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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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어느 정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미술 관련 책들을 읽으며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나름 높이고 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그동안 몰랐던 뭔가를 가르쳐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치 하나의 미술관처럼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이라는 다섯 유형의 방을 마련해 독자들을 초대한다. 각 방에는 4~5명씩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이 각 방에 어울리는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먼저 평일엔

세관원 주말엔 화가의 이중생활(?)을 했던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주술사'로 포문을 연다. 앙리 루소는

이국적인 자연 풍경을 많이 그렸지만 정작 프랑스 밖으로는 여행 한 적이 없는 독특한 인물이다. 한스

볼롱기에르의 정물화를 통해선 '튤립 버블' 얘기를 들려주고, 당시 상당한 스캔들이 되었던 마네의

'올랭피아'에 얽힌 사연도 알려준다. 무희의 화가 드가는 이 책에서 세상의 가장 어색한 가족 초상화라 

명명된 '벨렐리 가족의 초상화'를 보여주는데 그의 고모 가족 초상화였다. 칸딘스키, 피카소, 뭉크 

등에게 퇴폐예술이라 낙인을 찍은 히틀러가 사랑한 영광(?)을 받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로 첫 번째

방을 마무리하고 '지식의 방'으로 넘어간다. '모나리자'의 도난사건을 시작으로 메디치 가문이 프랑스

프랑수아 1세에게 선물로 보낸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 1800년대의 설국열차로 

명명된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열차'를 거쳐 조토의 '아시시에서 성흔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로 다음

방으로 넘어간다.


'아름다움의 방'은 코코 샤넬과 마리 로랑생의 얘기를 다루는데 포스코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화가의

아름다운 책들'에서 마리 로랑생의 작품들을 만나서 그런지 좀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는 전혀 그의 작품같지 않지만 추함 속에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고, 프랑수아

부셰의 '마담 퐁파두르의 초상화'는 뮌헨 알테피나코테크에서 직관했던 작품이라 더욱 반가웠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으로 마무리를 하고 '죽음의 방'으로 넘어가는데 자살 여부가 논란이 되는

고흐의 죽음을 먼저 다룬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시체를 찾아다닌 화가'로, 고야는 '식인 괴물을 그린

궁정 화가'로 명명했는데 귀족의 장남감이었던 늑대 소녀를 그린 라비아나 폰타나의 작품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비밀의 방'에선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

인지와 밀레의 '만종' 속 숨겨진 아이의 관의 정체, 정말 파격적인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16세기 교회에 무덤을 가지는 영예를 얻었던 유일한 화가 만테냐 등을 다룬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내용들도 있었지만 새로이 알게 된 내용과 작품들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미술은 알면 알수록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음음 새삼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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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를 보다 1 : 회화사.조각사.도자사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미술여행 한국미술사를 보다 1
심영옥 지음 / 리베르스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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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을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한국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한국 고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만한 책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아 여전히 갈증이 심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에서 한국의

회화사, 조각사, 도자사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있어 한국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먼저 회화사에선 선사시대 암각화를 필두로 삼국시대 고분벽화 등을 거쳐 고려시대에는 불화가 발달

했고 회화가 가장 발달한 조선시대에는 다양성과 함께 독자적인 미의식과 정서가 제대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관련 자료들의 도판이 큼직큼직해서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좋았고 이 책을 통해 처음 보는

작품들도 적지 않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보통은 조선시대 미술까지만 다룰 것 같았는데 이 책에선

근대 회화도 다뤄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최초의 여성서양화가 나혜석은 물론 이중섭, 박수근 등

현재 인기 있는 화가들도 등장한다. 심지어 현대 회화까지 범위를 넓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까지 한국 회화사의 개략적인 흐름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조각사로 선사시대에는 뼈와 뿔을 이용한

생활미술이었다고 불교가 전파되면서 삼국시대에 불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인 국보 금동미륵 반가사유상 등을 거쳐 통일신라시대 석굴암 본존불로 불교미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려 전기까지는 불상 등 불교조각이 발달했지만 후기부터는 사경이 유행함에 따라 불상

제작은 점점 시들해지고 불교가 억압받던 조선시대에는 소박하고 절제미를 갖춘 불상들이 등장한다.

