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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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고 밝은 둥근 달빛, 달빛을 받아 푸르게 반짝이는 나무들, 그리고 밤을 달리는 기차가 그려진

그림이었습니다.

'여행 드롭'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멋진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얼마전 목포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KTX의 의자에 몸을

기댄채 어두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에세이의 주제는 '여행'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은 가방을 이고매고 끌고 집밖을 나가지 않더라도

여행지에서 챙겨온 작은 기념품, 사진 몇장, 버리지 않고 넣어두었던 여행지의 입장권,

그런것으로도 충분히 여행을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특유의 시크하면서도

담백한 문체로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하긴 나도 책 표지를 보면서 목포 여행을 떠올렸으니 시공간을 초월하여 떠날 수 있는

여행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보면 여행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살짝 고독함을 느낍니다.

여행전의 기대와 설레임을 여행지에서 하얗게 불태우고 영혼이 좀 털린듯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솔직히 좀 우울한 일이기도 하죠.

마치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마냥 목포여행에서 돌아오는 밤 KTX안에서 혼자만의

고독과 외로움을 음미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도 '밤의 신간센은 외롭죠'라는 글에서 이런 말을 남겼네요.

밤의 신칸센은 외룝죠

혼자 타고 있어서 외롭고

차창에 사람들 모습이 비쳐서 외롭고

모두들 지쳐서 잠든 것도 외롭고

그녀와 같은 마음이라 반갑고 기쁘네요.





에쿠니 가오리가 남편과 함께 하코네의 온천여관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태풍을 만났다고 합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우, 안구는 물론 내장까지 씻기는 듯 비가 내렸습니다.

바람은 휭휭 불어대고 나무들은 휘청휘청하고, 번개도 쳤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남편은 온천을 들락거리며 쏟아지는 폭우를 즐겼다죠.

다음날 도쿄로 되돌아 오기 위해 여관을 나섰는데, 그때서야 버스도 전철도 다 끊긴걸

알게되었다네요. 아마 그후로 그녀는 천둥치고 번개치며 쏟아지는 비를 볼때마다

하코네를 떠올릴듯 합니다.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코타키나발루로 여름 휴가를 떠났을때의 일입니다.

어찌된 일이지 우리 가족만 무료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아 숲속 빌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말레시아 전통을 살린 단독 빌라였는데 새소리에 눈을 뜨게 되는 정말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 아침에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발코니로 나와서 쏟아지는 비를 보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세차게 비가 내리는지 옆에서 하는 말소리도 안들릴 정도였습니다.

천둥도 치고 번개도 치더군요. 에쿠니의 말처럼 내장까지 씻기는 느낌이었죠.

여행지의 숲속 빌라의 발코니에서 느꼈던 그 해방감이라니..

몇년전에 다녀왔던 코타키나발루로 다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라디오를 산 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온 방을 가득채우는 소리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에쿠니 가오리.

북유럽의 방송을 틀면, 밤의 공기가 단박 북유럽처럼 달리지고, 미국 방송을 틀면

실내가 바로 미국으로 바뀌게 되며 그 나라들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요즘은 라디오보다는 아무래도 인터넷 세상이라 저는 얼마전에 엡을 하나 깔게 되었습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거리의 모습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앱입니다.

(이걸 왜 깔았을까요.)

암튼 미국, 프랑스, 동남아 이쪽 저쪽을 살펴보다가 일본의 신주쿠의 횡단보도를

비추고 있는 라이브를 찾게 되었는데 신호등이 바뀌면 사람들이 리얼타임으로

우루루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이 보입니다.

소리도 안나오고 화면 뿐인데 그걸 보고 있으면 저도 마치 도쿄의 신주쿠 거리의 횡당보도를

건너 로손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정도로 신선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방구석에서 리얼 타임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이 듭니다.

에쿠니씨에게도 권해드리고 싶네요.





여행이란 집에서 어디까지 벗어나야지 여행일까.

