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왕릉실록 - 왕릉 스토리를 통해 읽는 역사의 숨소리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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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을 통일한 통일신라는 우리 역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 시기이다. 치열한 삼국 간의 다툼이 결국

외세의 힘을 빌린 신라에 의해 통일되면서 삼국 시절보다 오히려 한민족의 영토는 대폭 축소되었다.

이후 발해가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요원했다. 그나마 삼국이 하나로

통일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남남갈등이 극에 달한 것처럼 당시도 아마 서로

원수처럼 생각했을 듯하다. 암튼 통일신라 시대는 통일 이후 얼마 동안만 반짝하고 그 이후엔 골육상쟁의

피바람이 불면서 민생은 도탄에 빠졌던 시기라 알고 있는데 이 책은 통일신라 왕릉을 차례대로 답사하며

통일신라와 주변 국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기존에 '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비들' 등 주로 조선왕릉을 다룬 

책들을 접했다면 통일신라의 왕릉은 조금 낯설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31대 신문왕부터 56대 

경순왕까지 통일신라 시기의 왕릉을 직접 답사하면서 해당 왕 시기의 역사를 간략하게 들려준다. 나름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아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다 보니 통일신라시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임을 새삼 깨달았다. 특히 38대 원성왕부터 48대 경문왕까지 혈족끼리 죽고 죽이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지던 시기는 복잡한 족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웠는데 부록에서 이 시기의 왕실 계보도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를 해놓아 큰 도움이 되었다. 혈통의 정통성 유지라는 명분 하에 자행된 근친혼이

아이러니하게도 골육상쟁의 비극을 낳았으니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었다.

신라 왕들의 재위 시기에 대응하는 발해, 당, 일본의 왕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 동북아의 정세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경순왕릉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주 권역에 왕릉이 있는데 조선왕릉과

달리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외진 곳에 있는 왕릉들을 모두 답사한 저자의 열정도 대단한 것 같았다.

부록으로 삼국은 물론 가야, 발해, 당, 일본 왕실의 계보까지 수록하고 있어 여러 참조할 만한 자료가

많았다. 그동안 잘 몰랐던 통일신라시대의 역사를 왕릉을 중심으로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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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비들 - 왕비릉 답사를 통해 본 조선왕비열전
홍미숙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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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비운의 왕세자들'과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조선을 걷다'의 저자인 홍미숙

작가가 쓴 책이라 기대가 되었는데 이전 책들에서 조선왕조의 역사를 색다른 측면에서 접근한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이번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왕비릉 답사를 통해 본 조선왕비열전이라 할 수 

있는데 주연 역할을 하는 조선 왕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조선 왕비들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다룰지 궁금했다.


저자는 조선 왕실 가족 무덤 120기 중 북한에 있는 2기(제릉, 후릉)를 제외한 모든 곳을 답사한 후 

이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선 조선의 왕비 41명(폐비 3명 포함, 잠시 왕비가 되었다가 최종 빈으로 죽은 

장희빈 제외)의 능을 중심으로 얘기를 펼친다. 크게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비들과 왕 곁에 잠든 왕비

들로 나누고 있는데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비가 13명, 잠든 왕비가 48명이었다. 왕 순서, 원비, 계비

순으로 등장하는데 태조의 원비 신의왕후 한씨부터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비들이 먼저 등장한다. 

왕의 무덤이 홀로 있는 경우가 태조, 단종, 중종의 세 명인데 태조의 경우 태종이 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인 정릉을 이장하면서까지 태조를 홀로 모셨다. 왕비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왕과

왕비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왕과 한 명의 왕비가 같이 묻힌 경우가 많았다. 왕

곁의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대부분 왕비의 아들이 왕이 된 경우였는데 성종의 제2계비 정현왕후

윤씨는 아들 중종이 왕이 되며 성종 곁을 독차지한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악비로 악명을 떨친 문정왕후 

