어와의 결혼생활은 아마 다음 작품에선  

파경을 맞지 않을까 예상되지만 그런 불행한 여자관계 속에서 분명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의 새로운 짝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막 한 작품을 읽었는데 금방 후속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니 나도 해리 보슈에게 중독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렁크 뮤직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5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헐리우드 살인전담팀으로 다시 돌아 온 해리 보슈는 할리우드 볼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자동차 트렁크에서 총에 맞아 죽은 남자 시체가 발견되자 마피아가 쓰는 전형적인

'트렁크 뮤직' 수법임을 알고 조직범죄 담당부서에 사건을 의뢰하지만 담당자는 사건을 맡기를

거부한다. 포르노 영화제작자인 피해자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돌아오던 길임을 알게 된 보슈는

피해자가 자주 들르던 카지노를 조사하러 갔다 뜻밖의 인물과 재회를 하게 되는데...



전작인
'라스트 코요테'에서 그 동안 늘 상처로 남아 있던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 낸

해리 보슈가 다시 살인전담팀으로 돌아와서 맡게 된 첫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형사물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시체를 발견해서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여러 증거들로 상황을 재구성해 나가면서 피해자가 어떻게 살해되었는지를 밝혀 나가는 과정이

차근차근 그려지는데 수사라는 게 이렇게 진행됨을 잘 알 수 있었다.


피해자인 앨리소가 라스베이거스의 범죄조직의 돈세탁을 해오면서 따로 애인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된  

보슈는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듯 했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옛 연인 엘리노어에게

다시 마음이 끌리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해리 보슈 시리즈 1편인
'블랙 에코'에서

FBI 요원으로 보슈와 같이 수사를 하면서 사랑에 빠졌던 엘리노어는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보슈에게 들켜 자수하게 되면서 보슈와 이별하게 되었는데, 앨리소가 자주 들린 카지노에서

엘리노어를 발견한 보슈는 그녀에게 미안했던 마음과 함께 예전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서

그녀에게 다시 빠지게 된다. 하지만 FBI로서 중범죄를 저질렀던 그녀와의 관계가 알려지자 보슈는
바로 악연이 깊은 감찰계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수사에서도 제외될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감찰계를 두려워 하지 않는 보슈는 다시 엘리노어와의 사랑에 올인을 하는데...



여러 가지 일들로 위기를 맡게 된 앨리소 살인사건은 유력한 용의자인 범죄 조직의 중간 보스였던

루크 고션이 사실은 조직범죄 수사를 위해 잠입한 FBI 요원이며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있자

미궁에 빠지게 되고 보슈는 오히려 사건을 조작하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드러나고 수사의 기본 법칙이라 할 수 있는 점들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사건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의심하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었는데 범인의 윤곽이 들어난 이후에는

정말 폭풍질주를 한다고 할 정도로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마지막에 또 다른 충격적인 진실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고집불통이며 까칠한 스타일이지만 정의감에 넘치고 탁월한 수사감각을 가진 해리 보슈는

그야말로 형사의 표본이라 할 수 있었다. 해리 보슈는 새롭게 여자인 블리츠 형사과정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파트너였던 에드거에다 신참 여형사 라이더와 한 팀을 이루게 되는데

역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호흡이 잘 맞아야 즐겁게 일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직장 동료들과 코드가 맞고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일이 술술 풀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보면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는 크라임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총망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재회한 엘리노어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감행한 해리 보슈. 그의 행복한 시간이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그의 다음 작품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 책까지 국내에 번역된 해리 보슈 시리즈는 다 읽었는데 한 권 한 권 읽어나갈수록

해리 보슈라는 인물과의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주 만나야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한 사람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 사람만이 가진 사연과 매력을 알게 되어 좋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사인 파운즈 경위를 폭행한 이유로 정직을 당한 해리 보슈는 정신과 상담 명령을 받게 된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된 해리 보슈는 평생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신을 괴롭혔던

어머니 마저리 로우를 죽인 범인을 잡기로 결심하고 사건 관련한 기록들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전에 읽은 '콘크리트 블론드'에 이어 해리 보슈의 현재 모습을 만든 일생일대의 사건인 어머니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 작품은 해리 보슈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파운즈 경위를 폭행하고 정직을 당한 해리 보슈는

동료 경찰이 우연히 과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잡아보겠다고 결심한다.

매춘부였던 해리 보슈의 어머니는 폭행을 당하고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완전히 고아가 된 해리 보슈는 이집 저집을 전전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되고 그 당시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평생을 외로운 코요테처럼 누구와도

제대로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 당시의 수사 수준으로는 밝히지 못한 것도 지금의 과학수사로는 범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수사에 착수한 해리 보슈는 수사가 의도적으로 방해받았음을 확인하고

그 배후에 아노 콘클린이라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와 당시 수사관들을 만나면서 심증을 굳히게 된 해리 보슈는

아노 콘클린의 후원자이자 여전히 유력한 인사인 미텔의 파티에 참석하여

그를 자극하고 이에 불똥은 엉뚱한(?) 사람에게 튀게 되는데...

