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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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대표하는 국기를 비롯해 각종 조직에는 자기 조직을 상징하는 깃발들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등 국가대항전에선 국기만 봐도 어느 나라 선수인 줄 대강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국기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깃발의 역사만 따로 정리한 이 책은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깃발에 얽힌 우여곡절과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담고 있어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닌 목숨까지 바치게 만드는 깃발의 위력을 제대로 알게 해준다.


이 책에선 주로 국기들을 다루면서 중요한 단체들의 깃발도 함께 살펴본다. 아무래도 저자가 영미권

출신이다 보니 성조기와 유니언 잭부터 자세히 다룬 후 유럽, 아랍,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순으로 세계 일주를 시작한다. 성조기의 원형은 1760년대 중반 보스턴 차 사건 때 '자유의 

아들들'이란 단체가 사용한 깃발에서 따온 것으로 보는데 본격적인 모습은 독립선언에 함께 한 13개

주를 상징한 '콘티넨털' 또는 '그랜드 유니언'이란 깃발이 토대가 된 것으로 본다. 미국도 남북전쟁을

치르는 등 분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남부연방기 등이 존재했는데 이런 깃발들이 특정 지역 등을 

대변하는 깃발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은 더 복잡한데 기본적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깃발이 합쳐진 것이다. 잉글랜드는 유니언 잭에도 애정이 있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그다지

국기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스코틀랜드의 독립 추진이나 북아일랜드 문제 등 여러 갈등

요인들이 잠복 중이어서 유니언 잭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웨일스는 유니언

잭에 전혀 반영이 안 된 용 그림이 있는 깃발인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유럽의 깃발들은 프랑스의 삼색기를 필두로 한 색깔이나 방향만 다른 삼색기 유형들과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십자가를 바탕으로 한 국기들로 나눌 수 있었다. 서유럽쪽은 비슷비슷한 국기들이 많은 반면

동유럽쪽에는 각 나라마다 특유의 문양이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중동 지역은 이슬람 국가들이 많다

보니 초승달과 별이 들어간 국기나 아랍 반란 깃발을 변형한 국기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 책에서는

IS, 헤즈볼라, 하마스의 깃발까지 소개한다. 아시아 지역 국기에는 태극기도 당연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본의 경우 욱일기는 나치의 상징과는 달리 봐야한다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일본이 나치처럼 하나의

민족 자체를 체계적으로 없애려고 하지는 않았고 욱일기는 나치 깃발과 달리 아시아지역을 유린하기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면서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궤변이라 일제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서양인의 관점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것 같았다.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국기들은 유명한 몇 나라를 제외하곤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에선 해적의 상징인 졸리 로저를 비롯해 적십자기,

나토, 올림픽기, 유엔기 등을 다루며 마무리한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깃발들을

중간쯤에 모아놓아서 바로바로 볼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 아마 비용 문제로 컬러 도판을 일부만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암튼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대부분의 국기와 주요 단체들의

깃발의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는데 다른 나라나 단체의 깃발에 담긴 의미를 아는 것도

상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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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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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머리숱이 점점 적어져서 머리가 휑해지는 기분이 들고 신경이 쓰인다. 많은 남성은 물론

일부 여성들도 탈모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만큼 머리카락이 가지는 의미가 그 사람의

외모나 분위기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씨크릿우먼 헤어웨어 창립 20주년

기념 작품이라고 하는데 씨크릿우먼은 좀 생소해서 찾아보니 여성용 가발업체였다. 각종 분야별로 

인류 역사 속에서 의미를 정리한 책들을 종종 만나곤 했는데 머리카락과 이에 대한 치장의 역사를 별도로

다룬 책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서 과연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신화와 전설, 혁명과 연애, 전통과 자유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서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머리

카락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자신의 머리카락에만 만족하지 않고 가발, 가체 

등을 사용하여 머리를 단장해왔다. 그리스 신화는 물론 슬라브 신화와 켈트 민담 등 여러 신화와 전설

속 인물들의 머리 얘기가 다뤄지는데 아무래도 나무로 변신한 다프네나 뱀 머리(?)를 자랑하는 메두사

등의 그리스 신화 속 얘기들이 친숙했다. 니소스 왕의 보랏빛 머리카락 얘기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얘기와도 유사했다. 성서로 넘어가면 아마도 삼손의 머리카락 얘기가 가장 유명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머리카락으로 인한 비극을 함께 다룬다. 삼국사기의 얘기도 꺼내는데 고구려

중천왕때 궁중 암투극의 주인공인 관나부인은 머리카락이 구척(약 272㎝)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로도 유명한 라푼젤도 빼놓을 수 없는 한 머리카락 하는 캐릭터였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발이

유행한 건 혹독한 무더위와 심한 모래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생존법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머리 치장은 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거나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는데 이 책에선

동서양의 미인의 조건이 머리 모양에 있었다고 보았다. 최대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풍만하며, 가급적

