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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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입기자 김영민은 곽 형사라는 남자로부터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형은 귀가 잘린 채 살해당해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인천 세관 공무원이었던 형이 창고에서 뭔가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감사를 받고 있던 중임을 알게 된

김영민은 형의 죽음에 형의 승진에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던 국회의원 보좌관 양창선이 관련되어 있음을

곽 형사가 보여준 사진을 통해 직감한 후 독자적으로 양창선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책 제목부터 왠지 무협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 했지만

평이 나름 좋아서 보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김영민의 형이 죽은 사건의 배후에 있던 사라진 '가토의 검'은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장선

가토 기요마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하사받은 칼이었다.

이 칼을 둘러싸고 형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김영민과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양 보좌관,

수사를 담당하는 곽 형사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진다. 

먼저 주인공격인 김영민이란 인물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는데 술주정뱅이에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재혼한 계모와 동갑내기인 형으로 이뤄진 불우한 가정 속에서 성장하다 보니 아무래도 비뚤어지기 쉬웠다.

그래도 기자까지 되었으니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다지 애정이 없던 형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파고드는 그의 집념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집요했다.

보통 스릴러물에 등장하는 정의의 사도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김영민은

기자 특유의 노련한 감각으로 양보좌관과 형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내고 

형이 좋아하던 술집 아가씨 진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한다.

후배 기자인 아영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면서 로맨스까지 할 것 다하던 김영민에게

곽 형사는 형을 죽인 범인으로 퍽치기를 하던 동네 불량 청소년들을 체포했음을 알려주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스릴러의 정석과 같이 능수능란한 사건 전개와 마지막 충격전인 반전까지

신인급 작가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이력을 보니 현직 국회 입법조사관이라는데 자신의 직업을 소설 속에 잘 녹아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나 도진기 판사처럼 자기 본업이 있음에도 이런 작품들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부럽기 짝이 없다. 가토의 검이란 유물에서 착안하여 한 작품에 여러 가지 얘기를 담아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는데 이 책이 그의 첫 장편이라니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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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관의 살인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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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대학 추리소설연구회는 반구도로 3박4일 일정의 엠티를 떠난다.

반구도에 도착하자 회장인 아가사는 살인 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레터 나이프, 청산가리,

복어 독, 펜토바르비탈, 톱, 스패너, 총알, 트럼프 카드 킹, 파란색 내용물이 든 유리병으로

구성된 미니어처 머더 키트를 회원들에게 지급하면서 추리소설적으로 상대를 죽이는 게임을 제안한다.

카드 킹으로 살인을 예고한 후 살인무기를 찾거나 수수께끼를 내서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사망으로 처리한다는 규칙에 다들 흥미진진해 하는 것도 잠시 첫 번째 카드와

'795-318-206=snftoetzs'라는 이상한 수수께끼가 등장하고 지목받은 마플이 진짜

청산가리에 의해 사망하면서 흥겹던 분위기는 금새 공포로 돌변하게 되는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오마주한 책이라는 것을 대놓고 내세운 책이라

얼마 전에 읽은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비슷한 내용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십각관의 살인'을 본 지가 좀 오래되어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 츠노시마 섬에 MT를 가는 설정이

이 책에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Y대 추리소설연구회가 반구도로 가는 걸로 유사하게 바뀌었다.

멤버들이 닉네임을 쓰는 것도 동일한데 '십각관의 살인'이 고전 미스터리 거장들의 이름을 가져

왔다면 이 책에선 창립멤버라 할 수 있는 도일, 아가사부터 심농, 마플, 도로시, 김전일, 코난에

지도교수 모리스까지 작가와 탐정 이름이 뒤섞인 상태였다.

아무래도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암튼 섬으로 간 엠티에서 멤버들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기본 설정은

본격 추리소설이 즐겨 애용하는 전형적인 요소들, 이 책에서 본격의 세 가지 미덕이라 부르는

클로즈드 서클, 기이한 저택, 불가해한 살인이라는 삼박자로 구색을 갖췄다.

살인도구들이 주어지는 클로즈드 서클이란 점에서 '인사이트밀'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이들이 추리소설을 주제로 나누는 수다(?)들이 더욱 재미를 더했다.

동아리의 리더격인 도일의 전 애인이 아가사, 현재 애인이 도로시라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심농과 마플, 김전일과 코난도 썸 타는 관계이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살인게임이 장난이 아닌 현실이 되어 버리자 순식간에 서로를 불신하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진다.

카드 킹과 수수께끼의 출제가 이어지고 계속 문제를 풀지 못하자 하나 둘 지목받은 멤버들이 스러진다.

점점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일은 아가사에게 범인을 잡기 위한 제안을 하는데...


