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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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천진시절이다. 책의 표지 역시 제목과 어울리게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화려한 색감의 귀여운 소품들로 디자인 되어있다. 그래서 천진난만한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상상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천진난만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그 시절을 회상하기만 했다면 이 이야기는 소설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헤어진 지 20년 만에 재회하게 된 상아정숙’. 이 둘은 1998년 중국의 천진에서 20대 초반의 시기를 함께 보낸 사이이다. 서툴지만 열정 가득했던 시절을 함께 보내고 헤어졌다가 20년이 지나 중년의 여성이 되었을 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상아가 회상하는 자신의 천진 시절과 그 시절의 사랑과 우정, 꿈은 마치 한 여름 밤과 같다. 땀이 매칠 정도로 뜨거웠지만 어쩌다가 바람이 불면 시원해지는 그런 시절. 중년이 된 지금에서 그 시절을 후회해도 변하는 것은 없음을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천진 시절은 더욱이 아득해지고 아련해지고 촉촉해진다.


나의 '천진 시절'은 언제일까. 

이미 지났을까 아님 아직 오지 않았을까. 

혹시 지금 내가 하고있는 고민들이 나의 천진 시절의 한 부분이 아닐까.

덕광에 출근한 지도 1년반이 되어가는데 무군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상태로라면 그에게서 더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갈마들 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 P152

나는 삶의 어떤 변화, 질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내 욕망이 정당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욕망은 꿈이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때는 두가지가 결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윟서 사는 삶이라면 오히려 춘란이나 미스 신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녀들은 욕망 앞에서 정직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 - P153

그것은 끝난 사랑에 예의를 표하는 진실한 고백이었다.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이제 안다. 무군, 그만큼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는 것을.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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