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불편한 돈의 교양 -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살기 위한 리스타트 이코노믹스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 / 청림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이 전부라고 하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돈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보니 다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실상

돈의 흐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냥 눈 앞에 보이는 돈만 쫓다 살다 보니 제대로 돈을

벌고 쓰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책은 누적 1억 다운로드의 인기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의 PD와 패널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해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경제 상식들을

자세히 가르쳐준다. 

 

총 13편의 얘기가 담겨 있는데 그동안 몰랐던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들이 이 책에 많이 실려 있었다.

먼저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다고 하는데도 우리가 왜 사는 게 힘든 건지, 비슷한 소득 수준의 스페인 사람들보다 불행한 건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데, 전체 GNI에서 기업이나 정부가 차지하는 몫을

빼고 개인들의 몫이 2017년 기준 56%에 불과하다고 얘기한다. 미국 79%를 비롯해 소위 선진국이란 나라들은 보통 70%대,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도 63%, 비교 대상인 스페인이 64.5%라고 하니 

소득수준이 비슷해도 당연히 개인의 삶의 질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빠름의

성공신화에서 벗어나 거북이보다 느리지만 상호간의 신뢰로 살아남는 나무늘보처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자고 하지만 최근의 사태를 보면 한국에서 사회적 신뢰를 갖는 건 아직 너무 요원한 일인 것

같다. 6000년 동안 인류가 진리라고 생각해왔던 쟁기질이 사실은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땅의 생산력을 떨어뜨리며, 오히려 쟁기질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게 잡초가 덜 생김에도 글로벌 

화학기업의 공세로 제초제를 뿌리는 걸 당연시한다고 하니 뭐든지 당연하게 생각하면 오산인 것

같다. 그 밖에 호갱이 되지 않는 법, 창업과 관련한 정보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바이오와 

량 공유 등 다양한 화두를 접할 수 있어서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흔히 먹는 것과 관련해선

국산이 무조건 좋은 거라고 착각을 하는데 한약재의 경우 중국산 등이 더 좋은 품질일 수 있는 등

막연히 수입에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의류 업체의 꼼수를 이기는 14가지 방법이나 보험과 관련한 정보들은 정말 실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지식들이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에 노동이나 교육 관련한 얘기는 책 제목과는 약간 거리가 먼 주제들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모르고 살았던 실속 있는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대로 모르면 불편한 정도가 아닌 호갱 노릇하며 자기가 번 피같은 돈이 줄줄 샌다는 걸

제대로 알려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더십의 법칙 2.0
존 C. 맥스웰 지음, 정성묵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 생활을 하면서 직장 내 지위가 조금씩 올라가게 되면 저절로 리더십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듣게

되고 스스로도 리더십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자신이 꼭 최고 자리에 있는 경영자나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부하 직원을 둔 상사 입장이 되면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리더로 비칠지 신경이 쓰이게 되는데, 시중에 리더십에 대한 책들이 무수히

많은 관계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선택하기도 쉽지 않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이 25년 전에 출간했던 베스트셀러 '리더십의 법칙'을 새롭게 개정증보판으로 내놓은 이 책이

리더십이 뭔지를 제대로 가르쳐줄 것 같았다. 

 

이 책에선 리더십과 관련해 총 3파트로 나눠서 10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먼저 영향력의 법칙과 관련해

리더십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신이 '타고난 리더'가 아니기 때문에

남들을 이끌 수 없고, 지위와 나이, 업무 경험이 저절로 자신을 리더로 만들어 줄 것이며, 지위를

얻은 뒤에 리더십을 계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가정이 결국 자신이 좋은 리더가 되는 걸 원천봉쇄하고 마는데 저자는 의식적으로 리더십을 계발해야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얘기힌다. 리더십은 곧 영향력이며 영향력이 진정한 리더십의 출발점임을 강조하면서 영향력이 다섯

단계를 걸쳐 발전할 수 있다는 아래와 같은 '5단계 리더십'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단계인 '직위'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에 안주하곤 하는데 이 단계에선 사람들이

딱 '의무'만큼만 따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렵다. 한 단계씩 단계를 밟아나가

5단계에 이르면 리더의 인격과 가치관 때문에 그를 존경하여 따르는, 리더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상태에 도달하는데 저자는 5단계의 리더로 비즈니스 분야에선 잭 웰치, 정치 분야에선 넬슨 만델라,

사회 운동 분야에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예술과 공학 분야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교육과

철학 분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들고 있다. 이후 '우선순위의 법칙', '인격의 법칙', '변화의

법칙', '문제해결의 법칙', '태도의 법칙', '섬김의 법칙', '비전의 법칙', '자기훈련의 법칙', '성장의

법칙'까지 총 10가지 법칙을 풍부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리더십을 실질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전에도 여러 리더십 관련한 책들을 읽어봤지만 좀 상투적인 내용의