높이 치솟은 상태로 치장해서 가늘고 긴 머리카락을 어떻게 장식하는지가 중요했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유행했던 헤어스타일들도 알 수 있었는데 루이14세의 마음을 사로잡은 퐁탕주 스타일의 창시자 퐁탕주

백작부인이나 개화기에 유행했던 미미가꾸시, 히사시가미, 빨강머리 앤의 피그테일이나 제임스 딘,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하는 스타일을 모방한 덕테일 등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대를 풍미했던

햅번 스타일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키 스타일 등도 놓칠 수 없는데 이 책은 머리카락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떻게 장식 등을 해왔는지 그 변천사를 잘 정리해놔서 머리카락의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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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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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문학 열풍과 함께 고전 읽기가 유행이었던 적도 있지만 고전은 생각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은

책들이라 제목과 대략의 줄거리는 알지만 실제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문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세상을 바꾼 인문학 고전 33권을 선정하여 소개하는데 사실 이런 설정의 책들은 가장 최근에 읽었던 

'압축 고전 60권'을 비롯해 친숙한 편이다. 과연 이 책에선 다른 책들과 어떤 차별화된 점을 선보일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크게 4장으로 나눠 철학과 사상 분야, 사회와 역사 분야, 문학 분야 중 소설과 드라마, 시의

명저들을 소개한다. 먼저 철학과 사상 분야에선 동양, 아니 중국의 대표 고전들인 공자의 '논어', 맹자의

'맹자', 노자의 '도덕경'이 차례로 등장한다. 나도 '논어'와 '도덕경'은 여러 책들을 통해 접했지만 아직

'맹자'는 고히 모셔만 놓은 상태인데, 이 책에선 각 책의 저자들이 현대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으로

저자의 핵심 사상을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저자의 삶과 책 속에 담긴 중심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책 속의 대표적인 구절을 마지막에 '인문학 명언'으로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한 권만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책과 나란히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도덕경'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함께 소개되었다.


철학과 사상 분야에선 서양쪽 책들은 읽은 책이 없어 역시나 싶었는데 사회와 역사 분야로 넘어가선

그래도 읽은 책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먼저 박지원의 '열하일기'로 시작하는데 이 책이 중요한 가치를

가진 책인 줄은 알았지만 명저의 반열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전에 읽고

출간 당시를 기준으론 파격적인 내용에 놀랐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사유재산제 폐지 등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탄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역사 분야에선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가 나란히 등장해 역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고, 소설인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문학 분야가 아닌 여기에 명저로 소개되어 좀 의아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문학 분야에선 독일권 작가들이 맹활약하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독문학 전문가라

그런 것 같다. 프리드리히 실러와 헤르만 헤세는 나란히 두 권씩 소개되는데 그나마 '데미안'이 읽은

작품이었고, 그 밖에 소설과 드라마에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구면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시 분야에선 빠질 수 없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필두로 프리드리히 횔덜린, 하인리히

하이네의 독일어권 시인들을 거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마무리를 한다. 전반적으로 

독일권 저자들의 책이 대거 선정되어 좀 편향된 감이 없진 않지만 저자 기준으로 명저를 선정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나 아직 안 읽은 책들이 수두룩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맛보기를 해서

언젠가는 꼭 도전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명저 속 메시지를 전달한

이 책을 통해 고전의 가치를 접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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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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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조선을 걷다'라는 책을 통해서도 조선시대에 맹활약을 한 인물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천재들만 모아 그들의 인생을 다루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이름이 낯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의 저자였다. 이 책에서는 총 9명의

조선시대 천재들을 다루고 있는데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도 있었지만 잘 몰랐던 인물들도 더러 있었다.


시대 순으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첫 번째 중인공은 생육신 중 한 명인 김시습이었다. 김시습의 천재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다고 하고 '시습'이란 이름도 '배우면 곧 익힌다'는

의미로 최치운이 지어준 이름이라 하니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신동이라는 소문이 대궐에까지

퍼져 세종이 김시습을 승정원으로 불러 박이창에게 확인시켰고 비단 50필을 내려주면서 직접 가져가게

하니 김시습이 비단의 끝과 끝을 이어 묶어 허리에 잡아메고 갔다고 한다. 그야말로 떡잎부터 남달랐던

김시습은 세조가 일으킨 계유정난과 이어진 단종 폐위 사건을 보며 벼슬길에 안 나가고 세상을 떠돌며 

살게 되었으니 세조의 쿠데타가 아까운 인재 한 명을 낭비시켰다고 할 수 있다(그래서 최초의 한글소설

금오신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5천원권의 주인공 이이는 그의 어머니와 세트로 자주 

언급되는데 아홉 번 과거를 보아 모두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렸으니 요즘 고시 3관왕 정도는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서인의 영수로 여겨졌지만 서인과 동인 사이를 잘 조율했던 그가

