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 감동하다 - 세계에 자랑해도 좋을 감동의 역사를 읽는다!
원유상 지음 / 좋은날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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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 관련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늘 답답하고 화날 때가 많았는데

왜 항상 우리는 강대국들의 침략을 당하고 고통을 받으며

약자로서 살아와야 했을까 하는 점이 늘 맘에 안 들었다.

듣기 좋은 말로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고 위안하지만

최소한 자기는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그런 한국사 속에서도 감동적인 얘기를 담아냈다고 해서

과연 어떤 얘기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우리의 문화유산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세계적인 유물들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지와 경주 유적지는 우리가 세계의 40퍼센트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유적지들임에도 정작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몽고의 침략으로 지금은 사라진 황룡사 9층목탑도 나라를 지키려는 신라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고,

수학과 과학을 품은 위대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석굴암 등을 보면

외세의 침략으로 훌륭한 유산들이 훼손되어 아쉬움을 주었다.

직지심체요절과 팔만대장경을 보면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먼지에 묻힌 채 방치

되어 있었는데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도 찾아내 반환받는데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분들의 업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도 6. 25. 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하려는 공군의 폭격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미군의 폭격명령을 거부한 김영환 대령의 소신으로 이를 지켜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우리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은 한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소중한 우리말을 

어법에도 맞지 않게 파괴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물편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역사속 인물들을 소개한다.

당나라 대장군인 고선지는 서역까지 이름을 떨친 명장이었으며,

당시 동아시아 허브인 청해진에서 활약한 장보고는 그래도 지명도가 있는 인물들이지만

일본에 성리학을 전해 준 강항은 낯선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여의사였던 박에스더는 '역사e 2'에서, 

일가가 독립운동을 위해 전재산과 목숨을 바친 이희영 집안의 얘기는 '역사e 1'을 미리 만나봤기에

생소하진 않았는데, 이 외에도 헤이그특사 3인의 활약상이나 난봉꾼이라 불리는 것을 마다않았던

김용환 등을 보면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의 사연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그들의 가족과 후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보낸 안창호의 편지나, 안중근에게 보낸 어머니의 편지를 보면 정말 독립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든 삶을 살았을지 그대로 느껴졌는데 나라를 구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한심할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국제시장'으로 잘 알게 된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의 땀과 눈물은 

한국 경제성장의 큰 밑거름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우리에게 자랑스런 문화유산과 가슴 뭉클하게 하는 사연을 가진 훌륭한 인물들이

많음에도 너무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피해자 노릇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곤 하는데

일본이나 중국처럼 역사를 왜곡하진 않아도 역사속 자랑스런 인물과

유물들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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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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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한동안 평화를 누리던 조선을 완전히 뒤흔든 일대 사건으로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조선시대를 전기와 후기로 나눌 정도의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고 구사일생으로 겨우 나라를 지켜낸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전쟁이었지만 이 책의 저자인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국정을 이끈 주역으로 참혹했던 전쟁을 반성하고

다시는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후세들이 경계하여 후환을 대비하도록 이 책을 썼다.

마침 드라마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인지라 과연 징비록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징비록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전쟁 징후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쟁이 끝날 때까지

류성룡이 직접 보고 들은 걸 중심으로 임진왜란의 전모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정말 조선이란 나라의 왕과 대신들을 비롯한 권력층이

얼마나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무능하고 뻔뻔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일본은 조선의 정세를 꿰뚫고 있었던 것에 비해 통신사를 파견해 직접 일본의 상황을 보고도

서인인 정사 황윤길이 일본 침략을 예상한 반면 동인인 부사 김성길은 침략이 없을 거라며

의견대립이 있자 선조와 조정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안이하게 대응하고 만다.

그야말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적어도 무참히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 본격화된 당쟁이 결국 조선을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고 만다.

