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손글씨에 아름다운 시를 더하다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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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였을때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사람은 필체가 좋아야 어디가서라도 대접 받는다며 고사리 같은 손에

연필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굵은 붓을 들려주셨다.


나는 책상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화선지에

아버지, 어머니, 우리나라, 대한민국 이라는 글을 써내려갔다.

다리는 저려오고 어린 아이 손에 익숙치 않은 붓때문에 옷소매에도 바지에다

먹칠을 하기 일쑤였다.

학교 백일장에 나가 상도 받았다.

상을 받아가면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시며 장하다고 용돈을 주시곤 했다.


한참 나이가 든 후에 동사무소에 인감증명서를 떼러 갔다.

신청 대장 같은 곳에 이름을 한자로 적어라고 하길래 한자한자 차분히 적어서 내밀었더니

나이가 좀 지긋하신 동사무소 직원은 내 얼굴과 글씨를 몇번이나 번갈아보더니

글씨를 너무 잘 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갔다가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한자로 이름을 적었더니 미술관계자분께서 서예하시는 분이시냐며

내 글씨를 한참 들여다보셨다.

그때 깨달았다. 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왜 붓을 들려주셨는지..

내 글씨는 어디다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고, 글씨체가 수려하면

어디가서도 대접(?)받는 다는 것을..아버지의 말씀은 틀리지 않으셨던 거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일을 더물어졌고,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거나

핸드폰을 두들기며 글을 쓰다보니 한때 나의 자부심이었던 글씨도 악필처럼 볼품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없는 시간을 쪼개 문화센터도 다녀보았지만

바쁜 업무때문에 수업에 빠지는 일이 잦아서 그런지 별반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용불용설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던 차에 예쁜 솔글씨로 시를 적을 수 있는 책이 나왔길래 눈이 번쩍 뜨였다.

때마침 가을이 한창이라 이 좋은 계절에 아름다운 시 한편 외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볼품없는 기억력을 가졌기에 한자한자 또박또박 적어내려가며

시를 필사한다면 어느새 시 한편쯤은 멋지게 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윤동주, 김소월, 정지용, 권태웅, 김영랑, 이육사, 이상화, 한용운 시인의 시가

소개되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시인들의 시를 필사할 수 있다니

깊어가는 가을밤, 차 한잔을 두고 앉아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기에 이보다 더 좋은것

없을 것 같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글을 쓸때 이쁘게 적을 수 있는 펜 종류를

친절하게 적어놓았다.

서랍을 열어보니 손글씨는 잘 안쓰는 주제에 이런저런 팬들이 가득하다.

잔뜩 꺼내에 책상에 올려두고 맘에 드는 색깔의 펜을 쥐어본다.





눈 -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얼마만에 이렇게 정성들여 적어보는지 모르겠다.

펜을 쥔 손에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손톱 끝이 하얗게 될 정도였다.

마음에 글을 새기며 나에게 온전히 몰입해 본다.






자화상이라고 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다.

좋아하는 시인이라 윤동주 시인의 시는 몇편은 외우고 싶다.

정자체로 연습하는데 마음이 삐뚤어졌나 글이 살짝씩 삐쳐나간다.

정신일도!






먼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북 젹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방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서윤체로 써보는 이육사의 시 한편.

각 행마다 각각 다른 색깔의 펜으로 적어본다.

청포도 색깔을 담은 색깔로 적어내려가는 시에서 달콤한 포도 향이 나는것 같다.

8명의 시인의 49편의 시가 실려있고, 정자체, 심경하체, 늦봄체, 이서윤체의 4가지

필체로 필사할 수 있다.


어수선한 세상, 자극적인 뉴스들에 마음이 지쳤을때 내가 좋아하는 펜을 손에 쥐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 한편을 가만가만 적어보다보면

차가운 이 계절에 마음은 따듯해지지리라.

오랫만에 힐링 할 수 있었던 소박하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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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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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 소설이 소담출판사에서 나왔다.

[혼자서 종이 우산을 쓰고 가다] 제목의 뜻이 뭘까 한참 생각하게 한다.


섣달 그믐날밤 거리에는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들뜬 마음이 흘러넘친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흥분이 가득한 그날 밤.

호텔 바에서 만난 시노다, 시게모리, 미야시타.. 80대의 세 노인은 오랫만에 만나 지난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이미 몇번이나 했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또 나누며 여느 모임과 다를바 없이 보인다.

다음날 세 명의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까지..


