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일반인들과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그들의 삶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것 같다. 특히 예술가들이 이성들에게 좀 인기가 있다 보니 화려한(?) 연애사를 자랑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래서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발칙한'이란 표현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음악가 15명과 미술가 15명의 시끌벅적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음악가 쪽 저자는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의 저자였는데 음악가들의 사생활 뒷조사(?)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음악가쪽에선 대부분 등장인물과의 가상 인터뷰로 시작을 하는데 먼저 가짜 뉴스에 시달렸던 비발디로

시작한다. 사제이기도 했던 비발디가 제자였던 안나 지로와의 스캔들로 곤혹을 치루는데 법원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염문설이 수그러들지 않자 비발디는 고향 베네치아를 떠나 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악처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 책에선 그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들

부부가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의 정체 탐구를 거쳐 남편 파가니니의 목숨같은

바이올린을을 박살내버린 아내 비안키의 얘기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남성 음악가와 그의 연인들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마리 플레옐이란 여성 피아니스트는 베를리오즈를 배신하고 부자와 결혼했다 리스트와

바람이 나서 국민 불륜녀의 오명을 썼고, 바람둥이 리스트도 카롤리네를 사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사랑은 일부러 그런 사람들만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평탄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음악가들 못지 않게 미술가들도 사생활이 원만한 경우는 드물었는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 빈치로 

포문을 연다. 다 빈치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동성애자였고 그와 견줄 수 있는 르네상스 대표 미술가인 

미켈란젤로도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미적 취향을 가졌다. 중세 이후로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다가 최근에는 좀 관대해진(?) 편인데 마지막을 장식한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 모두 동성애자였다. 바람둥이 나쁜 남자들도 스타 미술가들의 기본 캐릭터(?)라 할 수 있었는데 

카미유 클로델을 망가뜨린(?) 로댕이나 정력을 주체 못한 피카소, 프리다 칼로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디에고 리베라 등의 활약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아들 때문에 마지못해 결혼했던 까칠한 남자 폴 세잔이나 

의외로 갈라라는 한 여자에게 충실했던 달리 등 그동안 몰랐던 얘기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예술가

들은 역시 좀 개성과 민감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니 사생활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예술가들의 파란만장 로맨스는 그들의 빛나는 작품의 소중한 재료가 된 것 같은데 

역시나 뒷담화같은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이해

하게 되는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 루브르에서 여행하듯 시작하는 교양 미술 감상 Collect 8
이혜준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브르 박물관과의 인연은 멋모르고 유럽 여행을 갔었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패키지로

가는 거라 가이드만 따라 다녔고 그 당시엔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때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밀로의 비너스, 니케,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 등이 기억에 남고 보긴 많은 작품을 본 것

같은데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야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갔던 걸 후회했었는데 다음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최대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와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다음이 무려 18년이 지나가고 말았다. 여전히 다음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책으로나마 루브르의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곤 하는데 올

초에 '63일 침대맡 미술관'이란 책을 통해 루브르의 대표작 63개 작품을 감상했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던 욕구를 90개 작품을 다루는 이 책을 통해 해소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 4명이 루브르에서 꼭 봐야 할 대표작 90개를 선정해

마치 실제 가이드를 하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루브르 박물관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원래 궁전이었던 루브르는 1793년 박물관으로 공식 개관했고 현재 약 60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면서 약 3만 5천 점의 작품을 교대로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 시의 유용한

팁 5가지와 루브르 박물관이 리슐리외관, 쉴리관, 드농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후에

리슐리외관부터 본격적인 작품 관람을 시작한다. 리슐리외관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물들과 18세기

프랑스 조각, 17세기 북유럽 회화, 나폴레옹 3세의 화려한 아파트를 볼 수 있다는데, 세 관 중에서 비교적

인기 있는 작품들이 적은 곳이다. 그중에선 역시 세계사 교과서에 항상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이 유명하고, 프랑스 최초의 초상화라는 '장 르 봉의 초상', 얀 판 에이크의 '대법관 롤랭과

성모 마리아', 피터르 브뤼헐(대)의 작품들과 프랑스 최고의 화가라는 니콜라 푸생의 작품들, 미술관마다

빠지면 섭섭한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작품들이

많았던 리슐리외관을 지나 쉴리관에선 스핑크스와 이집트의 고미술품들과 프랑스 회화를 볼 수 있다.