에쿠니 가오리씨는 어릴때 살던 동네에 오랫만에 찾아갔을 때, 아주 먼 곳에, 아주 다른 시대에 있는듯한

착각이 드는데 이것을 당일치기 여행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같은 세타카야구 라고 해도, 낯선 동네, 가보지 못한 곳을 서너시간 외출하여

다녀오는 것도 그녀에게는 여행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모임이 있어서 도봉구 쌍문동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우리집과는 전철로도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같은 서울인데도 뭔가 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낯선 동네, 낯선 가게들, 낯선 골목, 전철도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달리는게 여간 신선한게

아니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님의 시선으로 보면 전 분명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온거네요.

하~~ 늘상 여행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여행의 정의를 좀 더 넓혀보니

이렇게 신박한 여행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니 몹시 억울하지만

몹시 기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이곳 저곳 참 많이도 여행을 갔다온 느낌입니다.

그녀의 시선에 촛점을 맞추니 저의 추억속의 여행들이 다시 반짝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머리 속을 조금 비우고 담백하게 살아가고픈 날에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드롭'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무언가에 결박당한듯 답답했던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거예요.

지독한 감기몸살로 2주동안 앓아 누웠습니다.

회사도 5일이나 결근을 하였습니다.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길래 병원을 3군데를 옮겨다니고서야

발작성 기침을 가라 앉히는 호흡기를 처방 받고서야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제일 먼저 한게 동남아 휴양지 검색이었습니다.

검색하면서 웃었습니다.

다 죽어가더니 살만해지자 마자 여행지를 검색하는 게 웃겼고, 가방을 이고 지고 끌고

대문을 나설 생각만으로 행복해서 웃었고, 그리고 죽을때까지 두고두고 되새김질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웃었습니다.

매일을.. 일상을.. 여행같이 살아갑시다.




함께 온 이쁜 다이러리는 어떻게 사용하는게 좋을지 고민고민하다가

여행지의 정보를 정리하고, 나만의 여행계획을 세울때 쓸까합니다.

밤의 신칸센 표지를 볼때마다 아련해지겠네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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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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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 2학년이었을때 아버지한테서 선물을 받고 어찌나 설레였는지..

이름하여 '세계 소년소녀 문학전집50' !!

이쯤해서 아니 최신형 핸드폰도 아니고, 게임기도 아닌 책이라고..? 하며 경악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책을 너무 좋아했던 나에겐 그 책은 보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양장본도 아니고 그림도 컬러가 아닌 단색의 판화로 막찍어낸 세련됨이라고는 1도 없었지만

책 50권이 주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어린 나이였지만 고스란히 느끼며 행복했답니다.

신기하게도 아직도 그때 읽었던 책들은 내용을 비교적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계문학 필독서50 이라는 제목을 보고 확 와 닿았던것은 50이라는 숫자였습니다.

세계의 문인들이 쓴 명작 50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내가 읽어본 책은 몇권이나 되는지, 저자가 권해주는 문학 작품은 왜 무엇때문에

목록에 올랐을까, 서점에만 가면 무슨 책을 읽어야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며 책장을

뒤적이는 나의 한시간을 확 단축해주겠다는 생각에 냉큼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박균호님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학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고전읽기의 길라잡이로 많은 책을 쓰기도 하고,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독서 칼럼을 연재하기도 하며 고전을 꾸준히 알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도 1분 안짝의 쇼츠가 인기를 얻고 있을만큼 현대인들은 길고, 지루한걸 못견뎌 하는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책 읽는 사람을 드물게 보게됩니다.

이렇게 빠르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세상에 수백, 수천페이지의 길고긴 고전 소설이라니..

그걸 왜 읽어야해요? 라는 물음에 봉착하게 되면 말문이 막힐듯합니다.

누가 저한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조차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해줄것 같습니다.

