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두 사람 - 근대 과학의 문을 연 다빈치와 갈릴레이를 찾아 떠난 이탈리아
박은정 지음 / 플루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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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암흑기를 벗어나 인간과 이성의 시대를 열었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서는 주로 예술 분야의

활약에 주목을 하곤 한다. 흔히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3대 예술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꼽곤 하는데 이 책에선 제목은 르네상스의 두 사람이라면서 다빈치와 갈릴레이를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갈릴레이가 16~17세기에 활약한 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르네상스와 갈릴레이를 연결하는 건

좀 어색한 면이 없진 않은데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 된 르네상스의 정신을 계승한 측면에서 갈릴레이가

등장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다빈치와 갈릴레이의 흔적이 남겨진 장소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형식으로 약 100년의 시간

간격이 있는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으로는 르네상스의 진앙지인 

피렌체와 그 주변 도시에서 성장했고, 그림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하며, 아르키데메스와 유클리드에게

관심이 많은 발명가라는 점을 든다. 갈릴레이가 악기를 잘 연주했고 노래와 그림에도 재능이 뛰어났으며

예술 비평이나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갈릴레오도 다빈치

처럼 팔방미인형 만능 재주꾼이었나 보다. 빈치의 사생아와 피사의 엘리트로 시작한 두 사람은 역시

피렌체와 인연이 깊었다. 르네상스의 최대 스폰서(?)라 할 수 있는 메디치가는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

했는데 의아하게도 다빈치는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지 못해 떠돌이 신세가 된다. 한편 갈릴레이는 피사 

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되면서 피사의 대표 인물이 된다. 다빈치는 밀라노에서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쳤다면 갈릴레이는 파도바와 베네치아에서 활약을 하는데 두 사람 다 결국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피렌체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다빈치는 최후의 후원자 프랑수아 1세를 따라 프랑스로 가서 

생을 마감하고 갈릴레이는 유명한 종교재판의 곤욕을 치르고 가택연금형을 받아 피렌체의 집에서 

10년 동안 머물다 생을 마감한다. 르네상스의 두 거인이라 할 수 있는 다빈치와 갈릴레이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해준 책이었는데 시대를 앞서 간 통섭형 인간인 두 사람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행을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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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후드 -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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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과정의 중요한 단계이지만 이를

헤쳐나가기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보니 다양한 얘기들이 넘쳐난다. 오죽하면 중2가 제일 무섭다고 

할 정도니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의 향배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이 시기를 '와일드후드'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종에 관계없이 청소년기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종의 공통 문제라 할 수 있는 와일드후드 시기를 네 마리의 실제

동물 청소년들의 얘기를 통해 살펴본다.


와일드후드에 모든 종이 겪는 네 가지 어려움은 결국 삶의 네 가지 핵심 기술과 연관된다. 바로 안전과

지위, 성적 소통, 자립의 기술로 이를 와일드후드 시기에 제대로 익혀야 향후 삶의 긴 여정을 무난히

수행해나갈 수 있다. 이 책에선 킹펭귄 우르술라,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 북대서양혹등고래 솔트,

유럽 늑대 슬라브츠가 와일드후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와일드후드의 의미를

고찰한다. 먼저 부모의 보호 아래 안전한 삶을 누리지만 영원히 부모의 그늘 아래 살 수는 없으므로

두려움에 맞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감지, 평가, 공격, 죽이기의 포식자 

행동 시퀀스에 대응해 눈에 띄지 마라, 능력을 과시하라, 졸도하라, 끝까지 기회를 놓치지 마라의 전략을

익혀야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날 때부터 서열 싸움을 하는데 특히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들에게는 자신의 서열을 제대로 파악하고 여기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래 집단에서 튀는(?) 경우에는 집단 전체의 안위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배척을 받게 되는데 인간 청소년 집단의 왕따 문제도 어떻게 보면 동물의 차원에서 생각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성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흔히 무조건적 번식이나 욕구의 측면에서만 생각하곤

하는데 막연한 추측과는 달리 나름의 적절한 관계 유지를 위한 배움의 과정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립의

단계에서도 제대로 어른으로 생활할 수 있기 위해 부모와 사회는 물론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동안 청소년기에 대해 막연히 어른의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시절의 중요한 역할과

의미에 대해 풍분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충분히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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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 역사를 움직인 책 이야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대니얼 스미스 지음, 임지연 옮김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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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을 통해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장구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책 50권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세상을 바꿨다고 할 만한 책으로는 과연 어떤 책들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고대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넘나들며 주옥같은 책들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알려준다.


먼저 고대에선 길가메시 서사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세계 최초의 문학작품이라 칭했는데 전에 읽은

'세계신화여행'이란 책을 통해 간략히 내용을 알긴 했지만 새삼 그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중국의 양대

사상이라 할 수 있는 노자의 '도덕경'과 공자의 '논어'도 포함되었는데 '손자병법'까지 들어간 것은

조금은 의외였다. 얼마 전에 '일리아스의 거의 모든 것'이란 책을 읽어 더욱 친해진 서양 고전문학의

대표격인 '일리아드'는 물론 서양문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의 토라(모세오경)도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라톤은 예상했던 '국가론'이 포함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조금은 낯선 '동물탐구'라는 책이 인류 역사 최초로 생명체에 대해 다룬 과학서이자 실증적인

생물학의 토대를 마련한 획기적인 저서라는 이유로 선정되었다. 고대편에서 가장 의외의 책은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키우스의 '요리에 대하여'란 책으로 로마 시대에 쓰인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요리책

이라 한다.