이야생트 리고의 '루이14세의 초상'으로 시작하는 쉴리관에선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것보단 스핑크스를 필두로 한 이집트 유물들과 그리스 신화 속 여러 인물들을 다룬 조각들이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밀로의 비너스가 화룡정점으로 쉴리관 마무리를 한다. 


마지막 드농관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고대 그리스 조각들과 중세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낭만주의까지 유명 회화작품들이 수두룩했다. 니케로 포문을 연 초반부엔

조각들이 주로 나오다가 르네상스 직전의 종교화들을 거쳐 르네상스 시대의 3대장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의 명작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없는 게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이후로 티치아노, 자크 루이 다비드, 외젠 들라크루아 등을 거쳐 좀 뜬금없이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각 작품마다 끝에 '가이드 노트'를 둬서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는 등 이 책에 소개된 90개의 작품은 풍부한 해설과 자료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 90개 작품만 제대로 감상하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언제 실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서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이 책을 보면서 계속 

꿈이라도 꿔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 미술관 - 잠들기 전 이불 속 설레는 미술관 산책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다양한 컨셉의 미술책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미술 전문가들이 쓴 미술 

교양서인 반면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인 해럴드 경제 기자가 쓴 책이라 오히려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는

더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런치북 8회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아마 브런치를 하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미술 입문자를 위한 생애 첫 예술책을 지향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겐 생애

첫 미술책은 아니지만 미술에 입문하던 새내기(?) 시절의 설레는 맘으로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책장을 펼쳤다.


총 19명의 대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등장인물들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들로 시작해 독자들을 주목시키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첫 주자인 레오나르도 다치빈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해선 다빈치가 그 시대 백종원이라는 좀 황당한 화두를 던지는데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작업했던 2년 9개월 동안 엄청 먹고 마시면서 그림에 들어갈 음식을 추렸고 실제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는

몰랐던 얘기를 알 수 있었다. 카라바조는 직전에 읽었던 '미술의 마음'에서도 조현병 등을 앓았던 게

아닌가 추정했는데 이 책에선 '다윗과 골리앗'에 모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동안 참회하는 심정으로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다윗의

얼굴에 순수하고 젋은 시절의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니 새로운 정보였다. 저자가 미술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게 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선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에 읽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언급하며 흥미로운 추론을 들려준다.


이런 책에선 대부분 서양의 화가들을 다루는데 이 책에선 최북과 이중섭을 다뤄 국내 미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자기 눈을 찌른 광인 최북은 조선의 반 고흐로 칭했고, 최근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에도

포함되 화제가 된 이중섭은 파란만장하고 애달픈 가족사를 들려준다. 세계 미술계의 최고 스타로 우뚝

선 모나리자의 도난 사건이나 나쁜 남자의 끝판왕 폴 고갱의 이기적인 삶, 고흐가 자신의 첫 작품으로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꼽은 얘기 등 미술 입문자들이 미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했다. 끝부분에는 속사정 특집으로 고흐가 자살한 것인지, 타살된 것인지, 페르메이르의 위작으로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을 속인 사기꾼 한 판 메이헤런의 활약상과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정신적

충동을 일으키는 스탕달 신드롬까지 미술과 얽힌 여러 얘기들로 마무리한다. 마치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흡입력 강한 얘기들로 미술의 매력을 맛보게 해준 책이었는데 스토리텔링의

힘이 미술에 있어서도 강력함을 새삼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의 마음 - 심리학, 미술관에 가다
윤현희 지음 / 지와인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미술작품도 인간인 화가가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화가의 마음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미술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미술작품과 

심리학을 함께 다룬 책들을 적지 않게 만났었는데 '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고

미술작품으로 심리 치유를 추구하는 '그림의 힘'이나 '그림에 마음을 놓다' 같은 책들도 떠오른다. 

앞에 언급한 책들이 미술작품들을 소재로 활용한 측면이 좀 더 큰 데 비해 이 책은 미술작품들을 중심에

두고 심리학을 가져다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있는데 총 15명의 화가들을 빛의 

역사라는 공통된 키워드로 분석한다.  