'십각관의 살인'에 대한 오마주라 표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의 묘미는 역시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

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십자관도 합체와 분리가 자유자재인 큐브로 설정되어 있고,

십자관이 움직이는 시스템인 아가사까지 뭔가 특이한 구조의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다. 사실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과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며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좀 안이하달까 느슨한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뭔가 알 수 없던 수수께끼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풀이 결과와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었다.

반전은 왠지 직전에 읽은 '모나'와도 공통 분모가 있었던 것 같다.

손선영 작가의 책은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를 읽어봤는데

시대물과 현대물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시리즈나 고정된 탐정 캐릭터는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꾸준한 작품을 통해 한국 장르문학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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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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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그리고 좀비', '옥상으로 가는 길, 좀비를 만나다'까지 1, 2회 좀비문학상 공모전 수상작품집을

재미있게 읽어봤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3, 4회 수상작품집이라는 이 책도 나름 기대가 되었다.

사실 척박한 장르문학 환경 속에서 좀비 문학이 설 자리가 녹록하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런 공모전이 계기가 되어 조금이라도 장르문학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런 점에서 황금가지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1, 2회 좀비문학 수상작품집에선 그동안 국내에 없었던 소재와 내용의 작품들이라 신선하면서도

흥미진진했는데 이번 3, 4회 수상작품집에선 과연 어떤 작품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총 5편이 실려 있는 이 책에서는 기존에 봤던 작품들과 유사한 내용도 있고 신선한 접근도 있었다.

먼저 첫 작품인 '엘리베이터 액션'은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 스니커즈를 먹으려고 욕심부리다

엘리베이터에 갖힌 황당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코믹한 느낌을

주었는데 성룡의 '러시 아워'를 언급해 더욱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나 싶다.

다음 작품인 '장마'는 전형적인 좀비물로서 가장 분량도 많았는데

비에 섞인 이상물질이 좀비로 만든다는 설정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혼자 살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보니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모른척하기 쉬운데,

그런 갈등 속에 있던 주인공이 여자를 구해준 후 그 여자의 정체가 뭔지에 대해

의심하는 상황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여름 좀비'는 좀 색다른 설정의 작품이었다. 보통 좀비로 인해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내용들이 다뤄지는데 이 책에선 좀비들의 반란(?)은

이미 진압한 상태고 좀비들을 사냥감으로 하는 사냥꾼들이 설치는 상황까지 이른다.

기발한 발상은 좀비를 무한동력의 영구기관으로의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다.

좀비를 통제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청정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는데

좀비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한 작품이었다.

'해피랜드'는 놀이기구인 '대관람차'를 타던 중 좀비가 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데

앞에 나온 '엘리베이터 액션'과 유사한 점이 있으면서도 고부갈등이라는 한국적인 정서를 잘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좀비, 눈 뜨다'는 좀비 상태에서 다시 인간으로 복귀할 수 있는 얘기를 그려내고 있어

기존에 본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애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총 5편의 좀비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기존에 ZA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집에서 봐 왔던 작품들과 어느 정도 유사한 느낌이 들면서도

전에 못 본 새로운 설정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가면서 독창적인 작품들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시도들을 보인다는 게 역시 공모전의 성과가 아닌가 싶다.

기존에 발굴하지 못했던 신선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에 이 공모전의 의미가 있지 않은가

싶은데 점점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기상천외한 좀비문학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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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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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있는 줄만 알았던 아들인 박진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하고

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라도 골메산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찾아나선다.

그곳에서도 박진우는 찾지 못하고 그와 누군가의 혈흔과

박진우가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를 준비해 침입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더 이상의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이 난관에 봉착되자 사립탐정을 고용하게 되고,

의뢰를 받은 독소장과 강승주, 탐정 권민이 출동하는데...

 

국산 추리소설이 드문 상태에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국내 작가의 작품들은

작품의 수준과 관계없이 일단 반가운 생각이 든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친숙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알고 보니 이 작품은 전에

'섬 그리고 좀비'에 나왔던 '도도 사피엔스'를 썼던 작가의 작품이었다.

박진우의 실종은 단순히 한 명이 사라진 게 아니었는데 그의 블로그를 통해 알아낸 사실은

광신도들과 종교적인 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종교가 인간 세상에 끼친 해악은 말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상 인간을 가장 많이 죽게 만든 게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현재도 종교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분쟁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사건도 유병언이라는 광신도 집단의 교주가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도 결코 광신도 집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종된 사람들이 베드로 십자가를 배달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낸 승주는

자신들에게 눈엣가시였던 실종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던 자들의

본거지인 교회로 잠입해 박진우와 다퉜던 장경철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사건과는 별도로 광신도들의 구제불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승주와 장경철의 설전이 벌어지는데, 자기들만 옳다는 광적인 신념은

그 어떤 해악보다도 무섭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종교를 믿는 건 자유지만 다른 종교나 안 믿는 사람들을 사탄취급하는

이들의 행태는 정말 역겹고 소름이 끼친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떠들며 

길거리를 시끄럽게 만들고 돌아다니는 한심한 인간들을 보면 저렇게 하는 게

오히려 혐오감만 더 높인다는 사실을 모르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그만큼 종교라는 세뇌가 인간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 되는 자들이 수두룩하니 그런 자들이 자기들끼리 뭉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생각하면 오싹할 따름이다.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이 책에 나오는

그런 황당무계한 범죄들이 얼마든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답답한 현실이다.

