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이유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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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는 전에 '숨바꼭질'로 만난 적이 있어 초면은 아닌데

영국에서의 명성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지명도나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은 작가인지라 이번에는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한창인 가운데 잔인하게 고문을 당한 후 살해당한 시체가 발견되고

존 리버스는 사건 수사를 위해 스코틀랜드 수사반으로 파견되지만 그를 반기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피해자에 몸에 남아 있는 표시 등을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피해자는 악명 높은 범죄 조직 보스의

아들임이 밝혀지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직의 보스는 조직을 동원하여 범인을 색출하기 시작한다. 

테러 위협에 동일 수법으로 보이는 피해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심지어 존 리버스도 괴한에게 피습을

당하는 상황에서 존 리버스는 점점 수렁에 빠진 듯 힘겨운 수사를 간신히 이어가는데...

 

요즘은 유럽의 주요국가들에서 테러가 종종 일어나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지만

90년 중반에 나온 이 작품 속에서도 테러가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흔히 IRA가 활동하는 북아일랜드 지역이 화약고라 생각되지만 이 책의 배경인 스코틀랜드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유럽에서 신구교 간의 종교갈등으로 수많은 전쟁과 사상자가 발생했던 건

역사적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종교적인 갈등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팀들도 종교에 따라 나뉜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맨체스터의 유나이티드(가톨릭)와 시티(개신교), 리버풀의

리버풀(가톨릭)과 애버턴(개신교)으로 종교에 따라 팀이 나눠져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종교만큼 배타적이고 쉽게 화합하기 어려운 문제가 없는데 축구라면 환장을 하는 영국의 팀들에

이런 의미가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암튼 이 책에선 생각보다 심각한 영국 내의 여러 갈등들이

녹아 있는데 우리가 흔히 영국과 동일시하는 잉글랜드 외에도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북아일랜드까지

지역간의 갈등도 적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우리도 지역감정하면 빠지지 않는 곳이니 할 말은 없지만

총기나 마약 관련한 문제까지 있어서 오히려 우리가 훨씬 안전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존 리버스는 거의 혼자서 힘겨운 수사를 이어나간다. 여기저기 얻어 터지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을 간신히 넘기며 쉽게 밝혀내기 어려운 음모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흔히 볼 수 있는

히어로물의 영웅들과는 달리 여러 부족한 점을 드러내는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인 것 같다.

존 리버스와는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초면의 어색함은 좀 덜었지만 생각보다 친해지진 못한

느낌이 든다. 자주 만나야 정이 든다고 다음 만남을 조만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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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달콤한 고통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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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했던 애나벨이 자신이 잠시 떠나 있는 사이에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데이비드 켈시는

애나벨에게 편지를 종종 보내면서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데이비드는 주말마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애나벨과 함께 보내기 위해

윌리엄 뉴마이스터라는 가명으로 마련한 집에 가서 그녀와 함께 하는 달콤한 상상을 즐기던 중

데이비드에게 경고하러 총을 들고 찾아온 애나벨의 남편 제럴드를 넘어뜨려 죽이고 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은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 책은 왠지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았다.

먼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비드도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애나벨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가 곧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생활한다.

매주 하숙집에서 떨어진 곳에 다른 이름으로 집을 마련해놓고 애나벨과 주말을 함께 보낸다는 상상

속에 사는 독특한(?) 남자였는데 답답한 편지로 애나벨과 연락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녀가

사는 집에 직접 찾아갔다가 남편을 자극하고 돌아온다. 아내에게 계속 추근대는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는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애나벨의 남편 제럴드는 데이비드가 다시는 애나벨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데이비드를 찾아갔다가 결국 주말에만 보내는 데이비드의 아지트까지 가게 된다.

