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인 국보, 보물 등 국가 지정문화재에 대해서 나름 관심이 많아서 국립중앙

박물관을 필두로 여러 박물관들을 즐겨 다니는 편인데 꼭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가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국가 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한 작품들 중에서 국보급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이 책은 그러한 무관의 걸작품들 35점을 모아 소개한다.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의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총 8부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국보 못지 않은 미지정 문화재들을 소개하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경주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이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불상인데 일제가 경주에 있던 걸 1915년 경복궁

에서 열린 조선물산공진회 장식용으로 옮겨 왔다니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인 건 원래는 석굴암을 옮기려

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봤던 보원사 철불로 역시 1917년

일제가 충남 서산 보원사터에 있던 걸 옮겨 온 작품이다. 왜관수도원 겸재화첩은 작년에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통해 봤었는데 겸재 정선의 명작들을 담았지만 독일에서 대여 형식으로 반환된 것이라 국가

지정문화재가 될 수 없었다. 경주 열암곡 마애석불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지진에 의해 벼랑에서

굴러 떨어졌으나 바닥에서 불과 5cm를 두고 멈춰 온전한 상태로 한국 불교조각 최전성기의 자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한다. 


분청사기 중에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철화 연꽃물고기무늬 병 등이 국가 문화재가 아닌 걸작이고,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실에서 볼 수 있는 철조여래좌상은 석굴암 본존불, 금동미륵보살반가

사유상(국보 제83호)과 더불어 3대 불교조각 명품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보물로도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특별전시 공간에 잠시 있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너무 작아 

그 전에 있던 국보인 반가사유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최고의 관음보살상이라 

평하고 있어 그동안 무시했던 게 좀 무안했다. 이렇게 이 책에선 아직 국가 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한 

숱한 명작들을 소개하면서 유사한 성격의 국보나 보물들과 비교하고 있어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는데 내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작품들이 적지 않아 너무 

국보나 보물 타이틀에 연연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찬밥 신세가 될 뻔 했던 많은 무관의 국보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진가를 몰라 봤던 걸 꼭 만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상 이변들이 잦아지면서 기후 위기가 점점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섬뜩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내세우고 있다.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로 지구상에 이미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예전에 읽은 '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처음이지?'라는 책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이미

접한 적이 있다. 이전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달리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연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른데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 수상작인 이 책은 실제 멸종된

동물들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기존에 일어났던 대멸종과 여섯 번째 대멸종을 비교, 설명한다.


조금은 낯선 파나마황금개구리의 사례로 얘기를 시작하는데 양서류가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위기에

처한 '강'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개구리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시골에서도 개구리를 보기

어렵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멸종 연구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아메리카마스토돈,

큰바다쇠오리의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준다. 멸종이란 개념 자체가 프랑스대혁명기의 퀴비에란 학자에서

유래한다니 멸종을 인간이 인식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에게 있어선

멸종은 진화의 부작용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대세가 된 소행성 출동설도 앨버레즈 부자가 처음 

논문을 발표한 1980년엔 흥미를 끌긴 했지만 학자들 사이에선 '헛소리'로 간주될 정도였는데 과학적인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이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멸종 연구도 토마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분야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멸종은 기후 변화로 초래된 것으로 기후 변화의 원인으론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빙하의 발달이, 페름기 말에는 지구 온난화와 해양의 화학적 변화가, 백악기 말에는

소행성 충돌이 멸종을 초래했으나 여섯 번째 대멸종은 바로 사람들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금은

세계가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금방 다른 곳에도 

영향을 준다. 이 책에선 이미 멸종된 여러 종들, 특히 인간과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의 사례까지 다루면서

인간도 멸종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잘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보니 그 심각성을 빨리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여전히 나와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참여한 여러 멸종 위기

종들의 연구 사례들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여섯 번째의 대멸종에 대해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와 미술은 그리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경제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제와 미술도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예전에 '경제학자의 미술관'이란 책을 통해 경제학의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유럽의 경제사를 살펴보면서 관련된 그림들을 곁들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럽 부의 지도를 그려나간 재화 16'과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사건 13'이란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유럽 경제를 좌지우지한 재화와 사건 29가지를 통해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아테네를 먹여 살린 올리브 얘기로 시작하는데 그리스 신화에 아테네의 수호신 경쟁에서 아테나가

제공한 올리브를 선택했던 아테네는 올리브유가 특산품으로 인기를 끌어 그 판매수익으로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했다. 그리고 은광 발견으로 선박 건조를 통해 해양국가로 성장한 아테네는 페르시아를

물리치면서 지중해의 패권국가가 되었다. 소금으로 부를 쌓기 시작한 로마는 길을 통해 제국으로 성장

했고, 식량 생산이 어려웠던 스위스는 용병 수출로 돈벌이를 했는데 용맹은 물론 신뢰도 보여줘 현재도

교황청 근위대를 스위스 용병이 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이 책에도 등장

하는데 교황청의 금고지기를 하면서 크게 성장했고, 맥주로 유명한 독일에서 맥주순수령(보리, 물, 

홉만 사용)에 얽힌 에피소드도 만날 수 있었다. 대구가 유럽의 역사 아니 세계 역사를 바꾼 사실이나

네덜란드를 일으켜 세운 청어 얘기는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란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다시 복습할 수 있었고, 대항해시대의 신호탄이 된 후추도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서 봤던 걸

다시 정리하게 해주었다.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건들로는 쟁기의 발명으로 시작된 농업혁명을 시작으로 포에니 전쟁,