현재의 정치를 봐도 나라를 말아먹은 조선의 정쟁과 그리 다르지 않는데 여전히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을 답습하고 있는 모습은 어찌 보면 구제불능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아무 대책도 없고 준비도 없던 조선은 일본이 부산에 상륙한 이후 속수무책으로 패전을 거듭한다.

믿었던 신립마저 전혀 지형을 이용하지 못한 무능한 전술로 참패를 당하자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몰래 도망간다.

백성을 버리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야반도주하는 왕실과 조정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각종 수탈로 고통스런 삶을 살던 백성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나라와 임금에 대한

한줌의 희망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으니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 안 망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암튼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던 조선은 수군에서의 이순신의 맹활약과

전국 각지의 의병들의 분전, 명나라의 원군 등으로 인해 기사회생하게 된다.

여기서 류성룡의 인재 발탁이 빛을 발하게 되는데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한 게 조선의 운명에 결정적으로 작용을 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여전히 명나라만 쳐다 보며 한심한 작태를 일삼는다.

제해권을 장악하며 왜군의 진격을 저지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키고

균을 중용해 기껏 만들어놓은 수군 전력을 한 입에 다 털어넣질 않나

명나라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왜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순간을

빈번히 놓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분통이 터지는 장면들이었다.

외세에 휘둘리고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기 바쁜 파렴치한 인간들뿐인 상황인

조선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데,

처절한 고통과 수모를 뼈저리게 겪고도 전쟁이 끝나자 마자 언제 그랬느냔 듯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조선 왕실과 조정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임진왜란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후세가 참고하도록 하려 했으나 역사을 잊은 조선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결국 일본에 나라를 뺏기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다.

몇 사람이 아무리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 해도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우리가 수많은 대형참사를 당하고도 계속 되풀이하는 것도 근본적인 개혁과 뼈를 깎는 노력이

지속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 책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하며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금이나마 반성의 시간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류성룡은 분명 썩어빠진 조선 조정의 소금과 같은 존재였고

징비록은 그가 후세를 위해 남긴 보물과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징비록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주변 사정들까지 풀어내어 징비록에 담긴 소중한 교훈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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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화 -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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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은 오랜 세월 이웃 나라로 부대끼며 살아온 관계지만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그다지 원만한 관계에 있지 않다.

아무래도 과거에 안 좋았던 관계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전히 과거사와

영토분쟁 등으로 서로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서로 탓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늘 피해자 입장에서 일본이나 중국을 비난하곤 하지만 무조건 비난만 하고

그들과 안 좋은 관계로 지내는 건 우리에게도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일임은 자명하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감정적으로는 먼 두 나라와의 잘못된 인연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와

과연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이는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가

세 나라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한중일 삼국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나름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원형사관의 관점에서 한중일의 갈등이 시작된 시점을 663년의 백강 전투에서 찾고 있다.

사실 뜬금없이 백강전투를 거론해서 무슨 의미인지 좀 이해가 가진 않았는데

멸망한 백제의 부흥 전쟁으로만 알고 있던 백강 전투에는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당나라의 힘을 빌려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 연합군과 백제 왕실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백제를 부흥시키려는 잔존 세력의 한판 대결은 결국 나당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백제와 일본 세력은 한반도에서 완전히 축출되고 말았다.

결국 일본으로 쫓겨난 백제세력은 일본에서 새로 통일국가를 이루고

당나라와 신라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 된다.

이런 열등감과 원한이 일본인에게 무의식 중에 심어져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한중일은 초기조건부터 완전히 달랐다. 우리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공생을 지향했다면,

중국은 대동중화사상으로 어느 나라와도 융합하는 정신을 가졌고,

일본은 팔굉일우의 정신으로 정복하는 걸 지향했다.

