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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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아졌다. 물론 아직까진 주로

특별전시 위주로 봐서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있는 수많은 유물들을 제대로 다 보지 못했지만 꾸준히

다니다 보면 소장 유물들을 대부분 관람할 날이 언젠가 올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가이드 없이 그냥 막

감상하다 보니 사실 제대로 작품들의 가치를 이해했다고는 하기 어렵다. 이 책은 요즘 열풍(?)인 한류의

기원을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1권에선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유물을 다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통일신라와 발해를 다룬 1층 좌측 라인의

전시실들은 다 둘러봤고 선사 시대부터 삼국 시대를 다룬 1층 우측 라인 전시실들은 얼마 전에 백제실만

봐서 이 책이 앞으로 가볼 전시실들의 유물 감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시대순으로 유물들이 등장하는데 첫 주자는 주먹도끼가 차지했다. 예전엔 타제석기니 마제석기니 하는

용어를 쓰다가 요즘에는 뗀석기, 간석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주먹도끼는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부위마다 자르기, 뚫기, 밀기의 기능을 갖춰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를 만했다. 빗살무늬토기는 이름 그대로 무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지만 역삼각형

구조로 모래밭에 쉽게 세울 수 있는 게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흔히 비파형 청동검으로 불리는 청동검은

우리 역사 최초의 양식성을 지닌 유물이라 할 수 있었고, 삼한 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는 단순화를 통해

표현되는 추상성으로 피카소까지 소환했다. 이렇게 우리의 대표적인 유물들을 조형과 미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여 그 의미를 부각시키니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유물들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고 유물 감상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다시 국사 공부를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무령왕릉 금관부터 백제의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얼마 전에 직접 본 

것들이라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봤다면 더 많은 걸 보고 느꼈을 것 같아 좀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에 다시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물관에서 봤던 백제 전돌은 벽돌이 아닌 보도.

블록이라고 해서 좀 놀랐는데 박물관의 설명에도 없던 내용이라 기존에 알던 지식을 새로 업데이트

해야 할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박물관에서 그냥 지나쳤을 유물들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형과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알아채지 못한 미학적 측면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저자가 유물들의 세부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줘서 좋았던 반면 실제 유물 사진이나 보관된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직접 찾아가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30개의 

대표 유물들을 통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고 유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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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는 조선사 - 아홉 가지 키워드로 보는 조선의 낯선 모습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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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인 조선사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어 웬만한 이야기는 낯설지가 않은데

이 책은 왕, 영웅, 정치인, 출세, 직업, 재테크, 전쟁, 역병, 음식의 9가지 키워드로 조금은 낯선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카페와 조선사의 조합이 저자는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굳이 제목에 '카페에서 읽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먼저 '왕'에선 세종, 세조, 정조, 철종을 다룬다. 조선왕조에 대해선 여러 책들로 충분히 접해 새삼스런

감도 없지 않았는데, 유교 정치가 원하는 이상적인 왕의 자질을 갖춘 왕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공부를

잘했던 세종이 왕이 될 수 있었던 반면 준비되지 않았던 세조는 쿠데타로 왕이 되긴 했지만 공신들의

등쌀과 횡포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챙겨야 해서 전국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계몽군주로

각광받는 정조에 대해선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논란의 독살설이 제기되지만 저자는 동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18세기 유럽에선 왕정 타도의 시기였다며 정조는 근대 개혁 군주로 보기 

어렵고 타도의 대상으로 영국의 찰스 1세나 프랑스의 루이 16세처럼 사형당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당시 서양의 시대변화에 맞게 조선에도 시민혁명이 일어났어야 한다는 좀 황당한 얘기라

우물에 가 숭늉 찾는 느낌이 드는 얘기였는데 저자 혼자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영웅'편에선 유성룡, 이순신, 의적, 임경업과 박씨 부인을 다루는데, 유성룡에 대해서도 치세에는 

간신이고 난세에는 영웅이었다는 마치 조조와 비슷한 평가를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순신에 대해선

여전히 부족한 평가를 받는다며 격찬을 하는데 그가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 질 싸움은 아예 하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의 조선 3대 의적(?)을 거쳐 조선 후기의 소설로

'국뽕 영웅'이 된 임경업과 박씨 부인의 얘기를 들려준다. '정치인'에선 한명회, 송시열, 김조순이

등장하는데, 훈구파의 두목격인 한명회에 대해서야 워낙 많이 다뤄져 친숙하다 보니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덕일이 노론의 두목(?)으로 보는 송시열에 대해선 이상 사회를 꿈꾼 고매한 학자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세도정치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조순에 대해선 조선 왕조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준 마지막 정치인이라는 의외의 평가를 내놓았다. 이렇게 기존에는 몰랐던 사실들이 계속 등장

