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더 레이븐 -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 공포, 환상소설의 원조격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그의 불우했던 인생만큼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추리소설의 아버지이자 최초의 탐정 뒤팽을 탄생시킨 장본인임에도

셜록 홈즈의 코넌 도일이나 뤼팽의 모리스 르블랑, 포와로의 애거서 크리스티 등에 밀려

그의 찬란한 업적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헐리웃에서 그의 소설 중 6편을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과 동명의 '더 레이븐'이란 영화를 내놓으면서

그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 나오게 되었다(공교롭게도 두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편집을 동시에 내놓았는데 실려 있는 작품이 조금 다르다).

 

사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그 모티브를 차용한 소설, 드라마,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직접 읽지 않았어도 익숙한 작품이 많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에 몇 편을 읽었고 얼마 전에도 '검은 고양이'라는 단편집을 읽어서 그의 작품과

친한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에도 '도둑 맞은 편지' 등 네 편과는 구면이었다.

작품 스타일에 따라 공포, 추리, 환상의 세 파트로 나누어서 총 14편의 작품을 싣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가 제대로 자리잡기 전의 상태라 그런지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느낌이 풀풀 났다.

추리 파트에 실린 작품은 사실 '마리 로제 수수께끼' 외에는 예전에 본 작품들이라

이미 트릭이나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뒤팽의 귀납적인 추리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너무 반전에만 의존하면서 논리적인 추리에는 취약한 최근의 추리소설과는 비교가 되었다.

요즘 작가들이 추리소설의 원조로부터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할 때의 초심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공포와 환상의 파트에 있는 작품들은 왠지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특히 '절름발이 개구리'와 '적사병 가면'은 서양의 전래동화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공포와 환상 파트에 작품들을 읽으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이 연상되었는데

그의 처절했던 삶이 그의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파란만장하고 비극적인 삶이라 할 수밖에 없던 그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와 추리, 환상소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낳았으니

독자의 입장에서도 참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인 모순된 감정을 갖게 된다.

암튼 곧 개봉할 영화를 만나기 전에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일부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진가가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명적인 은총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년 전 비극이 벌어졌던 스리 파인스 마을에 다시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번 주인공은 스리 파인스 마을에 새로 이사 온 CC 드 푸아티에로

독설을 내뿜고 다녀 온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중에 컬링 경기 도중 의문의 감전사를 당한다.

난데없는 기묘한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가마슈 경감이 투입되고

CC 드 푸아티에를 둘러싼 복잡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스틸 라이프'를 통해 화려한 데뷔를 했던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 2편인 이 책은

가상의 마을 '스리 파인즈'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살인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코지 미스터리

특유의 재미로 풀어내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작가답게 혹독한 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가운데

동계 스포츠인 컬링 경기를 하던 도중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다른 추리소설에선 보기 드문

설정을 선보인다. 50여년 만의 한파가 몰아닥친 요즘 날씨와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악의는 그 어떤 추위도 가로막을 수가 없는 것 같다.

 

CC 드 푸아티에의 죽음에 대해 아무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남편과 딸마저 그다지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인다. 살인방법이 감전사인데다 아무도 범행장면을 본 사람이 없는

관계로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가마슈 경감이 지휘하는 수사팀이 단서를 하나 둘씩 모아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게다가 노숙자 L의 죽음이 CC의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사건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지만 드러나는 진실은 마음을 착잡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잘못된 욕망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며 결국에 폭발하여 비극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스틸 라이프'에선 클라라와 피터 부부가 거의 주인공에 필적하는 비중을 차지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완전히 가마슈 경감이 주도권을 잡은 것 같다.

1편을 읽은 지 6개월이 훌쩍 지나 그런지 스리 파인스에 거주하는 여러 인물들이

1편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다채로운 마을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감초 역할을 잘 해낸 것 같았다. 그리고 가마슈 경감의 수사팀에도 르미외 형사가 새로 투입되고

1편에서 제대로 찍힌 니콜 형사도 조금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듯 하면서

앞으로 가마슈 경감이 자신의 부하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궁금해진다.