이런 기본적인 차이가 모든 면에서 한중일 세 나라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분야들에서 한중일의 다른 면모를 비교 분석하여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세 나라 국민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 제목의 의미도 한중일 삼국의 성격을 확연히 드러냈는데,

풍류를 이상으로 삼고 신바람을 일으키며 인내천을 믿는 한민족과,

황하문명의 도전과 응전 속에서 문화를 닦고 홍수와도 같이 국력을 불리고 있는 중국,

화산열도에서 천재지변을 겪으면서도 불같이 국력을 상승시켜 온 일본을

각각 바람, 물, 불에 비유한 게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았다.

원칙에 집착하는 한국과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적인 중국, 대세순응형의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아웅다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동북아 삼국의 평화와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을 위해

한반도 영세중립,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공동체라는 황금의 삼위일체론을 제시한다.

그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이상적인 방안으로는

저자가 제시한 해법이 나름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문제는 한중일 삼국 사이에 이미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는 점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서로가 나쁘다는 식이어서 쉽게 풀리진 않을 것 같다.

비록 한중일 삼국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 원인과 삼국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록 저자가 한국인이라 한국 입장이 좀 더 반영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특히 과거사 관련해선 일본은 저자의 주장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름 객관적인 자료에

바탕해 한중일 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잘 분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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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 한국사 - 모든 역사를 꿰뚫는 10가지 프레임
구완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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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 학창시절부터 비교적 잘한 과목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기할 내용이 많아 기피하는 과목이었다.

심지어 수능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을 때 선택률이 엄청 하락했다는 애기를 들었는데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는 서글픈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문제는 역시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닌 

역사라는 커다란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사를 꿰뚫는 10가지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한국사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시대 구분', '지배층', '피지배층', '기술과 생산력', '토지와 조세', '사회와 문화', '종교',

'대외 관계', '전쟁', '인물'의 10가지 프레임은 주제별로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변천했는지 보여준다.

먼저 시대 구분은 서양 기준으론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라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선사시대와 초기 국가의 형성,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태동기, 근대, 현대로 좀 더 세분화하고 있다.

흔히 삼국시대를 고대로, 고려시대를 중세로, 조선시대를 근대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조선 전기를 근세, 조선 후기를 근대 태동기, 개항 이후-일제강점기를 근대로 구분해 조선 이후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기존 역사책과 확실히 다른 점은 왕조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지배층이란 주제에서도 시대별로 정권을 장악한 세력을 깔끔하게 정리해

역사의 흐름을 잘 꿰뚫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기존 역사서에서 소외되기 쉬운 피지배층을

별도로 다룬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기술과 생산력이나 토지와 조세 등 그렇게 비중이 있지 않았던 항목들을 따로 떼내어 시대별로

살펴보니 그 변천과정이 눈에 잘 들어왔는데, 기술발달에 따른 생산력 향상은 삶을 조금씩

나이지게 해줬지만 토지와 조세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각 테마마다 시대순으로 핵심만 찌르다 보니 이 한 권만으로 충분히 한국사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도표로 정리하거나 색깔로 핵심 내용을 강조하고

각 장마다 마지막에 다시 요약을 해놓아서 단시간에 역사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에 한국사의 주요 인물로 소서노를 시작으로 전태일까지 10명을 소개하는데,

조금 자의적으로 선정한 느낌이 들었다. 삼별초의 대몽항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시작되었다거나 김구가 '백의사'라는 극우단체의 각종 테러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생소한 얘기들도 접할 수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소서노나 전태일을 영웅의 반열에 올렸다는 점은 나름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예전 학창시절에 국사를 공부하던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국사 교과서 자체가 평면적인 시대순의 지식 나열로 구성되어 나무만 볼 수 있지

전체적인 숲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주요 항목별로 시대에 따른 변천과정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책 제목대로 한국사의 큰 줄기를 관통하는 맥을 잘 집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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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 500년 조선사를 움직인 27인의 조선왕,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파헤친다!
강현식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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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은 한국사를 기록한 대표적인 역사서로 조선시대의 정사를 풍부하게 담아낸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전통 역사서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콘텐츠에서 조선왕조실록내용을 비롯한 조선왕조의 주요 인물들과 사건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조선의 왕들과 주변 인물들을 분석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은 약한 아버지와 강한 아들의

전형이었는데, 태조 이성계는 새 왕조를 세워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이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의 양가감정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이란 새 왕조를 창업한 사람치곤 우유부단하달까 지지세력에 의해 마지못해 왕이 된

모양새라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일관되지 못한 그의 행동이 이를 충분히 입증했다.

