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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폐증 환자인 여동생 밀리를 돌봐야 해서 제대로 된 연애는 엄두도 못 내던 그레이스는
조지 클루니를 닮은 미남 변호사 잭이 밀리에게 잘 대해주면서 자신에게 청혼하자 기꺼이 받이들이며
잭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결혼식 후 돌변한 잭에 의해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하는데...
남편의 비밀이 발단이 되어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에 읽은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을 비롯해 '걸 온 더 트레인' 등 여러 작품이 있는데 이 책도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지옥같은 날들을 살게 되는 그레이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얘기가 진행된다.
결혼 전에는 하늘에 별이라도 따줄 것처럼 굴다가 결혼 후에 완전히 돌변한다는 얘기는
여자들이 항상 하는 남편 뒷담화지만 이 책에서 잭은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사이코패스였다.
외모, 직업, 돈, 매너, 화술 등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남자가 자폐증 환자인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그레이스에게 접근하는 것부터가 뭔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눈치채야 하는데
여자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자기를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 착각하고 금방 넘어가기 일쑤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하고 외딴 곳에 신혼집을 장만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준비한 결혼식에서
밀리가 다쳐서 병원에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잭이 하자는 대로 태국으로의 신혼여행길에 오른
그레이스는 태국에서 완전히 본색을 드러낸 잭의 모습에 충격을 받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레이스와 밀리를 괴롭힐 재미로 결혼한 잭은 전형적인 사디스트 사이코패스였는데 밀리를 볼모로
해서 그레이스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놓아 그레이스는 잭에게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을 갈 수가 없다. 여러 번 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고
도망치려고 했다는 이유로 집에 감금된 채 여러 가지 벌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금슬 좋은
잉꼬부부인양 행세하는 잭의 가증스런 행동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지만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잭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는 그레이스를 보고 있자니
정말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미묘하게 시간차를 두고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진행되어서
작가가 어떤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 의도인지 궁금했는데 잭이 밀리에게까지 점점 마수를 뻗치자
그레이스는 잭에게서 벗어날 최후의 작전을 세우는데...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남녀가 만나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연 상대를 얼마나 알고 결혼을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여러 가능한 경우 중에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겉으로만 드러난 모습에 쉽게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요즘처럼 이혼이 흔한 세상에선 비싼 수업료 치렀다 생각하고 돌아오면 되지만
잭과 같은 지독한 경우를 만나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여동생 밀리를 생각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레이스와 이들 자매를 고통스럽게 하는 재미로 갖은 악행을 일삼던 잭의
치열한 갈등과 심리묘사가 마지막까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작품이었는데
데뷔작으로선 충분히 만족스런 얘기를 들려준 B. A. 패리스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