49세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정쟁이 극한으로 치닫기 시작했고 그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며 경고했던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그의 부재를 절감하게 된다. 송강 정철은 국어 교과서에서 여러 가사작품들을

만나서 친숙한 인물인데 천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이 책에선 시인으로 천재로 취급해준 것 같다.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라 여겨지지만 독선적인 성격 탓에 서인의 두목 역할을

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


이산해는 조금은 낯선 인물인데 성호 이익이 김시습과 함께 조선의 천재로 인정했다고 한다. 정치적으론

동인으로 정철의 맞상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정철과는 달리 성품이 온화한 편이어서 동인들이 대거

화를 당한 기축옥사에서도 무사했다. 유일하게 여성으로 선정된 허난설헌은 '조선을 걷다'에서도 자세히

살펴봐서 복습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여성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지만 않았으면 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준다. 신경준도 거의 잘 몰랐던 인물인데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로 김정호 이전에 최고의 지리학자라 할 수 있었다. 정약용은 너무 유명한 인물이라

새삼스런 측면이 있었고, 김정희도 정약용과 같이 모진 유배생활 속에서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 등

엄청난 작품들을 남겨 오히려 유배생활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황현은 

한일합병이 되자 죽음으로 저항했던 인물이었다. 이렇게 9명의 조선 천재들을 보면 대부분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천재라 할 정도의 능력을 가졌어도 시대를

잘못 만나면 제대로 꽃 피우지 못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불운했을지라도 자신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과 책들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조선의 대표적 천재 9명의 삶을 통해 굳이 

천재가 아니어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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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제갈량의 본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
류종민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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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문화 컨텐츠다 보니까 기본적인 스토리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좋아하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삼국지에 스타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신출귀몰한 지략의 소유자인 제갈량

이라 할 수 있는데 예전에 그가 쓴 '장원'이란 책도 읽은 적이 있지만 과연 실존 인물로서의 제갈량의

모습도 소설과 같은 모습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은 삼국지의 열혈 독자이면서 특히 제갈량에 큰 

관심을 가진 저자가 제갈량의 일생을 총 50개의 소주제로 나눠서 제갈량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제갈량의 출생부터 유비에게 임관하기 전까지의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어릴 때 부모를 모두 잃고

숙부에 의해 길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조조의 서주대학살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고 하는데 제갈량이 

최강자인 조조에게 가지 않고 유비에게 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청년 시절엔 자신을 관중, 악의에

비교할 정도로 자신감이 과도했고 글자 한자 한자에 집중하기보단 실용적이고 다양한 지식을 흡수했으며

키 큰 미남에 배우자의 외모나 성격보단 집안 배경을 보고 결혼을 했다고 한다. 제갈량의 본격적인 

등판은 유비의 삼고초려로부터 시작되는데 삼고초려가 사실인지 논란이 있으나 저자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갈량의 활약상은 적벽대전에서 절정에 이르는데 화살 십만 개를 얻고 동남풍을 불게 

해 기적과 같은 승리를 견인한다. 그러나 이는 소설 속 얘기이지 역사서에는 동남풍을 불게 했다는

얘기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한다. 제갈량이 방통이나 법정을 라이벌로 견제하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엔

아니라고 대답하고, 유비가 제갈량의 말이라면 무조건 OK를 한 건 아니라며 두 가지 사례(유종을 

공격해 형주를 차지하라는 것과 입을 함부로 놀린 장유라는 인물을 용서해주라는 것)를 제시한다. 

관우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제갈량이 일부러 구원하지 않았다는 설이 있는데 저자는 유비와 

제갈량이 관우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본다. 


이릉대전 발발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에는 유비의 동오원정을 제갈량이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이유,

유비의 유언이 진짜 제갈량이 황제가 되라는 취지였는지, 맹획과의 고사인 칠종칠금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등을 다룬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제갈량의 최대 사업은 북벌이었는데 다섯 번의 북벌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북벌 과정에서 위연이 제안한 자오곡 계책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고 읍참마속의 주인공 마속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건 마속이 패배

후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갈량 사후부터 촉의 멸망까지에선 제갈량의 청렴함과 제갈량이 47세가

넘어서야 얻은 제갈첨의 얘기 등을 들려주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위인들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이나 율곡 이이도 제갈량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선 제갈량이란 역사속

위대한 인물의 실제 모습을 여러 자료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검증하는데 소설 속에서 신출귀몰한 능력을

선보였던 제갈량이 아닌 좀 더 인간미가 보이는 제갈량을 만나볼 수 있었다. 비록 소설에서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제갈량은 능력이나 인품 등 어느 면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한 인물이 아닌가

싶은데 요즘 대선판을 보면 정말 자질들이 떨어지는 자들이 후보라고 설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제갈량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오기 어렵겠지만 제갈량의 진면목을 제대로 살펴보면서 그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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