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탈무드 장자
장자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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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함께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장자에 대해선 호접몽 얘기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의 철학을 제대로 알려면 역시 그의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원작의 완역본일 거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완역본은 아니고 발췌본이었다.

사실 원전을 제대로 읽는 게 의미가 있지만 그 의미를 하나하나 파악하면서 읽기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워 고전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도 있어

 

이 책처럼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해설한 책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장자'를 총 7장으로 정리한 이 책을 통해 느낀 장자의 철학은 생명중시와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는 자연스러움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선악과 시시비비를 따지는 게 인간 세상의 이치라 할 수 있는데

 

장자는 일체의 판단을 거부하는 듯했다.

판단이란 것 자체가 기준에 따라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인데

'천하의 사물 중에서 추호의 끝보다 더 큰 것은 없고, 그에 비하면 태산은 작은 것이며,

요절한 어린아이보다 더 오래 산 사람은 없다'는 말을 통해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만 생각해서 남들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모두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해준 부분이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항상 1등, 승리, 최고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데

장자는 모두 각자의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고,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음을 잘 가르쳐주었다.

한 마디로 절대적인 가치는 없고 세상만물에는 자기만의 개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천성에 맞게 살아가는 게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은 얘기라 할 수도 있고, 최근에 불어닥친 힐링과

 

상통하는 측면도 있었는데 나하고는 코드가 좀 맞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총 88강으로 구성된 '장자'의 진수 중의 진수를 엮은 이 책은

 

장자가 어떤 사상을 가졌었는지를 잘 확인시켜 준다.

자연과 순리에 따르며 인위적인 것을 일체 거부하는 장자의 사상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문명의 톱니바퀴 노릇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현실감 떨어지는 허황된 얘기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지만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이 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책에선 공자의 '논어' 등을 비롯한 다른 사상가들의 주장들도 실려 있어

 

장자의 사상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장자의 호접몽을 꾼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상적인 삶에 대한 소박한 꿈을 잠시나마 꾸게 되었다.

요약본인 이 책으로 장자에 대한 충분한 워밍업이 된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완역본을 통해 장자의 사상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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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철학할 시간 -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
한석환 지음 / 유리창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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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크라테스가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이유는 그의 드라마틱한 죽음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가 서양철학의 원조가 된 것은 물론 그의 철학의 깊이에 연유하겠지만

그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의를 행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수준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말로 철학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에 옮긴 사람은 극히 드물어서

소크라테스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위대한 철학자로 대접을 받는 게 아는가 싶다.

이런 그의 철학은 플라톤이 남긴 여러 저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에 읽은 '공병호의 고전강독 1권'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알 수 있었지만

공병호 박사의 책은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해 원전을 충실히 옮긴 책이라고는 할 수 없던 중에

보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쉽게 풀어낸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기본으로 '에우티프론', '크리톤',

'파이돈'의 내용을 엮어 소크라테스를 화자로 내용을 진행한다.

먼저 법정으로 가는 길에 에우티프론과 만나 '경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메논과 '탁월함'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본질은 제대로 모른 채 변죽만 울리며 마치 아는 채 하는 자들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소크라테스의 화법이 단연 돋보였다.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고발한 멜레토스 일당의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믿지 않으며, 새로운 영적인 것들을 끌어들여

불법을 저지른다는 황당한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화법으로

황당한 주장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는데, 그의 논리적인 변론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었다.

단지 이 책에선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예수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종교적인 문제가 관여될 수 있어 적절한 선택인지는 독자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고발은 한 마디로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다름 아니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소크라테스가 눈엣가시와 같았던 소피스트들의 모함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로지 논리와 철학으로 반격한다.

하지만 그의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는 오히려 배심원들의 반감만 불러 일으켜 사형선고를 받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녀사냥식의 단죄는 엉뚱한 사람을 잡게 됨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하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든다.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게 탈옥은 불의한 일로 불의한 일을 하는 것은 영혼을 망치는 것이라 하며,

몸으로 죽는 연습은 영혼으로 사는 연습이며, 영혼을 연마하는 것임을 몸소 증명한다.

철학이 죽음의 수련이고, 죽음을 연습함으로써 더 잘 살 수 있게 됨을 보여준 철학자가

바로 소크라테스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여전히 유효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의 정수를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는데

'소크라테스의 변론' 등의 원전을 찾아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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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고전강독 4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희망의 정치를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4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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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전문가인 공병호 박사가 서양 고전들을 다시 읽고 소개하는

고전강독 시리즈를 계속 내놓고 있다.

1권을 통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명저들을 맛보기했는데

아무래도 원전을 직접 읽는 것만은 못하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고전들의 입문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침 18대 대선이 한창 진행되던 중이라 과연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정치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통해

그 당시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정치와 오늘날의 정치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당시 고대 그리스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도시국가들 사이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빈부 격차 확대 등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훌륭한 정치를 통한 현실의 개선을 희망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인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먼저 국가의 본질과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논의로 시작하는데,

훌륭한 국가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통일성을 갖춘 합주에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정체에 대한 논의를 하는데, 오늘날 당연시되는 민주정이

왜곡된 정치체제로 취급당하는 이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플라톤도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다수의 지배가 반드시 선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그 당시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시민이 행복한 나라가 훌륭한 나라고,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행복하다는 오늘날엔 당연한 얘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하면서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필요한 조건들과