사실 저야 책 읽은걸 좋아해서 읽는거지, 고전 소설 안읽는다고 큰일이 나는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기가막히게도 저자인 박균호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소설이라는 세계속에서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아갑니다.

독서를 통해 그런 수천 수만개의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쌓이게 되는

간접 경험은 우리의 현실에 적응하여 나의 감정을 해석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해결책이나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문학을 통해 인간과 인간의 삶과 세상의 이치를 다양하고 넓고 깊게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인생을 살 수 밖에는 없다고 말이죠.

이 얼마나 명쾌하고 정확한 대답입니까?

외워두었다가 누가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럼 그 수많은 명작들 중에서 어떤 책을 필독서로 뽑을 것인가, 이것 또한 공정과 형평성을

따져야 할 수 있겠네요.

이 부분도 저자인 박균호님은 현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첫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2. 문학은 한 사회와 그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문화별, 나라별 분류도 중요한 선정기준으로 삼았다.

  3.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라든가 사회 변혁운동이 실마리를 제공한 소설을 가능한 많이 소개하려고 했다

저자가 첫번째로 꼽았던 재미! 이 부분은 100% 공감합니다.

그동안 고전 소설을 읽어볼려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번번히 러시아의 문호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경험이 있기에 저에게 공감안되고, 재미없고, 길기만 한 고전소설은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떪은 감 같은 존재였습니다.

달고 맛있어야지 씹을 맛이 나듯 아무리 명작이고, 대작이고, 위대한 문호가 적은 책이라고

재미없음 꽝인법이죠.





그래서 상기의 3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세계 문학 필도서로 저자가 첫번째로 꼽은 것은

무슨 작품일까..궁금했습니다.

그건 바로

01.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입니다. 이 책은 빅토르 위고의 평생의 역작이며 프랑스 문학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죠.

레미제라블을 통해 우리는 그 당시의 시대상,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발장은 빵하나 훔치다가 19년 형을 살게 됩니다. 사람을 죽여도 몇년후면 나오는데

빵 훔쳤다고 19년이나 형기를 치루다니요. 물론 중간에 탈옥하다 걸려서 형량이

늘어나긴했지만 그건 그래도 너무 과하죠. 하지만 그 당시 실제로는 음식을 훔치는 것에

대해 엄격히 벌하고 있고, 죄인을 가둘 수 있는 감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절도등의 경범죄에도

사형을 처하기도 하였다고 하네요.

빅토르 위고는 실제로 매우 진보적인 정책을 주장한 정치인이기도 하였습니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사형제 폐지, 양성평등을 비롯하여 지금도 논란중인 주장을

레미제라블에서 강조하였죠.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필두로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독일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중국 모엔의 개구리

스페인의 미켈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등

저자는 수많은 나라, 대륙을 건너며 우리들이 걸작으로 꼽고 있는 작품들을 한편한편

섬별하며 작가에 대해서,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점등을

꼼꼼하게 적고 있습니다.

마치 학교 다닐때 요점 정리를 해둔 참고서 같은 느낌이라 한 눈에 작품을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으니 읽어들어가기가 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와 작품성을 갖춘 50편의 세계적인 명작을 한권한권 읽어보는 재미 또한

글 좀 읽는다는 독자들에게도 뜻 깊은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오로지 책으로 명작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서

같은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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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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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면 말이다.

이 말은 한국에만 자생한다는 미선나무의 꽃말이라고 한다.

미선 나무는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이 나무를 본적이 있었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흠.. 어디선가 마주한적도 있는것 같은 무척이나 낯익은 꽃이기도 하다.

흔하게 보는 꽃나무인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단단하고 아름다운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니

새삼스럽게 어서 봄이 와서 미선나무를 만나고 싶어진다.

이 책의 표지에는 시가 된 꽃과 나무..라는 글귀가 있다.

마치 곧 다가올 봄을 찬양하는듯한 이쁜 시집이었다.