근대 조각으론 한국 근대 조각의 아버지 김복진을 필두로 김만술, 윤승욱, 권진규 등이 소개되고 현대

조각가로는 김정숙, 김종영, 최만린, 최종태, 이불, 권오상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 도자사는 선사 시대 토기들로 거슬러 올라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에서 봤던 삼국 시대의 여러 특이한 토기들을 다룬다. 화려하고 신비한 문양의 남북국 시대를 

거쳐 비색과 곡선미의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준 고려청자에서 절정을 이룬다. 조선시대에는 고려와는

다른 백자의 매력을 선보였고 근대 이후 산업화된 도자기들이 현재는 창작성과 실용성이 만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 회화, 조각, 도자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장르별로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하면서 대표 작품들의 도판을 충실히 수록하여 작품들을 시대적 위치와 의미에

대해 제대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줬다. 대중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미술의 역사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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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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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이 내는 책은 주로 종교 서적이거나 철학, 에세이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 책의 저자 장요세파

수녀는 그림에 관한 책들을 내고 있어 좀 특이하다. 전에 '그림이 기도가 될 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이 두 번째인데 이전 책에서 비록 종교적인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와

저자 나름의 해석도 흥미로워 이 책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총 네 장으로 나눠 다양한 그림들을 소재로 수녀의 감상을 들려준다. 먼저 첫 번째 장에선

주로 예수를 다룬 그림들을 소개하는데 대부분 내가 처음 보는 그림들이었다. 최연희 마리아의 '예수

그리스도'라는 성화 스타일의 작품으로 포문을 연 후 막스 리버만의 12세 소년 예수, 렘브란트 버전의

아기 예수, 한스 히르츠 버전의 체포되어 끌려가는 예수, 카라바조 버전의 유다의 배신으로 잡혀가는

예수 등 다양한 모습의 예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보통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된 예수를 주로 보다가

이 책에 소개된 그림 속 예수의 모습을 보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2장에선 친숙한 마티스의 

'댄스'로 시작해 비교적 유명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고흐의 '울고 있는 노인',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고야의

'1808년 5월 3일' 등 소위 명화들을 소재로 그림 속 인물들에 대한 얘기와 저자의 감상을 들려준다.

특히 러시아 화가인 일리야 레핀의 작품이 세 점이나 포함된 것이 특이히다. 3장에선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으로 시작하여 '아를의 침실' 그림까지 따뜻함으로 빈 자리를 채움에 대한 얘기들을 다룬다.

마지막 4장에선 주로 화가들의 자화상들이 소재가 된다. 마치 예수처럼 그린 뒤러의 자화상을 필두로

얀 반 에이크, 틴토레토, 티치아노, 푸생, 반다이크의 자화상을 만나볼 수 있다. 자화상으로 빼놓을 수

없는 렘브란트가 빠진 게 좀 섭섭할 수 있지만 기존 자화상들에 대한 해석과는 약간 결이 다른 해석을

들려주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의 일리야 레핀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어 톨스토이의 초상화와 얼마

전에 읽은 '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에서도 봤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도 다시 만났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은 물론 김호원 작가 등 우리 작가들의 작품까지도 다루면서 저자가 수녀라는 

선입견만 갖고 보지 않는다면(물론 종교적인 내용이 적지 않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흥미진진한

그림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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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 한 장씩 읽고 그리는 서양 미술 히스토리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박현지 옮김 / 탐나는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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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관련한 책들은 나름 다양하게 읽어 대략의 흐름이나 내용은 알고 있는 편이지만 읽는 책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양미술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의 성격이 있는데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익힐 수 있는 기본 정보들을 가득 담았다.