종교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중세에는 쿠란과 구텐베르크 성경이 나란히 선정되었고 우리나라 책으로는

유일하게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의 '직지심체요철'이 등장해 반가웠다. 일본에선 두 개나

포함되었는데 '겐지 이야기'는 친숙한 편이지만 '마쿠라노소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중세 문학을 대표하는 단테의 '신곡'이 당연 포함되었고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인

마그나카르타(대헌장)도 선정되었다. 근세에는 친숙한 책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중국의 4대 기서가

단체로 선정된 것이 흥미로웠다. 서양문학에선 '돈키호테'와 '셰익스피어 전집'이 포함되었고 사상쪽에

'군주론', '사회계약론', '국부론' 등과 과학쪽에선 갈릴레이의 '대화 -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와 뉴턴의 '프린키피아' 등이 눈에 띈다. 19세기에선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은 걸출한 책들과 함께 문학쪽 괴테의 '파우스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물론 최초의 

탐정소설인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이 포함되어 장르소설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마르크스의 '자본' 등이 선정되었다. 마지막 1900년대 이후에선 내가 읽은

책은 조지 오웰의 '1984'밖에 없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등을 거쳐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로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선정된 책들 중에 의외의

책이나 몰랐던 책도 적지 않았는데 여전히 봐야 할 책이 많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소개된 안 본 책들을 하나씩 도장깨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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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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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등장으로부터 현재까지의 기나긴 여정 동안에 벌어진 수많은 일들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는

책들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은 두 가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먼저 성장의

수수께끼로, 인류는 19세기 이전까지 정체된 성장의 덫에 빠져 있다가 19세기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그 변화의 원인을 탐구한다. 다음으론 급격한 성장 가운데서도 지역별로 거대한 불평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불평등의 수수께끼를 인류의 제도, 문화, 지리, 사회 측면의 요인을 두루 고려해

살펴본다.


성장의 수수께끼와 관련해선, 다른 책들과 비슷하게 인류의 기원부터 차근차근 검토하는데 역시나

인류를 다른 종과 구별하게 해준 핵심 동력은 뇌의 진화와 손이었다. 농업혁명 등으로 기술 변혁이

인구 증가를 야기하지만 늘어난 인구는 다시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인류의

생활수준이 대체로 정체되었다고 얘기하는데 '빈곤의 덫'에 빠졌다며 이렇게 최근의 생활수준의 약진을

이루기 전의 인류사 전체를 '멜서스 연대'라고 한다. 이러한 '빈곤의 덫'에서 탈출시킨 원동력은 산업

혁명으로, 기술혁신의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졌고, 대중교육이 도입됐으며, 아동노동이 사라지면서

여성과 가족, 출산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투자를 늘리면서 출산율이 줄고,

성별 임금 격차의 축소는 자녀 양육 기회비용 증대로 소가족이 가족의 기본 형태가 되면서 인구 증가로

인한 상쇄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술 향상이 불러온 번영이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인 개선이 되었다.


이렇게 인류가 '빈곤의 덫'에선 벗어난 것 같지만 '불평등의 늪'에선 헤어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나라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되는데 이 책에선 중요한 사례로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비교한다. 너무 많이 본 한반도의 야간 사진을 등장시키며 기본적인 조건이 동일함에도

체제(제도)의 차이가 현재의 삶의 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성장의 문화'도 한몫 

하는데 여기에 지리적 조건과 인적 다양성까지 현재의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언급한다. 흥미로운 건 인류의 기원인 아프리카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신체적, 문화적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점이었다. 물론 불평등의 뿌리의 표층에는 세계화와 식민지화가 낳은 

비대칭적 효과가 있음을 간과하진 않지만 이는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한 것일 뿐이고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불균등한 발전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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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자 고사성어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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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고사성어를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곤 하지만 고사성어를 제대로,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국어나 한문 시간에 조금씩 배운 거나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힌 것들이

쌓여서 현재의 수준이 된 것 같지만 그 어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사기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영수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를 총정리한 책으로 과연 어떤

고사성어들이 등장할지 궁금했다.


저자는 본문에서 교과서 고사성어 총 189개를 소개한다. 교과서들을 뒤져 고사성어를 찾아 정리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일 것 같은데 암튼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온다. 가화만사성부터 가나다순으로  

소개되는데 친숙한 고사성어들이 많았지만 '계포일낙', ' 광음여류' 등과 같이 생소한 고사성어도 적지

않았다. 각 고사성어들마다 출처를 밝히는데 역사서가 24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도 사기가 

전체 9%를 차지했다. 그 밖에 유가 경전류, 제자백가류, 소설류가 차지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속담이 약 30개 정도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감언이설'은 당연히 중국 책에서 온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식 사자성어로 중국에선 '감언호사'를 주로 인용한다고 한다. '교각살우'는 우리식 고사성어도 

아닌 일본식 성어이며 '난공불락'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중국산이라고 생각했던 고사성어 중 우리나

일본에서 기원한 것들이 적지 않아 흥미로웠는데 이 책에선 고사성어마다 관련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해

이해를 돕고 있고 유사한 고사성어 등도 함께 소개해 어휘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부록으로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와 독서 관련 고사성어 모음, 가정, 부모, 교육, 독서

관련 격언 명언명구까지 총망라해 그야말로 고사성어의 완결판이라 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다만 교수

신문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와 관련해선 저자 개인의 적나라한 정치적 사견을 늘어놓아 좀 사족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암튼 고사성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에 있어 사전처럼 활용하기에 제격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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