하는데 과거 급제 평균 연령이 무려 40세였다고 하고, 조선 후기 당쟁에 대한 막연한 비판은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이 크다거나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급진적인 외교, 안보정책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전반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조선사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이 적지 않았는데

저자의 주장을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준 측면에선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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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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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는 만화로 조선왕조의 역사를 서술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워낙

유명해서 비록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명성만은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그린 '35년' 시리즈가 나온다기에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여전히 친일청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여기저기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의 35년 역사를 제대로

정리를 해놓았기를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1권은 1910년에서 1915년 사이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한일합방 이후 무단통치가 시작되는 시점의 

얘기여서 독립운동의 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먼저 프롤로그에서 '1910년대 전반,

세계는'을 통해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과 중국의 상황, 그리고 유럽 열강들의 갈등 속에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줘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혼돈의 상황임을 알려준다. 본격적인

내용은 '조선총독부', '식민지의 삶', '망명하는 사람들', '국내의 저항', '해외의 저항'의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식민지 시대 초기의 상황과 국내외 저항의 시작을 차례로 보여준다. 사실 일제 

강점기 부분은 학교 다닐 때 국사 시간에 그리 자세히 다뤄지진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책에선

일본이 어떻게 조선을 장악하여 통치를 해나갔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었고 친일 세력과 이에 맞선

저항 세력으로 누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가 상세히 수록되어 있었다. 조선땅에서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간도, 하와이 등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독립운동가들도 국내에서의 활동이 여의치 

않자 국외로 망명을 선택한다. 특히 일가족이 전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을 위해 망명한 이회영 일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는데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도 나중에

친일행적을 보였고, 한때 독립투사였던 자들 중에도 변절자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이승만의 행적이었다. 그동안 잘 몰랐던 박용만이란 인물이 하와이에 한인 사회를 자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았는데 신민회 사건 이후 마땅히 갈 데가 없던 이승만이 하와이에 나타자 온갖 분란을 

일으킨다. 하와이 한인 사회를 자기 뜻대로 주무르기 위해 갖은 공작을 벌이는 이승만을 박용만이 

그냥 방치하다가 결국 이승만이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데 독립운동가라고 하는 것보다 권력에 눈이 

먼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 인간이다 보니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어서도 권력에만 관심이 있었지 

나라를 제대로 세우는 거에 관심이 없어 친일 청산 등 중요한 과제들은 모두 물건너 가게 된 것 같다. 

암튼 식민지 시대 초창기를 다룬 이 책을 읽다 보니 일제 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부록으로 연표, 인명사전을 싣고 있는데, 인명사전에선 1권에 

등장한 인물들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로 거론된 인물들이 상당해서 

논란의 여지도 없지 않을 것 같았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일제 시대에 대해 만화로 친근하게 

설명을 해줘서 조선왕조실록 시리즈가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후속작들도 

기회가 된다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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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 - 태조에서 세종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1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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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은 예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쩌다 보곤 했는데 역사속 결정적인 장면들을 소환해

재구성해보면서 그 사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설정이 역사 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책으로는 전에 조선편 4권인 '임진왜란'를 봐서 기회가 되면 1권부터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1권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권에선 태조에서 세종까지 조선의 초창기를 다루면서 총 7번의 역사적인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먼저

첫 장면은 바로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정도전과 이성계가 만난 날을 꼽는다. 두 사람이

만난 때와 장소는 1383년 가을 함주(함흥)에 주둔하고 있던 이성계의 군막으로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가서 이뤄졌다. 당시 눈부신 전공으로 고려를 대표하는 무장 반열에 오른 이성계를 유배에서 돌아와

아직 관직도 없던 정도전이 찾아가 만난 그날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10년 후에 조선을 건국하게 된 초석이 된 결정적인 만남임에는 분명할 것 같다. 이후 조선 건국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성계가 실질적인 권력자가 된 위화도 회군도 중요한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

정도전에 비중을 두다 보니 이성계와 정도전의 만남이 선정된 것 같다. 다음 장면은 이성계가 500년 

조선왕조의 서막을 열던 날이 선정되었는데, 조선 국호의 선정과정과 관련해선 '회령'과 '조선' 중에서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정해주었다는 얘기가 빠진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고, 한양이 도읍지로 선정된

