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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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는 같은 학교 동료 교사인 절친 엘라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학과장 릭으로부터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시신 옆에는 자신이 전기를 쓰고 있는 홀랜드의 단편 공포소설 '낯선 

사람'의 한 구절인 '지옥은 비었다'가 적힌 메모가 남겨져 있고, 매일 일기를 쓰는 클레어의 일기장엔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라는 낯선 사람의 글씨가 적혀 있자 자신의 주변에 범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엘리 그리피스란 작가는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2020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는 확실한 훈장을 달았기에 과연 어떤 작품일까 기대가 되었는데 요즘 자주 접하는 스타일의

작품이 아닌 예전 고전 미스터리의 느낌을 풀풀 풍기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클레어와

사건 담당 여형사인 하빈더, 클레어의 딸인 조지아 이렇게 세 명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얘기가 진행

되는데, 클레어와 조지아가 다니는 탈가스 하이에는 홀랜드 하우스라 불리는 구관 건물이 남아 있고

홀랜드의 '낯선 사람'이란 작품의 내용이 중간중간에 등장해 과거 작품과의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계속

풍긴다. 범인이 엘라의 시체에 남긴 쪽지에 적힌 '지옥은 비었다'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문구로 이어지는 문구가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여서 더욱 의미심장했다. 이 책에선 여러

유명 문학작품들을 언급하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사실 사건의 중요한 단서인 작가 홀랜드와

그의 작품 '낯선 사람'은 실재하는 게 아닌 이 책의 작가가 창조한 가상 인물과 가상 작품이었다. 각

부마다 마지막은 홀랜드의 '낯선 사람'의 내용을 계속 싣고 있어 이 책 속 사건과의 모종의 연관성을

부각시킨다. 엘라 이후 학과장인 릭마저 학교 내에서 살해되고 '낯선 사람' 속 살인사건과 같은 방법이

사용되면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범인이 클레어의 일기를 보고 범행을 저지르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클레어의 반려견 허버트를 납치(?)하는 등 범인이 점점 클레어를 압박해오자 하빈더는 

클레어와 조지아를 스코틀랜드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대피시키지만 이들의 도주(?)를 범인이 가만 

놔둘리 없었다. 전반적으로 역자의 말과 같이 고딕 소설의 현대적인 재구성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책 속의 책 '낯선 사람'과 현재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묘한 데자뷔와 비밀을 가진 여러 주변인물들의 

사연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었다. 엘리 그리피스의 스탠드 얼론인 이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으니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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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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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지구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그린 작품들을 많이 만나왔다. 좀비, 외계인 

등이 지구를 점령하거나 코로나가 창궐한 지금 상황과 같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대다수 

사망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의 분투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아 웬만한 스토리로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데 이 책에선 괴생명체를 보거나 접촉하면 미쳐버리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전작인 '버드 

박스'를 보지 않은 상태여서 후속작인 이 책부터 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긴 했는데 금방 책 제목

이자 주인공인 맬로리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버드 박스'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짐작은 갔는데(이래서 시리즈는 순서

대로 읽어야 더 재밌고 놓치는 부분이 없다) 안대를 하고 있는 맬로리가 크리처로부터 톰과 올림피아를 

지키기 위해 맹인학교를 떠나는 부분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그들의 

새로운 아지트인 야딘 캠프장에 낯선 남자가 찾아오는데 뜬금없이 인구조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크리처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인구조사라니 맬로리가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는데 남자가 

두고 간 기록물에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맬로리의 부모님이 세인트이그네이스에 살아있는 걸로 

되어 있자 맬로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을 찾으러 눈 없는 기차를 타러 떠나는데...


거의 강박증 상태인 맬로리를 보면 왠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도 연상되었는데 '눈먼

자들의 도시'가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 책에선 크리처를 보지 않기 위해 자발적

안대 등을 하는 상황이 좀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발적 시각 장애상태를 잠시도 놓지

않는 맬로리에 비해 16살이 된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한다. 특히 톰은 맬로리의 집요한

강요를 마지못해 따르긴 하지만 그들이 기차에 타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새로운 버전인 듯한 느낌이 드는 열차 속에선 크리처로부터 안전하다며 눈을 뜨고 다니는

사람들과 여전히 눈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맬로리가 공격을 받아 기차에서 

떨어지면서 이들 가족에게는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시간들을 겪게 된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한 것 같지만 끔찍했던 세상이 너무 싱겁게 돌파구를 마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전작을 

먼저 읽고 봤다면 맬로리에게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맬로리가 좀 과잉반응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도 늘 그녀가 되뇌는 해이해진 상태라 할 수 있는 톰과 올림피아가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하는 마음을 오갔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인간이 얼마나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살아가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리는 세상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지만 

인간들은 그 와중에도 끝까지 투쟁하며 생존한다는 희망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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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그녀의 마지막 여름 - 코네티컷 살인 사건의 비밀
루앤 라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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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인 베스 라스롭이 자기 방에서 나체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마침 남편은 친구들과 요트여행을

떠난 상태였고, 그녀가 운영하는 갤러리에 있던, 예전에도 없어진 적이 있던 중요한 그림마저 없어진

가운데 베스의 언니 케이트는 과거 사건에 인연이 있던 담당 형사 코너와 함께 범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베스의 남편인 피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부각되는데...


