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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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족이 테니스 선수 출신인 델라니 부부의 집에 어느날 사반나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맨발로 뛰쳐나온 그녀를 집으로 들여 마치 딸처럼 돌보던 부부와 네 명의 자녀에게 낯선

사반나의 출연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결국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후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하고

사라지자 조이(델라니 부인)마저 행방이 묘연해지는데...


리안 모리아티와는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인상적인 첫 만남을 가진 이후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까지 연이어 만나게 되어 한동안 가장 친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는데 확인해 보니 마지막 만남이 코로나 시대 이전이었다. 오랜만에 신작으로 

재회하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무슨 의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목만 보면 좀 

뜬금없이 뉴턴의 사과가 떠올랐는데 이 책에선 사과보다는 테니스가 중심 소재라 할 수 있었다. 테니스

교실을 운영하다 은퇴한 테니스 마니아 델라니 부부와 부부의 영향으로 어릴 때엔 테니스에 열광했던

에이미, 로건, 트로이, 브룩까지 네 명의 남매에게 갑자기 등장한 사반나로 인해 파문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젊은 여자를 집으로 들여 한동안 같이 지내는 것이 못마땅한 아이들과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사반나, 그리고 사반나가 떠난 이후 실종된 조이까지 사반나가 등장한 시점과 조이가 사라진 

현재 시점을 번갈아가며 얘기가 진행된다. 


테니스라는 공통 분모로 연결된 델라니 가족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은 사반나의 등장으로 점점 심해지고

엄마인 조이가 난데없이 사라지면서 아빠인 스탠에게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나자 아이들도 아빠에 

대한 의심으로 편이 나뉘게 된다. 사반나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녀가 터뜨리고 간 엄청난 폭탄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불러오는데 부부 중 한 명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 배우자를 의심하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에 따라 스탠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스탠도 뭔가 숨기는 듯한 모습에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가운데 역시나 좀 어이없는 진실이 드러난다. 리안 모리아티 특유의

섬세한 갈등 설정과 능수능란한 글 솜씨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골을 잘 건드리는 작가라 할 수 있었다. 델라니 가족보다는 오히려 사반나가 맹활약을 한 작품

이었는데 그녀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 다른 작품에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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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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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에서 장기 투숙 중인 50살 넘은 괴팍한 노처녀 애들레이드 애덤스는 자기 방에서 목이 

잘린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정신을 잃는다. 끔찍한 살인사건에 호텔 전체가 충격에 휩사인 상태

에서 범인으로 의심받던 여자가 추락해 사망하고 살인의 향연은 끝이 나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30년대의 영미 작가들의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등 추리소설 역사에서 한 시절을 풍미한 대표 스타들의 대표작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라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의 풍부한 토양이 마련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아니타

블랙몬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이 책도 1937년에 발표되었다가 작가가 몇 년 뒤 투병 끝에

사망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2013년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고 하니 너무 오랜 세월 잊혀졌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작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당대 최고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교가 될 수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애들레이드 애덤스는 어떻게 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처럼 작가의

분신이 아닌가 싶다. 미스 마플이 안락의자형 탐정이라면 애들레이드 애덤스는 탐정 역할이라기보단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사고뭉치형(?) 캐릭터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들을 계속 맞이하면서도 꿋꿋하게 사건의 진실을 위해 뛰어든다. 


첫 번째 살인사건이 있은 후 놀라기는 하지만 그리 심각한 반응들을 보이지 않던 호텔 사람들은 연이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그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공포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사람들마다

비밀을 간직한 채 의심이 가는 정황들에도 진실을 숨기고 있으니 수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애덤스도

자신과 가까운 모녀의 비밀을 지켜주려 하는 등 사건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다가 결국 사라진

호텔 여직원을 찾으러 나서서 범인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 그 가운데 점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몰랐던 호텔 사람들의 비밀들도 하나씩 밝혀진다. 후반부에 가서는 범인이 몇 번이나 바뀌는 반전의

연속이 벌어지면서 후더닛 고전 미스터리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화자인 애덤스의 

비중이 상당한 작품인데 여기저기 사건을 몰고 다니는 경향도 있지만 결국에는 사건 해결의 1등 공신

이라 할 수 있었다. 독특한 매력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선보인 

작품이었는데 아니타 블랙몬이라는 몰랐던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녀의 다른 작품,

미스 애덤스가 등장하는 작품이 또 있다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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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맨 - 속삭이는 살인자
알렉스 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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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했던 위스퍼맨이 법의 심판을 받고 수감 중인 가운데 그가 저지른 범죄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 한편 아내 리베카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아들 제이크를 돌보며 힘들어 하던 작가 

톰은 이사를 가기로 하고 새로운 곳에서 아들과 새출발을 하려 하지만 아들과의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는데...


온갖 '맨'들의 전성시대이다 보니 위스퍼맨도 그리 낯설지 않은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를 영어로 하면 위스퍼맨이 될 것 같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여전히

미스터리 스릴러의 단골 소재인데, 이 책에서도 위스퍼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범인이 아이들을 꾀어내

실종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결국 범인을 간신히 잡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던 끔찍한

사건과 비슷하게 닐 스펜서란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위스퍼맨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피트 형사는 다시 발생한 아동 실종사건에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감옥에 있는

위스퍼맨을 접견하러 간다. 위스퍼맨이 마지막 실종자에 대해선 입을 다물어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어 피트 형사는 뭔가 단서를 얻기 위해 위스퍼맨을 종종 찾아갔지만 새로운 실종사건도 

위스퍼맨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새로 이사를 한 집에서도 아들 제이크가 혼잣말을 하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불안감을 느끼던 톰은 누군가가 자기 집에 몰래 둘러보고 심지어 한밤중에 

