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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알면 보이는 것들 : 서울편
박혜진 지음 / 프로방스 / 2019년 2월
평점 :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보통 박물관이나 고궁, 사찰 등에 있는 문화재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에 운동
삼아 동네 산보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있는 소소한(?) 문화재들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모르기 마련인데 서울 시내에 소재한 여러 문화유산들을 시대별로 소개한
이 책을 보면 왠지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모르고 지낸 문화유산들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에선 서울 시내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들을 선사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총 10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여행 수기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서울이 수도였으니 당연히 서울에 문화유산이
많겠지만 그 이전에도 서울이 한반도의 핵심 요충지이다 보니 여러 국가들의 흔적이 많이 있었는데
암사동 선사유적지부터 얘기가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이미 발견되었지만 방치되고 있다가
1960년대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발굴 유물들을 국사 시간에 무조건 암기만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보니 각각의 용도와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고구려 시대 문화유산으로는 아차산 보루가 소개되는데 아차산에 고구려의
문화유산이 있는 줄은 몰랐다. 고구려의 최전성기인 장수왕 시절에 한성을 함락하고 아차산 일대에
보루를 축조했다고 하는데 1989년에 아차산 부근 사찰에서 불이 나면서 화재진압작업에 참여했던
향토사학자가 발견했다고 한다. 백제시대 문화유산으로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소개하는데 흔히
백제하면 공주와 부여만 생각하지만 공주와 부여가 백제의 수도였던 기간은 185년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 500여 년의 기간은 서울이 수도였으니 그동안 역사교육 등에 서울과 백제의 연관성을 너무
소홀히 대한 게 아닌가 싶다. '북성'인 풍납토성을 왕을 비롯한 귀족관료 등이 거주했고 '남성'인
몽촌토성은 왕과 귀족관료들이 피신할 수 있는 성으로 저자는 추측하는데 조선의 수도로만 생각했던
서울이 백제의 대부분 기간의 수도였단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신라와 관련해선 예상대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가 등장했는데 가장 멀게만 느껴지는 발해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발해관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동북공정으로 고조선, 고구려는 물론 발해역사까지 중국 지방정권으로 포함시키려
하는 역사왜곡이 진행되지만 발해 관련한 부분은 남북분단으로 제대로 연구도 되지 않고 있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통일신라시대도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고려시대는 집에서
가까운 낙성대를 언급하고 있어서 더 주의 깊게 봤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낙성대공원 안에 있는
안국사 등을 둘러봤는데 전시관 등에 많지 않은 강감찬 장군 관련한 자료들을 나름 잘 모아놓은 것
같았다. 조선시대는 역시나 경복궁을, 일제강점기는 서대문형무소, 마지막으로 현대사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을 보다 보니 경주나, 공주, 부여 등 지방에 있는 곳들만 문화재가
있는 게 아니라 서울만 제대로 둘러봐도 대한민국 반만년의 역사를 전부 훑어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저자가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 직접 소개한 곳들을 방문한 알콩달콩한 사연을 곁들여
우리 역사의 큰 줄기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 큰 부담없이 역사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낙성대는 직접 가봤는데 다른 곳들도 기회가 닿으면 역사여행을 떠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