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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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권 탓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집을 비롯한 여러 건축물들에 대한 관심은 여러 방송 매체들을 통해 지속되다 보니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올초에 이사를 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올해 동안에도

'도시의 깊이', '건축가의 도시', '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라는 책을 통해 건축의 의미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즐겨 보는 EBS의 '건축탐구-집'에 출연하고 있는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 부부가 저자인지라 더욱 친근하고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여러 

건물들에 대한 안내서라기보다는 에세이적인 성격이 짙은 책이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총 네 장에 걸쳐 건축의 중요한 가치인 '사람', '시간', '일상'. '자연'을 담은 공간

으로서의 '도시의 공간', '기억의 공간', '놀이의 공간', '휴식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잘 살린 여러 

건축물과 거기에 얽힌 사연과 생각들을 들려준다. 먼저 사람을 담은 '도시의 공간'으로는 서울역을

필두로 헌법재판소, 광화문광장, 국회의사당, 캠퍼스를 다룬다. '서울역'에서는 서울역이라는 건물

자체를 자세히 다루는 것보단 여행과 기차역에 얽힌 다양한 사연과 감정을 들려주고, '헌법재판소'와

관련해선 목소리 큰 자가 이익을 보는 악성 민원의 실태를 얘기한다. 헌법재판소 건물이 대법원 등

다른 '법의 공간'에 비해서는 덜 권위적이고 정문을 통하지 않고도 대강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광화문광장에선 광화문광장은 물론 예전의 여의도광장과 서울광장까지

언급하며 '광장'이란 공간의 의미를 살펴보고, 국회의사당은 여러 사람들이 간섭해서 '국민 밉상'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캠퍼스에선 자본주의의 침투로 변질된 '교육의 공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1장이 서울에 있는 공간들을 다뤘다면 2장부터는 지방은 물론 해외로까지 진출한다.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철원 노동당사나 내가 올해 가봤던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덕수궁 정관헌,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만나는 이탈리아 모데나의 산 카탈도

공동묘지, 온천지역의 원초적인 모습을 그대로 살린 스위스 그라우뷘덴의 '발스온천'까지 둘러본다.

3장에선 일상의 놀이 공간을 다루다 보니 서점, 골목, 클럽과 같이 특정 장소가 아닌 일반 명사로 관련된

여러 곳들을 두루 다녀보고, 그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홍대 앞과 낙원상가, 서울로에 대해서는

그 변천사와 그 과정에서의 아쉬운 점을 말하다. 마지막 4장에선 자연을 담은 휴식 공간으로 주로 해외를

선택했다. 홍대 앞의 아미티스 가든은 저자들이 직접 건축한 건물로 보이고, 선유도공원은 그동안 

대부분 비판적이던 도시재생사업 중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자연과 관련된 공간이다 보니 정원이 

선정되었는데 일본 무린암과 중국 줘정원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정원이 정적으로 관조한다면 중국은 

동적으로 관람하는 곳이고 우리는 사람과 일상의 공간에 스며듦으로써 관조와 관람을 유도한다고

한중일 삼국의 정원을 잘 비교해놓았다. 땅으로 들어가는 데시마 미술관과 유리 다실 '고안'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다양한 의미들을 담은 공간으로서의 건축물과 관련된 저자들의 사연들을 통해 건축과

공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가 부부이다 보니 사연이 누구의 사연인지 명확하지 

않아 좀 헷갈렸는데(마치 비틀즈의 존과 폴의 공동 작품 표시를 보는 듯)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저자들의 구수한 입담으로 여러 건축물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사연을 들으며 건축이 어떤 의미를 공간 

속에 담아내는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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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19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부부의 다른 책도 좋더라구요.
최근작이네요. 이 책도 담아갑니다. ^^

sunny 2021-12-19 09:51   좋아요 1 | URL
저는 책으로는 처음 만나봤는데 다른 책들도 있더군요.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네요.^^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 인류의 역사에 스며든 수학적 통찰의 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4
김민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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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은 학창시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칭 '수포자'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도 수포자까진 아니어도 수학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수학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리 큰 도움은 안 된다고도 볼 수 있어 수학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배워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수학의 쓸모'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납득시켜 주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들려주는데 한국인 최초의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된 김민형

교수가 저자였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총 8강에 걸쳐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수학의 얘기가 펼쳐지는데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각 2강씩을 할애하였다. 시작은 아무리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피타고라스 정리로 포문을 여는데 피타고라스가 화음이론도 발견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좌표만 알면 직접 자로 재지 않고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 공식에서 출발해 기하학을 일반화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다. '유레카'를 외친 사연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는 기계 등을 많이 발명하였음에도 플루타르코스 등에 의해 플라톤주의적인 모습으로  

