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고 시간탐험대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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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종종 시청하지만 솔직히 tvN의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본 적은 없다.

옛 시대로 달려가 그 시대의 삶을 그대로 살아보는 역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나름 신선한 발상에 기초한 역사 예능 프로그램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접 본 적은 없어 뭐라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프로그램의 내용을 짐작하자면

시청률이 높은 대박 프로그램이기보단 역사 교양 예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으로 읽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알찬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이 책에선 유배, 성균관, 왕과 내시의 3편으로 나눠서 7명의 출연자들이 당시 생활을 거의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17~18세기 조선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준다.

먼저 유배편에선 조선의 신분별 생활과 유배지에서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난다.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였지만 출생에 따른 신분도 어느 정도 변동가능성이 있었다.

한 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인줄 알았는데 부모가 양반이었어도 과거시험을 보지 않은

양반의 자제들은 3대 이후부터는 평민이 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유배를 가는 죄인이 사용하는 물품이나 경비 외에 유배 길에 동행하는 압송관이나

노비의 경비까지 모두 죄인 쪽에서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의외였다. 유배지에서 유배인이 어떻게

살았을까도 궁금했는데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보수주인이 있었다. 

유배인을 군식구로 책임져야 했던 보수주인의 대우에 따라 유배인들의 삶이 결정되었는데

자기 식구들 먹고 살기도 힘든 보수주인이 유배인을 제대로 챙기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유배인은 각종 노역은 물론 생계를 위해 동냥까지 했다고 하니

예전에 읽었던 '유배'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유배생활의 힘겨움이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

오늘날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성균관에서의 삶도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선배들의 군기잡기라 할 수 있는 신방례와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해서

성균관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입학해서도 과거에 급제할 때까지의 수험생활이 만만하지 않았다.

생원진사시로 당당하게 입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부금 입학이라 할 수 있는 사량기재생도

있었고, 성균관 유생의 신분을 얻지 못하고 성균관에서 업무를 보는 반인이란 존재도 성균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아무래도 조연이다 보니 그들 나름의 애환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왕과 내시 편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왕과 늘 그의 주변에서 시중드는 내시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줬는데, 왕의 삶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사실은 이미 '왕의 하루'라는 책을

충분히 확인했기에 오히려 내시의 삶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시가 되기 위해 거세하는 방법이나 유사시에 임금을 피신시키기 위해 업기 훈련이 중요했다는 사실,

궁궐 밖에서 가정을 이뤄 출퇴근 생활을 하는 일반인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는 점 등

그동안 내시에 대해 막연하게 잘못 알고 있던 여러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

보통 역사라고 하면 왕과 그 주변 인물들의 권력 투쟁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삶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선시대의 왕이나 양반들의 삶보다는 훨씬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위안을 하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실감나게 재현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에 갔다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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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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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에 대해선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다뤄서 특별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왠만한 내용들은 주워 들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의 왕들과 그들의 에피소드들은 나름 친근한 편인데 

이 책은 카카오스토리의 '5분 한국사 이야기'의 운영자인 저자가

조선 왕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선조까지를 다뤘던 상권에 이어

광해군부터 순종까지의 조선 후기의 왕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먼저 연산군과 함께 폐위된 왕이지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광해군은

명청 교체기의 혼란한 국제정세에 적절하게 대응한 중립외교를 통해 뛰어난 외교수완을 보였지만 

약한 정통성으로 인해 동생 영창대군을 죽이고 계모인 인목대비를 폐모하면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반대세력에게 반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후 인조가 청나라에 당한 굴욕과 대비되면서 그의 외교 능력 하나로 과대평가된 측면이 많은데

이 책에선 광해군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임금이 된 이후에는 대북에게 일방적으로 힘을 몰아주고

수많은 옥사와 대대적인 궁궐사업 등으로 민생을 파탄낸 실패한 임금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보위에 오른 인조는 정말 조선을 대표하는 무능한 임금이었다.

갑자기 왕이 되다 보니 준비도 안 되었고 정통성도 취약한 점이 있다는 핑계거리가 없진 않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이 전혀 없다 보니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고,

아들 소현세자에게 왕위를 빼앗길까봐 그를 독살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참으로 못난 군주였다.

형인 소현세자의 급사로 인조의 뒤를 잇게 된 현종은 보통 북벌로 유명하지만

이 책에선 그가 진정 북벌이 현실성 있다고 본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당시 다수파인 산당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슬로건이 바로 북벌이었을 뿐

효종은 실제 청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한 건 아니고 군사력 강화에 힘을 쓴 것뿐이라는 것이다.

현종은 존재감이 그다지 있지 않은 왕으로 서인과 남인 사이의 예송논쟁이 벌어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무익한 예법에 관한 당쟁을 나름 슬기롭게 주재한 임금으로 다뤄진다.

숙종은 장희빈과 얽힌 얘기로 친숙한 임금인데 환국정치로 서인과 남인을 들었다 놨다 해서

왕권을 자기 의지대로 휘두른 마지막 왕이라 할 수 있었다.