 

독소장과 강승주, 권민의 환상의 삼인조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런던에서 인연을 맺었다.

유학생 실종사건을 의뢰받은 독소장과 강승주가 런던에서 자체 수사를 하다 소개받은 탐정이

바로 권민이었는데, 권민의 신출귀몰하는 활약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에 감동받은 두 사람이

그녀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하고 그녀가 이에 선뜻 응하면서 멋진 팀이 구성되었다.

만담을 늘어놓는 찰떡콤비인 독소장과 강승주와 여성답지 않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권민이 시너지를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솔솔한 재미를 주었는데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더욱 흥미를 준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1장과 2장이 서로 연결되는 줄 알았는데 전혀 무관한 사건이었고,

2장이 세 사람이 처음 만나 해결한 사건이라 선후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1장이 훨씬 강렬한 느낌을 주는 사건이라 앞에 배치한 것 같은데

유기적인 연관성이 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1장도 사건 자체에 강한 흡입력이 있음에도 더 풍성한 얘기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결말이 좀 용두사미식으로 끝나버린 느낌이 든 게 아쉬웠다.

아쉬운 점들이 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사성 있는 적절한 소재로 흥미를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세 명이 활약하는 다음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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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 돼지가면 놀이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6
장은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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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공포영화는 매년 여름이년 여러 편이 개봉되어 극장가에서 한몫을 하곤 하는데

출판시장에선 여전히 토종 작가들의 호러작품을 만나보긴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황금가지에서 밀리언셀러클럽의 한국편으로 내놓는 단편집들이 한국 공포문학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나온 이 책에는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호러를 기반으로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다채로운 빛깔의 작품들이

실려 있었는데 내 스타일인 작품도 있고, 좀 아쉬운 작품도 있었다.

대표작으로 처음을 장식한 '돼지가면 놀이'는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괴담같은 얘기를

담고 있는데 마지막에 흐지부지 끝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숫자꿈'은 꿈에 1, 4, 9, 13, 27, 33이란 숫자를 보고 로또 당첨번호인 줄 알았다가

죽음의 징표임을 알게 되는 남자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기발한 설정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죽음도 여러 종류가 있어 자살, 살인, 사고사 등에 따라 다른 숫자가 그 사람 이마에  보여서

그 사람의 죽음을 막아보려고도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아 실패하다가 정작 본인의 아내에게도 보여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남자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뜻밖의 결말을 선보인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무당 아들'은 '섬 그리고 좀비'에 실렸던 '세상끝 고군분투의 기록' 등으로 예전에 접했던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도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귀신 아닌 귀신 얘기를 들려준다.

죽어 마땅한 사형수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게 과연 허용될 수 있는

일인가란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잘못된 행동은 결국 대가를 치름을 잘 보여주었다.

'여관 바리'도 우리가 종종 접할 수 있는 괴담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고,

'낚시터'는 손가락을 물어뜯는 괴물고기의 얘기였는데, 얼마 전에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안구 기담'실린 '요부코 연못의 괴어'와 비슷한 느낌도 주었다. 

문제는 이런 괴물고기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숨기는 정부와 마을주민들이 제물이 나오는 것을

방치한다는 점인데 제물이 안 되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며느리의 관문'은 SF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는데,

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역시나 만만치 않음을 잘 보여줬다.

브라이언 아담스의 히트곡과 동명인 '헤븐'은 광신도들과 시간의 혼란을 교묘하게 섞은 작품이었는데,

맹목적인 종교인들의 허상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고양이를 찾습니다'는 고양이를 같이 돌보는 사람들이 실종된 고양이를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다른 작품과는 달리 호러적인 요소보단 미스터리의 성격이 짙었다. 

소시오패스라 할 수 있는 뻔뻔한 범인을 그에 맞게 응징하는 후련한 결말을 선보였다.

'구토'는 미와 관련해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작품이었고, 

마지막 작품인 '파리지옥'은 약한 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 약한 추악한 인간 본성이

스스로 파리지옥에 빠지게 만든 한심한 상황을 잘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소재의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 금방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는데

좀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토종 공포소설의 가능성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자리였다.

장르소설 시장이 열악한 현실속에 많은 작가들이 이런 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어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븐 킹 같은 작가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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