뜬구름 잡기식 내용을 담고 있어 읽는 동안은 나름 수긍이 갔지만 금방 머리 속에서 지워지곤 했는데

이 책은 각 장마다 앞에 설명한 내용을 압축해서 정리까지 해줘서 그나마 체계적인 리더십 계발을

위한 바이블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만했다. 문제는 이 책에서 가르쳐준 리더십 계발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생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리더십을 갖추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인데 5단계까지 가기엔 정말 멀고 힘든 길이겠지만 이 책에서 알려준

10가지 리더십 법칙을 토대로 꾸준히 뚜벅뚜벅 리더십 계발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5단계에

이를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 앞을 내다보는 선택을 하는 법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프런티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처럼 하루하루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다보면 한 치 앞도 내다보기가 쉽지 않아 미래에 있을 일들을

결정하기는 정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안 그래도 결정장애(?)가 있어 뭔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마다 누가 대신 결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인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나같은 사람에게

딱 좋은 비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존슨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원더랜드'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 이 책에서도

뭔가 신선한 얘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먼저 프롤로그에선 콜렉트 폰드를 매립하는 잘못된 결정을 한 사례로 얘기를 시작한다. 콜렉트

폰드를 매립하지 않고 공원으로 보존했다면 세계적인 도심공원이 되었겠지만 결정을 하는 당시엔

소수의 투기꾼들이 맨해튼의 미래와 성장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아 결국 악수를 두고 말았다.

다윈이 결혼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위해 결혼의 장단점 열거한 비교표를 만들어 결혼을 결심했다는

얘기에서 등장한 장단점 비교표는 현재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여기에 가중치를

부여해 관련된 항목을 지워가는 프랭클린의 '균형 잡기' 기법이 좀 더 좋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성급함은 금물인데,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지만, 중대한 결정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응답이 아닌 신중한 생각이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내 사살하는 과정

에서의 어려운 결정 과정이 소개되는데, 수수께끼 같은 복합 주택 안에 누가 살고 있는지에 관한 결정과

어떻게 그 건물에 침투해 빈 라덴을 생포 또는 사살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의 과정에서 확산 단계와

합의 단계를 거쳤음을 보여준다. 확산 단계의 주된 목표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도록 고안된

탐색 작업을 통해 최대한 많은 관점과 변수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결정 집단은 선택 범위를

좁혀가며 올바른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합리적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은데, 선택 가능한 모든 대안이 완전히 파악되어야 하고, 각 대안의 결과를

완벽히 알거나 완벽히 계산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의사결정자가 각 결과의 현재 및 미래 가치를

확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들이 잡다하고 이질적이더라도 효용이란 일관적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네 가지 요건을 완벽히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스티븐

존슨은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변수와 가능한 모든 방향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지도를 작성'하는

단계와 관련된 변수들을 고려하며 그 하나하나의 방향이 지향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단계, 궁극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다양한 결과를 비교하고 검토하며 하나의 방향을 '결정'하는 3단계의 전략을 제시한다.

각 단계별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좀 추상적인 면도 없진 않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 워 게임, 앙상블 시뮬레이션, 사전부검 등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줘서 실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사회적 결정과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개인적 결정의 방법까지 그동안 어떤

책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에 관해 풍부한 사례와 체계적인

설명으로 무턱대고 직관과 감정이 가는 대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과 조직들에게 중요한 지침을 제공해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독서 - 한 권으로 끝내는 직장인 필독서 32
김효주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름 열심히 책을 읽는 편이지만 읽어야 하는 책은 너무 많고 계속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소화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이럴 때는 한 권으로 여러 권을 읽는 효과가 있는

책들에 눈이 가게 되는데 직장인의 필독서 32권을 한 권의 책으로 끝낼 수 있다는 이 책의 소개 문구가

확 와닿았다. 사실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으려고 하지만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기는 그리 쉽지 않은데 과연 이 책에서 소개하는 32권이 어떤 책들일지 기대가 되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내가 읽은 책을 몇 권이나 다루는지 여부인데 32권 중에

내가 읽은 책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포지셔닝', '드라이브',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블링크', '다윗과 골리앗', '아웃라이어', '넛지'까지 총 8권이었다. '상식 밖의 경제학'도 왠지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서평이 없는 걸 보니 안 읽었나 보다. 그동안 본 책이 많다 보니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은 책들은 읽었는지, 집에 있는지도 가물가물할 때가 있는데 그런 착각에 빠질 때마다

책을 왜 읽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암튼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 무려 4권이나 실려 있는 덕분에(이 책의 저자도 상당히 편애를 하는 듯ㅎ) 반가운 얼굴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저자는 초급, 중급, 고급의 3단계로 책들을 분류하면서 직장 생활 내내 일상적으로

