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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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에 이 책의 전작인 '시인장의 살인'을 읽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좀비들이 등장하는

조금은 독특한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였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살인의 향연(?) 속에서 살아

남은 하무라와 겐자키는 둘이서 미스터리 애호회를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전작의 좀비들이 출몰하는 

상황을 야기했던 마다라메 기관이 초능력 연구를 했던 장소를 알아낸 겐자키 히루코가 혼자 그곳을

찾아가려 하자 하무라가 기어이 따라나서는데...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도 하무라와 겐자키가 외딴 곳에 있는 마안갑이라는 건물을 방문하고 그곳에

우연히 7명의 방문객들이 도착한다. 마안갑에는 사키미라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앞으로 이틀 동안 남자 2명, 여자 2명이 죽는다고 예언을 한 상태로 이웃한

요시미 마을 사람들은 사키미의 예언을 두려워해 마을과 마안갑 사이의 유일한 연결통로인 다리에 

불을 질러 마안갑에 있는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사키미와 사키미의 시중을 드는 핫토리까지 총 11명이

마안갑에 감금(?)된 상태가 되면서 주변에 탈출구가 없는지 살펴보지만 난데없이 일어난 산사태로 

기자 우스이가 파묻히면서 죽음의 예언이 실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다.

하무라가 일산화탄소중독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 예지 능력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도이로는 사키미가

독극물을 마신 것까지 그림으로 미리 그려 오히려 의심을 받아 자기 방에 사실상 감금상태로 있기로

한다. 그런 와중에 사람수만큼 있던 인형들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라지면서 딱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도이로를 제외하고 한 곳에 모여 서로 감시하기로 하지만 

죽음의 예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전편에 이어 예지 능력이라는 초능력을 다뤄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본격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예언이 점점 실현되는 상황에서 고립된 공간에 

죽음의 운명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예인이 실현된 후 겐자키는 사건의 

진실을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흥미로운 트릭들이 사용되었고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전작에 이어 

파격적인 설정으로 추리소설의 묘미를 극한으로까지 몰고 갔는데 마지막에 남긴 여운이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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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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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가장 핫한 미스터리 작품 중 하나였던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제목부터 영매탐정이라고 

해서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몇 번 만났던

것 같은데 요즘 시대에 영매인 탐정이라니 복고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 


추리소설가 고게쓰는 웬 여자가 자신을 보며 울고 있다는 점술가의 말을 들은 대학 후배 유이카가 이상한

꿈도 꿔서 영매를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하자 따라 나서는데 거기서 만난 영매가 바로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한 조즈카 히스이다. 비취빛 눈동자를 가진 미모의 영매 조즈카는 살인현장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는데 조즈카는 유이카에게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직접 유이카의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한 날 연락이 되지 않는 유이카를 찾아간 조즈카와

고게쓰는 살해된 유이카를 발견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조즈카는 자신의 몸에 유이카의 영혼을 불러온다.

결국 조즈카의 활약으로 범인을 잡는 단서를 발견하는데 이후 수강장 살인사건에서는 아예 범인이

누군지를 미리 알게 된다. 문제는 조즈카의 능력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은 아무런 증거능력이 없기에

이를 바탕으로 다시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거였는데 그래도 범인을 알고 나서 증거를 찾는 건 범인을

모르면서 찾는 것 보다는 훨씬 수월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여고생 연쇄살인사건에서도 역시 조즈카가

투입되지만 바로 피해자가 다시 나오는 건 막지 못하고 추가 살인만 간신히 막아낸다. 이렇게 세 개의

살인사건 사이에 '인터루드'가 들어가 있는데 또다른 연쇄살인마가 조즈카를 노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디어 마지막 얘기에서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조즈카를 납치하여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지만 정말 반전은 그 이후였다. 기존의 다룬 세 개의 사건을 완전히 다시 복습하게 되는데

뒤통수 치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유리탑의 살인'에서도 제대로 당했었는데 이 책