총기 자살 사건 뉴스을 접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새해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곧 잊혀지고 만다.

세 노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경찰서의 호출을 받게 되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황망한 소식을 접한 남은 이들은 참을 수 없는 슬픔과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남겨준 유서에 남겨진 글귀는 한없이 덧없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유로 이 세명의 오랜 친구들은 남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세밑에 세상을 떠날려고 했던 것일까.

갖고 싶은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인들의 고독과 쓸쓸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된다.

나이가 들고, 병이 들고, 가진 돈도 없다.

가족과 떨어져 고령임에도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의 민낯을 보는것 같아 속이 쓰리다. 그들은 더 이상 삶에 대한 희망이나 즐거움이 없다.

이렇게 남겨진채로 남은 인생을 사는것 보다는 내 젊은 시절 함께 일하고, 함께 마시고, 함께 놀러다뎠던 친구들과 가장 떠들썩한 새해 전날..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그들이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은 그들의 부재를 고스란히 견뎌야했다.

혼란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 지인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떠난 이들을

떠올려 본다.

떠난 이들의 부고를 알리기 위해, 그리고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가족들이 몇년 몇십년만에 서로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한번도 만난적 없던 올케를 만나게 되고, 어렸을때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를 만나게 된다.

화목하게 지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도 돌아가신 분과의 추억을 소환하고 곱씹어 본다.

섭섭함과 애처로움, 분노와 그리움들이 켜켜히 쌓여간다.

할아버지를 잃은 손녀는 생전 할아버지의 모습을 다른 유가족들에게 묻기도 하고,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자신이 모르는 할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찾을려고 한다.






어쩌면 죽음이란 떠난 자의 몫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이 받아들여야할 커다란 숙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추모하고, 각자의 기억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어떤 이에게는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슬픔으로 남고,

어떤 이에게는 조금은 얼떨떨하고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죽은 이와 남겨진 이의 관계의 깊이만큼 슬픔도 다를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결국 남겨진 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의 삶을 이어간다.

신이 가장 마지막에 주신 '망각'이라는 선물의 포장을 벗기고 다시 하나둘씩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비오는 거리를 종이 우산을 쓰고 혼자 걷는거 아닐까..

나의 삶과 나의 죽음, 그리고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다.

처음에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등장 인물들이 많아 당황하여

다시 첫페이지부터 각각의 관계를 정리하여 종이에 메모하면서 읽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정리되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남녀, 연애와는 조금 다른 쟝르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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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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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외국작가 코너에 가게 되면 필히 눈에 띄는 작가가 있다.

일본의 최고 베스트 셀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는 다작을 하는 작가로써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어느새 내 책장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더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을 훑어보면 추리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탁월한 감각으로

잘 엮어내는 천부적인 글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의 원 제목인 [片想い]는 혼자하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한국어로는 외사랑,

짝사랑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짝사랑보다는 외사랑이라는 어감이 더 애잔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가다보면 애잔한 먹먹함이 남게 된다.


이 소설은 젠더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화해내기 어려운 이야기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살짝했지만

작가의 명성답게 조리있고, 스토리에 무리가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서

위화감없이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주인공인 데쓰로는 대학교때 미식축구부에서 활동하던 에이스 쿼터백이다.

11월 세번째 금요일, 그 당시 함께 필드를 뛰었던 미식축구부원들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쿼터백도, 런닝백도 라인맨도 이제는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가 되었다.

배도 나오고, 어깨와 등에 살도 붙고, 좀 움직이면 숨이 차는 아저씨들이

되었지만

한해의 끝무렵에 술 한잔을 나누며 날렵하게 필드를 뛰어다녔던 청춘의 그날을 공유한다.


남자들중 상남자들만 할 수 있다는 미식축구부원들의 이야기에서 강자만이

이기는 숫컷들의 세상과 찐한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데쓰로와 스가이는 미식축구부의 매니저로 있던 히우라 미즈키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오랫만에 만난 그녀는 어딘가 좀 낯설었다.


성정체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 받았다고 고백하는 미즈키의 이야기에 데쓰로는 크게 당황한다.

한때 미즈키와 잠자리를 했던 적이 있었던 데쓰로는 과거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때의 미즈키는 분명 여자였는데...' 지금은 목소리마저 굵은 남자가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미즈키의 고백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자의 몸을 하였지만 남자의 정신을 가진채 더 이상은 결혼 생활을 견딜 수

없어서 집을 나와 남자로 모습을 바꾸고 바에서 바텐더로 일을 하였다.