임신 6개월인 상태에서 살해된 베스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과 그들이

숨긴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아내가 죽으면 당연히 남편을 제일 먼저 

의심하는 법인데 베스의 남편 피트는 베스가 운영하는 갤러리 여직원 니콜라와 바람이 나서 아이까지 

낳았으니 코너가 피트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범행 시점에 요트 여행 중이란

알리바이가 있긴 했지만 범행 현장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 정확한 사망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요트 여행을 떠나기 직전 베스를 살해하고 떠났을 거라 생각한 코너는 피트를 집중 추궁하고 피트는

거짓말탐지기 검사까지 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한편 케이트와 베스는 23년 전 엄마와 함께 갤러리 

지하실에 감금되었다가 엄마가 죽고, 범행을 사주한 사람이 아버지였던 끔찍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그림이 사라지자 23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분위기였는데, 케이트, 베스와 함께 절친

4인방이었던 스코티와 룰라는 케이트가 모르는 베스의 비밀까지 알고 있었다.


분위기는 계속 피트가 범인인 쪽으로 몰고 가다가 베스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묘해졌다. 피트가 범인이라고 그렇게 확신하던 코너 형사마저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의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사건 관련한 중요 인물 두 명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결국

베스의 생일날 4인방이 모두 모인 가운데 뜻밖의 진실이 밝혀진다. 그동안 전개되었던 얘기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허무한 기분이 들었는데 범행동기 등이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암튼 어떻게 보면 

뻔한 사건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해서 과연 범인이 누구고 진실이 뭔지를 끝까지 궁금하게 했던 작품

이었는데 가족간이라도 막연하게만 알아서는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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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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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세스에게 다른 아내들이 있는 걸 알고도 그와 결혼해 목요일에만 세스를 차지할 수 있는 써스데이는

남편의 다른 두 아내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요즘 세상에 뜬금없이 일부다처제가 등장하니 좀 황당스러운데 이 책의 주인공 써스데이는 스스로 

일부다처제의 늪에 빠져 들어간다. 목요일에만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 써스데이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써스데이는 세스를 만날 당시 그가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그와 헤어지지 못하고 결국

세스를 이혼시키고 결혼에 골인한다. 여기까지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문제는 세스가 전처는 물론

써스데이 이후 추가로 아내를 얻었다는 점이다. 전처와 이혼한 게 전처가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 않아

써스데이와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애를 목적으로 이혼을 했으면 전처와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전처와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써스데이가 불임이 되자 똑같은 이유로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있으니 정말 간 큰 남자가 아닐 수 없었다. 미국 유타주의 모르몬교도들 중에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비공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뻔히 남편이 그러고 다니는

걸 그냥 용납하고 사는 써스데이의 태도였다. 남편에게 목요일만 배정받고 살던 삶에 만족한 채 지내던

써스데이도 세스와의 이런 삶에 조금씩 불만이 쌓이면서 다른 아내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사는 어떤 

여자들일까 온라인으로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평온했던(?) 삶은 혼돈 속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자신 대신 세스의 아이를 가진 해나에게 몰래 접근해 그녀와 친해지면서 세스와 해나의 관계를 엿보는데

해나의 몸에 폭행의 흔적이 있자 젠틀한 줄로만 알았던 세스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점점 세스와의

관계가 삐걱대던 써스데이는 해나에 이어 전처인 레이첼에게도 데이트앱으로 남자인 척 접근해서

불륜을 유도하는데, 해나에 대한 써스데이의 과도한 걱정은 결국 세스와의 마찰로 이어지고 써스데이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되면서 그동안 써스데이의 관점에서 전개되던 사건들을 재평가해야 하는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세 명의 아내를 둔 남편이라는 기본 설정 자체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써스데이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혼돈

상태에서도 써스데이는 자신이 미친 게 아님을 증명하려고 동분서주한다. 다시 이들 사이에 엎치락

뒤지락 진실게임이 이어지고 드러나는 진실 앞에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마저

충격적으로 마무리를 한다. 파격적인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얘기는 결국 진실을 찾아가는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는데 써스데이란 주인공 자체가 좀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이긴

했지만 심리스릴러로서의 아기자기한 재미와 반전의 묘미는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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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서클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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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의 원작자로 유명한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은 '수선화 살인사건'과 '공포의 천사'를 읽어봤는데

고전 미스터리의 전성기인 1920~193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얘기로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에 나온 이 책도 기존에 봤던 

작품들과는 또다른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크림슨서클이라는 정체불명의 범인이 저지르는 연쇄살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지는데 대놓고 

경고와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그의 범행을 저지하지 못한다. 예일이라는 명탐정(?)과 파르 경감이 

사건 관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늘 주변에

있던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인 탈리아 드러먼드는 도둑질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나는 등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그런 그녀를 무작정 좋아하는 피해자의 아들 잭 비어드모어까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뭔가 의심쩍은 구석들이 있었다. 직장을 잃은 탈리아는 다시 브라바존 은행에 취직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나 사건이 일어나고 크림슨서클과 모종의 관련이 있어 보이면서 사건을 몰고다니는 탈리아를 결국

탐정 예일이 비서로 채용하면서 곁에 두고 감시한다. 크림슨서클은 심지어 예일을 죽인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의 배후에서 암약하는 신출귀몰한 크림슨서클의 정체는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

나는데 거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았던 때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읽었던 내용들을 모두 재구성해야 하는 당황스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기막힌 반전은 결국

프롤로그에 나왔던 생뚱맞은 애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보여줬다. 에드거 월리스와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로 고전 미스터리계를 풍성하게 해준 작가가 아닌가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표 캐릭터를 내세운 시리즈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건데 다음에는 

그의 또 어떤 스타일의 작품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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