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마무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역시 작년 미스터리 소설 차트를 석권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조즈카란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번 작품을 끝으로 그냥 썩히는 건 너무

아까워서 조즈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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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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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분야에서 노벨상감이라 할 정도로 엄청난 업적과 부를 축적한 코즈시마는 중증의 미스터리광

이자 수집가로 외딴 곳에 유리관이라는 건물을 짓고 지내면서 중요한 발표가 있다며 여러 사람들을

유리관으로 초대한다. 총 10명이 모인 가운데 코즈시마가 발표를 하기 전에 원한이 있던 주치의 이치조

유마가 복어독으로 그를 독살하고 완전범죄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그때부터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기묘한 건축물에서의 클로즈드 서클 상황에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본격 미스터리가 즐겨 사용하는

설정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비롯해 유사한 설정을 다양하게 변주한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 작품들이 무수히 나왔는데 어떻게 보면 이제 밑천이 다 떨어져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워낙 평이 좋아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범인이 누군지 밝혀 기존에 범인을 맞추는 본격 미스터리와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여

준다. 여동생 치료제 신약 개발을 자신의 특허권 침해로 막는 코즈시마를 밀실상태에서 처치하고 나름 

완전범죄를 꿈꾸던 이치조 유마는 코즈시마가 다잉메시지를 남기고 죽자 사건화가 될까봐 조마조마한 

가운데 폭설로 인해 고립된 상태가 되면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역시나 밀실 상태에서 연이어 

집사와 메이드가 살해되면서 이치조 유마는 자칭 명탐정 아오이 츠키요의 왓슨 역할을 자처하며 또

다른 범인을 찾아내 자신의 범행까지 뒤집어씌우려하는데...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등장인물에 포함되어 있다 보니 유명 작품들을 언급하는 덕후질이 종종 벌어져

재미를 더해주었는데, 엘러리퀸이 국명 시리즈에서 사용한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을 선보이는 등 

본격 미스터리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사실 셋째날까지는 다른 본격 미스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날에는 놀랄 만한 반전이 연이어 펼쳐진다.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도 다시 등장하면서

완전히 얘기를 다시 시작하는데 '유리관'의 살인이 아닌 '유리탑'의 살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동안

본격 미스터리의 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시대를

연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마디 소지가 '신본격 시대의 클라이맥스이자 피날레로, 앞으로 미스터리계에 

이 작품을 뛰어넘는 작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는데

본격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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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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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인 이 책은 미스터리 관련한 각종 상을 휩쓴 것은 물론 제166회 나오키상까지

수상해 무려 9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인지 궁금했다.

이전 작품들인 '인사이트밀', '부러진 용골', '왕과 서커스', '야경'까지 내가 읽은 작품들 모두 상당한

분량임에도 흡입력 있는 내용들을 선보였는데, 특히 네팔 왕가 총기사건을 소재로 한 '왕과 서커스'와

중세를 배경으로 했던 '부러진 용골'은 과연 일본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공을 넘나드는

필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마지막에 참고 문헌을 보니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킨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 전국시대는 오닌의 난으로 시작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통일로 막을 내린다. 이 책에선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을 통일해나가던 시점으로 오다의 휘하에 있던

셋쓰노카미 무라시게가 오다를 배반하고 모리측에 붙으면서 아리오카성을 중심으로 오다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약 1년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오다측의 고데라 간베에가 무라시게를 찾아와 설득하지만

실패하고 죽여달라는 간베에의 말을 거부한 채 무라시게는 그를 지하 감옥에 가두면서 인과관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후 오다 군대가 아리오카성을 포위한 상태에서 모리측 지원군이 오기만을 마냥

기다라는 약 1년 동안 총 네 장에 걸쳐 계절별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먼저 무라시게를 배반한

아베의 아들 지넨의 기이한 죽음으로 인질이던 지넨을 죽이지 않고 따로 가둬둔 밀실 비슷한 상태에서 

지넨이 죽자 무라시게는 현자라 할 수 있는 간베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간베에의 조언으로 사건을