그런데 같은 바에서 일하는 호스티스를 상습적으로 스토킹하던 저질 변태같은

남성과 싸움끝에 목졸라서 죽였다고 한다.


여자였던 미즈키가 남자로 나타난것도 놀라운데 살인을 하였다니..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아니 그..를 지키기 위해 데쓰로와 그의 아내 리사코는

사건속으로 깊숙히 개입하게 된다.

한때 미즈키의 연인이었던 고스케도, 살인 사건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스가이도, 신문기자로써 자신의 신념대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던 하야타도

우정으로 미즈키를 지켜낼려고 한다. 사건속으로 들어갈수록 이야기는 반전과 추리와 뒤섞여 재미를 더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매번 그랬지만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도

순신각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그의 장점중의 최대 장점이다.


소설 외사랑은 1999년부터 주간문춘에 연재되기 시작했으니 20여년전의 소설이다.

지금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그 시절에 다루었다니 어찌보면 작가에게도 도전이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소설이 쓰여지기 몇년전.. 나는 학생신분으로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 당시 신주쿠 부근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워낙 주변이 번화가라 저녁이 되면 빵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인기 많은 빵집이라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많았다.

저녁이 되면 종종 평범하지 않은 손님들도 가게에 들어와서 빵을 사가기도 했는데 푸르스름한 수염자리가 역력히 보이는 얼굴에 거친 화장을 하고 긴 머리

가발에 여성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게된다.

한국에서는 도통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적잖이 당황했지만 당황한 표정을 숨길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남자 아니 여자를 따라다니며 희롱비스므리하게 남자들도

함께 가게에 오기도 했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미 그때에도 남자의 몸을 하고 있으나 여자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거 같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으로 다니게 되면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쉬운데

일본은 한국보다는 비교적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 쉬웠고, 주변 사람들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새 나도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세상에는 3가지 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여성, 그리고 소수의 제3의 성..

이제는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남녀의 경계는 모호하니 남자, 여자 2분법으로만 나누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니 사회통념으로 억지로 선을 긋으면 탈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성정체성 장애를 안고 어렵게 버티고 있는 이들이 타인의 손가락질에 상처입고

더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없기를 바래본다.

신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어떤 모습이든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는거 아닐까..

소설의 말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보태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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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사랑하기로 했다.
성지인 지음, 미니 일러스트 / 뜰boo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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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 이쁘고 똘망똘망하고 똑 부러지게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질투는 커녕 그냥 어나더 레벨 같아서 마냥 부러울뿐이다.

시간 뽀개기 할때 유튜브를 즐겨 보곤 하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앗.. !하고

감탄사를 내뱉고만 일이 있었다.

얼굴도 이쁜데 연애에 대한 조언을 어찌나 조곤조곤 맛깔스럽게 하는지...

궁금해서 이름을 기억해두었던 유튜버가 있는데, 바로 결혼 정보회사 '모두의 지인'의 대표이고 이 책의 저자인 성지인님이다.

누적조회 1억 달성! 이라고 하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조회수도 성지인님의

방송을 한번 보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질 것이다.

커플매니저로 일하며 1만명 이상의 결혼 상담 경력에서 얻은 노하우를

본인특유의 소곤거리는 세상 얌전한 말투에, 전혀 그렇지 않은 뼈때리는 직언으로 듣는 이의 가슴에 사이다를 들이 붓는듯한 청량감을 준다.

눈이 번쩍 뜨이는 확실한 그녀의 어드바이스는 유쾌 ,상쾌, 통쾌하다.

연애때문에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녀만의 금쪽 처방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나는 이제 사랑하기로 했다'

이 책 한권이면 연애에 곰손인 사람들도 신형무기 장착하고 전쟁에 나가는 사람마냥 정말 사랑을 시작해도 밀리지 않을 강철 멘탈을 가지게 될것이다.





이 책에는 연애 고민을 하는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골고루 답을 해주고 있다.

각각 [For 남자], [For 여자]편이 있으니 첨부터 읽어도 좋고, 여성들은 여성편을 먼저 읽고

추후에 남성편을 읽어도 좋을듯하다.


제목만 쭈욱 읽어봐도 이 책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것이다.

여자친구 연락 족쇄 벗어나는 방법

여자친구 화 풀어주는 법

어리고 예쁜 여자 만나는 방법

30대, 넌 이미 아저씨다


남자가 심쿵하는 여자 행동

세상에는 네 종류의 여자가 있다.