죽은 것만 같이 바짝 매말라서 뒤틀려있던 나무가지들이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모습으로

이제 막 살들이 오른다.

햇살 좋은 양지쪽에는 나무 가지끝이 푸릇하게 보이는듯도 하다.

난데없이 눈이 내리고, 장마같은 비가 내려서 봄이 오는 길을 방해하고 있지만

몇번의 몸살끝에 봄은 올것이다.

더디 오더라도 반드시 올것을 알고 기다리는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이 책에는 33명의 시인들의 시가 실려있다.

꽃과 나무를 주제로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시들을 담고 있다.

시와 함께 초록색으로 그려진 꽃들과 나뭇잎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책을 펼칠때마다 아름다운 꽃의 자태에 감탄하게 되고,

향기가 나는듯하여 황홀함을 느끼게 된다.

시인들이 찬양한 시를 읽으며 나는 이 단색의 꽃들에게 마음으로 색깔을 입힌다.





향기로운 풀밭에서

봄은 작고 하얀 데이지꽃을

뿌리면 다가오네

안토니오 마차도의 소리아의 들에서 나오는 작은 데이지꽃에는 하얀색을 칠해주고 싶다.

하얀 데이지꽃을 뿌리며 나오는 봄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새빨간 장미꽃, 푸르다 못해 검게 느껴지는 담쟁이..

장미가 피는 그 계절에 꽃들의 잔뜩 그들만의 색깔을 자랑하고,

풀잎들은 지독하게도 푸른 빛을 내뿜는다.

이 끝없는 시골 풍경이 나는 지겨워

사실 당신 말고는 모든 게 지겨워

꽃들의 아름다움도 꽃들의 향기도..

사랑 앞에서는 주눅들게 만들어 버린다.

지독한 사랑에 몸부림 치는 폴 베를렌의 시도 인상 깊었다.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시의 읽는 독자들에게는 고마울뿐이다.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가 쓴 시를 이해하는데 단단한 한몫을 한다.

시를 읽을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한시대를 살다간 시인들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다.

그들의 인생관과 사고관을 살펴보게 되면 더욱 절절하게 시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많은 시들중에서 꽃과 나무를 주제로 쓴 시들만 모아서 출간된 시집이

유독 마음을 끄는 것은 꽃이라는 아름다운 피조물이 주는 위안과 기쁨 때문일것이다.

사람들은 꽃을 보면서 인생을 빗대어 생각하곤 한다.

아름답고 꽃이 피어나고 향기를 뿜는 것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은 있었을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그 꽃이 지는걸 보면서 슬퍼하는 것 또한 젊음이 잃어가는 자신을 보는듯 하여서

일것이고, 생명을 다한줄 알았던 꽃들이 봄이 되면 다시 어김없이 꽃이 피어나는 걸 보고

환호하고 기뻐하는 것은 자신도 그렇게 다시 피어나는 듯한 대견함에 감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사한 봄이 동네 앞까지 와 있는 지금..

이 시집은 봄을 미리 맞이하는 마음으로 한편씩 읽어보면 참 좋을듯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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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순간 - 그 모든 날들이 나를 만든 삶의 순간이었다
신지은 지음 / 리드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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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마주했을때 참 느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을지는 핑크빛 하늘.. 색이 고운 표지의 책을 손에 들었을때 내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삶의 순간]이라는 제목처럼 살아가다 한번쯤 선물 같은..노을진 하늘을

마주할때가 있습니다.

