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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미스 엔, 이렇게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롭지 않아?❞
❝혼자 있는 사람이 외롭다는 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야.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어서 외로운 거야.❞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앞으로 찾아온 아빠. 아빠는 다짜고짜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에게 맡기란다. 아닌 밤 중 홍두깨 같은 소리!!! 그렇게 아빤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인 승지를 맡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빠와 이혼을 한 엄마 윤선은 승지를 보자마자 전투의지를 불태우며 아빠를 찾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아빠는 어디에도 없다. 윤선, 호은, 승지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부모의 이혼, 아빠의 재혼, 엄마는 연애 중. 호은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이복동생까지 얹혀진 상황. 마음은 어느 곳 하나 안주하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유한다. 처절한 외로움이 호은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보내야 했던 4년이란 시간, 외로움을 밥먹듯 삼켜야했다. 제대로 삼켜지지 않는 밥알이 입안에 계속 남아 호은을 성가시게 했다.
‘이따금 속수무책의 우울이 서커스 천막이 무너지듯’ 호은을 덮친다.
남의 집에 얹혀 살게 된 승지는 괜찮을까? 무심한 척, 쿨한 척 하지만 실은 상처받고 싶지 않은 처절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눈치를 봐 가며 일손을 보탠다. 하지만 호은은 몰랐다. 밤마다 이불을 들고 윤선의 방으로 몰래 들어가 잠을 청한다는 것을. 8개월 전에 죽은 엄마가 승지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엄마 윤선은 이혼을 하고 미술 학원을 차린 후 악착 같이 돈을 벌었다. 집을 마련해야 했다. 이혼한 여자가 혼자 집을 마련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야했을까?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하며 살았던 시간 동안 세상과 삶에 무지했던 윤선이 뚝!! 하고 떨어진 이상한 세속의 나라.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꿈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꿈에서 깨면 뭐가 달라져?”
"진짜 자기 집에 도착한 사람처럼, 삶에 대한 모든 부정들이 걷혀. 인간다운 의식주, 생계를 위해 하는 일, 타인과의 교제, 자기 역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방바닥을 닦고 유리창을 닦는 일, 밥을 끓이는 일, 세속적 조건 속에서 살기 위한 온갖 노력의 경건함을 알게 돼. 그게 핵심이야." p.161
윤선, 호은, 승지의 삶을 본다. 삶은 왜 이리 쉽지 않을까? 누구나 각자의 몫의 어려움이 있다. ‘저마다 건너야 할 인생의 강들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그 누구도 강을 대신 건너줄 수도, 어려움을 대신 짊어질 수도 없다. 그러니 그저 춥고 슬프고 어두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품어줘야 하지 않을까? 나도 당신도 스스로를 버티는 게 쉽지 않군요 하며 손 한번 잡아줄 일이다.
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소설이 18년 만에 부활했다. 절판된 책이 팬들의 바람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돌아오다니! 18년 전에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어땠을까. 시대를 많이 앞서간 작가님이셨다. 양귀자의 모순을 읽는 듯한 느낌. 인생 문장, 삶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이 많아 줄을 많이 그엇다. 재독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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