나는 왜 쓰레기만 만나는 걸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제목부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30대, 넌 이미 아저씨다..라는 편과 세상에는 네 종류의 여자가 있다..라는 편은 읽자마자 빵터져서 정말 몰입감 100%로 읽었다.

남자

는 30대에 접어들면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뉜다. 미리미리 관리해서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오빠.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다 사회생활로 늘어난 술배와 편한 옷만 입고 홀아비 냄새 풍기는 아재

일침을 가하는 듯한 글이 아주 절묘하다.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뼈골때리는 조언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아재에서 오빠로 거듭날 수 있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 아니, 본인 차고지부터 정리해야지. 벤츠를 받고 싶으면 주차공간 깨끗하게, 넓게!

이 말은 연애에 마냥 환상을 가지고 있는 여자분들도 각성하라는 뜻이다.

중간중간 빵빵 터지며 읽다보면 연애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이들도 어느 정도 개안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렵고 고상하게 빙빙돌리지 않았다.

늘상 사용하는 일상 용어로 연애 좀 아는 누나(언니)가 들려주는 찐꿀팁만 모아모아 만든 책이다.


나는 왜 연애가 어려울까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우선 모쏠인 우리 아들래미에게 먼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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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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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나쓰메 소세키

일본 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위의 작가들 중에서 한두명은 반드시 알고 있을거라 생각된다.

그 정도로 일본 근현대 문학에서 그 업적이 탁월한 대가들의 작품만 추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작가와 비평사에서 일본문학 컬렉션 03으로 발간된 '비밀이 묻힌 곳'은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나오는 5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어서

마치 어릴때 받았던 종합과자 선물세트 같았다.


7편의 단편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으며 작가들 각각의 성향을 비교할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첫번째로 등장하는 에도가와 란포는 워낙 추리 소설을 좋아하였고 탐닉하였던 작가다.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읽고, 그 작품에 반하여

에드거 앨런 포우의 이름을 따 에도가와 란포..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책는 그의 작품 2편의 실렸는데 'D언덕의 살인 사건' 과 '심리테스트'이다.


D언덕의 살인 사건에는 '나'와 '아케치'라는 인물이 우연찮게 목격하게 된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이다.

헌 책방 안주인을 과연 누가 죽였는지 범인 각각 추론하는 나와 아케치.

죽은 헌 책방 안주인의 온몸에 있는 멍자국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

메밀국숫집 주인은 이른바 사디즘이라는 심각한 가학적 변태 성욕자였어요.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바로 가까운 이웃에

마조히즘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에도가와 란포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쫓아가면서도 애로틱한 면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욕망에 대한

심리를 건드리며 호기심과 흥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그시대 이 소설을 접한 독자들도 꽤나 충격이었겠지만 동시에 상당한 호기심으로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신분과 사상사이에서 좌절하고 약물중독과 자살미수를

반복하다 39세에 애인과 생을 마감한 무뢰파 소설가이다.

그의 단편작인 [범인]은 전개가 충격적이었다.


청년은 연인으로부터 '같이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말에 결혼을 상상한다.

그는 회사의 기숙사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고 ,

그녀는 이모네 집에서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하고 저녁에는 하녀를 대신하여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같이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이라고 한다면

남자로서 결혼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그가 결혼한 누나네의 작은 정육점 2층에 방이 두 칸 이라는걸 깨닫는다.

누나를 찾아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말한다.

너 혼자도 먹고 살기 빠듯한데 뭔 결혼이라며반대하자 발끈해서 가게에 있는

칼로 누나를 찔러 버린다.

그리고 가게의 돈을 가지고 도주를 한다. 여차하면 자살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육신의 혈육을 살해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인을 만들어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다 돌이킬 수 없는 궁지에 몰리는 인간을 그릴려고 했다.

이건 작가가 그러한 성향을 가진 '인간'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단편이 많은 생각을 불러오게 한다.


일본 지폐에도 그의 얼굴이 새겨져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불길한 소리]도

흥미롭게 읽었다. 풍부한 표현과 어휘로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써 추앙 받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분의 소설들이 일본의 1900년의 초중반에 쓰여져서 그 시대의 생활상이나

사람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것 같다.

탐정 소설도 있고, 처음부터 범인을 밝힌 후 범인의 심리를 뛰어난 관찰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7편의 소설은 각각 미스테리 하고,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며

각양각색의 느낌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비평사의 일본문학 컬렉션에 주목하며 다음 책에서도 뛰어난 수작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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