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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ㅣ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2년 5월
평점 :
추리, 공포, 환상소설의 원조격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불우했던 인생만큼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추리소설의 아버지이자 최초의 탐정 뒤팽을 탄생시킨 장본인임에도
셜록 홈즈의 코넌 도일이나 뤼팽의 모리스 르블랑, 포와로의 애거서 크리스티 등에 밀려
그의 찬란한 업적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헐리웃에서 그의 소설 중 6편을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과 동명의 '더 레이븐'이란 영화를 내놓으면서
그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 나오게 되었다(공교롭게도 두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편집을 동시에 내놓았는데 실려 있는 작품이 조금 다르다).
사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그 모티브를 차용한 소설, 드라마,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직접 읽지 않았어도 익숙한 작품이 많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몇 편을 읽었고 얼마 전에도 '검은 고양이'라는 단편집을 읽어서 그의 작품과
친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에도 '도둑 맞은 편지' 등 네 편과는 구면이었다.
작품 스타일에 따라 공포, 추리, 환상의 세 파트로 나누어서 총 14편의 작품을 싣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가 제대로 자리잡기 전의 상태라 그런지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느낌이 풀풀 났다.
추리 파트에 실린 작품은 사실 '마리 로제 수수께끼' 외에는 예전에 본 작품들이라
이미 트릭이나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뒤팽의 귀납적인 추리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너무 반전에만 의존하면서 논리적인 추리에는 취약한 최근의 추리소설과는 비교가 되었다.
요즘 작가들이 추리소설의 원조로부터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할 때의 초심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공포와 환상의 파트에 있는 작품들은 왠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특히 '절름발이 개구리'와 '적사병 가면'은 서양의 전래동화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공포와 환상 파트에 작품들을 읽으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이 연상되었는데
그의 처절했던 삶이 그의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인 삶이라 할 수밖에 없던 그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와 추리, 환상소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낳았으니
독자의 입장에서도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인 모순된 감정을 갖게 된다.
암튼 곧 개봉할 영화를 만나기 전에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일부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진가가 재조명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