가을을 배경으로 한 1편에 이어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책과 다음 책들은 각각 봄,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르노 사건 등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들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더욱 풍성한 얘기들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노센트 밀리언셀러 클럽 121
스콧 터로 지음, 신예경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20여 년 전 동료 여검사의 살인 혐의를 받았다가 간신히 무죄판결을 받은 후

판사로서 승승장구한 끝에 주 대법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러스티 주 항소법원 제3지부장은

아내 바바라가 죽은 침실에 하룻동안 지키고 있다가 아들 냇이 이를 발견하게 된다.

예전 사건에서 러스티와 악연이 있던 검사 토미는 러스티의 수상한 행동에 의혹을 품고

바바라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님을 확신한 후 다시 한번 러스티를 살인죄로 기소하는데...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변론을 거쳐 진실이 밝혀지는 미국의 법정물은 늘 짜릿한 쾌감을 준다.

아슬아슬한 법정공방도 흥미롭지만 역시 뻔뻔한 범인을 응징하는 걸 통해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하는데 배심원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선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에서 자주 애용되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읽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의 작품도 법정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법정물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





1부에선 바바라가 죽기 18개월 전 러스티가 서기로 데리고 있던 애나와 불륜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바바라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니란 의혹을 가지고 토미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장면을 번갈아  

보여준다. 러스티의 불륜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들이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판사라는 직책과 아내와 아들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도 대책없이 애나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토미가 심복 짐의 도움을 받아 러스티가 바바라를 독살했다는 단서를

차근차근 수집해나가는 장면들을 통해 수사의 재미도 보여주는데 역시 이 책의 압권은  

러스티를 살인죄로 기소하고 나서 법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법정공방이라 할 수 있다.

현직 판사를 살인죄로 기소한 충격적인 사건인데다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 과거의 악연까지 있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인데 배심원제도 하에서 어떻게 공판이 진행되는지를 정말 세밀하게  

그려냈는데 증거와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다투는 방법 등 정말 법정스릴러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잘 보여줬다.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과 토미와 러스티의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전 끝에

점점 궁지에 몰리던 러스티가 간신히 탈출하는가 싶더니 예상밖의 반전을 보여준다.

사건 자체의 진행도 재밌지만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건 러스티와 헤어진 애나가 러스티의 아들과  

사귄다는 점이다. 영화 '데미지'가 연상되기도 했는데(물론 상황은 좀 다르지만) 막장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서양의 윤리나 정서로는 이런 관계가 수용가능하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전에 사귄 남자의 아들과 애인이 되는 애나라는 여자가 정말 이해가 안 되었지만  

결국 다들 행복하다니 할 말은 없다.ㅎ





사실 러스티가 구사일생으로 살인혐의에서 벗어났던 첫 번째 사건이 계속 언급되기에

전작인 '무죄추정'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으면 훨씬 더 러스티와 토미의 관계 등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그나마 '무죄추정'을 영화로 만든

해리슨 포드가 주연으로 나왔던 '의혹'이란 영화를 예전에 봤기에(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던 게 바로 마지막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던 장면이다ㅋ). 비록 영화를 봤지만 이 책을 읽으니 전작인 '무죄추정'도 꼭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선 첫 번째 사건이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데 정말 영화와 같은 결론인지도 궁금하다.

어찌 보면 단순한 사건임에도 법정 스릴러가 보여줄 수 있는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을 통해 스콧 터로라는 작가를 발견하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 경찰 강력계 형사를 그만두고 범죄자들의 머그샷으로 미술활동을 하던 데이브 거니는  

25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대학 동창 맬러리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맬러니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1000미만의 숫자 가운데 하나를 생각해보란 편지와  

자신이 생각한 숫자인 658이 적힌 또 다른 봉투를 받고 자신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258.97달러를  

입금하란 편지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거니와 의논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맬러리가 보냈던 수표는 수취인불명으로 반송되고 또다시 숫자를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와  

맬러리가 얘기한 숫자를 범인이 맞추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맬러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1부터 1000 사이의 숫자 사이에 아무 숫자나 생각한 걸 맞추는 기상천외한 범인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었는데 두 번이나 기묘한 재주를 부리는 범인에게는 역시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숫자를 맞출 수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문의 편지는 결국 맬러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맬러리의 죽음도 숫자 퀴즈 못지 않은 밀실 살인사건이었는데 눈이 내린 상황에서  

맬러리를 난도질한 범인의 발자국은 숲속에서 갑자기 증발해버린다.  