총 5부로 나눠진 이 책에선 8개의 세부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미술사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방식을

소개한다. 정신적 측면에서 그림의 의미에 접근하는 방법과 물리적 측면에서 그림의 외견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과 미술사를 배우기 위한 필수 기술로 스케치 기술, 묘사 기술을 알려주고, 그림을 해독하기

위한 아이콘, 지표, 상징을 가르쳐준다. 제2부에선 본격적으로 그림들을 감상하는데 베로키오의 

'토비아와 천사'로부터 시작한다. 소개되는 그림 자체가 흑백으로 크기도 작아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

하기엔 좀 아쉬움이 있었다. 기법과 장르를 하나의 테마로 각각 다루는데 특히 기법에 대해선 그동안

여러 책을 봤지만 좀 약한 편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기본기를 제대로 닦을 수 있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서양미술사에 대해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게·그리스 미술, 로마 미술을 차례로 거쳐 초기 기독교 미술까지 다룬 후 고딕 양식부터 비교적 친근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직전을 '프로토 르네상스'라면서 두초, 마르티니의 

시에나파와 치마부에, 조토의 피렌체파로 나누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켈란젤로가

정확성보다 아름다움을 중시하여 창시한 '마니에리스모 미술'도 생소한 내용이었다. '우의화', '성서화',

'신화화'에 숨은 암호를 친절하게 해설해줘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높여 주었다. 전반적으로

서양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었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련된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불편한 측면이 있어 책값이 좀 더 올라가더라도 컬러 사진으로 큰 그림을

수록했다면 서양미술을 공부하는 재미가 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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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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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예썰의 전당'이란 프로그램이 한다는 사실은 예고편을 봐서 알지만 직접 시청한 적은 없다.

시간대가 안 맞는 이유도 있고 TV를 거의 안 보기 때문이기도 한데 프로그램의 설정 자체는 내가 관심이

있는 미술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들려줘서 기회가 되면 찾아보고 싶기는 하다. 그런 참에 마침

방영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서양미술편이 나와서 그동안 시청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이 책에선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7명을 선정해 그들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필두로 해서 서양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한 가닥 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굳이 약간 인지도가 낮은 사람이 있다면 윌리엄 호가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빈치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에 이어 '다빈치 노트'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는데, 특히 '다빈치 노트'는 

남아 있는 7,200페이지 분량의 1/00을 빌 게이츠가 3천만 달러에 구매했다고 하니 그 속에 담긴 내용이

정말 대단한 가치를 가진 것 같다. '도전'이 코드였던 다빈치에 이어 알브레히트 뒤러는 '자화상'을

중심으로 자신을 탐구한 화가로 소개되고, '완벽'을 추구했던 미켈란젤로는 '피에타', '다비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풍속화가로 유명한 피터르

브뤼헐은 '욕망의 재발견'이란 관점에서, 당대에도 스타였던 루벤스는 사람과 이야기의 융합 마에스트로

이자 평화와 화해의 메신저로 그려진다. 작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마르가리타 공주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벨라스케스의 그림들과

역시 자화상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의 굴곡진 인생도 엿볼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그린 얀 페르메이르에 이어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풍자화 '결혼세태'를 선보인 윌리엄 

호가스, 농민의 삶을 귀하게 담아낸 밀레,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담아낸 모네, 죽고 난 이후에야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은 고흐 등 서양미술사를 주름잡은 화가들이 연이어 등장해 그들의 작품과

흥미로운 사연들을 들려준다. 빈분리파의 선봉에 섰던 클림트, 광고 포스터 등으로 유명해진 체코의

국민화가 알폰스 무하, 죽음, 불안, 공포를 그림으로 승화시켰던 뭉크, 다양한 색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했던 마티스,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낸 피카소까지 친숙한 대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대부분은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아는 얘기들이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적지 않았는데, 피카소가 그린 한국전쟁 그림이 '한국에서의 학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전쟁과 평화'란

작품도 있었고 뭉크의 '절규'도 '모나리자'처럼 도난당한 적이 있으며 총 네 개 버전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방송을 직접 보진 않아서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방송 내용을 담은 이 책을 보니

방송도 미술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 등 연관된 내용들까지 풍부하게

담아 미술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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