과정과 경복궁 등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의 정치 시스템의 목표가 백성들을 위한 정치에 있었음을 

잘 보여줬다. 다음으론 빼놓을 수 없는 왕자의 난이 등장한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이지만

푸대접을 받았던 이방원이 동생들과 정도전 등 개국공신들을 처단하면서 왕권 중심으로 나라의 기틀을 

확실히 세웠는데 이는 다음 사건인 세자 양녕을 폐위시키고 충녕을 세자로 삼는 것으로 이어지며 

조선의 화려한 전성기를 여는 결정적인 선택이 되었다. 다섯 번째 장면은 조금 의외라 할 수 있는 

대마도 정벌이 등장하고, 여섯 번째 장면은 세종이 집현전을 열면서 조선의 문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는 순간을 포착했다. 마지막 장면도 좀 생소한 1430년 첫 국민투표를 하던 날로 선정했는데,

토지에 대한 새로운 세법인 공법 제정을 두고 백성들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오늘날의 국민투표와

비슷한 여론조사를 했다니 벼락치기로 날림 입법과 정책 시행을 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한심한 

국회와 정부 모습과 대비되었다. 특별기획으로 '창덕궁 가는 날'을 부록처럼 싣고 있는데 전에 가봤던 

창덕궁에 얽힌 여러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 훈훈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TV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다 보니 기존 역사서들과는 사뭇 다른 설정들이어서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는데 기회가 되면 후속편들과도 조만간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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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왕이 사랑했지만 결코 왕비가 될 수 없었던 여인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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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역사와 관련한 콘텐츠들은 대부분 왕과 그 주변 인물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가끔 후궁

들이 주연급으로 등장하곤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여러 드라마로 이름을 떨친 장희빈이라 할 수 있는데

남존여비 사상이 철저했던 조선시대이다 보니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긴 힘든 구조에서 그나마 왕비도

아닌 후궁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왕자를 낳아 왕이 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알고 보니 작년에 읽었던 '비운의 왕세자들'

저자가 쓴 책이어서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조선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칠궁이라는 사당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칠궁에는 조선의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7명의 후궁들 신주가 모셔져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경종의 어머니 희빈 장씨를 비롯해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 순조의 어머니

수빈 박씨는 진짜 왕들의 어머니들이고, 추존왕인 원종(인조의 아버지)의 어머니 인빈 김씨, 진종(영조 

첫째 아들인 효장세자)의 어머니 정빈 이씨, 장조(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 영친왕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까지 총 7명의 후궁이 칠궁의 주인공이었는데, 정작 왕의 어머니인 광해군의 어머니 

공빈 김씨는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이곳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책에선 공빈 김씨를 1번 타자로 

왕의 어머니 대접을 해주었는데 광해군을 낳은 후 산후병으로 사망해서 아들이 왕이 되는 것도 폐위

되는 것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아들의 처지에 따라 죽은 후의 대접이 오락가락 했다. 다음 타자인 희빈

장씨야 워낙 유명한 인물이라 그다지 새로울 건 없고 궁녀 출신인 처음이자 마지막 왕비였는데 

숙종이 후궁이 왕비가 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무수리 출신으로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도 아들 덕에 죽고 나선 왕비 못지 않은 대접을 받았고, 순조의 어머니 수빈 박씨는 삼간택을 거친

인물이라 그런지 성품이 온화하였고 왕이 된 아들의 모습을 22년이나 지켜볼 수 있었다. 추존왕을 

낳은 어머니들은 아들이 실제 왕이 된 인물들은 아니어서 죽은 뒤에 아들이 왕으로 추존되면서 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는 친정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외면한 비정한 어머니이면서도 나중에 손자인 정조 덕에 죽고 나서라도 대접을 받으니 아이러니하다

할 수 있었다. 민비를 배신(?)하고 고종의 승은을 입어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어머니가 된

순헌황귀비 엄씨까지 칠궁에 모셔져 있는 후궁들과 그들의 아들들의 얘기가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죽고 나서 아무리 잘 대접을 해주는 것보다는 살아 있을 때 행복한 삶을 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후궁들은 그래도 아들이 왕이 되거나 손자 등 후손이 왕이 되는 

바람에 죽은 후엔 제대로 대접을 받았으니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후궁으로서의

애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왕비들에 비하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 아들이 왕이 되면서 죽고

나서 인생역전(?)을 이뤄낸 후궁들의 흥미진진한 역사 속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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