 

'부모를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말도 있듯이

어머니가 비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늘 해리 보슈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직업이 형사인지라 해리 보슈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가 정직상태라 쉽게

수사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등 진실에 다가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범인을 잡겠다는 강렬한 열망은 사건 단서들을 하나씩 꿰맞추어 나가

결국은 진실에 다가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해리 보슈가 미텔 일당과 생사를 건 대결을 벌이는 거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솔직히 좀 허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범인과 어머니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이 바로 그것이었다니

아무리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일그러진 감정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얼마나 망가뜨리고 고통을 주는지를 보면서

정말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겠고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몹쓸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앞선 두 편의 작품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실비아가 해리 보슈 곁을 떠나

외롭게 남겨진 해리 보슈는 또다시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한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해리 보슈의 기구한(?) 운명을 안타깝다고 해야할지

매번 새로운 여자로 갈아치우는(?) 탁월한 능력을 부러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ㅋ

암튼 해리 보슈가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가 그동안 겪어 왔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지 않았을까 싶다.

비명횡사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분노와 고통에서는  

이제 해방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동안 해리 보슈라는 고독한 형사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해리 보슈라는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 느낌이 든다.

평소 누군가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특히 드러내기 쉽지 않은 과거와 상처들을 남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으면서 해리 보슈라는 인물과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그런 사이가 된 기분이다.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게 된 해리 보슈가 더 이상 아픈 과거와 상처로 인해

외로운 코요테처럼 어슬렁거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거리의 여자들을 유인해 죽인 후 예쁘게 화장시키고 시체를 유기한

연쇄살인범 인형사를 사살한 이유로 인형사의 미망인에게 소송을 제기당한 해리 보슈는

인형사와 동일한 수법으로 콘크리트에 파묻힌 시체가 발견되고

자신에게 메모까지 남겨 놓자 인형사의 짓임을 직감하게 되는데...

 

해리 보슈 시리즈를 연이어 읽다 보니 해리 보슈라는 인물에 대해 완전히 빠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에선 해리 보슈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인형사 사건을 제대로 다루면서

인형사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리 보슈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블랙 에코'에서 해리 보슈가 인형사 사건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동시에 징계를 받아 헐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반으로 쫓겨 나게 되었음을 언급했는데

그냥 해리 보슈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간단하게 얘기하고 있어

과연 무슨 사건인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해리 보슈가 인형사로 간주하고 사살한 범인의 미망인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인형사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그리고 인형사의 여죄로 보이는 콘크리트 블론드까지 등장하면서

해결된 줄로만 알았던 인형사 사건이 다시 미궁속으로 빠지게 된다.

 

이 책은 크게 인형사의 미망인에게 제소를 당한 해리 보슈가 법정에 서게 되어

법정공방을 벌이는 모습과 콘크리트 블론드의 발견으로 인해

인형사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두 부분이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먼저 법정공방은 나름 인형사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는데

해리 보슈가 인형사로 간주된 범인을 사살한 게 과연 과잉방위였나 하는 게 쟁점이라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게 민사사건 같은데 책에선 형사사건에 쓰는 용어들이 종종 등장해서

아무래도 미국의 사법제도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선 좀 혼란스러웠다.

검사가 피고측으로 나와 변론을 하는 것도 그렇고(국가배상청구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암튼 번역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의문이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얼마 전에 읽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 못지 않은 재미를 주었다.

좀 어설퍼 보이는 해리 보슈를 변론하는 벨크와 능수능란한 금발의 여변호사 챈들러가

벌이는 치열한 공방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자주 보았던

배심원제도하의 법정스릴러의 묘미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순간순간 소송의 유불리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은 당사자는 정말 죽을 맛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방청객의 입장에선 마치 롤러코스터를탄 것 같은 아찔하고 짜릿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콘크리트 블론드의 발견으로 시작된 인형사의 여죄 추적과

과연 인형사의 범행인지, 그의 모방범인지 밝혀가는 과정은 그 나름의 재미를 주었다.

인형사의 11건의 범행이 일관성이 없는 점을 알게 된 해리 보슈는 결국 인형사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고 자신이 처치한 범인은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처치한 인형사 뒤에 숨어 범행을 저지르던 또 다른 인형사는 여전히 건재하며

그가 바로 콘크리트 블론드를 살해한 범인이면서 자신을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름 범인을 추정하면서 점점 범인의 목을 졸라가지만 계속 헛다리만 짚고 만다.

