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CEO - 예술에서 배우는 8가지 경영 인사이트
김창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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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에 관심을 가진 CEO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거나  

교양을 과시하기 위해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데

얼핏 생각하면 미술과 경영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가 필요한 경영자가

창의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을 오아시스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창조경영에 필요한 8가지 방법을 여러 미술작품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전에 읽었던
'그림 읽는 CEO'에서도 명화들을 통해 창조의 조건을 소개했었는데 이 책에선

그 방법을 좀 더 세분화하면서 CEO의 입장에서 필요한 창의성을 보다 부각시켰다.

먼저 보이지 않는 욕망을 읽어내는 통찰력을 얘기하면서 브랑쿠시의 '공간의 새'를 예로 든다.

새의 본질이 뭐냐고 물으면 단순히 '난다'라고 대답하기 쉽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새가 비상하는 순간의 터질듯한 긴장감을 청동으로 표현해낸 브랑쿠시처럼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한데 실직할 경우 차를 재구입해주는 마케팅을 한

현대자동차나 마시는 비타민C를 생각해 낸 광동제약, 인간과 동물이 함께 교감을 나누는 동물원을

만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사례가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잘 알아낸 경우라 할 수 있었다.



후기인상파에 속하는 세잔, 고흐, 고갱에 나름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사물 자체의 본질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데 치중했던 세잔,  

사물을 바라보는 화가 자신의 격정을 드러냈던 고흐, 고귀한 원시 관능의 색채를 표현했던 고갱은

각자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갈고 닦아야 함을 잘 보여줬다.

모호함은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경계를 파괴하고 신세계를 창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선수선발기준을 백지화하고 오로지 선수 기량에 의한 선수 선발을 통해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의 사례처럼 경영도 미로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여 사람들의 지루함을 해소시켜 준 오티스나 임은경이란 신인 배우를

내세운 모호한 광고로 관심을 끌었던 SK텔레콤의 TTL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었다.

역발상을 통한 일상타파는 가장 대표적인 창조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블랙 스완'을 인상적으로 봤지만

보통 '백조의 호수'하면 당연히 발레리나가 등장할 거라 생각하는데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는

우아한 발레리나가 아닌 근육질의 발레리노를 등장시키는 파격을 통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편성은 어쩌면 창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자르 발다치니의 '엄지손가락'이나 레만 호수의 '포크'를 보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기존의 것들을 결합한 융합은 1+1이 2가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전형적인 창조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기존 산업과 IT의 융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발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달리는 속도와 소모한 칼로리를 알려주는 나이키와 아이팟이 만난  

운동화 '에어 줌 무아레', 점차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나  

아이패드 등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줬다.

진리는 단순하다는 말이 있듯이 검색 기능 하나만으로 단순함의 위력을 보여준 구글이나

입체 형상을 해체하고 2차원 평면으로 재구성하여 입체파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피카소까지

미술에서 발휘된 창조 정신이 경영에 반영된 여러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창조경영의 8가지 방법을 예술작품과 실제 기업의 성공사례를 통해 잘 소개하고 있지만
이는 CEO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비록 CEO와는 전혀 거리가 먼 위치에 있고 그다지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늘 정해진 대로만 일하고 생활하면 발전이 없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  

이런 책을 즐겨 보는데 미술도 경영도 잘 모르지만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은 왜 CEO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미술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는데 보통 사람들이 미술을 감상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물론 감수성을 키워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미술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게 바로 미술의 치명적인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팜므파탈과 같이 잘 모르는 미술에 계속 차이면서도 대쉬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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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인상주의 : 경계를 넘어 빛을 발하다 - 19C 그림 여행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4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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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현대미술'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사실 그림만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ㅋ)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현대미술가나 작품들이 낯설다는 점이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60년 전부터 20년 전의 미술 경향을 정리한 책이었음에도

오히려 제대로 아는 예술가나 작품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을 알 순 없지만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미술에 대해

전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니 조금은 한심스런 생각도 들었다.

 

반면 그나마 친숙한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등을 다룬 이 책을 볼 때는  

'현대미술'을 볼 때와는 달리 편안한 맘이 들었다.

