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5
백상준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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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집인 '섬, 그리고 좀비'에서 대상 수상작으로 만났던

 

'섬'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 책은 '섬'의 내용을 좀 더 보강하여 중편으로

확대시켰고, 그 외에 이와 연결되는 두 편의 작품을 실어 좀비문학의 종결자가 되고자 한 것 같다.

 

'섬'이 절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미 읽은 작품을 또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40페이지였던 분량이 200페이지 정도로 증가한 상태인 데다

 

읽은 지 거의 3년이 다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었다.

  

중심작품이라 할 수 있는 '섬'은 느닷없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상황에

 

아파트에 홀로 남은 남자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40페이지 단편일 때에 비해 상당히 많은 살이 붙었는데

 

어떤 살이 붙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어느 시점부터 주인공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에 읽었던 또 다른 좀비소설인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과 유사한 설정이었다.

 

분량이 늘어나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투쟁의 기간도 늘어나다 보니

더 처절한 몸부림을 지켜봐야 했다. 문명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전기, 가스, 수도 등

 

문명이 제공해주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들이 사라지자 주인공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데,

 

그럼에도 조금씩 생존비법을 터득해 나가는 모습은 인간의 무서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절망적인 순간이 다가오자 혼자 곱게 죽지는 않겠다며 결단을 내리지만

마지막 순간 예상치 못했던 진실을 깨닫고 허탈해 한다.

진짜 단편인 '천사들의 행진'은 시각장애인인과 청각장애인이 좀비들의 세상을 맞게 되면서

 

겪는 얘기를 다루는데 좀비보다 더 무서운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은 '섬'의 주인공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군인들의 얘기인데,

 

민간인보다야 나은(?) 상황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건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아래서 군대라는 특수성이 반영되어

나름 공감이 가는 얘기가 펼쳐진다. 세 작품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중간에 끼어 있는 '천사들의 행진'이 두 작품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첫 작품인 '섬'은 전에 봤을 때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몸무게가 부쩍 는 이번 작품은 조금 비만인 느낌도 들었다.

 

내용이 좀 더 풍부해진 반면 날렵한 느낌이 사라진 아쉬움이 있었다.

 

좀비문학 공모전이 2회를 거치면서 우리의 좀비문학도 한결 완성도를 더해가는 느낌이 든다.

 

그 선두에 1회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가 있지 않나 싶은데,

 

좀비문학이란 남다른 장르를 개척하는 선구자 역할을 계속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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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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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은행원 리영민은 깨어 보니 모텔방에 여자가 죽은 채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도망친다.

문화부 고참기자 윤순철은 편집국장인 철가면 조성철로부터 CD에 담긴 내용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황감독을 통해 알아보던 중 조성철이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는다.

전업킬러 미호는 의뢰인으로부터 조성철로부터 CD를 회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지만

조성철이 죽게 되자 윤순철을 미행하기 시작한다.

신참기자 여에스더는 한국 사회 소수자 기획기사 준비 중

모텔에서 발생한 조선족 살해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 국내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작가의 작품은 존재 여부 자체도 모르고 있었는데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국내에도

외국 못지 않은 준수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 최혁곤의 경우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3'에 실렸던 '밤의 노동자2'를 통해

만난 적이 있지만 단편인지라 그리 인상에 남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의 두 번째 장편인 이 책을 만나니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은행원, 고참 기자, 전업 킬러, 신참 기자의 시선을 번갈아 가며 사건을 정말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는데,

프롤로그와 첨에 리영민이 당하는 모텔 사건을 봤을 때는

리처드 기어가 출연했던 '레드 코너'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고 동영상 CD를 둘러싼 모종의 음모의 중심에는

우주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이 자리잡고 있었다.

원더랜드라는 121층의 초고층 빌딩을 건축하며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우주그룹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서는 또 다른 권력집단이라 할 수 있었다.

