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미술관 - 또 하나의 모나리자에서 채식주의자 화가까지,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
선동기 지음 / 북피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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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니 상당 부분은 비슷한 내용들을 만나곤 한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갈증이 있곤 하는데 이 책은 뭔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총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술계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반 고흐의 얘기로 시작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구필 화랑 영국 지점에서 근무하던 시절 런던에 살던 여동생을 종종 방문했는데 160km 떨어진 

거리를 사흘 만에 주파했다며 경보 선수급이라 평가한다. 고흐의 인생 속 다섯 명의 여인을 거론한 

부분도 흥미롭다. 미술계 최고의 문제아(?) 카라바조는 살인사건으로 수배당하면서 결국 객사하고 

마는데 그의 죽음의 원인이 물감에 섞인 납 중독임은 처음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의 화가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조금씩 다른 색상으로 다섯 점이 있다거나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나

'프라도의 모나리자', '베르농의 모나리자' 등 비슷한 모나리자의 여러 버전도 만나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서양미술 800년전'에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을 처음 봤는데

이 책에서도 그녀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것도 좋았지만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꽤 많았다. 마리 바시키르체프를 필두로 주로 구 러시아 지역 출신 작가들을 상세히 다루었는데 '미지의

여인의 초상'이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표지로 사용된 이반 크람스코이나 러시아 미술의 완성자

일리야 레빈 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보리스 쿠스토디에프의 '1920년 7월 19일 2차 코민테른

회의를 기념하는 축제'에선 태극기가 살짝 보여 더 흥미로웠다. 최근 파리 올림픽이 끝났지만 올림픽

종목에 회화나 조각 등도 예술 분야가 있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부터 1948년 런던 올림픽까지 있었다는데 예술이 프로의 분야라면서 올림픽 종목에서 빠지게 된 것도 

좀 의아하다. 그 밖에 페르낭 플레, 엘리자베스 너스, 조반니 세간티니, 마리 브라크몽, 헨리 오사와 

태너 등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 폭풍 속의 예수' 등 도난 등으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그림들을 책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있었는데 기존의 미술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가나 작품,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행복한 독서를 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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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샬롯 홀릭 지음, 이연식 옮김 / 재승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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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여러 전시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큰 흐름은 대략 파악을 했지만 정작 책으론

한국 미술 전반을 다룬 책을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미술 관련 책들은 주로 서양미술을 다루고 있고

간혹 접하는 한국 미술 책들은 유명 작가들에 한정해 다루고 있어 한국 미술의 전반적인 역사를 제대로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회사 도서실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선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근현대미술을 정리하는데 특이한 것은 저자가 한국인이 아닌

영국인이고 번역서라는 점이다. 한국인이 한국미술사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데 외국인이 이를 정리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를 다시 한글로 번역을 해서 소개하는 것도 특별한 일인 것 같다. 근대 초기부터

2000년대 미술까지를 총 6장에 걸쳐 시대별로 정리하는데 한국이 전통 서화에서 벗어나 서양의 미술

사조를 받아들이는 시점부터 다룬다. 1880년대에 미술이란 용어를 한국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1872년 독일어 쿤스트게베르베와 빌덴데 쿤스트를 번역한 일본 용어 '비주쓰'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라 한다. 아무래도 서양 문물을 대부분 일본을 통해 접하다 보니 철학 등 각종 용어도 일본이 만든 

걸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놀드 헨리 새비지 랜더, 휴버트 보스 등 서양화가들이 그린 한국인의

초상화를 필두로 근대 초기와 일제강점기의 미술사를 다루는데,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고희동이나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나혜석 등 친숙한 이름도 등장하지만 일제시대라는 특수성 속에 어떻게

미술을 배우고 활동을 했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다음으론 북한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형성을

다루는데 이 부분은 아마 다른 책에서 접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싶다. OCI미술관에서 북한 유화 

전시를 본 적이 있지만 북한 미술은 대부분 김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사상 선동, 선전물 정도로만 인식을

했는데 그런 경향이 많은 건 사실이나 나름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란 이름으로 작품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1950년대에서 1970년까지는 추상회화의 시대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북한 등 공산권이 사회주의적 사실

주의란 이름의 미술이 유행하는 것에 맞서 미국 등 자유진영에선 추상미술이 유행한 것에 발맞춘 측면이

있다. 이어 단색화까지 유행하며 현재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다음 시대인 1980년대와

1990년대 미술에선 민중미술에 주목한다. 민중미술이 다른 책에서도 다뤄지긴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비중 있게 다뤄지는 건 드물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미술에선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사용하는 최근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외국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는데 정작 한국인이 제대로

주목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잘 정리를 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미술의 흐름을 잘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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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지음 / 윌컴퍼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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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술 관련 책들을 읽어봤지만 아무래도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작가나 작품을

비교해서 설명하는 게 역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방대한 서양미술사 속에서 총 14개의 테마로

두 작품씩을 자세히 살펴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먼저 두 그림을 나란히 보여주는데 작품 제목과

연대, 소장처 등만 소개하고 작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의 그림인지 예측해보는 재미도

나름 솔솔했다. 여자의 뒷모습을 그린 두 작품으로 시작하는데 두 작품 모두 생소한 작품이라 누가

그린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18세기의 보헤미안인 와토의 '두 사촌'과 19세기의 딜레탕트인 카유보트의