무엇보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구스타프 클림트 등 낯익은 인물들이 등장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무척이나 반가웠다.(현대미술을 볼 땐 낯선 사람들 속에  

홀로 남겨진 그런 느낌이었는데...ㅋ)

이 책에서는 신고전주의를 비롯하여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 등 18세기에서  

20세기 초를 풍미한 미술사조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대표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왜 인상주의란 용어가 생겨났는지

('인상 : 해돋이'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다),

어떤 화가가 속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중심지는 역시 유럽의 문화1번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가 중심지 역할을 하였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도 여러 화가들이 활동한 지역이었는데

이 책에선 그 밖에 특이하게도 알프스 산맥, 바다와 대양, 기차와 기차역,

아카데미와 박물관도 거론하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낭만과 인상주의 등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이 책에선 무려 60명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선 고흐, 고갱, 밀레 등 친숙한 이름들도 눈에 띄었지만 상당수는 금시초문인 화가들이었다.

이름만 알고 있던 폴 세잔, 에드가 드가 등의 작품을 비록 3~4작품밖에 되지 않지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봤던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이나

앵그르의 '대 오달리스크',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등은  

몇 개 되지 않는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라 더욱 반가웠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 등을 갈 때 전혀 사전준비가 안 된 상태로 가서  

어떤 작품이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른채 정신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이런 책을 미리 보고 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하니 더욱 아쉬움이 든다.

그밖에 늘 헷갈리던 에두아르 마네와 클로드 모네를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림을 보면 확연히 스타일이 달랐다.ㅋ) 이 책을 읽은 성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미술작품들을 책을 통해 익히고 감상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미술이라고 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던 내가 미술책까지 볼 정도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몇 년 전에 비하면  

정말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역시 뭐든지 관심이 생겨야 더 많이 보이고 더 잘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로니에북스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아트 오딧세이'는 미술 초보자들에겐 입문서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겐 핵심을 요약정리한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여전히 미술이 어렵고 편한 상대는 아니지만 내가 계속 맘을 주다보면

언젠가는 내게 모든 걸 허락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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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 대중성과 다양성의 예술 - 20C 그림 여행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4
마르코 메네구초 지음, 노윤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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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미술과 친해지기 위해 여러 미술책들을 보고 있지만 생각만큼 미술과 가까워지진 않는 것 같다.

그나마 중세 이후의 대가들의 일부 작품들은 조금은 익숙함이 느껴지지만

대다수 미술작품들은 여전히 낯설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 미술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범접하기 힘든 현대미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현대미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대중성과 다양성을 주요 용어, 예술 중심지,

대표적 예술가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나름 현대미술의 이해를 돕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현대미술 사조를 살펴보면 앵포르멜 회화의 확산으로 특징지어지는  

1950년대, 신 아방가르드로 불릴 정도로 예술적인 실험이 가장 풍부하게 시행되었던 1960년대,

1960년대에 새롭게 등장했던 경향이나 기법들이 보다 심도있게 발전한 1970년대,

회화가 다시 중요한 예술로 부상한 1980년대, 세계화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나 중국 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1990년대로 구분하고 있다.

무엇보다 네오다다이즘, 키네틱 아트, 아르테 포베라 등 생소하기 짝이 없는 미술용어들에 대해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 미술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도와준 것 같았다.

(물론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진 않다.ㅋ)

 

그리고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61명을 대표적인 작품과 함께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역시나  

내가 아는 사람은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낳은 비디오아트의 거장 고 백남준 선생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미술의 문외한인 나로서도 흐뭇한 일이었다.

암튼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예술가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책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낯설지만 신선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책은 현대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봐야 제대로 이해도 할 수 있고 현대미술에 대해 정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나같은 미술초보자가 보기에는 좀 난해한 책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미술이 막연하게나마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책이었고, 앞으로 현대미술 작품들이나 예술가들을 접하게 될 경우 이 책을  

사전처럼 활용하면 작품들을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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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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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해선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와 같기 때문에 어려운 전문적인 책보다는 쉬우면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책들을 고르던 중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인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사가인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그림을 한 편씩 소개하는 형식인 이 책은 사실 그림보다는 저자의 파란만장했던 어린 시절을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관계로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녔던 저자가

4살 때부터(이때가 기억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난 제대로 된 기억은 7~8살 때부터인데...ㅋ)

사춘기에 접어들 12살 때까지의 32편의 에피소드를 싣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어린 시절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만 해도 전곡, 원주, 대구, 비아(현재 광주지역)의 전국 여기저기를 이사다녔는데