B파일의 의미가 뭘까 싶었는데 우주그룹에서 관리하는 개인정보 데이터를 분류해 놓은 것으로,

'죽음조차 이용해 먹을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 B파일로 분류되고,

잘 키워서 협박해먹을 존재들은 A파일로 분류되었다.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우수고객은 A파일로, 일반고객은 B파일로 관리하는 것인데

이렇게 사람들의 정보와 약점을 철저히 관리하여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우주그룹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라 할 수 있었고,

원더랜드는 그야말로 그들의 바벨탑이 아닐까 싶었다.

정보통신기술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까 개인정보는 물론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일거수일투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정보들을 수집, 이용하는 세력들이 생긴다면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수시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볼 때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어 보니 토종 스릴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조선족 등에 대한 차별 문제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시사성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영화화하기 딱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원더랜드에서의 좀 어설픈(?) 대결이나 느닷없는 김정남의 등장 등 아쉬운 부분들이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첫 작품이 'B컷'이어서 왠지 'B'시리즈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멋진 스릴러 작품들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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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종말이 오다 - 종말문학 공모전 신체강탈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3
최경빈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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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는 그동안 한국 장르문학의 발전을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좀비문학 공모전, 종말문학 공모전,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을 개최한 것인데,

그 결과물로 이미 좀비문학 공모전 수상집이 두 권이나 나온 상태에서(1회 '섬 그리고 좀비',

2회 '옥상으로 가는 길, 좀비를 만나다') 이번에는 종말문학과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작을

모은 이 책을 선보이게 되었다.

 

 

종말문학이나 신체강탈자문학은 사실 책보다는 영화가 더 친숙한 게 사실이다.

물론 헐리웃 영화들은 대부분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에겐 소설로는 아직까지 그다지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는 못한 것 같다.

서문에서 언급되듯이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나 코맥 매카시의 '로드' 같은 작품이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장르문학의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 상황에서

어찌 보면 종말문학이나 신체강탈자문학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무모할지도 모르는데

이 책에 실린 일곱 작품은 그동안 우리 문학에선 결코 만나지 못한 신선한 얘기를 들려준다.

먼저 당선작으로 선정된 '10개월'은 여자가 모두 남자로 바뀌고

남자 아이만 태어나는 정말 종말(?)인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한 가지 성만 존재하는 세상이 어떨지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애인 등이 남자로 바뀌는 걸 막기 위해(잠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발버둥치는 안쓰러운 모습이나 얼마 전까지 여자였던 아내와 엄마, 애인이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

참담한 심경의 남자들, 이런 상황에서 몇 안 되는 여자들을 둘러싼 쟁탈전(심지어 임산부까지 납치를

한다) 및 남자로 변하지 않는 소녀를 신격화시키는 종교단체까지

그야말로 종말의 상황을 맞이한 여러 인물들의 얘기를 잘 엮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연가시'를 떠올리게 했던 '베르테르 증상', 영화 '혹성탈출'의 새로운 버전의 느낌이 든 '귀환',

돌연변이 외계인 아이들의 탄생으로 막장드라마를 연출시킨 '미래 도둑'까지

종말문학으로 선보인 작품들은 하나같이 파격적인 설정으로 종말문학의 재미를 잘 보여주었다.

 

 

신체강탈자문학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신체 강탈자의 침입'과

리메이크작들의 기본 설정이 사용된 작품들이 많았다.

먼저 '운수 나쁜 날'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바탕으로 'B사감과 러브레터' 등을

녹여내 신체강탈자 문학과 한국 근대소설의 절묘한 결합을 시도했다.

'금연 클럽'은 요즘 추세에 맞지 않게(?) 담배가 자신의 신체강탈을 막아 주는 수단임을 잘 보여주었고,

'HOOK'는 걸그룹 전성시대에 걸맞게 여자 아이돌들의 천하임을 만방에 선언한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신체강탈자문학이 좀 더 소재에 제한을 받을 것 같았는데

나름 다양한 설정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종말문학이나 신체강탈자문학 작품들을 만나고 보니

역시 설정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함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참신한 설정으로 얘기를 잘 이끌어 나가느냐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 같은데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천편일률적이기 쉬운 장르문학의 한계를

나름 극복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한국 장르문학의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시도가 우리 장르문학계의 새싹을 틔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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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가 보낸 편지 -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윤해환 지음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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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여전히 한국 추리소설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여러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는 장르인지라 그리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진 못한 것 같다.