'실내, 창가의 여인'이었다.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끝 부분에 두 작가의 생애에 전반적인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돕고 있다. 두 명씩의 조합이 어색한 경우도 있고 작품만 보면 절묘한 선택이란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소녀의 엉덩이(?)를 다룬 부셰의 '누워있는 소녀'와 고갱의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는 후자에 해당했다. 동일한 사조로 분류되는 화가들의 작품끼리 배치를 한 게 아니다 보니

서로 다른 사조의 작가와 작품들 사이에서도 그동안 몰랐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는데

유일하게 한 작가의 두 작품이 나란히 선정된 건 렘브란트의 '사스키아와 함께 있는 자화상'과 '제욱

시스로서의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렘브란트와 더불어 두 번 선택을 받은 화가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베네치아파를 대표하는 티치아노로 '겨울 보는 여인'으로 쿠르베와 한판 승부를 벌인 후 '사려분별의

알레고리'로 안토니 반 다이크와 2차전을 가진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잘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고 좀 더 깊이 있는 해설로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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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선정 위대한 그림 220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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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미술사 책들을 읽으면서 웬만한 유명 그림들은 대부분 책으로나마 봤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무수한 그림들이 있다 보니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그림들도 많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의

제목처럼 '위대한 그림'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그림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누가

선정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영국 대표 방송사인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프로그램을 각색한 이 책에 과연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정말 궁금했다.


프롤로그를 보니 '모나리자'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과 같은 유명 그림은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도대체 어떤 그림이 수록된 것일까 더욱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220번부터 거꾸로

출발하는데 첫 작품은 윌리엄 터너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현관에서 본 베네치아'라는 좀

생소한 작품이었다. 터너의 유명 작품들을 여럿 아는데 이 작품이 선정된 건 좀 의외라 할 수 있었지만

이후 등장하는 작품들도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들은 대부분 친숙한 이름들이지만

과연 그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피카소의 경우 '게르니카'가

당연히 포함되었지만 '삶'이 등장하는 건 예상밖이었다. 이미 내가 직관한 작품임에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 그 진가를 재발견하게 된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봤던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위대한 친구들'이 대표적이었다. 그때도 중요 작품이란 표시가 있어 사진을 찍어 오긴

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너무 유명한 그림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니

'시녀들'로 유명한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하녀들'이라고 소개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있어

좀 기준이 모호했다. 거의 서양 미술만 가득했는데 캉그리 화파의 '정원의 라다와 크리슈나', 동원의

'소상도', 타와라야 소타츠의 '송도도 병풍' 정도의 동양 그림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포함된 건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책 표지를 장식한 헨리 레이번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 등 새롭게 알게 된 작가와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그동안 나름 많은 작품들을 감상했다는 자부심이 무색해졌다. 이 책으로 안면을

튼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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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 애호가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미술관 수업
김찬용 지음 / 땡스B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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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자주 방문하다 보니 나름의 안목(?)이 생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미술을

전문적으로 교육받거나 한 건 아니다 보니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전시마다 안내 자료 등을 보면서

작품을 감상하지만 그걸 모두 읽으면서 작품을 보기엔 시간도 너무 걸리고 집중이 잘 되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간혹 도스트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춰 참여를 하려고 하는데 확실히 혼자 보는 것보단

훨씬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김찬용 도슨트가 미술관을 알차게 사용하는 방법을 미린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먼저 유럽의 핵심 미술 지도로 파리, 네덜란드, 영국의 주요 미술관을 소개하고 서울 주요 미술관도

곁들인다.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미술관을 소개하는데 1~4위까지는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루브르, 바티칸, 대영 박물관, 테이트 모던이 차례로 등장하고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르세,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메트로폴리탄, 퐁피두 센터, 에르미타주를 제치고 당당히 5위를 차지한 기염을 

토했다. 미술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한 후 미국 사회학자 탤컷 파슨스의 미적 인식 능력 발달 

단계(5단계)를 알려주는데 이 책의 목표가 3~4단계인 가볍게 즐기는 애호가에서 깊은 애호가 수준의

영역이라 선언한다. 다음으로 좋은 전시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작품, 기획, 공간, 운영, 가격을

제시하고 자신의 전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를 200% 즐기는 방법도 소개하는데 다른

책에선 볼 수 없던 나름 유용한 팁이었다. 작품 유형별 감상법에 이어 해외와 국내 주요 미술관들에

대한 사용법을 들려주는데 맨 처음 지도를 통해 소개했던 파리, 네덜란드, 영국의 핵심 미술관들과

주요 소장품을 알려준다. 대부분 친숙한 곳들이었지만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이나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

브리스틀과 리버풀의 미술관까지 잘 다루지 않는 곳까지 짚어준다. 뒤에 부록처럼 세계 주요 미술관에

대해 네 가지 항목에 걸쳐 간략한 평가를 해놓았다. 국내 미술관도 세계편과 비슷하게 유명 미술관을

먼저 소개한 후 뒤에 평가를 해놓았는데 구하우스 미술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동안

미술관에 대한 여러 책들을 읽어봤는데 주로 소장품들 위주의 해설이었다면 이 책은 좀 더 기본적인

미술 관람에 대한 알찬 정보를 제공하여 미술 초보자들에게 좋은 가이드북 역할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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