윤씨는 아들 명종이 왕이 되었고 심지어 자신이 중종 곁에 잠들기 위해 제1계비 장경왕후 윤씨(인종의

어머니) 옆에 묻힌 중종의 정릉을 천장까지 했지만 결국은 태릉에 혼자 잠들게 되었다. 왕의 원비에

비해 계비가 왕 곁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고 후궁은 아무리 총애를 받았어도 죽고 나서는 왕 곁에 잠들 

수 없었다. 현종처럼 오직 다른 왕비나 후궁 없이 명성왕후 김씨 한 명의 왕비만 둔 경우도 있고 성종,

중종, 숙종은 왕비만 세 명을 두었다. 조선 왕비 중 폐비 경력이 있는 왕비가 무려 11명이나 되는 등

(그중 7명만 복위가 되고 성종의 폐비 윤씨와 연산군, 광해군의 부인, 장희빈은 복위되지 못함) 왕비는

아들을 낳아 왕을 만드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삶을 살았고 명성왕후 민씨처럼 일제에 의해 살해되는

참혹한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 왕만 중심으로 조선 역사를 살펴봤다면 이 책을 통해 왕비의 관점에서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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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2 - 문종에서 연산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2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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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우리 역사 속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해 상세히

탐구하는 방식이라 그동안 잘 몰랐던 측면들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았다.

방송으로 못 본 걸 책으로 뒤늦게나마 조금씩 보충하고 있는데 1편4편은 이미 보았고 이번에 문종

에서 연산군까지 다루는 2편을 보았다.


이 책에선 총 7장면을 골랐는데 먼저 세자빈 권씨가 단종을 낳고 죽던 날로 시작한다. 조선 건국 후

세종에 이르기까지 일찌감치 나라가 반석에 올랐고 처음으로 적장자인 문종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조선의 앞날은 더욱 기대되었다. 문무를 겸비한 문종이 세종을 이어 태평성대를 이어갈 거라 믿었지만

문종에게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여자 문제였다. 보통은 왕이나 세자가 여자를 너무 밝혀서(?) 문제가

되곤 하는데 문종의 처음과 두 번째 세자빈들은 주술과 동성애로 쫓겨나는 사달이 난다. 겨우 세 번째

세자빈 권씨에게서 단종을 얻지만 단종은 바로 엄마를 잃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문종이 일찍

죽으면서 비극이 시작되는데 계유정난이 일어난 그날 밤을 생각해보면 김종서 한 명만 없애버리니

단종 정권이 어처구니없이 금새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정권을 차지한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

건 시간 문제였는데 성삼문 등이 수양대군의 쿠데타에는 찬성했으나 수양대군이 왕까지 되자 단종

복위 운동을 계획하지만 배신자로 인해 발각되면서 단종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이렇게 왕위를 찬탈한

세조와 공신들은 그야말로 혈맹관계가 된다. 한편 이시애의 난을 진압한 남이 장군은 20대에 병조판서가

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하지만 남이를 총애하던 세조가 죽고 예종이 왕이 되자 유자광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내몰려 죽게 되는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게 된다. 성종 시대에 가장 극적인 순간은 인수대비가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려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던 장면이다. 결국 연산군이 생모의 비극을 알게

되면서 다시 피바람이 불게 된다. 이렇게 문종부터 연산군까지의 중요한 역사속 순간들을 살펴보았는데

마지막에 특별기회으로 '조선 왕릉의 비밀'까지 수록하고 있어 조선시대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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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들은 왜? - 조선 왕들의 뜻밖의 행동 뒤에 숨겨진 의문과 진실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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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한 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의 책은

'에로틱 조선'이란 책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가장 전문이라 할 수 있는 조선왕조의 왕들 얘기로

돌아왔다. 조선 왕들에 대해선 그동안 다양한 책들을 통해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만나봤었는데 이

책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이 책은 태조부터 차례대로 조선 왕들의 행적 속에 남아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데 총

65개의 흥미로운 물음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먼저 이성계가 명나라에 국호를 조선과