다음으로 세조와 단종의 관계에 대해선 일반적인 해석과는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세조와 단종이 서로 대상관계에 있고,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악랄한 삼촌이기보단

왕권의 약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며, 비슷한 스타일인 태종이 왕권강화를 위해

친인척을 무자비하게 제거하고 수많은 후궁을 들인 것과 비교하면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세조와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었다.

 

희대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은 어머니인 폐비 윤씨의 죽음을 안 이후로 돌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선 그 단초가 된 연산군의 할머니 인수대비와 어머니 폐비윤씨의 고부갈등에

주목한다.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을 겪은 인수대비는 산전수전을 겪다 보니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어려운 반동형성의 상태였고, 폐비 윤씨는 자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성종으로

인해 경계선 성격이라 이들의 고부갈등이 결국 폐비 윤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자란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었다.

 

조선왕실의 또 한 명의 여장부 문정왕후도 왕실에 비극을 만든 인물이었다.

편집성 성격의 문정왕후는 전처의 자식인 인종을 괴롭혀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본 것처럼

독살하고 기어이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수렴청정을 한다.

문제는 자신의 친아들인 명종에게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점인데 너무 강한 어머니가 약한 아들을 괴롭히는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명종을 이어 방계승통으로 최초로 왕이 된 선조는 그야말로 열등감의 화신이었다.

후궁의 아들로 왕이 되다 보니 정통성이 약해 늘 열등감에 시달렸는데 자신마저 정비에게서

아들을 놓지 못하다 보니 임진왜란 때문에 마지못해 세자로 책봉한 광해군을 미워했다.

이런 아버지 때문에 늘 불안한 지위에 있던 광해군은 간신히 보위에 오르지만

자신도 선조가 뒤늦에 본 적자인 동생 영창대군에게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새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비해서

인조반정의 빌미를 주고 마는데 이후의 인조시대의 굴욕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광해군의

중립적 외교가 지속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인들의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서인정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의 국제정세를 전혀 모르고 명나라와의 의리만 찾던 서인세력은

결국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만다.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 인조는 이괄이 난까지 겪으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심지어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에게마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청나라의 신임을 받던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공식적으로 아들을 죽인 왕은 영조뿐이지만

인조도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버지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안한 지위에 있던 왕들과는 달리 원자로 태어나 왕권을 위협할 동생마저 없었던

숙종은 그야말로 절대군주가 된다. 그러면서 모든 걸 가질 수 있고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었던

숙종은 마음이 공허한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환국정치라 불리는 정권교체를 거듭했다.


조선시대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사건은

경종을 죽였다는 독살설에 시달렸던 영조의 억울함이 정신병에 시달렸던 사도세자를 죽인

비극적인 사건이었는데, 사실 경종을 죽인 노론의 배후에 영조가 있었음은 거의 기정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거라 영조가 억울하다고 발뺌하는 건 그다지 이해가 안 되지만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자 분노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바로 아들인 사도세자라는 게 비극 중의 비극이었다.

사도세자에 대한 평가는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진짜 억울한

건 사도세자가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며느리 민비의 권력투쟁은

의존적 성격의 고종의 우유부단함에도 큰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의 역사는 그래도 비교적 익숙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의 여러 왕들과

주변 인물들의 절묘한 심리학적인 분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니 조선왕들의 여러 행동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는데

왕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여 잘못을 저지른 왕이 많았다.

전에 읽었던 정사 중심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같은 책들과 비교하면 심리학이라는

신선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 책으로 조선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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