해결한 무라시게는 철벽이라 여겨지는 아리오카성을 굳게 지키지만 기다리는 지원군은 오지 않고 

오다의 포위로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점점 분위기가 묘해진다. 그 와중에 적을 기습해 

적장의 목을 베어오지만 누구의 목이 적장의 목인지를 가지고 서로 공을 다투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고

오다측에 항복을 교섭시키기 위해 사자로 보내려던 승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무라시게는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일련의 사건의 원인과 앞으로의 해결책을 간베에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간베에의 기발한 계책을 제안받지만 무라시게는 거기서 몰랐던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일본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어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상의 얘기가 아닌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서 훨씬 사실감을 높인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일본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격동의 시기의 한 장면을 잘 그려낸 것 같다.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는데 모들 걸 다 꿰뚫어 보는 탐정 역할을 간베에가 하고 간베에의

힌트를 바탕으로 무라시게가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라 할 수 있었다. 배신이 난무하는 피 비린내 나는 

시절에 무사로서의 명예도 생각해야 했던 사람들의 얘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는데 잔인한 오다

노부나가와는 반대로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원한을 사게 된

무라시게의 고군분투와 지하감옥에 갇혀서도 모든 걸 내다보던 간베에의 놀라운 지혜, 그리고 나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얘기가 잘 버무려진 작품이었다. 마지막의 반전까지 살벌한 

시대에도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미스터리 역사소설 형식으로 잘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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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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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영미나 유럽에 못지 않은 미스터리 강국이라 여전히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별 작가들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흑사관 살인사건' 등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 작품들을

소개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로도 여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추리소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 아닌 일본문학 컬렉션의 세 번째 책인 이 책에선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과연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총 다섯 작가의 일곱 작품이 실려 있는데 첫 타자는 역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했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악마의 문장'밖에 읽어보지 않아 아직 뭐라 평하긴

부족한데 이 책에서 'D언덕의 살인 사건'과 '심리 테스트'란 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란포의 페르소나

명탐정 아케치가 두 작품 다 등장하는데 'D언덕의 살인 사건'에선 거의 밀실상태에 가까운 헌책방에서

안주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나온다. 화자는 아케치를 범인으로 몰지만 의외의 진실이 드러난다. '심리

테스트'는 범인을 처음부터 밝히면서 범인의 완전범죄 계획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는데 처음 설정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켰다. 일본의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아내 죽이는 법'과 '비밀'의 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내 죽이는 법'은

비슷한 제목의 어떤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안 틀키고 아내를 죽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던 한 남자의 추악한 모습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렸다. '비밀'은 여자로 분장하고 다니는 걸 즐기던

남자가 예전의 만났던 여자와 재회하면서 묘한 관계를 이어가다가 그야말로 '비밀'을 밝혀내면서 흥미를

잃게 되는 얘기를 들려준다.


'인간 실격' 등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범인'은 사랑하는 여자와 살 방을 구하기 위해 누나한테

돈을 빌리러 갔다가 끔찍한 짓을 저지른 남자의 방황을 보여주는데 마지막 결말이 좀 허탈해지게 

만들었다. '벚꽃이 만발한 숲에서'는 한 산적의 얘기인데 너무 예쁜 여자를 보자 남편을 죽이고 그녀를

아내로 삼지만 그녀의 끔찍한 요구들을 들어주면서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머리 놀이를 즐기는

여자의 고약한 취미가 좀 섬뜩한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등장하는데

'도련님'을 읽어봤지만 이 책에 실린 '불길한 소리'는 분위기만 잔뜩 조성해놓고 마지막 마무리는 조금

싱거운 작품이었다. 이렇게 일본의 20세기 초 미스터리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는데 전형적인

미스터리 작품도 있고 좀 변형된 스타일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전문이

아닌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다 보니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인 게 아닌가 싶은데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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