화령 중에 정해달라고 한 것은 소국으로서 대국인 명나라에 사대 관계를 충실히 지키고 섬길 뜻을 보여

왕조를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막내 방석을 세자로 세운 것은 당연히 둘째 부인 강씨의 영향이라 할 수

있었는데 장남인 방우가 일찍 죽은 줄로만 알았더니 이성계의 요동 정벌을 반역행위라 생각하고 연을

끊고 잠적해버렸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강씨가 죽은 후에야 이방원이 용상을 탐을 낼 수 

있었다는 점도 제대로 몰랐던 사실이다. 정종이 불노라는 아들을 두고 원자로 정하기까지 했다가 이방원

일파가 분노하자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했다는 얘기는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태종은 처가나 사돈

집안을 살육하여 왕권을 강화한 것으로 유명한데 처가를 몰락시킨 계기는 후궁을 여럿 두는 문제로

왕비인 민씨와의 부부싸움에서 시작된 것이고 양녕대군이 폐위에 이르게 된 것은 사춘기였던 양녕대군이

부모의 불화와 아버지가 외가를 몰락시키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하자 태종이

이를 알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태종이 세종에게 일찍 왕위를 넘긴 이유는 종기로

인한 중풍 때문이었고 태종이 세종의 처가를 역적으로 풍비박산 내고도 세종의 처 소헌왕후를 쫓아내지

못한 것은 안평대군을 낳은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 세종이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이렇게 대략은 알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몰랐던 얘기들을 많이 소개하는데 세종이 며느리를 네 명이나

쫓아낸 거나 세조가 어머니 소헌왕후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궁궐 밖에서 보냈다는 점, 인수대비가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를 쫓아내는 데 앞장선 것이 자신이 대비가 되기 위해 자성대비(세조의 처)

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등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다. 희대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이 삼년상

금지법이란 현실적인 법을 시행했다는 점, 악녀로 이미지가 고착된 장희빈과 그와 대비되어 천사로

그려진 인현왕후의 모습은 소설 속 허구에 불과하고 장희빈이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점 등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조선 왕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알 수 있어 조선 왕들의 진면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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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 사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산책기
이재영 지음, 국립중앙박물관 감수 / 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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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수시로 방문을 하다 보니 전체 전시실을 한 번씩은

모두 관람을 했는데 독학(?)으로 관람을 하다 보니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책을 만나고 싶었는데 왠지 이 책이 제격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알고 보니 소장품들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단 소장품들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담은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었다.


과연 어떤 유물들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했는데 첫 번째 주자는 신라실에 있는 국보

제193호인 봉수모양 유리병이었다. 다른 전시에 차출되는 바람에 나도 삼고초려 이상을 해서야 겨우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이색적인 빛깔의 유리병으로 신라의 국제교류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화실은 전시품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어 아직 못 본 작품이 많은데 남계우의 '꽃과 나비'나 전 

김홍도 필 평안감사향연도 등은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딱히 체계적으로 등장 순서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구석기실에 있는 주먹도끼나 신석기실의 빗살무늬 토기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도

다루고 국내 최다 국내 소유처 답게 국보 제175호인 백자 상감 연꽃 넝쿨무늬 대접, 제167호인 청자

신선모양 주자, 국보 제260호 분청사기 박지 철채 모란무늬 자라병 등도 등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워낙 방대하고 뛰어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보니 모든 작품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유명

작품들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의외로 내가 봤는지조차 긴가민가하는

유물들도 등장시켜 좀 당황스러웠다. '황비창천' 글자가 있는 거울이나 청동 방울, 휴대용 묵호와 붓,

백자 청화 철제 산모양 연적, 집모양 토기 등이 여기에 해당했는데 국보나 보물 등 지정문화재나 유명

화가의 그림 등만 선호하다 보니 일상생활 유물들은 좀 소홀히 생각해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

같아 민망스러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유물이라 할 수 있는 반가사유상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을 무수히 드나들었지만 각 유물들의 작품성이나 가치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

책의 저자처럼 자신의 삶과 연관시켜 감상에 빠져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음부터 박물관에 갈 때엔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시선으로 유물들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놓쳤던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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