결국 데이비드와 제럴드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데이비드가 제럴드를 죽이고 마는데, 자신과 애나벨과의

관계가 드러나면 살인으로 의심받을 걸 두려워 데이비드는 가명인 윌리엄 뉴마이스터로 사건을

신고하고 일단은 정황상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풀려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데이비드를

짝사랑하는 하숙집 여자 에피가 데이비드가 주말에 만나러 간다는 어머니는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데이비드의 거짓말은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데이비드는 자신이 바로 윌리엄

뉴마이스터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러 공작을 꾸미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라는 남자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애나벨에게 왜 그리 집착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심지어 주말마다 그녀와 함께 보내는 상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딱 환자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애나벨도 데이비드가 유부녀인 자신에게 연락을 계속하면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여지와 빌미를 주다 보니 데이비드가 계속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제럴드가 죽고 경찰이 자신을 주목하지 않자 데이비드는 이제야 애나벨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희망에 부풀어 오르지만 애당초 혼자만의 착각 속에 살던 데이비드에겐 오히려

제럴드 사건과 관련한 의혹만 점점 좁혀져오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데이비드란 남자의

부질없는 집착이 불러온 비극을 흥미롭게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특유의 심리

묘사와 한 여자에 대한 일그러진 사랑을 했던 한 남자가 어떻게 파멸해가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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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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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친구의 사망사건에 대한 의혹을 남긴 채 고향 마을을 떠났던 금융범죄 전문수사관 포크는

절친이었던 루크와 그의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 돌아온 그를 알아본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지만

포크는 루크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직접 진실을 조사히기 시작하는데...

 

루크가 예전에 포크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루크의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포크가 현재 벌어진 사건의 조사와 과거에 있었던 여자친구 엘리의 죽음의 진실이

뭔지를 밝혀가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파고든다.

과거 절친한 친구인 루크가 포크의 여자친구 엘리가 시체로 발견되자 포크는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거짓말을 해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었지만 여자친구의 방을 조사하던 중 발견된 쪽지에서

포크의 이름과 엘리가 사라진 날짜가 적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결국 포크와 아버지는 마을에서 떠나게 되었는데 악몽같은 기억이 남아 있는 마을로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포크는 루크의 죽음과 루크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루크의 부모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마을로 돌아온다. 포크가 돌아오자 엘리의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대놓고 냉대를 하는데

포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루크 가족 사건을 담당하는 라코와 함께 루크가 왜 자기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을 저질렀는지 차근차근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사실 과거 사건 자체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미궁 속에 빠진 채 결국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할 수 있던 포크를 위해 루크가 가짜 알리바이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현재 사건을 조사하는 포크가

과연 결백한가가 늘 개운하지 못하면서 계속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사건도 루크가 갓난아이만 

살려두고 아내와 아들을 죽인 것도 뭔가 이상하고 특별한 동기도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주변에

수상한 인물들이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제목처럼 작품 전반이 왠지 건조한 느낌을 많이 주었는데 포크를 반겨주는 소수의 마을 사람들과

그가 돌아온 것에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의 살벌한 분위기가 교차되면서 차츰 과거와 현재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나간다. 사실 과거와 현재 사건을 관통하는 뭔가 특별한 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가지고 사건의 전개를 지켜봤는데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밖이라 할 수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뻔뻔한지를 새삼 실감하게 해주는 결말이라 할 수 있었는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데뷔작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여준 작가의 후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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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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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폐증 환자인 여동생 밀리를 돌봐야 해서 제대로 된 연애는 엄두도 못 내던 그레이스는

조지 클루니를 닮은 미남 변호사 잭이 밀리에게 잘 대해주면서 자신에게 청혼하자 기꺼이 받이들이며

잭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결혼식 후 돌변한 잭에 의해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하는데...

 

남편의 비밀이 발단이 되어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에 읽은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을 비롯해 '걸 온 더 트레인' 등 여러 작품이 있는데 이 책도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지옥같은 날들을 살게 되는 그레이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얘기가 진행된다.