순수성이 강조되며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여기까진 그래도 유명

인물들의 얘기와 연관되어 그런대로 소화해낼 수 있었는데 점점 수학 본연의 얘기들이 주가 되면서

솔직히 머리가 좀 아프기 시작했다. 중세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수학이 훨씬 발달했는데 르네상스를

거쳐 유럽에 전파되었고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에 철학자로 더 유명한 베이컨이 '노붐 오르가눔'이란

책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소르 후아나라는 멕시코의 수녀이자 시인이 17세기 과학사에 등장하는 모든

중요한 사상을 녹여낸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금시초문의 얘기도 만날 수 있었다. 현대에선 원자론을

본격적으로, 수학적으로 체계화한 맥스웰, 볼츠만, 기브스를 다루면서 이들이 세운 통계물리가 원자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만들어 '확률적 물리학'인 양자 역학으로 이어짐을 잘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기브스의 전기를 쓴 시인 루카이저를 통해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은유가 필요하며 과학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렇게 수학이 인류 역사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는데 쉽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수학이 수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닌 여러 분야와 연관되어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21세기북스에서 서가명강 시리즈에 이어 인생명강 시리즈도 선보여 이 책이 네 번째 책인데 서울대

교수가 아니어도 훌륭한 교수들의 주옥같은 강의들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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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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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맹활약을 하면서 전세계의 일상을 마비시키다 보니 전염병을 비롯해 그동안 인류를 괴롭힌

다양한 재앙을 다루는 책들도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등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이 책은 그 두께부터 다른 책들을 압도한다. 총 751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인데 그중 미주만

1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학술서적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있었던 재앙도 마지막

재앙도 아니다 보니 재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현재 상황을 이겨나가는 지혜와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재앙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다루는 재난의 역사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전문적

이어서 생각보다는 쉽게 진도가 나가진 않았다.


재난이 여러 번 반복되면 순환주기 등 일정한 법칙과 공통된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선 순환이론도 살펴보지만 경직성이 좀 더 덜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서 다룬

내용도 언급한다. '문명의 붕괴'는 오래 전부터 책장에 고히 모셔놓은 정말 두꺼운 책인데 엉뚱하게도

이 책을 통해 그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붕괴'를 초래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한 사회가 그들이 직면한 위협 혹은 여러 위협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고 보며 붕괴의

대표적인 사례 7가지를 분석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직접 읽어봐야겠다. 대부분의 재난은

이를 미리 경고하는 카산드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와 관련해선 메시지의 내용보다 메신저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신저'라는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클라크와 에디가 재난의 위협, 재난을 경고하는 예언자, 의사결정자, 경고를

깔보고 무시하는 비판자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 '카산드라 상관계수'를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재난은 미리 대비하고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많은데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코로나

19와 제1차 세계대전도 그런 일이 발생할 거라고 동시대인들이 오랫동안 반복해서 예측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난의 역사는 곧 회색 코뿔소(위험하고, 자명하며, 발생 확률이 높은), 검은 백조

(한정된 경험에 기초해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드래건 킹(극단적인 사건)으로 

가득한 동물원을 엉망으로 관리한 역사이고, 불행하지만 중요치 않은, 그리고 현실화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의 역사라 정의한다.


인류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무수히 겪었음에도 마치 단층선 위에나 그 근처에 대도시를 최대한 많이

건설하겠다고 단체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재난의 낮은 발생 빈도'와 '인간의 기억력 부족' 사이의

치명적인 상호작용을 나타낸 것이고, 질병의 역사는 병원체, 곤충 혹은 동물 매개체들이 진화와 인류의

여러 사회적 네트워크의 진화 사이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상호작용의 역사로 보았다. 전염병에 

대해 인류를 더욱 취약하게끔 만든 세 가지 사건은 인간 정착지 규모의 지속적 확대, 곤충 및 동물들과의

인접성 증대, 인간 이동성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보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도시화, 농업, 세계화가 질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에선 다양한 재난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었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줬는데 대부분의 재난들은 하나의 복잡계 시스템이 모종의 작은 동요의

결과로 임계 상태에 다다랐을 때 발생하고 외생적인 충격이 재앙을 일으키는 정도는 대개 그 상황에

처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임을 알려주었다. 이 책이 완성된 시점이 작년이라

이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어 현재까지 이르렀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코로나와

같은 인류에게 닥친 재난이 어떻게 일어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잘 정리하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준비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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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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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계를 여행한 식물들'이란 책들을

통해 세계사 속에 맹활약한 식물들의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식물 중에

과일로만 특정해서 이들이 세계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본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가