결국 스트라이크 아웃의 위기에서 겨우 탈출하며 범인을 잡게 되지만

그 동안의 출혈이 너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도 역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마지막에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범인과의 지능적인 대결이 정말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여자와의 로맨스를 즐겼던 해리 보슈가 이 책에선

전작인
'블랙 아이스'에서 만났던 실비아와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간다.  

후반부에서 그녀와의 관계가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과연 엄청난

사연을 가진 고독한 해리 보슈를 그녀가 치유해줄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미 '유골의 도시'를 읽어서 해리 보슈 곁에 그녀가 없음은 알고 있지만...)

 

이 책으로 해리 보슈 시리즈의 3번째 책까지 읽었다.

역시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어야 주인공이나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변해가는 해리 보슈와 그의 주변에 있는 여러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솔솔한 재미를 주었다. 늘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지만 이를 어떻게든 해결해내는

집요한 해리 보슈의 모습은 든든하기 그지 없지만 그의 아픈 과거와 그를 힘들게 만드는

경찰관료들 사이에서 고군부투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 자체가 겪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작품에선 해리 보슈가 고통속에서 벗어나 좀 더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아이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텔에서 산탄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발견되자  

비상대기조였던 해리 보슈가 출동한다.

그 남자는 실종되었던 마약수사팀 형사 무어로 밝혀지고 무어에게 신종마약인 블랙아이스와 관련해  

수사협조를 구했던 적이 있던 해리 보슈는 그의 죽음에 뭔가 모를 이상한 점이 있음을 느끼는데...

 

'블랙 에코'에 이어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한 고독한 경찰 영웅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두번째 작품인  

이 책은 해리 보슈가 특유의 집요한 성격으로 미궁에 빠지려던 사건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블랙 에코'때처럼 모텔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출동하지만 그와 앙숙(?)인 어빈 부국장

('블랙 에코'에서 해리 보슈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내사과의 어빈 차장이 진급했다)은

해리 보슈가 사건에 개입하는 걸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그에게 무어의 부인에게 무어가 사망했음을 알리는 임무를 부여한다.

(그게 해리 보슈에게 정말 큰 선물을 했으리라고 아무도 몰랐으리라.ㅋ)

한편 형사과정 파운즈 경위로부터 살인전담팀의 사건종결율을 50%로 올리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해리 보슈는 조기퇴직신청 예정인 포터의 사건을 떠맡게 된다.

그의 사건 중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찾던 중 무어가 실종되기 직전 시체를 발견했음을 알게 되고,

무어가 자신에게 남긴 수사파일을 보면서 무어가 자살한 게 아님을 알게 되는데...

 

진실을 알기 위해 해리 보슈는 무어의 과거를 철저하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멕시코로 내려가 그의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왠지 자신과 무어가 비슷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불행하고 처절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동질감을 느끼는데  

여기서 해리 보슈의 과거가 또다시 일부분 드러난다.

충격적인 사실은 얼마 전에 읽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 등장하는 미키 할러가  

바로 해리 보슈의 이복형이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가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의 단  

한 번의 만남을 회상하는 해리 보슈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 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해리 보슈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람은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무어와 별거중이었던 무어의 아내 실비아였다.

인간관계라는 게 정말 어떻게 될 지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예측불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ㅋ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게 장기인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답게  

이 작품에서도 마지막에 반전을 계속 선보인다.

이런 종류의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렴풋이 예측할 수도 있는 반전이지만

애초에 사건수사의 첫단추를 잘못 끼우게 된 게 관료적인 경찰조직에 있다는 점에서 해리 보슈와  

같은 정의로운 형사들이 제대로 활동하기엔 오히려 제약을 가하는 암적 요소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 작품에선 해리 보슈과 제대로 된 그의 사랑을 찾았다는 점이 한 가지 위안이 아닐까 싶다.

(매 작품마다 여자를 갈아치우는 점을 생각해보면 과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ㅋ)

멕시코의 마약왕의 소굴을 덮치는 부분 등 지금까지 읽은 해리 보슈 시리즈 중 가장 스펙터클한  

느낌을 주었는데 무어의 유서(?)로 남겨진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는 말이  

책을 다 읽고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마치
'시인'에서 잭 매커보이가 '나는 죽음 담당이다'이라고 했던 것과 맞먹을 정도의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진정한 내면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누군지를 알고 살 수만 있어도 제대로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최소한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살진 않으니까..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어나갈 때마다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

아픈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고독하지만 강직한, 그러면서도 마음이 여린 한 남자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해리 보슈 시리즈가 계속 순서대로 나오고 있는데 그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스런 일인 것 같다.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러 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