결혼 전에는 하늘에 별이라도 따줄 것처럼 굴다가 결혼 후에 완전히 돌변한다는 얘기는

여자들이 항상 하는 남편 뒷담화지만 이 책에서 잭은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사이코패스였다.

외모, 직업, 돈, 매너, 화술 등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남자가 자폐증 환자인

여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그레이스에게 접근하는 것부터가 뭔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눈치채야 하는데

여자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자기를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 착각하고 금방 넘어가기 일쑤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하고 외딴 곳에 신혼집을 장만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준비한 결혼식에서

밀리가 다쳐서 병원에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잭이 하자는 대로 태국으로의 신혼여행길에 오른

그레이스는 태국에서 완전히 본색을 드러낸 잭의 모습에 충격을 받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레이스와 밀리를 괴롭힐 재미로 결혼한 잭은 전형적인 사디스트 사이코패스였는데 밀리를 볼모로

해서 그레이스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들어놓아 그레이스는 잭에게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을 갈 수가 없다. 여러 번 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고

도망치려고 했다는 이유로 집에 감금된 채 여러 가지 벌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금슬 좋은

잉꼬부부인양 행세하는 잭의 가증스런 행동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지만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잭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는 그레이스를 보고 있자니

정말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미묘하게 시간차를 두고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진행되어서

작가가 어떤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 의도인지 궁금했는데 잭이 밀리에게까지 점점 마수를 뻗치자

그레이스는 잭에게서 벗어날 최후의 작전을 세우는데...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남녀가 만나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연 상대를 얼마나 알고 결혼을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여러 가능한 경우 중에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겉으로만 드러난 모습에 쉽게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요즘처럼 이혼이 흔한 세상에선 비싼 수업료 치렀다 생각하고 돌아오면 되지만

잭과 같은 지독한 경우를 만나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여동생 밀리를 생각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그레이스와 이들 자매를 고통스럽게 하는 재미로 갖은 악행을 일삼던 잭의

치열한 갈등과 심리묘사가 마지막까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작품이었는데

데뷔작으로선 충분히 만족스런 얘기를 들려준 B. A. 패리스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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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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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장기 불황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생활고에 힘겨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장이 실직하면 각종 문제와 갈등으로 가정이 붕괴되고

결국 각종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쉬운데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황과 실업난에 허덕이는 전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를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을 책으로 만나기는 생각보단 쉽지 않다. 아무래도 답답한 현실을 책으로까지 만나고

싶지 않은 게 사람들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실직한 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실직한 사람이 겪는 고통과 세상에 대한 원망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지만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 선택한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면 기발하기까지 하다.

 

제지회사에서 23년간 근무했던 버크 데보레는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여기저기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2년이란 세월이 그냥 흘러가 버린다. 2년 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끝에 버크는

취업을 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을 떠올리는데 자신보다 유능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가짜로 제지회사의 구인광고를 낸 후 자신보다 나은 이력을 가진 6명의 후보자를 추린 버크는

한 명씩 차례로 없애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충격적인데 아무리 취업이 간절하다고 해도 그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버크가 완전히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대상은 비교적 쉽게 처리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아서 목표물이 아닌

대상까지도 죽이게 된다. 자기가 저지른 짓에 스스로도 놀라지만 한 번 시작된 계획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재취업이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실직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 연쇄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능가했기에 6명의 경쟁자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1명까지 없애는 걸 막지 못했다. 

연쇄살인범이라고 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정도는 되는 특별한 인간들이나 가능한 일로

여겼지만 이 책을 보면 누구나 자신이 처한 극한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연쇄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나마 6명 중 한 명이 다른 분야에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버크의

데스노트에서 벗어난 게 다행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대사회에서 기계부속품처럼 언제라도 필요

없다고 버려질 수 있은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극단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경쟁자가 사람인

시대에는 버크의 방법이 통할 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직장을 잃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씁쓸한 질문이 여운으로 남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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