장희빈의 아들 정도로만 알려진 경종은 노론이 득세한 가운데 병약한 임금으로

결국 후사 없이 급사해 독살설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경종을 독살한 의혹을 받은 영조는 나름 조선 후기 정국을 안정시킨 치적이 있지만

보통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비정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취약한 정통성으로 인해 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심지어 아들마저 죽게 만들었다고

보는데, 이 책에선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는 달리 영조의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인해

사도세자가 정신질환이 생겨 정신병 환자나 하는 행동을 저질렀다고 보았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를 비롯해 이덕일이 '조선 왕 독살사건'에 독살 의혹을 제기했던 여러 왕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 책에선 대부분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선 한 쪽을 편들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역사를 보는 재미일 것 같다.

요즘 성군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조는 여러 업적도 있지만 안동 김씨 김조순을 사돈으로 맞으면서

이후 세도정치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는 결정적인 실책을 남겼다.

순조 이후는 세도정치와 망국으로 치닫는 조선의 부정적인 측면만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순조, 헌종, 철종 등 세도정치에 휘둘린 왕들도 악조건 속에서

나름 이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을 쳤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조선 후반기로 갈수록 왕권이 약화되어 노론이나 외척들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왕이어서 그 존재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왕과 신하가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는 시절에는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이뤄진 반면

일방이 독주하는 경우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백성들이 절망 속에 신음해야 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왕들의 다양한 면모를 잘 보여주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도 잘 담아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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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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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e 시리즈가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른 분야들을 테마로 한 후속 시리즈들이 계속 나왔는데

그 중에서 역사e 시리즈는 한국 역사 속에서 부각되지 못한 부분들을 발굴해내어

우리 역사 속의 몰랐던 얘기들을 들려주는 역할을 했다. 

나도 시리즈의 1권과 2권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역사 속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어

나름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4권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잊혀지다', '지켜내다', '기록하다'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라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국보의 지정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국보 제1호 재지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는데 현재 국보의 순번은

가치 순서가 아닌 단순히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물관리상 번호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일들도 애초에 심사숙고해서 정했으면 좋았을 건데 행정안일주의에 빠져

일제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영토였지만 이젠 러시아 영토가 되어 우리에겐 잊혀진 녹둔도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일제의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군함도는

과거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무기력한 현재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백성에겐 독약과 같았던 감귤진상제도의 폐해나 금수저를 물고 나와 갑질을 해대던

조선의 양반들의 변천사, 천대받던 판소리와 광대들의 우리 고유의 예술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담겨졌다.

 

'지켜내다'에선 일제 침탈로 망가진 경복궁의 복원과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청계천 복원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다. 청계천과 관련해선 영조가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인

준천(하천 준설)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무려 7년간 백성들의 의견수렴 등 소통의 기간을 가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요즘 치적용으로 졸속으로 이뤄져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각종 국책사업들을 시행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좀 본받아야 할 것 같았다.

비에 그의 청백함을 새삼스레 새긴다는 게 오히려 누가 된다고 해서 백비를 세워준

조선의 대표 청백리 박수량이나 최초의 태극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노론의 1당독재에 맞서 영남 유생들의 의견을 표출한 만인소 등 대략은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역사속의 얘기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몽골인들에게도 존경받는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이태준 선생이나

우리나라 어린이의 대부 방정환 선생의 얘기는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기록하다'에선 조선의 신문으로 시작하는데

오늘날의 관보와 유사한 조보에 얽힌 얘기들을 처음 알 수 있었다.

국모인 왕비가 되면 가문의 영광이라 쉽게 생각하겠지만 예상 외로 대부분의 양반가 집안에선

간택 준비에 드는 높은 경제적 부담과 외척이란 이유로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어서 금혼령에도 불구하고 딸의 나이를 속이거나 몰래 결혼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개항 무렵 조선의 지도나 초급 교육기관인 서당, 태아때부터 인간으로 존중한 태교문화,

여성을 위한 조리서와 생활백과서를 한글로 저술한 장계향과 이빙허각, 조선왕조실록의 바탕이

된 승정원일기까지 이 책엔 교과서에선 만나기 어려운 흥미로운 역사적 얘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전편들처럼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던 역사는 너무 단편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애환이나 삶의 지혜 등 역사 속에는 그야말로 보물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에도 그동안 관심을 제대로 가지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책이 대중들이 좀 더 역사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데

벌써 다음 편에는 어떤 알찬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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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4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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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TV에서 '역사저널 그 날'이란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는데

우리 역사 속 긴박했던 순간을 재조명하면서 패널들이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논박을 벌여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과 상당히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방송된 내용 중 조선시대의 분수령이 되었던 임진왜란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담고 있는데 총 7장에 걸쳐 임진왜란의 시작과 끝, 핵심인물인 이순신, 류성룡, 광해군을 집중조명한다.

 

먼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조신통신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나서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상반된 보고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본이 침략할 것이라는 서인인 황윤길과 그렇지 않다는 동인인 김성일의 주장에

동인인 서장관 허성은 오히려 서인인 황윤길의 주장에 동조하지만 선조는 김성일의 주장에 따른다.