올바른 시민들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뜬구름 잡기와 원론적인 얘기가 되기 쉬운 올바른 국가에 대한 얘기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오늘날의 현실을 연결시켜 보면서

올바른 정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아쉬운 점은 '정치학'이라는 책의 내용보다는 공병호 박사 자신의 사견을 너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란 주제 자체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긴 하지만

특정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는데,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나 현재의 정치를 바라보며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포퓰리즘이나 선동정치를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선 원론적인 수준에선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과연 어디까지를 포퓰리즘이라 하고 어디까지를 국민을 위하는 정치라 할 것인지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좌우 진영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우리의 정치환경에서는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은 그냥 상대방에 대한 맹목적 비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48% 이상의 사람들은 저자의 사견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훌륭한 국가와 정체에 대한 기초를 정립한 고전이라 생각된다.

그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려면 역시 원전을 직접 읽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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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고전강독 1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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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그 오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현재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속에 시간을 초월하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전이 전해주는 지혜를 직접 체험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괜히 어렵고 지루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 거란 선입견이 작용해서

시작조차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고전은 그냥 씹어서는 그 참맛을 느낄 수 없어

여러 번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쳐야 그 속에 담긴 진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도 최근에야 '논어'의 완역본을 읽었을 정도로

대부분 고전의 이름과 대강의 줄거리만 아는 정도의 수박 겉핣기 수준에 불과한데 

이번에는 공병호 박사와 함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이자 서양 철학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에 관해선 학교 다닐 때부터 자주 접해 대략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원전을 짧게 나마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는데 역시나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젠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고 할 정도로 위대한 철학자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는 

당시 젊은이를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정말 황당한 이유로 사형을 당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바로 소크라테스 자신이 무죄임을 변론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지혜로운 그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배심원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태도로 일관하자 배심원들의 괘씸죄에 걸려 어처구니없게

사형선고를 받지만 죽음 앞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과의 대화가 담긴 '크리톤'에서는

정의와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법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우리의 일그러진 세태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탁월함에 대해 메논과의 대화를 담은 '메논'은 탁월함이 가르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탁월함을 향해 노력할 수 있다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을 얘기했고,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은 담은 '파이돈'에서는 죽음이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것으로 영혼은

불멸하며 육체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야 지혜에 다가갈 수 있음을 역설했으며,

사랑의 본질을 얘기한 '향연'에서는 사랑의 사다리 이론을 통해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해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훈계하는 내용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신영복 교수의 '강의'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강의'에 비하면

아무래도 저자가 자기계발 전문가라 할 수 있어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많이 들었다.

비록 원전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서 강독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감상을 싣고 있는 형식이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전의 맛을 조금이나마 맛보고 이를 통해 원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는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등의 단순한 문구로만

알고 있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상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은데

나중에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의 완역본을 통해 현재에도 유효한,

아니 더 필요한 그들의 가르침을 배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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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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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을 대표하는 고전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이 책 '논어'가 수위를 다툴 것 같다.

워낙 유명한 고전인데다 여러 구절이 교과서를 비롯해 많은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나도 고전들 대다수의 기본 줄거리는 알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꼽씹어가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지는

못했던 차에 이번에 김원중 교수의 논어 완역본이 나와서 원전의 깊은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논어'는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 등을 모아놓은 책으로 춘추전국시대라는 격변기를 살았던

공자의 사상을 잘 정리하고 있는데 그가 제시하는 인간상이나 국가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조금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공자가 살았던 당시와 유사하게 정신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항상 정도만을 고집했던 공자의 얘기가 오히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군자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엄청난 수양이 필요할 것 같은데

논어의 첫 구절부터 배움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걸 보면

평생 심신을 수련하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기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독 논어에는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지 말라'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천하를 주유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공자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나도 최근 이 구절이 맘에 많이 와닿는데 남이 나를 알아주길 기대하기 보다는

내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삶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싶다.

 

'온고지신', '교언영색', '과유불급'과 같은 사자성어가 논어에서 유래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고,
공자의 제자들에 대한 평가나 당대나 과거의 군주 등의 평가들도 흥미로웠는데

제자들 중에선 안회에 대한 공자의 편애(?)가 두드러졌다.

총 20편으로 구성된 논어는 전반부에 주로 일반론적인 원리들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선 개별 인물들에 대한 평가나 사례들이 소개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에 익숙한 문구들이 많이 나와 읽는데 수월한 편이었다.

그리고 주옥같은 문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론 옹야편에 나오는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구절이 맘에

들었다. 뭐든지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임을 이미 2천년도 훨씬 전에 공자는 깨달았던 것이다.

 

예전에 읽은 신영복 교수의 '강의'논어 구절들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관계론의 관점에서

해석했었는데 원전에 충실하게 번역한 이 책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그 깊은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자는 '철학 콘서트'에도 출연을 했었는데 거기서 단편적으로 묘사되었던

공자의 언행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전들을 만날 때마다 케케묵은 얘기가 아직도 통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고

이런 책들을 진짜 읽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고전이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 속에 시대를 초월하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골을 우려내면 나중에는 멀건 국물만 남지만 고전은 아무리 우려내도 진국이기 때문에

고전이란 명예를 계속 누리는 것 같은데 논어에 담긴 삶의 정수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곁에 두고 질릴 때까지 몸과 맘에 익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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