작년에 읽었던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를 통해 로마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 책에선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총 25가지 과일과 관련한 얘기를 세 파트로 나눠서 얘기한다. 요즘이야 워낙 재배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과일들을 특별히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엔 과일을 아무나 맛볼 수 있던 게 아니었다. 먼저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수박으로 포문을 여는데,

세종 시대에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일 정도로 정말 귀한 과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군으로 칭송

받는 세종도 수박 도둑에게 유배를 보낼 정도로 엄한 벌을 내렸다. 이런 수박의 원산지는 고대 서부

아프리카로 추정하는데 먼 길 떠날 때 수통 역할을 대신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수박이 인종차별의 

상징물이라고 하니 흑인과 수박을 연관짓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수박 못지 않은 여름 과일 참외는

서민들도 즐겨 먹던 과일인데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과일이란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은 멜론을 주로 먹지 참외는 잘 안 먹는다고 한다. 멜론은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인데 교황

바오르 2세는 멜론을 지나치게 먹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설이 유력할 정도였다. 파인애플은 과일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왕권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감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올해 감을 엄청 많이 먹었는데 감은 구황음식으로도 긴요하게 활용

되었고,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씨이자 중국에서도 왕씨 다음으로 많은 1억 명 이씨의 '오얏'이

자두라는 건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무릉도원에 쓰인 신들의 과일 복숭아는 다산, 생명력 등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고, 매실은 신맛 때문에 과일 자체보다는 조미료로 주로 사용되었다. 앵두의 어원은

보석같은 열매라는 뜻이고, 바나나의 어원에 대해선 아프리카 서부 세네갈과 잠비아 원주민의 월로프어 

중 '바나이나'란 단어가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바바나로 전해졌다는 설이 다수설이라고 한다. 메디치

가문의 조상이 당시 약재로 쓰였던 오렌지 무역으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에 오렌지가 르네상스를 연

거란 얘기나 모택동이 파키스탄에서 선물로 받은 망고를 모택동 사상 선전대원들에게 보낸 후 망고

숭배운동이 벌어졌다는 어이없는 얘기 등 과일에 얽힌 다채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곡물이나

채소가 굶주림을 막아주는 식량으로 역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면 희소성과 진귀함이 돋보인 과일은

은밀하게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다양한 과일들이 세계사에 어떤 이정표를 

남겼는지를 풍성한 얘기들로 풀어내서 우리가 즐겨먹는 과일의 진면목을 재발견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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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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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하다 보니 정말 작은 단서로도 범인을 잡거나 범죄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곤 하는데 CSI 등 과학수사를 다룬 미드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이러한 과학수사의 위력은 

친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과학수사 장면과 실제 사건에 대한

과학수사는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그 차이를 제대로 알긴

어렵다. 전에 퍼트리샤 윌트셔라는 법의생태학자의 '꽃은 알고 있다'라는 책으로 그동안 잘 몰랐던

법의생태학이란 분야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도 법의식믈학자여서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원래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영국 및 아일랜드 식물 표본실 큐레이터였는데 우연히 강가에서 

심하게 부패된 남자의 시신 주변에 있는 식물에 관한 자문을 해주면서 법의식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예전에는 식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나무나 풀 등을 봐도 뭐가 뭔지 잘 몰랐는데(물론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지만) 이사를 하고 나서 작은 텃밭이 생기며 이것저것 식물을 키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를 맛보곤 했다. 그래도 그 수많은 식물의 생태를 이용해 범죄현장에서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낸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법의식물학은 법의환경학이라는 폭넓은 

범죄과학 분야의 일부로 여기서 환경은 범죄수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자연계의 물질을 일컫는다.

예전에는 범인의 모습을 목격한 증인이나 CCTV, 지문 등이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었지만 지금은 

옷에 묻은 작은 식물 조각 하나도 시체나 범죄현장과의 연결을 해줘서 범인을 꼼짝하지 못하게 한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여러 사건들의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주는데, 시체를 영양분 삼아 자라는 블랙베리

덤불은 식물 달력이어서 시신이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추정할 때 도움을 주었고, 나무는 

자연이나 인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기 때문에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이상해

보이거나 자연적 위치에서 벗어나 있는 식물의 손상 흔적은 시체를 찾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었고,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꽃가루는 특정 장소와 연관지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균류를 통해 

시체의 부패 단계를 알 수 있어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등 식물에 관한 지식이 범죄 해결에 커다란

역할을 함을 알 수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식물의 특성을 자세하면서도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이 책을 통해 법의식물학이란 세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흥미로운 사건들을 통해 식물이 가장 진실한 목격자 역할을 함을 잘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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