아들을 꾀어내려 하다가 자신에게 발각되 도망가는 일이 일어나자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자신이 이사한 

집이 위스퍼맨의 범죄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중반부까지는 톰과 제이크 사이의 미묘한 갈등과 과거 위스퍼맨 사건과 현재 벌어지는 사건과의 

연관성이 조금씩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간다. 마치 '식스 센스'의 주인공처럼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제이크나 새로 이사온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비밀 등이 조금씩 드러나는 가운데 전혀 뜻밖의

관계가 갑자기 드러나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점점 제이크에게 마수의 손길이 뻗치더니 기어이

제이크가 납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제이크를 구해내기 위해 톰의 처절한 몸부림이 펼쳐진다. 범인의

정체나 결말은 어떻게 보면 좀 싱거운 면도 없지 않았는데 역시 범죄의 트라우마는 쉽게 이겨내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작가의 데뷔작으로 보이는 이 작품에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재미를 능수능란하게

잘 발휘한 것 같은데 영화화도 된다고 하니 과연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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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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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인데 그의 명성에 비하면

내가 읽어 본 작품은 데뷔작인 '빅 슬립'밖에 없어 제대로 평가하기는 좀 어렵다. '빅 슬립'도 전자책으로

매일 조금씩만 읽다 보니 집중도가 훨씬 떨어져서 그 진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자체가 나하고는 조금 안 맞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번에 그의

단편들을 모은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시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필립 말로가 직접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고 필립 말로와 비슷한

스타일의 사립탐정들이 주인공 역할을 하며 기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다. 먼저 스타 재즈 음악가인 킹 레오파디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그의 시체가 돌로레스라는 여자의

침대에서 발견되면서 누명을 쓰게 될 위기에 처한 돌로레스를 스티브라는 탐정이 진실을 밝혀내면서

구해낸다. 두 번째 작품도 앞선 작품도 비슷한 구성이었는데 월든이란 남자의 죽음과 거기에 사용된

총, 사건에 연루된 여자, 사립 탐정의 등장, 전혀 의외의 범인까지 유사한 느낌이었다. 3인칭 시점이어서

그런지 앞의 두 작품은 좀 몰입이 잘 되지 않았는데 세 번째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훨씬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잘 읽혔다. 펜러독 부인의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기 위해 거구의 남자인 월터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헨리라는 남자를 찾아갔다가 오히려 그에게 진압(?)당한 후 그와 절친이 되어

목걸이를 찾아나서는 얘기를 담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범죄조직과 거래까지 하는데 뭔가 느낌이

오더니 역시나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친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펼쳐졌는데 그래도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작품은 가장 분량이 적었는데 여기서도 호텔이 

배경이 되어 여자가 연루된 사건이 펼쳐졌고, 마지막 작품도 클럽, 총격사건, 여자, 거친 남자의 

전형적인 공식 아래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진수를 잘 보여줬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하드보일드 스타일

과는 좀 취향이 맞지 않는 편인 것 같았는데 오히려 현실감은 다른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들에 비하면 

좀 더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시대 배경이 좀 오래된(1930~1940년대?) 미국인지라 확 몰입이 되진 않는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섯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필립 말로의 형제들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는데 역시 레이먼드 챈들러의 진가를 알려면 필립 말로 시리즈를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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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러너
존 르 카레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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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는 스파이 소설의 대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스파이 소설을 확립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내가 어렸을 때 보고 아직도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뇌리에 남아

있는데 영화로도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작년말에 영면에 든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인 이 책은 아무래도 치열했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맹활약(?)하던 친숙한 스파이의 모습이 아닌

퇴물(?)이 되어버린 베테랑 스파이의 마지막 몸부림(?)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비밀정보국 요원 내트는 20년 이상 활동해온 스파이지만 이제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헤이븐 분국장이란

새로운 보직을 부여받게 된다. 배터시 아틸레티쿠스 배드민턴 클럽의 챔피언이기도 한 그는 일부러

그와의 대결을 청하며 찾아온 에드와 경기를 계속 해나가면서 가까워진다. 새로운 보직에서도 부하

여직원인 까칠한 플로렌스가 심혈을 기울인 로즈버드 작전이 나름 어필을 하는 것 같았는데 에드가

장애인 여동생과 함께 배드민턴 복식 시합을 제안하자 내트는 마지못해 플로렌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시합이 성사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트에겐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이후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줄줄이 발생한다. 플로렌스의 야심찬 제안은 채택되지 않고 플로렌스가 복식 시합 전에 이미 회사를

관뒀으며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바로 그가 배드민턴을 치면서 만나온 에드가 자매기관이라 할 수 

있는 정보기관 정직원으로 변절한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내트는

에드가 발렌티나와 비밀 접선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난감한 입장에 처하고 결국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는데...


요즘도 스파이가 존재하고 활동하겠지만 과거 냉전시대만큼 각광(?)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내트도 아직 40대 후반 정도의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퇴물 취급을 받으며 현장에서 

밀려나는데 그러다 보니 그의 감도 좀 떨어졌다. 난데없이 접근하는 에드가 그냥 딱 봐도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결국 내트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뒷수습을 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데 뜻밖의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결말을 맺는다. 이제는 세월의 변화에 따라 한물간 

스파이가 되고 말았지만 스파이란 직업적 자존심보다는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내트의 마지막 모습이

스파이물의 거장의 마지막 인사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의 전성기때 작품들같은 스릴 넘치는 얘기들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스파이가 퇴장하는 모습이 결코 씁쓸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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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존 르 카레~ 네요~
마지막 서평 부분이 좀 아쉬우면서 또 기대되네요 ㅎㅎ

sunny 2021-09-14 00:08   좋아요 0 | URL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이라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