서양이나 일본의 추리소설의 경우 고전이라 불리는 예전 작품들도 찾아보지만

정작 국내의 추리소설 고전(?)들은 어떤 작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과 여전히 세계 제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가

편지를 통해 만나는 설정을 한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선한 발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코넌 도일이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남긴 60편의 작품은

여전히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셜로키언이라 불리는 팬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마치 셜록 홈즈를 실존인물인 것처럼 일대기를 쓴 작품('베이커가의 셜록 홈즈' )도 있고,

'실크 하우스의 비밀'처럼 다른 작가가 셜록 홈즈를 주인공으로 쓴 작품들도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어

과연 그가 정말 실존했던 인물이 아닌가 착각이 들 지경인데, 우리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셜록 홈즈를 한국 최초 추리소설가 김내성과 연결시킨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카트라이트라는 소년으로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 등장한다는데

이 책을 초딩때 읽었던 지라 기억이 나진 않았다.

암튼 기미년 3. 1. 운동이 있던 바로 그때 평양에서 처음 만난 두 소년 김내성과 카트라이트.

언어도 다르고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두 소년이 만나 우정을 나누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게

어찌 보면 좀 낯설면서도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사건 자체는 '보헤미안 스캔들' 등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은데, 힌트를 담은 셜록 홈즈의 편지와

신문광고를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일제시대의 아픈 역사를 담아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한국 추리작가의 작품으로는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있었던 작품들은 역사 팩션이거나 얼마 전에 읽었던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4'

등에 수록된 현대물이 전부인데, 굳이 이 작품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경성 탐정 이상'

비슷한 느낌의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의미를 부여하자면 조선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을 제대로 알렸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나조차도 잘 몰랐던 김내성을 재조명하고 부활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들이 어떤 작품인지 꼭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아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던 것 같은데,

뒤에 수록된 깨알같은 주석을 읽으면 마치 작품을 쓰는 과정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윤해환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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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2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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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이 아직까진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황금가지에선 꾸준히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4권까지 선보였는데 3권을 재밌게 읽었던 관계로 이 책도 나름 기대를 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흥미로운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순서의 문제'로 이미 그 실력을 맛보았던 도진기 작가의 작품으로

형사소송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을 절묘하게 이용하는 범인과

그보다 한 수 위인 검사의 치열한 대결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현직 판사여서 그런지 법률적인 문제를 추리소설로 잘 녹여낸 작품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허점을 파고드는 범인과 그런 범인의 계략을 간파하고

더 큰 함정을 파는 검사의 노련미가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노조원들 간의 성추행 문제를 소재로 한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예상밖의 반전이 돋보였는데

언제 어디서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바람난 아내에 대한 서글픈 응징을 다룬 '빈 집'과 

죽은 어머니가 잃어버린 지갑의 미스터리를 다룬 '유실물'은

요즘의 세태를 잘 반영한 작품들이었고, '시장의 살인'은 전편에 수록되었던

'혈의 살인'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추리물이었다.

 

학교 급식비 도난사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일상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의 얘기를 다룬

'오늘의 탐정'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연상시켰고,

폐허상태인 아파트 재개발 단지에 숨어든 킬러의 얘기를 그린 '은둔자(들)',과

제천의 강변에서 연이어 발생한 익사사고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물뱀'은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다.

영화같은 반전을 선보인 'M병원의 기적'과 걸그룹 사이에서 발생한 귀고리 도난사건을 해결하는

귀여운 콤비 설록수와 김영진의 활약상을 다룬 '협찬은 아무나 받나'까지

수록된 10편 모두 작품마다의 개성이 녹아 있었다.

 

추리, 스릴러 소설의 애독자로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직은 소설 분야에서도 비주류라 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작품들에 밀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과 같이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들을 내놓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추리 스릴러 작품들이 주류 대접을 받을 날이 올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 밀알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난 작가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장르소설 마니아로서의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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