쓰일 실무 개념을 다룰 때 도움이 될 책은 초급으로, 관리 업무를 하거나 실무와 관리를 동시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들은 중급으로, 더 깊이 있게 고민하면 좋을 작가나 서로 상충되는 개념을

비교하기 위한 책들은 고급으로 분류했다. 일의 벽을 뛰어넘는 초급 책으로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비폭력대화', '성공하는 사람들의 보고습관', '맥킨지식 사과와 기술' 등 9권이 소개되는데

말 그대로 직장 및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협상이나 의사소통, 보고, 체크리스트 등을 다룬

책들이 등장했다. 각 책마다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잘난 척 포인트'라고

책의 원제나 저자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굳이 '잘난 척'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은

티를 내는 적절한 기술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책마다의 전체적인 구성과 그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요약하고 있는데 그 책을 직접 읽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이런 요약서를 통해서도

간접체험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중급 책으로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기브앤테이크',

'효율적 이타주의자', '그릿' 등 10권을, 나를 넘어서는 고급 책으로는 말콤 글래드웰의 4권을 비롯해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탤런트 코드' 등 13권이 수록되어 있는데 피날레를 장식하는 책이 

내 또래 남자들이 열광했던 '슬램덩크'여서 저자와의 상당한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게임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아이템인 '슈퍼 버섯'에 비유했는데, 비록

요약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말 그대로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얻게 되었지만 잘 몰랐던 책들을 소개받으면서 언젠가는 꼭 원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긍정적인 역할은 한 것 같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너무 쉬운 길로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분명 한 권의 책으로 여러 책의 핵심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 건 효율적이면서

기존에 읽었던 책들과는 복습과 정리의 시간을, 아직 안 읽은 책들과는 미리 맛보기를 통한 예습의

시간을 준 것 같다. 아직 못 본 책들과는 꼭 언젠가 제대로 된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수단은 엄청나지만 정작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정부를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들의 신뢰도는 갈수록 하락해 거의 바닥을

치는 수준이라 신뢰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인데 이 책에선 신뢰가 어떻게 진화해왔으며

앞으로의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진지한 고찰을 하고 있다.

 

먼저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를 크게 지역적 신뢰의 시대, 제도적 신뢰의 시대, 분산적 신뢰의

시대로 나누고 있다. 지역적 신뢰의 시대는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 살던 시대이고,

제도적 신뢰의 시대는 신뢰가 계약과 법정과 상표 형태로 작동해서 지역 공동체 안의 교환을 벗어나 조직화된 산업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구축된 일종의 중개인 신뢰의 시대를 말하며, 마지막으로

분산적 신뢰의 시대는 우리가 막 그 초기 단계를 살고 있는 현재인데 공유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이 바로

분산적 신뢰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분산적 신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신뢰의

중요성을 여러 사례를 통해 얘기하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가 중국의 오래된 문화인

'관시'를 깨뜨렸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준다.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에서 중국의 적나라한 '꽌시'

문화를 알게 되었는데 그런 '관시'도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뛰어넘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신뢰는 쌓기는 어려운데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비롯해 다양한 엘리트 집단에 대한 신뢰의 추락은 제도적 신뢰가 추락한

반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공통된 원인으로 책임의 불평등, 격리된 반향실, 엘리트와 권위자의

쇠퇴기를 들고 있다. 일부 엘리트 집단이 독점하던 신뢰가 분산된 분산적 신뢰의 시대가 가능한

세 가지 조건으로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신뢰, 플랫폼에 대한 신뢰, 타인이나 봇에 대한 신뢰를

제시하면서 각각에 대해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던 부분은 막연하게만 생각되는 신뢰라는 개념을 이렇게 논리와 체계를 갖춰 풍부한

사례들을 곁들여 설명해내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이었는데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중국의 시민점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모든 사람들의 신용점수를 매기겠다는 놀라운 발상은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단계지만 2020년

까지 의무화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등장이라 할 수 있었다.

웃기는 사실은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라면 국가의 통제와 감시로 난리가 났을 일임에도

중국인들은 시민점수에 따른 혜택에 눈이 멀어 오히려 이런 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혈안이라는 점이다. 인터넷 등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보면서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개인 정보가 일거수일투족 제공되고 노출된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은데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나 하는 신용평가를 정부에서 금융은 물론 모든 언행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니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여러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2020년 이후

중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는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 우리가 신뢰해야 할 대상 자체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비트코인 광풍이

지나가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 자체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대세가 되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과연 분산적 신뢰의 시대에 신뢰가 어떤 모습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막연하게만 생각되던 신뢰가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신뢰를 얻는 방법에 대한 자기계발서만 생각하다가 신뢰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흥미로운 사례들을 바탕으로 진지한 고찰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낸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