군인의 자식으로 산다는 게 상당히 고달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사귈쯤 되면 이사를 가니 제대로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지방마다 텃새가 있다 보니 원래도 내성적인 성격인 저자는 자연스레 왕따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군인의 아들이라 맞고 다니면 아버지의 명예(?)가 상할까봐 열혈남아(?)로 살면서

원치 않은 넘버3가 되는 등 나름 산전수전 다 겪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지만 커서 되돌아보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추억들을 많이 간직한 것 같아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조금 윗세대고 주로 시골 생활이 많이 나와서 완전히 공감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대구에서 살던 시절은 왠지 모르게 더 와닿았다.ㅋ) 어린 소년의 시선과 마음을 따라 가다 보니

저자의 어린 시절에 동화되는 느낌도 들었다.

 

예술 작품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들을 들려준다는 점에선 고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유사한 측면이 많은 책이었는데 각 작품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작품들을 보다 친근하게 소개받는 점이 이런 에세이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선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작품들을 넘나들고 있는데 빈센트 반 고흐, 칸딘스키, 마티스,  

뭉크, 프리다 칼로, 고야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너무 유명한 뭉크의 '절규'외엔 대부분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을 만날 수 있었고, 게리 두, 라울 뒤피, 강탱 마시, 조슈아 레이놀즈 등 새롭게 알게 된  

화가들의 작품들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저자의 사연에만 몰입하다 보면 작품들에 집중하여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작품들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미술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역시 각 작품에 자신만의 사연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비록 저자의 사연이긴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과는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과도 나만의 사연으로 인연을 맺는 게  

미술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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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린 그림 - 미술사 최초의 30가지 순간
플로리안 하이네 지음, 최기득 옮김 / 예경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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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서적들을 조금씩 읽고 있지만 아직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조예가 있을 정도의 수준에 오르려면 한참 먼 것 같다.

그럼에도 꾸준히 미술 서적을 읽는 이유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인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것 외에도 미술작품들이 창의적인 사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내가 미술서적을 읽는 목적을 잘 충족시켜 주는 책이었다.

미술사에 있어 각종 최초의 시도를 한 30가지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지금에야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관습적 방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신선하다는 반응과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게 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이런 반응들을 잘 극복해야 비로소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선 친절하게도(?) 그나마 친숙한 13세기 이후의 최초들을 소개한다.

미술사 최초의 스타라는 조토부터 시작하여 최초로 밤을 그린 타데오 가디,

'아담과 이브'라는 작품을 통해 최초로 사실적인 나체 묘사를 한 얀 반 에이크 등이 먼저 소개되는데

얀 반 에이크는 자화상을 최초로 그린 화가까지 2관왕을 차지하였다.

한편 당시 종교가 지배하던 사회 분위기에서 성모 마리아를 중앙에서 벗어나게 그리거나

아기 예수를 때리는 성모를 그린 그림 등은 보통 큰 용기를 갖고 그린 그림들이 아니었을 것 같다.

'기적의 고기잡이'라는 작품을 통해 최초의 사실적인 풍경화를 그린 콘라드 비츠,

최초의 순수한 풍경화를 그린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 최초의 정물화를 그린 야코포 데 바르바리까지

지금은 누구나 그리는 장르의 그림들의 나이가 아직 6백살 정도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은  

좀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동양까지 포함한다면 여기서 소개된 작품과 화가들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대부분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화가나 작품들이 완전히 생소했던 반면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인상, 해돋이'라는 최초의 인상주의 그림을 클로드 모네 

(늘 마네와 헷갈린다.ㅋ), 최초의 추상 회화를 그린 칸딘스키, 물감을 뿌려서 그림을 그린 잭슨 폴록  

등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미술 지식은 여전히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최초라는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선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저자가 주로 13세기 이후에서 최초들을 찾아낸 것도 13세기가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중세의 암흑기에서 차츰 벗어나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싹이 트던 시기였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그림을 거꾸로 그린 것만으로 유명세를 탔던 게오르크  

바젤리츠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뭔가를 시도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고 이를 통해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할 수 있으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가 중요함을 잘 알 수 있었다.

전에 읽었던 '그림 읽는 CEO'라는 책처럼 이 책도 다양한 작품들을, 그것도 각종 최초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술관을 다녀온 듯한 황홀한(?) 체험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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