한자동맹의 탄생, 페스트의 창궐, 칼레해전, 금융혁명, 튤립버블, 인클로저운동, 아편전쟁 등을 꼽고

있다. 대부분 친숙한 내용들이었는데 중세시대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에 가장 중요했던 곳이

오늘날 샴페인의 도시로 유명한 상파뉴였다는 사실이나 4차 십자군 원정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약탈한 십자군과 베네치아의 만행, 인클로저운동이 현대 자본주의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는 점 

등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제목과 같이 관련 그림 등이 함께 소개되는데 내용에 딱 맞는 작품들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도 돋보였다. 주로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라 과연 어떤 그림들이 등장할지 궁금

했는데 절묘하게도 적절한 그림들이 배치되어 그림을 감상하면서 관련 내용의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딱딱할 것만 같은 유럽의 경제사도 얘기와 그림을 곁들이니 한결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 소화하기 좋게 

잘 엮어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건축 - 우리를 매혹하는 도시의 랜드마크 인사이트 북스 (Insight Books)
수지 호지 지음, 김홍철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여름에 '김종훈 회장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을 통해 세계 대표 현대건축물 16곳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현대는 물론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건축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

하고 있다. 크게 양식, 건축물, 요소, 재료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건축의 기본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먼저 양식은 고대 이집트 건축부터 시대순으로 대표적인 건물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핵심적인 내용들을

소개한다. 중국 양식도 따로 없는데 일본 양식을 별도로 다루는 게 좀 특이했다. 불교, 흰두교, 이슬람교

등 종교건축이 차례로 나오다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등 비교적 친숙한 건축양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현대로 와서는 좀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지오데식이나 브루탈리즘 등을 거쳐 해체주의로

마무리를 한다. 다음 건축물은 과연 어떤 건축물들이 등장할지 궁금했는데 양식에서 첫 주자였던 대

피라미드로 시작한다. 파르테논, 판테온, 아야 소피아 성당 등 세계적인 관광지들이 곳곳에 포진한 

가운데 인도의 산치 스투파, 멕시코의 비문 사원, 예루살렘의 바위돔 사원 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곳들도 적지 않았다. 유명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는데

노이슈반슈타인 성처럼 내가 가본 곳들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비교적 최근의 건물들 중엔

몬트리올의 해비타트 97이나 바이오스피어,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등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요소에선 벽, 천장, 문, 창문 등 건물의 구성요소들이 나오는데 버트레스,

박공, 신랑(신부의 짝궁 아님), 미나레트 등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재료는

돌부터 시작해 티타늄까지 다루는데 종이에 우리 한옥을 다뤄 반가웠다. 건축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을 망라하여 나름 체계적으로 소개해준 책이었는데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들

쌓고 싶은 사람이 입문서로 삼기에 적절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보 이야기
이광표 지음 / 작은박물관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의 최고의 가치를 지닌 국보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서 '국보, 명장면을 

담다', '하브루타 국보여행'이란 책을 봤지만 여전히 갈증이 나던 중에 국보와 관련된 풍부한 얘기들과

국보 목록까지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그동안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미술사학 전공에 문화부 기자 출신이어서 나름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책에선 총 6장에 걸쳐 '국보란 무엇인가', '국보에 얽힌 화제', '국보 미스터리', '야외 석조물 국보의

훼손과 보수', '국보의 도난과 약탈, 가짜 사기극', '국보의 아름다움 - 국보 비교 감상'으로 다양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국보의 개념과 지정 및 해제절차, 국보의 역사 등을 들려준다. 2005년에 출간된

책이라 국보 1호 재지정 논란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은 아예 공식적으론 번호를 없애버려서 좀 어이

없게 논란이 끝을 맺었다. 1호라는 상징성으로 숭례문 대신에 훈민정음 등으로 1번을 바꿔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번호 자체를 없애니 반가사유상 등 같은 이름의 국보는 표시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발생했다. 그리고 숭례문의 가치 폄하도 심했는데 보물 제1호였던 흥인지문과는 확실히 가치가

다름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책 출간 당시 국보가 307건이었는데(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현재 337건

으로 보임) 그중 고려시대 국보가 96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56건을 소장해 최다를 

기록했다. 지정번호에 여러 건이 있는 경우도 많았는데 동궐도도 고려대와 동아대에 각 한 점씩 있고,

국보의 가격은 물론 산정할 수도 없지만 보험가를 기준으로 하면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문화교류전 출품 당시 5천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400억 원을 기록해

최고가로 남아 있다.


국보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은데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은 왕의 금관이 아니라는 점, 다보탑의

층수나 천마도의 정체에 대한 논란 등을 들려준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실내에 있는 경천사 10층

석탑의 수난의 역사나 닮은 꼴인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의 야외 보호각 설치 문제 등을 다룬다.

국보의 수난사는 생각 외로 많았는데 도난 사건이 여러 건이었다. 2003년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던 공주

의당 금동관음보살입상 등을 박물관에 침입해 훔쳐간 사건 등은 물론 국보 238호 소원화개첩은 개인

소장이었는데 2001년 도난 당한 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는 국보로 지정할 수가 없어 직지심경,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은 여전히 국내에선 볼 수 없고,

국보 제274호로 지정되었던 거북선별황자총통은 가짜를 국보로 만든 희대의 사기극이어서 274호는

영구결번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국보 비교 감상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비슷한 국보를

비교 대조해 보는 재미가 정말 솔솔했다. 수덕사 대웅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을 필두로 중원 고구려비 등

총 6점의 비석들을 비교해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국보 제1호부터 제308호까지

목록을 수록해놓아 국보를 찾아보기 좋게 해놓았다. 국보에 관한 상당한 정보와 얘기들을 수록해서

감히 국보의 바이블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