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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두를 사야해
기타가와 에리코, 나카야마 미호 외 / 아트서비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여동생에 낚여 파리로 같이 여행 온 사진작가 센은 여동생이 자신을 버리고 가자
우연히 구두 굽이 부러진 프리랜서 작가 아오이(나카야마 미호)를 만나게 되어
그녀의 도움을 받아 예약한 호텔을
찾게 된다.
그것을 인연으로 저녁과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파리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되는데...
'러브 레터'의 열풍 이후 '4월 이야기' 등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여러 편 보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연출하는 작품은 거의 없고 이 영화처럼 제작에만 참여하는 경향이어서
그의 섬세한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다시 만나긴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제작에나마 참여한 작품에다가 '러브 레터'의 나카야마 미호가 출연하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본 영화였는데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센 남매의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는 사실 '비포 선라이즈'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의 소재인지라
그리 신선하지 않았지만 파리가 배경이다 보니 느낌이 좀 색달랐다.
여행지에선 아무래도 일상에서 벗어나 이성보단 감성적이 되어
평소라면 쉽게 움직이지 않을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는 것 같다.
센과 아오이도 상당한 나이차가 있다 보니 '도쿄 타워'와 비슷한 느낌도 났는데,
외국이라 그런지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만약 두
사람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던 센과의 깔끔한 이별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센이 보내준 새 구두와 그 새 구두를 신고 벤치에 앉아 있는 아오이의 여유로운 모습은
아련한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꼭 무슨 특별한 관계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서로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져 문득 생각날 때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삶을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센에게 파리하면 에펠탑과 아오이가 떠오를 것처럼
아오이에게도 새 구두를
신으면 센과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예쁜 추억의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