지친 하루 끝에 올려다본 하늘이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을때

그때의 감동은 삶에 대한 끈끈한 애착으로 변해 보잘것 없다 느꼈던 나의 하루가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그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소중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야들해지는 아름다운 풍경 사진들과

짧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울림을 주는 글들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마음속에 또렷한 느낌표를 찍게 합니다.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삶에 대한 자세와 메세지를 남겨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한페이지를 넘기고 깊은 사색을 하고,

다시 한페이지를 넘기고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 어떤 책보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이 많아

마음은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신 지은님은 2008년에 등단한 시인입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어일문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후 졸업과 동시에

번역과 출판편집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출판계에서 일하며 수백권의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만든 저자의 걸작품인듯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그림들과 가장 멋진 말들을 골라 놓았다가 독자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아낌없이 담아 내놓은 선물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은 유해요소없이 우리의 시각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거기에 더해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짧은 글들은 때로는 위로와

때로는 격려가 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삶에 지친 우리들의 하루를 다독거려주는 책입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조금 더 성숙된 인간이 된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친절해지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다정해졌습니다.






차 한잔을 앞에두고 음미하며 차근히 읽고 또 읽으면 좋은 내용들입니다.

가장 여유로운 시간에 잠깐씩이라도 책을 읽으며 저가가 전하는 메세지에 고요히

집중하게 되면 그 시간만큼은 삶의 농도가 짙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인생은 변화하는 것이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삶은 자신만의 시간표와 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오늘이 어딘가 불안하고, 부족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화를 내거나 허둥댈 필요는 없겠죠.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그저 발걸음을 대디디면 된다는 저자의 글은

항상 실수하지 않기위해 긴장하고, 완벽하기 위해 혹독하게 내몰아치며

다그치던 자신에게 항변의 기회를 주어 여유와 자유를 주는듯합니다.

그래서 못나 보이던 내 자신이 어딘가 모르게 근사하게 보이는 마법을 부리는

만듭니다.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기 쉽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다치거나

베이거나 상처입기 쉽습니다.

이럴때 빨리 마음을 치유를 하고, 흔들리는 내 자신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든든한 마음의 보험같은 책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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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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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그는 독일계 스위스인으로

문학가이며 그림에도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예술인입니다.

성장하는 청춘들의 고뇌와

인간 내면의 양면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를 지칭하는 수 많은 문구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바로 위의 문구입니다.

14살에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헤르만 헤세의 시 100편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제목부터 가슴이 저릿하도록 뭉클해집니다.



그가 타계한지 60여년이 지났습니다.

시인으로써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로 써내려간 그의 시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를 찬찬히 읽고 있으면 한문장도 허투루 흘러보낼 수 없을것 같은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원어로써의 느낌이 있겠지만 이렇게 한글로된 번역도 훌륭하여

충분히 시를 음미하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번역가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고단한 여름이 고개를 떨구고

호수에 비친 제 빛바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가로수 길 그늘을 고단하게 걸어갑니다.

달아나는 청춘이라는 제목의 시는 첫대목부터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

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내 머리는 어느새 히끗히끗 흰머리가 올라오고

고단하게 걸어가는 그 길이 인생길 같아서

해지녘 긴 그림자를 끌고 가는 그 뒷모습이

나이들어가는 나의 모습같아서

읽고 또 읽고 좀체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하고 머물게 합니다.




낮동안의 고단함도 밤이 되면 서늘한 달님이 살표시 웃어주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 손을 잡고 쉴 수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는 시인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우리의 인생도 힘들고 고단하지만 때가되면 편안한 안식을 맞을 수 있겠지.

내 묘비에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가겠죠.

그러니 지금 생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들이 밝은 낮보다 깊은 밤에 더 어울리는 것은

하루종일 팽팽하게 긴장해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이완시켜주기 때문일것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깊은 좌절을 느끼고, 자존감이 흔들리며, 무너져내릴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와 어깨 위에 수북히 쌓인 피로를 털어낼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언어들의 위안이 너무도 커서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겠죠.

헤세의 시를 필사하고 있으면

조금씩 더 단단해져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깨질듯 약하고 보잘것 없이 느껴졌던 내 자신이 헤세의 시를 써내려감으로써

의외로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마음을 다쳐 흔들리때, 그 어떤 것도 위안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헤세의 시를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마음속의 출렁거림도 잔잔해질것이라 생각됩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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