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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살인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원조라 할 수 있는 전통의 강호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우리와 가까우면서 친근한 일본이
양대산맥을 이루는 가운데 유럽 국가 출신들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추세라 할 수 있었는데,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필두로 해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등
인기 작가들의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쏟아져 나온 북유럽이 순식간에 대세로 등장했다.
조금 아래 쪽에 있는 독일 출신의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작가와 작품들은 모두 범 북유럽권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 책도 그런 주류에 걸맞게 노르웨이의 또 다른 스타 작가인 한스 올라브 랄룸의 작품이었다.
리요르 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서 전력질주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놓친 마리에 모르겐스티에르네란 여자를 전철 안에서 지켜봤던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그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살해된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2년 전에 발드레스 산에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팔코 레인하르트의 약혼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년 전 발드레스 산의 별장에 함께 갔던 블린더른의 급진적 학생 운동권 멤버들에게 의혹이 집중된다.
크리스티안센 경감은 파트리시아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수사에 착수하지만
여러 의혹들만 불거진 가운데 제대로 된 단서를 찾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한편 마리에가 임신한 상태였음이 밝혀지고 유력한 용의자로 크리스티네 라센이 체포되지만
난데없이 실종된 팔코 레인하르트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행방은 급변하게 되는데...
이 책의 내용을 보니 바로 직전에 읽은 요 네스뵈의 '레드 브레스트'에서 다뤄졌던 내용과 일맥상통했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의 독일 편에 설 것인지 스탈린의 소련 편에 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던
노르웨이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전후에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특히 나치에 편에 서서 독일군으로 참전한 자들은 나라를 배반한 배신자로 낙인 찍히며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데, 이 책의 사건 관련자들이 가입한 모임도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운동권 학생들이라
정치적인 이유가 사건의 배경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뜻밖이었다. 모임의 멤버 중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였던
팔코 레인하르트가 스스로 사라졌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고 연이은 연쇄살인사건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결국 파트리시아를 통해
크리스티안센 경감에게 밝혀지는 진실은 정말 안타까운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제목이 '촉매살인'이라 뭐가 촉매가 되어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는데 오해가 부른 비극은
작가의 말처럼 그리스 신화 속 가족 간에 일어나는 참혹한 운명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한스 올라브 랄룸과의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그동안 만났던 북유럽 스릴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크리스티안센 경감과 파트리시아 커플의 묘한 관계도 그렇고
오해로 인한 안타까운 결말도 그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했는데
전작들인 '파리인간'과 '위성인간'을 통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