피해자가 맘 속으로 생각한 숫자도 맞추고 범행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신출귀몰하는 범인은  

경찰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급기야 경찰은 은퇴한 거니에게 수사에 협조을 요청한다.

하지만 범인은 거니가 제대로 수사를 해나갈 틈도 주지 않고 연쇄 살인사건을 저지른다.  

대놓고 경찰에게 도발하는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무기력한 경찰들 사이에  

거니는 하나씩 단서를 모아 범인의 실체를 좁혀나가고  

드디어 범인과 맞닥뜨린 절체절명의 순간 목숨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추리소설의 생명은 역시 얼마나 기발한 설정의 트릭을 선보이느냐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범인은 정말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트릭을 구사했다.  

물론 트릭의 비밀을 알고 나면 '정말 별 거 아니잖아' 하고 김이 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원래 비밀이란 게 알고 나면 대수롭지 않다고 쉽게 느껴지지만  

알기 전에는 도대체 뭘까 하고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설정도 돋보이지만 역시 탄탄한 구성과 리얼한 캐릭터에 맛깔스런 작가의 글솜씨가 어우러져  

작품의 재미를 더한 것 같다. 사실 사건을 해결하는 거니나 범인 모두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부모들만 제 역할을 하면 세상에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모든 악의 근원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존 버든이라는 매력적인 작가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책 소개에 나오는 기본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었는데 거의 6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들은  

보통 어느 정도 사건이 전개가 되어야 몰입이 되는데 이 책은 거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순간부터 빠져들어 순식간에 페이지들이 사라져버렸다.

바로 전에 읽었던 책 제목처럼 '이야기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뉴 페이스와의 만남이라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원생이자 사립탐정 일을 하고 있는 닐은 아빠 그레이엄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그를 돌봐주는 '가문의 친구들'이 의뢰한 체이스 상원의원의 가출한 딸 앨리를 찾는 일에  

울며 겨자먹기로 나서게 된다. 상원의원 딸에 걸맞지 않는 마약, 섹스, 절도 등에 연루된 망나니(?)

앨리를 런던에서 봤다는 앨리 친구의 말을 단서로 런던에서 앨리 찾기에 나서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진 않는데...

 

소매치기 출신의 사립탐정 닐 캐리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책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의 런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상원의원의 문제아 딸인 앨리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라 할 수 있었는데 마약상이자 포주인 콜린의 손아귀에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막가는 삶을 살던 앨리를 구출하기 위한 닐의 고군분투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사실 가출소녀 찾기라는 소재는 어찌 보면 미스터리물의 소재로는 좀 가벼운 느낌이 들었지만  

앨리의 복잡한 사연과 정말 막막한 앨리 찾기를 귀신같이 해내는 닐의 솜씨,  

앨리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빼내기 위해 닐의 교묘한 속임수와 콜린과 벌이는 사생결단의 혈투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이  

과연 이 작품이 데뷔작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닐 캐리 시리즈의 첫 권답게 닐의 과거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닐의 양부라 할 수 있는 그레이엄에게 닐이 혹독한(?) 수련을 받는 모습이었다.  

범죄학 교수라 할 정도로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그레이엄이 자신의 기술을 하나씩 닐에게 전수하는

장면들, 특히 미행술이나 숨겨 놓은 물건 찾기, 흔적 남기지 않고 침입하기, 연기처럼 증발하기 등은  

범죄자로서도 유용한 기술이지만 탐정으로서도 유용한 기술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술들을 완벽하게 습득하는 닐의 모습을 보면 닐은 타고난 범죄자 또는 탐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불우한 환경 속에 소매치기에 빠져들었다가 손을 씻고 전도유망한 영문학자 지망생이자  

탐정이 된 건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싶은데  

싸움과 운전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 게 흠이긴 하다.ㅋ

 

단순하고 뻔해 보였던 가출소녀 찾기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설정,  

능수능란한 글솜씨로 인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처음 책 제목만 보고선 하드보일드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거칠기보단 세련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라 좀 비약이 있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같고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닐 캐리라는 풋풋한 청년에게 묘한 호감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

특별한 재주를 가졌으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닐 캐리가 맡게 되는  

다음 사건에도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