이 책에선 카라바조를 필두로 총 5부로 나눠 각 부당 세 명씩의 화가를 배치하고 있는데 초반부에는

비교적 친숙한 화가들이 등장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낯선 화가들로 채워졌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처럼 천재와 광인의 이중생활을 했던 카라바조는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다 보니 참수형에 대한

공포가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가 조현병 등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럽 여행 갔을 때 젊은 시절의 자화상을 봤던 렘브란트는 평생에 걸쳐 자화상을 남겼는데 

평생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했다고 볼 수 있고,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섬세한 묘사로 일상을 

그려냈는데 자기 정체성을 담은 사적 공간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바로크 시대의 화가들을

거쳐 윌리엄 터너, 클로드 모네, 제임스 휘슬러의 낭만주의 화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색채를 활용

하는 방식은 이전 화가들과는 좀 달랐다. 특히 휘슬러는 얼마 전에 봤던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여름'의   

7월을 장식하는 그림들로 만났었는데 그림과 제목만 알다가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들으니 훨씬 더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3부에는 우리에겐 아직은 좀 낯선 북유럽 화가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전에 읽었던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이라는 책에서 만난 빌헬름 히메르스회 등을 다시 만나 북유럽 특유의 정서들이 담긴 작품들과 그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 어떻게 작품 속에 발현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4부에선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을 주제로 프레더릭 차일드 하삼과 존 슬로안, 에드워드 호퍼를 다루는데 앞선 두 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 좀 생소했고 그나마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을 휘슬러가 7월을 담당했던 시화집에서

6월 담당으로 만났던 게 어색함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 5부에서도 마크 로스크, 사이 트웜블리, 

제임스 터렐의 초면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과 만났는데 나름 미술책을 많이 봤다고 생각됨에도 여전히 

낯선 화가와 그림들이 많아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15명 이상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세계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저자의 꼼꼼한 분석으로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새롭게

알게 된 화가와 작품들은 물론 기존에 알던 화가와 작품들도 놓쳤던 부분들을 풍성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발견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역시 미술작품들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안 보이던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인과 화가 - 한국 문단과 화단, 그 뜨거운 이야기
윤범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클래식 인 더 뮤지엄'이라는 책을 통해 음악과 미술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예술 분야 중 하나인 문학이 빠져 좀 섭섭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책 제목대로 문학과

미술의 인연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도 일제 강점기 이후 현재까지 한국 문단과 화단을

넘나들며 이어진 교류의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아내고 있어 과연 누가 누구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어떤 사연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총 17개의 사연들로 한국 문단과 화단 사이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잘 보여주는데 먼저 시대를 앞서간

여장부 화가 나혜석과 그녀가 진정 사랑했던 시인 최승구의 애달픈 얘기를 들려준다. 나혜석은 솔직히

이름만 들어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녀가 얼마나 시대를 초월한 행보를 보인 선각자(?)인 줄 잘

알 수 있었다. 20세기 초중반 여자들의 활동에 여러 제약이 있던 시절 근대기 최초 여성 유화가란 호칭이

붙은 그녀는 유명 남성 작가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일본 유학생 시절 열애를 했던 대상이 바로 최승구

라고 한다. 최승구가 요절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최승구가 요절하지만 않았다면

나혜석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박제된 천재 이상과 관련한 일화들은

그 자신이 시인이자 화가여서 더 흥미로웠다. 이상의 아내 변동림은 이상의 사후 김환기의 부인이 되는

김향안이라고 하니 그들의 묘한 인연이 놀라웠는데 이렇게 사연 많은 김환기는 노시산방의 주인인

김용준과의 인연 등으로 이 책에서 두 번이나 주연으로 등장한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카프의 주역 김복진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물로 그의 몰랐던

활약상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100세 시대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김병기도 이상, 백석, 이중섭 등

당대의 여러 문인, 화가들과의 특별한 사연들을 들려주었다. 결벽증이 심했던 백석은 그가 광화문에 

나타나면 길거리가 환해졌다고 할 정도의 미남이었다고 하고, '향수'로 유명한 정지용과 화가 정종여는

신문에 화문기행을 연재하면서 남해 여행을 떠났다가 6. 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운명의 장난처럼 월북

예술가의 명단에 함께 등장하게 되었다. 박수근과 박완서의 특별한 인연은 전에 읽었던 '로자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편'을 통해 대략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심화학습을 하게 되었는데 막연히

알던 박수근에 대해 그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시인 김남조의 남편 김세중이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든 사람이란 사실이나 '갯마을'로 유명한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 화가 오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까지 이 책을 통해 한국 문단과 화단 사이의 거리가 정말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즘같이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에 한국 문단과 하단의 유명 작가들에게 이러한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그들의 작품과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책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리 문학과 미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작품 소개만 하는 것보다 작가들의 흥미로운 사연들을 

소개하는 것도 우리 문화계를 좀 더 풍성하게 하는 일임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