흔히 김성일의 잘못된 상황인식이 임진왜란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김성일이 일본이 침략할 거라 주장했어도 아마 선조는 설마 그럴 수 있겠냐며 안이한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예나 지금이나 안전불감증에 만연한 건 민족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 건국 이후 제대로 된 전쟁을 한 적 없이 200년 동안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고

사림이 집권하면서 점점 현실과는 거리가 먼 탁상공론에 빠져들면서 위기가 잉태되고 있었다.

결국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하여 임진왜란이 시작되자 조선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일본군은 한반도에 상륙한 지 20일도 안 되어 한양에 입성한다.

전투 없이 그냥 가도 그 정도는 걸릴 시간인데 얼마나 조선의 방어가 무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임진왜란의 주범이랄까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선조는 무책임하게 자기 혼자 살겠다고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가는데 임진왜란 중에 선조가 하는 짓을 보면 정말 가관이라 할 수 있었다.

국정 책임자가 저 모양이니 나라가 쑥대밭이 된 건 어쩌면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이 그나마 조선군의 숨통을

틔어 주었는데 류성룡이 임진왜란 직전에 이순신을 전라좌수사에 파격적인 천거를 한 것은

그야말로 조선의 운명을 결정 지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왜란의 관계는 늘 헷갈리고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임진왜란이 1592년 발발 이후 1593년 명나라 원군의 도움으로 평양성을 탈환하여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4년간 강화교섭을 하지만 결렬되어

1597년에 일본군이 다시 침입한 게 바로 정유재란이었다.

이때도 교섭의 주체가 명나라와 일본이고 정작 조선이 배제된 채 조선땅과 볼모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으니 강대국들에게 치이는 신세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처절한 반성을 담은 류성룡의 '징비록'이나 전쟁 중 마지못해 세자에 책봉되었다가

전쟁 후 간신히 보위에 오른 광해군의 얘기까지 임진왜란의 발발 이전부터 종료 이후의

파란만장한 조선의 격동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잘 정리했다.

임진왜란이란 조선 일대의 사건을 보면 항상 위험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방심하다가 

막대한 인명손실을 입고도 지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하는

한심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역사 속 그날을 재조명해서

역사의 공과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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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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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삼국 사이의 역사논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늘 우리의 역사가 훼손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왜 우리 정부나 학계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만 드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중국과 일본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은 자기 역사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에 반해

우리는 오히려 축소, 비하하기 바쁘다는 사실이다.

보통 우리가 중국을 황제국으로 사대하고 조공을 바쳤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데 

조공이 단순히 약소국이 강대국에 상납하는 것만이 아닌 무역에 본질이 있음을 이 책은 잘 가르쳐준다.

아들이나 동생이 부모나 형에게 선물을 가지고 가면 받은 것 이상으로 바리바리 싸주는 게

미덕인 걸 생각하면 오히려 조공을 하는 쪽이 더 이득일 수 있었다.

이는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조공 횟수를 가지고 싸우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명나라가 도리어 조공 횟수를 줄이고 싶어 하고 조선은 늘리고 싶어했다는 사실만 봐도

단순히 조공을 약자가 강자에게 받치는 걸로 치부할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게 사대를 했던 것처럼 여진족이나 대마도 등에 사대를 받았음에도

이런 사실은 제대로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나 백제가 요서 지방을 점령했다는 사실,

해적하면 왜구만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우리 한민족 해적이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고

불교 외에 신선교가 전통 종교로서 번성했다는 사실도 우리 역사 교과서가 숨기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중화사상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교과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항상 조공을 받기만 했을 거라 생각되는 중국도 한나라 시절 흉노에게 조공을 받쳤다는 사실이나

한족 왕조보다 이민족 왕조가 더 많았음에도 티베트나 몽골 등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자기들 역사에

전부 편입시키는 황당한 전략과 의복, 선박, 수레, 농기구 등이 모두 중국에서 발명된 것처럼 과장하며

마치 중국이 모든 문영의 시초이자 중심인 것처럼 구는 것도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근대화의 선두 주자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자만심이 있다 보니

한반도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어 한다.

특히 백제가 멸망하면서 백제 유민들이 대거 일본 지배층에 흡수되어 일본 신국 건설에 이바지했음에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숨기는 건 물론 오히려 한반도의 일부를 식민지배했다고 주장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쇼군이 명나라 황제의 책봉을 받은 사실이나

임진왜란때 납치해 온 조선 도공의 도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 도약을 했다는 사실,

침략 전쟁을 정당방위로 포장하는 것까지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은 과장하는 경향은 어느 나라나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우리는 있는 사실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은폐, 축소하려 든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는 문헌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려 하지 않고

왜곡된 서술을 그대로 진실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역사를 기술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경향마저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기 역사를 포장하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자기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자기 스스로의 역사를 왜곡하는 실정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전부 옳다고는 단정할 순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학계나 정부의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은 한층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역사를 비하, 왜곡하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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